1.하중
검은 양복을 입은 거구의 사내 두 명이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화를 내고 있다
쾅쾅 쾅.."문 열어! 집에 있는 거 다 알고있다!"
...
"이 새끼가.. 당장 안 열어? 이번 달 이자는 갚아야 할 거 아니야?! 벌써 몇 달째야!"
...
30분 정도 숨죽이며 있으니 밖이 조용해졌다.
잠시 후, 밖을 확인해보기 위해 문을 살짝 열자 숨어있던 남자 두 명이 문을 잡는다.
“야... 박하중.... 너 뭐 하냐?”
“아... 그.. 그게..”
“야 이 새끼 잡아”
오른쪽에 있던 거의 머리를 민 남자 한 명이 나를 잡고 방안으로 밀어 넣는다.
“돈을 갚지 못하면 빌리지를 말아야지”
“사장님 잠시만요... 진짜 곧 있으면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까지 조금씩 갚아갈게요..”
“야 이 새끼야 너 벌써 그 말 한 게 몇 번째야? 내가 이번 달 이자도 못 갚으면 배 태워 보내버린다고 했지?”
“아 사장님 진짜 진짜 갚을 수 있어요.. 제 친구 놈 중에 돈이 좀 많은 놈이 있는데 곧 있으면 돈 빌려준다고..”
“하 이 새끼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돈 처 빌리고 있네.. 한심한 새끼.. 그래 니딴 인생 돈을 남한테 돈을 더 빌려 갚든 말든 난 신경 안 쓰니 내 돈이나 갚아라.. 알겠냐?”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나는 머리를 바닥에 박으면서 고개를 들지 않는다.
“또 이렇게 집에 계시면서 없는척하면 문부터 부숴요 알겠어요?”
남자 두 명이 화를 내며 집 밖을 나가자 나는 한숨을 쉬며 집안 구석에 앉는다.
현재 내 인생은 말 그대로 바닥이다.
마땅한 직업은 없고 빛은 많으며 믿을만한 가족이나 친구도 없는 신세다.
"씨발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나도 어릴 때는 다른 집안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아니.. 없는 줄 알았던 행복한 아이였다.
그런데 아버지였던 사람이 도박에 빠져서 집을 나가고 어머니의 웃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고 우리 가족에겐 사랑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어릴 때 적어도 난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잘한 철없는 실수들은 하였지만 누구나 어릴 때면 하는 실수라고 생각했고 난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하며 또한 없어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 사건' 이전까지는..
나는 TV를 키며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다.
TV에서는 고가의 예술품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인 진품명품이 진행 중이었다.
'네 이게 ‘가족’이라는 작품입니다. 가격은 약 300억 정도 하는 작품입니다.'
그림은 어두운 배경의 집에서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린아이가 같이 앉아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듯한 왠지 소름 끼치는 그림이다.
TV에 나온 그림의 금액을 보자 속으로 비웃으며 나도 그림이나 그려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패널들이 역시 놀라며 감탄하는 반응을 보이지만, 다들 작품의 예술성에 놀라는 것보단 가격이 놀라는듯하다.
'아 화가의 작품이 아직 세상에 나온 게 겨우 두 작품뿐이라 희소가치가 더욱 뛰어나다고 할 수 있죠.’
나는 채널을 돌리려고 한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이 화가의 이름은... 김종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