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좀비 잡는 망나니
작가 : 스토리Y
작품등록일 : 2019.8.22

아포칼립스

 
1.
작성일 : 19-08-22 21:52     조회 : 322     추천 : 0     분량 : 528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 고추기름

 

 “요즘은 어디로 다니니?”

 

 고추기름 향이 올라오는 추어탕은 38도를 오가는 여름에 하나뿐인 아들의 몸보신을 위한 게 아니었다.

 

 “알아서 하고 있어요.”

 

 아버지는 꺼내기 어려운 말씀을 꺼내시기 전엔 꼭 손수 몸보신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그래, 나이도 나이니 알아서 할 나이지. 올해 네가 스물여덟이지?”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추켜세우며 아들에게 고개를 돌리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릴 적부터 봐온 습관이었다.

 태환은 아버지의 그 습관에 이미 심한 염증이 나 있었다.

 

 아버지의 그 습관은 입맛을 돋궈놓은 고추기름향기가 무색하게 숟가락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나갔다 올게요.”

 

 항상 챙기는 카메라 그리고 캡 모자와 핸드폰을 챙겨 현관으로 나섰다. 그 식탁에 앉아 있으면 먹지 않아도 채하기 때문에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다.

 

 아버지도 말리지 않았다. 몇 년 전까진 “그래도 밥은 먹고 다녀라.” 말씀하시며 꾸역꾸역 먹게 했지만 그것도 지치시는지 작년부턴 잡지 않으셨다.

 

 “당신은 왜 애 밥도 못 먹게 해요.”

 “내가 뭘? 가족끼리 식사하면서 이 정도도···.”

 

 어머니는 카메라를 챙기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께 핀잔을 주셨다. 그 대화가 듣기 싫어 현관문을 빨리 닫았다.

 

 막힌 가슴이 더 답답한 오늘 같은 날엔 집 앞 공원을 간다.

 산처럼 높은 곳이라 더운 날 가고 싶은 곳은 아니지만 뻥 뚫린 하늘을 보면 막힌 가슴이 그나마 뚫리는 기분이라 올라가는 값은 있었다.

 

 ‘오늘도 이곳의 노을은 장관이구나.’

 

 평소에 생물만을 찍는 태환이 유일하게 경치를 찍는 것은 이 곳에서의 하늘이었다.

 

 노을을 찍으려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아버지의 대화가 항상 저녁식사 때였기에 하늘을 찍으면 노을만 담겼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나오셨네요.”

 

 편해 보이는 회색 운동복에 태환과 같은 검은색 캡 모자를 쓴 여자가 시원한 과일 향과 함께 다가왔다.

 

 “네?”

 

 그녀는 항상 같은 차림으로 이곳에 자주 보이던 사람이었다. 태환도 이곳에서 그녀를 자주 봤지만 인사를 한 적은 없었다.

 

 “아, 죄송해요. 여기서 자주 보이시길래.”

 

 그녀는 태환의 떨떠름한 반응에 바로 태환에게서 떨어졌다. 그러곤 노을 쪽을 향해 서더니 양팔과 고개를 쭉 펴고 하늘을 보았다.

 

 시원한 과일 향 때문인지 아님 원래 태환이 생물을 찍는 버릇 때문인지 무언가에 이끌리듯 태환은 그녀의 뒷모습을 찍었다.

 

 ‘저런 복장에도 향수를 뿌리는 사람이 있구나.’

 

 그녀를 감상하는 것도 잠시.

 배에서 밥을 달라는 신호가 울렸다.

 

 “퇴근했냐?”

 

 태환은 핸드폰으로 잔고를 확인한 뒤 전화를 걸었다.

 

 “오늘도 술 사달라고 전화야?”

 전화를 건 상대는 죽마고우 성호였다. 주머니 사정상 태환은 회사를 다니고 부터는 성호에게 밥을 얻어먹는 일이 많았다.

 

 “얼마나 그랬다고 오늘도야.”

 

 돈이 없으면 애인은 물론 친구, 마지막으로 가족도 떠나간다는 말이 생각나려던 찰나 친구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자식아, 사진 찍는 건 일하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성호의 원래 꿈은 웹툰작가였다.

 재작년까지 도전했지만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게 너무 죄송하다며 디자인회사로 취직했다.

 

 “됐고, 바쁘면 끊어.”

 

 태환의 검지가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려 움직일 때.

 

 “바쁘긴 언제 바쁘다했어? 그것도 일요일 저녁인데.”

 

 사실 성호도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회사 막내이기에 회사 안에서 하지 못한 말들을 친구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2. 마지막 한 조각

 

 집 근처 재래시장을 빠져나오면 작은 호프집이 있었다. 태환은 어쩐지 깔끔하고 젊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보다 이곳에 마음이 갔다.

 

 “또 여기야?”

 

 성호도 취업 전 까진 이곳의 단골이었다. 취업한 뒤로는 태환을 만날 때만 오는 곳이 되었다.

 

 “여기가 맛있잖아, 프라이드 하나랑 500cc 두 잔이요.”

 

 태환은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항상 먹는 게 프라이드치킨 하나와 생맥주였기에 성호에게 따로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너희 집에 맛있는 거 있겠네.”

 “말도마라, 오늘은 추어탕이었으니까. 고추기름 냄새 죽여줬는데.”

 

 태환의 아버지가 잔소리를 하기 전 음식을 내주신다는 건 태환의 집에 자주 놀러갔었던 성호가 모를 수 없었다.

 

 “그래도 부럽다.”

 

 성호가 먼저 나온 생맥주를 한 번 들이키곤 말했다.

 

 “부럽긴,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 너도 집안 눈치 살피던 때 죽는 소리 했잖아.”

 

 태환은 기본 안주로 나온 김을 집어 먹고는 성호에게 맥주잔을 부딪혀주었다.

 

 “그땐 몰랐으니까 그랬지. 아, 정말 매일매일 피 말린다. 일은 일대로 치이고 사람한테도 치이고 좀 쉬고 싶다.”

 

 디자인 회사 특성상 남자직원이 많지 않기에 성호는 회사에서 막내이자 유일한 남자인 청일점이 되어있었다.

 

 “그래도 너 좋아하는 여자는 많이 보잖아.”

 

 성호는 초등학생 때부터 여자를 좋아했다. 여자 앞에서 소심해지는 성격 탓에 별로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어휴, 모르는 소리. 그게 여자냐? 괴물이지 괴물. 지가 쓰는 프린터에 종이를 왜 내가 채워 넣어야 되냐고요.”

 

 성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여자애들에게 환심을 사고 싶어서였다.

 그랬던 친구가 이젠 그림은 그리고 싶지만 여자는 됐다고 하는 역전현상이 생겼다.

 

 “그렇게 여자, 여자 하더니. 소원 이뤄지니까 불만만 가득하구나.”

 

 그렇게 여자를 좋아하던 성호가 이젠 여자라면 질색을 하게 됐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태환은 성호를 놀렸다.

 

 “뭐라고? 나 참 이 취준생이.”

 

 대화가 무르익고 있을 때 프라이드치킨이 나왔다. 처음 몇 조각은 배가 고파 금방 별 말없이 먹었다.

 

 “배고픔도 가셨겠다, 사진이나 구경하자.”

 

 성호는 반이 조금 안되게 남은 맥주잔을 한 번에 비우더니 상체를 태환 쪽으로 기울였다.

 

 “아직 먹고 있잖아. 자, 알아서 봐라.”

 

 태환은 아직 배가 차지 않았다.

 성호가 맥주잔을 빨리 비웠다는 건 이미 다 먹었다는 신호였기에 남은 것들은 전부 태환의 차지였다.

 

 태환은 카메라를 넘겨주고 치킨에 집중했다. 성호는 혼자 태환의 카메라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내가 어디까지 봤는지 기억 나냐?”

 

 사진을 이리저리 넘기던 성호가 물었다.

 

 “아마 2주일 전에 봤으니까 여기서부터 보면 될 거야.”

 

 태환은 동네에 자주 돌아다니는 갈색의 푸들을 보여주었다.

 시끄럽게 짖어서 나가봤더니 작은 참새 한 마리를 보고 열을 올린 모습이었다.

 

 “이야, 별 거 다 찍었네. 도대체 개미 대가리는 왜 찍은 거야? 이것도 기술이다 기술.”

 “자식아 네가 예술을 알아?”

 “이 자식 이건 보나마나 오늘 찍은 사진이구만.”

 

 성호가 사진을 다 구경할 때 쯤 노을 사진이 나왔다. 친구가 노을 사진을 보고 있다는 걸 태환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이제 거의 다 먹었다. 집으로 들어 갈 거냐?”

 

 성호가 사진을 구경하는 동안 열심히 먹은 태환은 치킨을 한 조각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네 대답에 따라 내 답도 달라질 거 같은데?”

 

 성호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비비꼬듯 느끼한 소리로 말할 때 태환은 잊고 있던 사진이 한 장 떠올랐다.

 

 “네가 생각하는 거 아냐.”

 “내가 뭘 생각했는데? 이거 여자친구냐?”

 

 태환의 예상대로 성호가 보고 있는 건 공원에서 찍은 시원한 향의 그녀 사진이었다.

 

 “그런 거 아니라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여자친구야?”

 

 그녀는 항상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기에 태환은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본 적은 없었다.

 

 “여자에 관심 없는 척 하더니 너 같은 녀석이 더 엉큼해.”

 

 놀려대는 성호 때문에 태환은 얼굴을 빨개졌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호기심이 가는 여자인 건 분명했다.

 

 “내 놔.”

 “그래, 그래 알았어. 형이 봐줬다. 이름만 말해 우리끼리 그 정돈 알려줄 수 있잖아.”

 “오늘 처음 만났어, 이름을 어떻게 알아?”

 

 태환은 결국 짜증내며 카메라를 낚아 채갔다. 계산은 처음부터 성호 몫이었다.

 

 “야, 야야! 알았어, 2차 쏠게.”

 

 먼저 저만치 가버린 태환을 잡으려 말해보지만 이미 그럴 기분이 아닌 태환은 안 들리는 척 계속 걸었다.

 

 3. 사진작가 전시회

 

 걷다보니 어느새 골목길을 빠져나와 큰길가를 걷고 있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태환이 지나다니는 곳이 아니었기에 모르는 길이었다.

 

 길을 잃은 태환은 아는 길을 찾기 위해 걸었다. 그렇게 걸을수록 더욱 이상한 길로 빠질 뿐이었다.

 

 ‘처음부터 핸드폰으로 찾아볼걸 그랬어.’

 

 핸드폰으로 지도 어플을 키려는 태환은 데이터를 다 썼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태환은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이 있는지 주변을 이리저리 걷다가 신호가 강하게 잡히는 곳에 멈췄다.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은 간판하나 없는 가게였다. 가게에선 은은한 조명만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문이 열려있는데 아무나 들어가도 되는 건가?’

 

 호기심에 들어간 곳은 이름 모를 작가의 전시회였다. 벽마다 걸려있는 작품을 보아 사진작가의 전시회였다.

 

 ‘멋지다, 나도 이런 전시회를 열 수 있는 날이 올까?’

 

 사진은 전부 사람이었다. 갓난아기의 우는 사진, 배고파 보이는 아이가 활짝 웃는 사진, 백발노인의 건치가 다 드러난 사진.

 

 생물을 찍는 태환은 이 곳 사진에 금방 빠졌다.

 

 “멋있지 않나?”

 

 처음 듣는 목소리에 태환은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사진에 푹 빠져서 뒤에 누가 오는지도 알아채지 못했다.

 

 “누구세요?”

 “그건 내가 물어보고 싶은 말이다. 내 전시회에 들어와 나에 대해 물어보다니.”

 “저, 저는······.”

 

 전시회를 여는 진짜 작가 앞에서 사진작가가 꿈인 사람이라고 말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

 

 학생도 아니고 직장에 다니고 있지도 않아서 그저 한량으로 보일까 한심하게 보일까 두려웠다.

 

 “너도 사진작가인 것이냐? 그렇다면 부탁하나만 하지.”

 

 노인은 태환이 목에 걸고 있는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어떤 부탁이요?”

 

 노인의 부탁은 간단했다. 자신이 건네주는 카메라로 오직 자신만 나오게 찍어달라는 부탁이었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전시회에서 들어온 사람에게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니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다.

 

 “사진만 찍어 준다면 그 카메라를 가져가도 좋네, 아니지 꼭 가져가야지. 곧 재앙이 닥칠 거거든 그 때 필요할 게야.”

 

 할아버지는 이상한 말씀을 이어갔지만 얘기가 길어져서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은 태환은 묻지 않고 그저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자 다 됐어요. 카메라는 제께 익숙해요, 주고 싶으시면··· 다른···사람······.”

 

 태환은 전시장 곳곳을 뒤졌지만 할아버지는 증발한 듯 보이지 않았다.

 

 ‘이거 몰래카메라인가? 요즘 개인 방송 보면 일반인들 상대로도 이상한 짓들 많이 하던데.’

 

 태환이 몰래카메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촬영을 위한 것이었다면 5분, 10분이 지나도 아무도 안 나올 리 없었다.

 

 이상한 느낌에 태환이 지배당하려 할 때 전시회장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 손바닥에 다 들어올 법한 작은 고양이었다. 어미를 찾는 듯 서럽게 우는 고양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태환이 사진을 찍기 전 까진.

 

 ‘고양이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사진은 찍힌 게 맞나?’

 

 태환은 전시회에서 받은 카메라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은 단 두 장.

 할아버지와 아기 고양이의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19 2019 / 9 / 26 195 0 5032   
18 18 2019 / 9 / 23 201 0 5036   
17 17 2019 / 9 / 18 199 0 5133   
16 16 2019 / 9 / 17 182 0 5094   
15 15 2019 / 9 / 16 202 0 5247   
14 14 2019 / 9 / 11 193 0 5192   
13 13 2019 / 9 / 11 192 0 5206   
12 12 2019 / 9 / 6 203 0 5356   
11 11 2019 / 9 / 4 213 0 5164   
10 10 2019 / 9 / 3 206 0 5286   
9 9 2019 / 9 / 2 192 0 5343   
8 8 2019 / 8 / 28 192 0 5466   
7 7 2019 / 8 / 28 195 0 5222   
6 6 2019 / 8 / 27 194 0 5327   
5 5 2019 / 8 / 25 210 0 5534   
4 4 2019 / 8 / 24 192 0 5759   
3 3 2019 / 8 / 23 194 0 5541   
2 2. 2019 / 8 / 22 222 0 5291   
1 1. 2019 / 8 / 22 323 0 528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나는 방송으로 10
스토리Y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