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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어플 피플
작가 : 마일드
작품등록일 : 2016.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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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성장물] [스마트폰] [어플]
공짜폰을 샀는데 치트키가 덤으로 왔다.

 
9. 개미굴 (1)
작성일 : 16-09-28 23:07     조회 : 626     추천 : 1     분량 : 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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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개미굴 (1)

 

 

 너무 오래 잤다.

 눈을 떠 보니 출근 직전이었고 이상하게 몸이 피곤한 것이 꼭 마라톤을 뛴 다음날 같았다.

 태수는 천근만근의 몸을 이끌고 가까스로 가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 태수 왔냐."

 "안녕하세요."

 "어, 그래. 얼른 모자 벗고 옷 갈아입어라."

 너무 급하게 나온 나머지 머리도 감지 못했다.

 그래서 대충 모자를 눌러 쓰고 나왔는데, 생각해 보니 온종일 가게에 있어야 해서 지금 머리를 감아 두지 않으면 온종일 떡진 머리로 있어야 했다.

 "사장님. 저 진짜 배고파서 그런데 일단 밥부터 먹으면 안돼요?"

 "밥? 그래, 먹어라. 이모한테 말해서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해 달라고 해."

 "감사합니다."

 점심 장사 전까지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태수는 이모님에게 정식을 부탁하고 화장실로 뛰어가 비누로 머리를 감았다. 그래도 머리가 그렇게 긴 편이 아니라서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태수는 물기가 뚝뚝 흐르는 머리카락을 한 번 쥐어 짠 후 카운터로 향했다.

 "늦잠 잤냐?"

 "예, 어제 일이 있어서요. 게다가 간만에 술도 한 잔 걸쳤더니 아우 피로가 그냥······."

 "그래 가지고 오늘 힘이나 쓰겠어?"

 "고기를 먹으면 힘이 좀 날 것 같습니다."

 "새끼가 이빨은··· 이모! 태수 밥에 삼겹살 같은 거 좀 구워 줘요."

 말은 거칠어도 챙겨줄 건 다 챙겨주는 사람이었다.

 수저를 들기 전, 문득 태수는 어제 말한 버전업이 생각나 휴대폰부터 꺼내들었다.

 

 [배터리가 부족합니다.]

 [Ver 1.2에 대한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업데이트 내역을 확인하시겠습니까?]

 

 배터리가 부족하다.

 충전하고 잔다는 걸 깜빡한 모양이다.

 그러나 태수의 관심은 업데이트가 완료됐다는 글귀에만 몰려 있었다.

 "새꺄! 곧 장사 시작해야 해. 빨리 밥 먹고 수건으로 머리 말려. 손님한테 그 꼬라지로 나갈 거야?"

 "아뇨! 절대 아니죠. 그럼 잘 먹겠습니다."

 태수는 대식가까진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잘 먹는 편이었다. 밥 두 공기에 계란프라이 2개, 각종 밑반찬과 구워져 나온 삼겹살들을 마구잡이로 집어먹으며 구수한 브런치를 즐겼다.

 그리고 생각보다 식사가 빨리 끝나자 다시 휴대폰을 볼 요량으로 서둘러 그릇들을 치운 뒤 업데이트 내역들을 확인했다.

 

 [현재 배터리 상태 85%]

 

 "어라, 배터리가 왜 이러지?"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히 15% 미만이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치트가 불쑥 등장하며 말했다.

 "치팅폰의 배터리는 주인님의 공복 상태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죠."

 "나랑?"

 "예, 그렇습니다. 치팅폰이 곧 주인님이고 주인님이 곧 치팅폰인 셈! 이 두 가지는 아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 보니 이런 시스템이 생긴 겁니다."

 "신기하네. 아무튼 충전할 일은 없겠다."

 "그렇습니다."

 "그래 뭐, 됐고··· 업데이트 내역이나 보자."

 태수는 휴대폰에 떠있는 몇 개의 메시지들을 차례차례 읽어 갔다.

 

 [치팅 시스템이 Ver 1.2로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스탯 시스템이 추가됩니다.]

 [체험판 대여권 서비스가 추가됩니다.]

 [스탯 포인트 2를 획득하셨습니다.]

 

 메시지는 단출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바로 새로 추가된 스탯 시스템이었다.

 "치트."

 "예, 주인님."

 "스탯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 줘."

 "예,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치트가 잠시 동안 말이 없어지더니 갑작스레 화면에 무언가를 띄웠다.

 치트가 말했다.

 "여길 주목해 주십시오."

 

 [용량 / 3(+0)]

 [멀티 / 3(+0)]

 [이해 / 3(+0)]

 [체력 / 3(+0)]

 [오버 / 3(+0)]

 (스탯 / 2)

 

 화면에는 정말로 게임 캐릭터의 스탯 같은 도표가 그려져 있었다.

 화면에 나타난 치트는 태수에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응, 편하게 해."

 "먼저, 용량은 최대한 소지할 수 있는 어플의 개수를 뜻합니다. 단위는 최소 1부터 최대 9까지이며 현재 가지고 계신 용량보다 더 큰 어플은 구매하실 수 없습니다."

 "막 용량 1짜리 어플도 있고 9짜리 어플도 있고 그래?"

 "그렇습니다."

 "좋아, 다음."

 "멀티는 말 그대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어플의 개수를 뜻합니다. 지금 주인님의 멀티 스탯이 3이기 때문에 동시에 사용하실 수 있는 어플의 개수도 세 개라는 뜻입니다."

 "괜찮네, 다음."

 "이해는 고성능 어플을 사용하기 위한 레벨 같은 개념입니다. 이해 레벨이 높을수록 더 높은 클래스의 치팅앱을 사용하실 수가 있죠. 예컨대, 이해 스탯이 9가 된다면 모든 종류의 앱을 사용하실 수 있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제일 중요한 스탯이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체력은 말 그대로 주인님의 체력을 나타냅니다. 체력을 단련시킬수록 체력 스탯이 높아집니다. 또한 체력에 스탯을 투자해도 실제 체력이 상승하니 이 점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체력에만 올인 하면 국가대표급 체력이 생기고 그래?"

 "글쎄요. 체력에는 많은 종류가 있으니 직접 확인해 보셔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뭐야, 그냥 알아서 하란 소리잖아."

 "말이 그렇게 되는 건가요? 아무튼 다음은 오버 스탯입니다. 오버 스탯은 주인님의 숨겨진 힘에 대한 스탯입니다. 이 스탯은 유일하게 투자가 불가능하며 주인님이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그때서야 빛을 발합니다. 물론 스탯의 상승도 위급한 상황일 때 덩달아 오릅니다."

 "임기응변에 강해야 한다, 뭐 이런 건가?"

 "그렇습니다."

 스탯에 대한 치트의 설명이 끝나자 태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인간이 돼가는구만."

 불과 며칠의 시간이었다. 그 며칠 동안 태수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느낌이 나쁘다거나 거북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천운이라 여겼고 참 다행스러웠다.

 그 예로 오늘 3200만 원이라는 돈이 들어오지 않는가?

 이것이 천운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근데 체험판 대여권은 뭐야?"

 "치팅폰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환입니다. 오늘의 어플과 더불어 하루에 한 번씩 치팅앱의 체험판 하나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그래?"

 "하지만 오늘의 어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여권은 최대 세 장까지 누적이 가능합니다."

 "괜찮네?"

 "하지만 대여한 어플의 유통기한은 오늘의 어플과 같습니다. 충분한 설명이 되셨습니까?"

 "응. 괜찮네."

 확실히 치팅폰은 복지가 좋은 것 같았다.

 그때, 사장님이 태수를 불렀다.

 "태수야! 손님 받아라!"

 "예! 어서 오세요!"

 이윽고 점심 장사가 시작됐고 태수의 하루 또한 다시 시작되었다.

 

 ***

 

 해가 지고 달이 떴다.

 오늘은 한산할 틈도 없이 하루 종일 바빴다.

 덕분에 휴대폰 한 번 못 만져보고 온종일 일만 주구장창 해댔다.

 하지만 태수는 시종일관 웃는 표정으로 일했다. 왜냐면 돈이 들어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퇴근한 태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모바일 뱅킹을 실행시켰다. 그런 다음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잔액 조회 버튼을 눌렀다.

 "어라?"

 그러나 잔액은 어제와 마찬가지다.

 태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눈을 비비고 봐도 잔액은 그대로였다. 태수는 서둘러 개미 사이트에 접속했다.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쿵!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이런 느낌일까?

 태수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3200만 원은 고사하고 원금인 200만 원도 못 찾을 위기였다.

 태수는 떨리는 손으로 미리 적어두었던 고객센터 번호로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그쪽 또한 반응은 매한가지였다.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걸어 주세요.]

 

 차갑게 돌아오는 자동 응답이 귓속을 파고든다.

 태수는 문득 어디선가 들었던 '먹튀 사이트'에 대한 생각이 났다. 그리고 설마 하는 생각과 함께 현실을 부정했다. 왜 하필 그 많은 사이트들 중에서 하필이면 자기냐고 말이다.

 

 "아··· 아······."

 

 힘들게 번 돈 200만 원이다.

 이 돈으로 집세도 내야 했고 공과금이며 동생들 학비도 내야 했다. 게다가 아직 태희에게 생활비도 주지 못했다. 몸을 바들바들 떨던 태수가 말했다.

 "···치트."

 "예, 주인님."

 "기, 긴장 먹는 하마 발동시켜."

 "예, 주인님."

 

 [긴장 먹는 하마가 발동됩니다.]

 [10분간 모든 긴장이 완화되고 자신감이 상승합니다.]

 

 "휴······."

 [긴장 먹는 하마]는 꽤 요긴한 것 같아 정식판을 따로 구매했었다. 어플이 발동되자 그제야 떨리던 손이 진정됐다.

 태수는 머리가 차갑게 식자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선택을 했었는지 돌이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진 후였다.

 "치트."

 "예, 주인님."

 "치팅앱으로 사람도 찾을 수 있어?"

 "물론이죠, 주인님. 딜러를 소집할까요?"

 "딜러 불러."

 "예, 주인님."

 일반인이었다면 먹튀에 아무런 저항도 못 해 보고 손을 털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태수는 일반인이 아니었다. 이미 비현실적인 힘으로 몇 번이나 고비를 넘겼고 무려 치팅폰의 선택을 받은 치팅앱들의 주인이었다. 태수가 말했다.

 "딜러."

 "응, 주인."

 "내가 사기를 당했어. 그런데 유일하게 알고 있던 주소가 사라지고 전화번호도 사라졌어. 그래도 찾을 수 있겠어?"

 "물론이지. 앱들을 추천해 줄게."

 딜러는 화면에 몇 개의 어플들을 띄웠다. 리치의 퀘스트를 의논할 때와 같은 방식이었다.

 태수는 화면을 돌려가며 여러 개의 어플들을 진지한 눈빛으로 살피더니 이내 한 가지 어플을 골랐다. 태수의 선택을 본 딜러가 말했다.

 "안목이 좋은데?"

 태수가 선택한 것은 [링크 장의사]였다.

 [링크 장의사]는 죽은 인터넷 주소를 읽어내 마지막에 링크가 삭제된 곳을 찾아내는 일종의 전자 무당 같은 앱이었다.

 "링크 장의사는 체험판과 정식판의 차이가 뭐야?"

 "체험판은 삭제된 곳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주고, 정식판은 세세한 정보들을 제공해. 운이 좋다면 사진까지 찍어줄걸?"

 "그럼 정식판으로 살게. 일단 급하니까 외상으로 줘."

 태수는 외상으로 [링크 장의사]를 구매했다.

 딜러는 이에 응했고 곧이어 화면 하단에 어플이 다운로드 되었다. 태수는 다운된 [링크 장의사]를 실행시켰다.

 

 [죽은 넷정보를 입력해 주세요.]

 

 스산한 분위기의 링크 장의사는 죽은 정보를 요구했다.

 태수는 이미 삭제된 개미 사이트의 주소를 입력했다. 주소를 받아든 장의사는 천천히 죽은 주소를 어루만지더니 영혼을 뽑아내듯 알 수 없는 텍스트들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사이트가 폐쇄된 곳의 위치가 확인되었습니다.]

 [폐쇄한 컴퓨터가 사용 중입니다. 빙의하시겠습니까?]

 

 "딜러, 빙의가 뭐야?"

 "말이 빙의지, 그냥 사이트를 폐돼한 컴퓨터가 아직 켜져 있으니까 해킹하겠냐고 묻는 거야."

 "그럼 돈을 찾아올 수 있어?"

 "글쎄? 현금은 계좌에 들어있을 테니까 아무래도 본체 해킹만으로는 힘들걸."

 힘들다는 말에 태수는 실망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링크 장의사의 권유대로 빙의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곧이어 휴대폰 화면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빙의된 컴퓨터에 웹캠이 발견되었습니다. 연결하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

 태수는 제안을 승낙했고 곧 해킹된 웹캠을 통해 어떤 남자가 비춰지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박현 16-09-30 01:29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미남원 17-02-15 15:50
 
어디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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