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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별의 여행자
작가 : 아쿠아맨
작품등록일 : 2019.8.16

많은 상처를 품고 공화국의 기사가 된 엘 나이트리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뜻하지 않게 기사단 내부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세력을 직감한다.
그들의 음모를 추적하는 엘은 여태껏 몰랐던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모든 것을 가진 소녀 2
작성일 : 19-08-16 15:39     조회 : 179     추천 : 0     분량 : 4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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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련한 기간은 여자가 타라보다 길었으나, 타라 역시 짧지만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 자세를 잡고도 둘은 한참동안 서로를 노려보았다. 타라는 여자에 대해 알고 있었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피차 섣불리 공격을 시도할 순 없었다.

 

 지루한 대치를 깬 것은 타라 쪽이었다. 타라는 여자의 빈 어깨를 노리고 손을 뻗었다. 여자는 가벼운 발놀림으로 타라의 손을 벗어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몸을 빼기에 늦은 것을 안 타라는 반대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고 나니 서로의 위치가 바뀌었다. 타라가 뒤를 돌고 자세를 다시 잡자마자 여자의 매서운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속전속결로 끝을 보려는 모양이었다. 타라는 유연한 몸놀림으로 여자의 공격을 피하며 기회를 노렸다.

 

 타라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마자 머리를 노린 발차기가 타라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타라는 큰 공격을 하느라 자세가 흐트러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여자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여자가 중심을 잡기 전에 다리를 걸어 쓰러뜨렸다. 여자의 몸이 맥없이 허물어졌다.

 

 타라의 승리였다. 여자와 타라의 눈이 마주친 것은 그때였다.

 

 여자는 타라를 안지 제법 오래되었다. 대련 상대를 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껏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었다.

 

 이윽고 타라가 손을 뻗어 여자의 몸을 일으켜주었다. 대련 종료의 의미로 둘은 다시 인사를 나눴다. 여자는 타라의 무감정한 눈을 바라보며 여자는 생각했다. 볼수록 기분나쁜 꼬마라고.

 

 곧 원장이 사람들을 모아 명상을 시작했다. 타라 역시 그들 사이에 그림자처럼 끼어들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

 

 타라 또래의 다른 여자아이였다면 몇 분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타라는 달랐다. 눈을 감은 타라는 작게 심호흡을 했다. 그 이후로는 눈썹도 떨리지 않았다. 도장에서 타라보다 명상에 깊게 빠져드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평온한 마음을 가졌다는 말은 아니었다.

 

 "타라. 뭐가 보이느냐?"

 

 어느새 원장이 타라의 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었다. 타라는 여전히 미동도 없는 상태로 입술만을 움직였다.

 

 "뱀이요."

 

 "어떤 뱀이지?"

 

 "독사예요. 비늘은 알록달록하고요. 아주... 가증스러워요."

 

 "독사가 독을 가졌지만 모두 가증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 독은 독사를 독사로 있게 해주는 것이니 말이야. 몸 안에 독을 품고 있지 않으면 독사는 독사가 아니다."

 

 "아뇨. 이 뱀은 아주 사악한 뱀이예요."

 

 "왜 그렇지?"

 

 "제 발목을 물었거든요. 저는 뱀을 공격할 생각이 없었어요."

 

 "독사가 너를 물었다면, 너는 어떻게 살아있지?"

 

 "제가 정말 살아있을까요? 어쩌면 물린 순간 이미 죽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지금의 너는 무엇이냐?"

 

 "껍데기."

 

 문답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이후로도 명상은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타라는 눈을 떴다. 원장은 알지 못했다. 타라가 명상 중에 보인 것을 솔직하게 말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는 것을.

 

 그로부터 며칠 후, 노이타 청장은 사무실에서 밀린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집에서 쉴 수 있는 여유가 며칠 가지 않을 거라는 불길한 예상은 불행히도 적중했다.

 

 인간은 테라 연합의 종족들 가운데서도 자중지란이 심하다는 평이 있었다. 다른 종족의 수뇌 중 하나는 테라가 당장 다른 종족들을 상대로 침략 전쟁을 벌이지 않는 이유가 자기들끼리의 내란을 감당하기에도 벅차서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물론 헛소리였다.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이득인 상대들에게 다짜고짜 전쟁을 걸어버릴 정도로 멍청한 인간들이 아니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기다리던 손님이었다. 노이타 청장은 마무리하지 못한 서류들을 일단 치워두고 손님을 들여보냈다.

 

 이윽고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엄청난 거구까지는 아니었지만 제법 몸집이 컸다. 그리고 다부졌다. 대충 봐도 오랜 기간 단련된 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금발 머리를 짧게 깎았으며, 그 아래로 푸른 눈이 조용하게 불타고 있었다. 다가가기 쉬운 인상은 아니었지만 미남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드리안 드라켈이라고 합니다."

 

 "오느라 수고 많으셨겠군. 젊은 기사."

 

 운명 기사단의 세 번째 기사 드라켈은 노이타 청장 맞은편에 앉았다. 노이타 청장은 그를 더 자세히 뜯어보았다. 이런 자리가 아니더라도 기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분위기가 온몸에 흘렀다. 최소한 범상한 자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한눈에 알 수 있으리라. 표정은 묘했는데, 생동감이 없는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기질 가면을 뒤집어쓰기라도 한 듯,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든 표정이었다.

 

 노이타 청장은 유리아의 운명 기사단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옛날, 인간들이 하나의 공화국으로 통일되기 이전의 잔재인 기사들은 태생부터 각 국가들과는 관련이 없는 단체였다. 인간들이 통합되고 외계 종족과 연방까지 구성하게 되면서 테라 공화국의 부속 기관으로 편입되었지만, 청장의 생각으론 낡아빠진 구시대의 잔재에 불과했다. 지금 당장 기사단을 해체한다 해도 대체할 군대는 많았다.

 

 "무슨 일로 이렇게 먼길을 오신거요?"

 

 "청장님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걸 부탁드리러 왔죠."

 

 "협조라."

 

 노이타 청장은 찻잔을 들여다보았다. 마시지는 않고 바라만 보았다.

 

 "무슨 협조가 필요하지?"

 

 "아시다시피 저희 기사단의 본거지는 칼리아입니다. 모르노르에도 파견 병력이 있지만 그리 큰 규모는 되지 못할 뿐더러 최근에는 많은 나이든 기사들의 은퇴로 가용 병력에 손해가 생겼습니다. 그러니 모르노르의 경찰병력을 빌려주실 수 없냐는 겁니다."

 

 "이해가 가지 않소만. 대체 기사단이 모르노르에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요?"

 

 "지금 당장은 그럴 일이 없겠지요. 훗날을 도모하는 겁니다.“

 

 들을수록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노이타 청장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청장은 근엄하게 손을 포개 턱 아래 놓았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

 

 "대의지요."

 

 "뭐?"

 

 "청장님."

 

 드라켈의 목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싸늘해진 것 같았으나, 어딘지 모르게 능글맞은 어조까지 섞였다.

 

 "지금의 연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라고?"

 

 "우리가 저 미개한 외계인들과 손잡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것 아십니까? 오래 전, 우주의 나이와도 비슷할 정도로 오랫동안 살아왔던 종족이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의 저 넬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월한 기술력으로 우주를 개척해나갔고, 가꾸었죠. 수천년 전... 그들은 멸망했지만, 아직 한 종족이 살아남아 그들의 피를 일부 잇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거의 속삭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인간이죠."

 

 "제정신인가? 지금 그따위 헛소리를 내 앞에서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건가?"

 

 "그 고대 종족의 존재는 사실입니다. 고고학적으로 수많은 유적들이 그걸 입증하고 있지요. 그러니 우리 인간이야말로 은하를 지배할 자격을 가진 종족입니다. 다른 종족과 나눌 필요가 없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광신도의 헛소리란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어진 노이타 청장은 할 말마저 잃고 드라켈을 바라보았다. 이자는 위험한 사상을 가졌다. 절대로 넘어가지 않는 것은 물론, 기사단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

 

 "성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청장님께 저희와 함께할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집어치우게."

 

 청장은 더 이상 이 젊은이와 얼굴을 맞대고 싶지도 않았다.

 

 "이 차를 귓구멍에 부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황당한 소리군. 그래도 이것만은 물어보지. 자네는 기사단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다른 세 종족을 상대로 인간이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보나? 로아와 에냐도 연합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보기 힘들어. 하물며 넬은 어떠한가? 저 멀리의 아라니라들은 가만히 있을 것 같은가? 전부 허황된 꿈에 불과해."

 

 "제가 섬기는 분께는 아주 큰 계획이 있지요. 청장님께서 저희에게 힘이 되어주신다면... 그 계획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고 말입니다."

 

 더 이상 대화할 가치가 없었다. 노이타 청장은 거칠게 책상을 내려쳤다. 아직 덜 마신 잔에서 차가 튀어 서류 귀퉁이를 적셨다.

 

 

 

 "당장 꺼지게. 이 세계에 다시는 발도 붙이지 말게!"

 

 "청장님."

 

 드라켈은 여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재차 불렀다.

 

 "지금 이 기회를 거절하신다면, 청장님은 해임되실 겁니다. 아주 거친 방법으로."

 

 "뭐라고?"

 

 "2년 전, 하라드의 '복수자'조직을 소탕할 때의 일입니다. 기사단도 그 작전에 참여했었죠? 그때 재미있는 물건을 하나 발견했는데 말입니다."

 

 드라켈은 악독한 표정으로 씩 웃었다.

 

 "그들의 거래장부에, 청장님의 이름이 어떻게 씌여 있는지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무슨..."

 

 드라켈은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났다. 그리고 몸을 돌려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저희에게 있어 청장님은 비장의 수가 아닙니다. 최후의 보루도 아니죠. 기회를 드린 것은 오히려 저희 쪽이었다는 걸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말미를 드리죠. 하지만 길지 않을 테니 오래 생각해주진 말아 주십시오.“

 

 문이 닫히기 전, 드라켈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럼, 신중히 숙고해 보시기를."

 

 드라켈이 나가고 한참동안, 노이타 청장은 다시 서류 검토를 시작할 생각조차 못하고 주먹만을 부르쥐고 있었다. 이가 빠드득 갈렸다. 당장 달려나가 저 건방진 애송이를 갈아마시고 싶었다.

 

 힘들었지만, 머리를 식히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라드의 복수자라. 그 검거 작전 때 분명 회수하려 했던 거래장부가 보이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기사단의 손에 들어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찌 저 가증스런 기사는 그 일을 알고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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