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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너무 밝은 곳의 그대
작가 : 드리민
작품등록일 : 2019.5.17
너무 밝은 곳의 그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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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의 인연을 끝으로, 사제가 된 남자.
5년 전의 사고를 끝으로, 흡혈귀가 된 남자.

너무 밝은 곳의 그대를 향한 이야기.

 
#15 순록을 탄 여인의 승리 (5)
작성일 : 19-07-22 22:57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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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조지는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다. 던스턴은 안개로 변해 이 숲 어딘가에 숨은 라뮤로스의 영혼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조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안개로 변했다. 그의 검은 체칠리아가 챙겨 손에 쥐었다. 손에 든 검은 신성한 힘으로 맥동하고 있었다.

 

  “이 숲 어딘가에 숨은, 그렇게 보는 눈이 없나. 나는 이미 이 숲과 하나가 된 것을!”

 

  라뮤로스의 외침이 숲 전체를 울리며 사제들에게 가시가 떨어졌다. 안토니오와 체칠리아가 검을 휘두르며 막아서고, 던스턴과 루카스는 기도를 올려 빛의 방어막을 펼쳤다. 아무리 제 몸을 부풀려 이 숲과 하나가 되었다고 해도, 존재를 유지하려면 영혼은 한곳에 머물 수밖에 없다. 조지는 숲 전체를 돌면서 드무스의 영혼을 찾았다.

 

  “흡혈귀이면서도 사제와 뜻을 함께하다니, 에어드부르가에 이어 너도 결함이 크구나.”

  “나도 사제와 뜻을 같이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움직일 뿐.”

  “그렇지. 너의 사랑 말인가.”

 

  조지는 안개를 거두고 사제들의 옆으로 돌아왔다. 숲 전체를 돌았지만 라뮤로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계속되는 공격 속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채, 라뮤로스의 말이 어디서 오는지 귀를 기울였다.

 

  “나의 권속이 되면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

  “네 손에 망가진 채로, 말이냐.”

  “그것은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

 

  그것은 라뮤로스의 목소리만이 아니었다. 그렉을 향한 자신의 욕망이 제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들렸다. 라뮤로스는 분명 수많은 탐욕을 보아왔을 것이다. 조지의 욕정 정도는 쉬이 알아챌 수 있겠지. 조지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조지는 무릎을 구부려 땅에 손을 짚었다. 그 자리에는 그의 그림자가 있었다.

 

  “필요 없다!”

 

  조지는 제 그림자의 멱살을 잡아 끄집어 올렸다. 드무스가 그 속에서 끌려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사제들이 일제히 드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라뮤로스는 그들을 비웃으며 그저 장미 덩굴을 날렸다. 사제들의 방어막에 큰 금이 갔다. 그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그저 무기만 겨눌 뿐이었다.

 

  “보았느냐, 사제들아. 나의 힘은 이제 영원한 빛마저 넘어서려고 하고 있다. 그믐달 숲의 축복을 완전히 받아내면 세상의 그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게 된다!”

 

  라뮤로스는 멱살이 붙들렸으면서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이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조지의 귓가에 속삭였다.

 

  “바보 같은 것.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거부하겠다면, 나도 네가 필요 없다.”

 

  라뮤로스 드무스가 조지의 복부를 향해 저주의 힘을 퍼부었다. 조지의 손아귀에 힘이 빠지고, 배에는 마치 가시를 단 채찍에 고문당한 것처럼 쓸린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조지는 라뮤로스의 이어지는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큰 포물선을 그리며 사제들의 뒤로 날아가 쓰러졌다.

 

  사제들은 시시각각으로 강해지는 라뮤로스의 힘에 경악했지만, 그렇다고 뒷걸음질 칠 수는 없었다. 체칠리아는 던스턴에게 말했다.

 

  “던스턴 사제님, 지금인 거 같네요.”

  “지금, 말입니까.”

 

  체칠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긴박한 대치상황에서 악보를 뒤적거릴 틈은 없었다. 던스턴은 기억해둔 악보대로 음을 잡기 시작했다.

 

  끝없는 피 굶주림, 제 앞에 서 있으니.

  두려운 마음 가진, 우리를 살피소서.

 

  빛이여, 구하소서. 신실한 자손들을.

  빛이여, 내치소서. 저주의 그림자를.

 

  들어라, 사악이여. 정화의 목소리를.

  보아라, 흡혈귀여. 절제의 현신들을.

 

  드무스는 흡혈귀를 향한 분노로 모든 글자를 눌러 쓴 그 성가의 글귀에 감탄했다. 구원과 용서보다 증오와 정화를 앞세운 힘에 힘을 거두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제들의 힘은 영원한 빛이 내려주는 것이다. 이 순간만 버티면 새로운 성가의 힘 따위 아무것도 아닐 터다.

 

  성가의 힘만 견디면 될 일이라면, 그랬다.

 

  “성 안토니우스의 이름으로, 아홉 선지자 중 하나이신 성 미하일로스의 앞에 기도드려 이 검을 바치노니. 성 안토니우스와 성 미하일로스를 따르신 모든 빛이여, 감히 청하건대 이곳의 사악을 용서할 구원의 힘을 내려주소서.”

 

  안토니오의 검이 그의 기도와 함께 빛을 발했다. 검에서 성 안토니우스의 기도가 들렸다.

 

  “아홉 선지자 중 하나이신 성 미하일로스의 앞에 기도드리니, 싸움에서 저희를 지켜주소서.”

 

  그러자 검에서 사악을 멸하는 불꽃이 일어났다. 검의 손잡이 끝에 달린 종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사제들을 감쌌다. 검에서 솟구친 빛이 시인의 숲을 꿰뚫었다. 흡혈귀들의 성소, 빛이 들지 않는 어둠이 완전히 깨졌다. 흡혈귀를 멸하고 저주를 막아 세상의 파멸을 저지한 영원한 빛들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노래를 계속하세요, 던스턴 사제님! 영원한 빛들께서 당신을 도울 겁니다!”

 

  안토니오의 말에 던스턴은 계속해서 성가를 반복해서 불렀다. 영원한 빛들이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거대한 합창이 되었다. 드무스는 그들의 힘을 피하려고 계속해서 덩굴로 그늘을 드리웠지만, 성 안토니우스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덩굴을 불태웠다.

 

  드무스는 영원한 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화의 힘에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비웃었다. 그들이 이렇게 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다면, 저들이 해치지 않겠다고 말한 에어드부르가의 나약한 권속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드무스는 조지가 쓰러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조지는 없었다.

 

  “하하하! 보아라, 사제들아! 너희는 해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하지만 너희들의 힘에 이미 이 숲을 지키려고 한 파수꾼은 소멸했다.”

  “누가 소멸했다고?”

 

  그 목소리에 라뮤로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배에 흉터가 남은 조지가 서 있었다. 그는 드무스의 머리 위에 있는 나뭇가지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의 검을 줘!”

 

  체칠리아는 조지를 향해 순록의 뿔로 장식한 검을 던졌다. 그는 검을 잡아 드무스에게 달려들었다. 앞뒤에서 들이닥친 신성한 힘에 드무스는 점점 지쳐갔다. 그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성 안토니우스의 검으로부터 힘을 받는 영원한 빛들은 그저 강할 뿐이다. 그저 강하기만 한 것이라면 버텨서 생존하는 것이 곧 승리다.

 

  하지만 조지가 들고 있는 검에 공격을 허용할 때마다, 그는 라뮤로스로서 가지고 있던 특별한 힘들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대로 평범한 흡혈귀로 몰락해버리면 저항할 틈도 없이 소멸해버린다.

 

  “감히 내 힘을 빼앗으려 들다니!”

 

  드무스는 단단한 가시덩굴을 두 팔에 감싸 조지를 향해 휘둘렀다. 조지는 자신의 검으로 그의 공격을 막았다. 드무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두 팔로 검의 날을 붙잡았다. 조지는 검을 빼내려고 했지만 드무스는 그대로 팔을 비틀어 날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이걸로 너의 잔재주는 끝이다!”

 

  드무스는 그대로 조지에게 다시 팔을 휘둘러 조지를 쓰러뜨렸다. 조지는 굵은 나무에 부딪혀 정신을 잃고 쓰러뜨렸다. 체칠리아는 환상 속에서 보았던 검이 부서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진정으로 놀라운 일은 지금부터였다.

 

  둘로 쪼개진 검이 빛의 입자들로 변해 사라지고, 드무스와 조지 사이에 순록이 한 마리 나타났다. 영원한 빛이기도 한 그 순록 위로 누군가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체칠리아는 외쳤다.

 

  “에어드부르가!”

  “늦어서 미안하구나.”

  “뭐라고!”

 

  백금의 갑주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금색 광채를 은은히 내뿜는 흰 머리카락의 엘프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가 에어드부르가라는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 그녀의 손에는 방금 부서졌던 조지의 검이 영원한 빛으로 다시 제련되어 들려 있었다.

 

  “나의 이름은 에어드부르가. 이곳 아르티제에서 태어나 그믐달의 숲을 다스리던 흡혈귀 왕의 노예가 되었던 자. 그리고 그 왕의 목을 이 검으로 직접 떨어뜨린 자다.”

 

  에어드부르가의 윤회는 아르티제에서 노예 흡혈귀가 되는 것으로 끝났지만, 그 이전에는 무수한 윤회를 거쳤다. 그중에 그녀는 북쪽 대산맥에서 엘프로 태어난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숭고한 사명을 가진 전사였고, 온몸을 관통한 저주가 동료들에게 퍼지지 않도록 홀로 외로이 죽었다.

 

  그 자리를 함께한 것이 그녀의 순록이었다. 첫 뿔을 그녀의 검을 장식하는 데에 바친 그 순록은 짐승의 몸으로 사악을 끊어내고자 한 이에게 충절을 다한 공덕으로 영원한 빛이 되었다. 에어드부르가는 그 사실을 기쁘게 여겼다.

 

  십오 년 전, 그녀는 운명에 이끌리듯 그믐달의 왕의 명령으로 대산맥에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먼 과거의 자신이 휘둘렀던 검을 얻게 되면서, 전생의 기억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사악을 끊어내는 옛 자신의 사명을 이어가겠다고 홀로 맹세했다.

 

  “그리고 십 년 전, 나는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 나의 검을 들었다.”

 

  체칠리아는 그녀의 말에 운명의 씨실과 날실이 얼마나 첨예하게 짜여 있는지 다시 실감했다. 에어드부르가는 이 모든 순간을 위해 준비된 세계의 안배와 같았다. 체칠리아는 한쪽 무릎을 꿇고 영원한 빛인 에어드부르가에게 기도를 올렸다.

 

  “사악을 끊는 고결한 파수꾼, 에어드부르가여! 이 땅에 내려앉은 모든 사악을 멸하소서!”

 

  사제의 기도는 영원한 빛에게 힘이 된다. 그들은 믿음의 힘으로 세상의 규칙에 개입한다. 에어드부르가는 체칠리아의 기도에 검을 높이 들고 대답했다.

 

  “내가 세상의 빛이 된 뜻이 그러하듯, 너의 뜻대로 이뤄지리라.”

  “허튼소리!”

 

  드무스가 순록을 타고 달려드는 그녀에게 대항해 가시덩굴들을 날렸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는 안토니오가 있었다. 안토니오는 성 안토니우스의 검으로 그의 등을 찔렀다. 정화의 불꽃이 그를 안쪽부터 휘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무스의 앞으로 에어드부르가의 검이 날아들었다.

 

  그 숲의 빛이, 사악한 가시덩굴을 모두 말려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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