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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면진(免震)
작가 : 디비
작품등록일 : 2018.11.2

이해하지 마! 우린 그저 세상이 돌아가게 만들 뿐이야. 누구 하나 몰라도 돼. 아니 몰라야 해.
우리 사훈(社訓)이 면진(免震)이야! 그러나 정세현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업물][경제물][경영물][드라마][성장물]


소설을 처음 써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지명,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로 창작된 것이며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우연에 의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동물의 왕국
작성일 : 19-06-05 00:06     조회 : 370     추천 : 0     분량 : 7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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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 아 ~~ 리 ~~ 눈물 ~ 고개 ~~ 님이 떠난 이별~~ 고개~.’

 금선당의 위상에 걸맞게 ‘단장의 미아리 고개’가 울려 퍼져 내부를 휘감았다. 3억 6천만 원짜리 사운드 시스템에서 단 한 번도 클래식이 울려 퍼진 적은 없었다. 조판규가 눈을 지그시 감고 박자에 맞춰 고개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형님 너무 성급하셨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허밍으로 따라 부르던 조판규가 살며시 눈을 떴다.

 “뭐가? 내 눈 못 뜨고 헤맸나?”

 조판규는 흥이 깨진 듯 리모컨의 전원을 눌렀다. 다시 금선당의 내부는 고요해졌다.

 “먼저 당근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나 해서요?”

 “맞나? 요즘 들어 왜 이리 조바심이 나는지 모르겠다. 니는 아나?”

 “네. 알아서 잘들 하면 그때 가려운 데 긁어주면 됐을 텐데요.”

 “그러나? 니는 금마들 금수(禽獸)로 봤나? 단지 인간적으로 호의를 베푼 것 밖에 없다. 그네들 내한테 빚졌다. 빚 갚아야 안되나? 아직 빚 얘기는 안 했다. 맞나?”

 고자춘이 빠르게 조판규의 표정을 읽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잘하셨습니다.”

 고자춘이 멋쩍은 듯 애꿎은 안경만 매만졌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었다. 신문사 사장단에게 호의로 포장된 선물은 아니 빚은 조판규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갚아야 했다. 또한 금선의 조판규는 오류가 없는 신과 같은 존재여야 했다.

 조판규가 다시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가 이내 다시 내려놓았다. 이미 흥이 깨질 대로 깨진 후였다.

 “회장님, 노병익, 정무식, 강문화 팀장 대기하고 있습니다.”

 비서가 인터컴으로 안내하기 무섭게 본당 대형 모니터가 자동으로 켜졌다.

 화면상에 기획조정실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 법무팀장 정무식, 커뮤니케이션팀장 강문화의 모습이 보였다.

 

 술이 몇 순배 돈 듯 셋의 얼굴이 얼근얼근 취기가 도는 것처럼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그래. 무슨 말이고?”

 조판규가 신문사 사장단을 맞이했을 때와 다르게 소파가 아닌 평상 위에서 내려다봤다.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이 가져온 파일철을 뒤적였다.

 “채권단에서 YH반도체 입찰 조건을 틀었습니다.”

 “그래. 그건 고실장한테 전해 들었다. 대한민국 대단하다. 법과 원칙도 없다.”

 “네. 여론의 방향을 바꿔서 경쟁입찰까지는 성사시켰으나…….”

 커뮤니케이션팀장 강문화가 말을 잇지 못했다.

  “당선인 비서실장 예상호가 고실장을 만났을 때는 분명……”

 다급하게 금융선진화팀장인 노병익이 받았다.

 “오늘 취임식이 있었으니까 이제 BH(Blue House) 비서실장입니다.”

 고자춘이 다시 정리를 했다.

 “그래. 안다. 잔칫날 떡도 안 주고 우리 보고 들러리 서라 안 했나?”

 “네. 저희가 축하만 받아봤지 언제 한 번 남들 축하를 해본 적이 있어야지요?”

 고자춘은 담담하게 찻잔을 들어 입을 축였다.

 “맞다. 근데 왜 이리 호들갑이고?”

 “다시 컨소시엄 참여로 최종 통보됐습니다.”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의 목소리를 기어들어 갔다.

 “아이고, 똥구멍에서 불난다. 불나.”

 조판규도 열이 나는지 연신 부채질해 댔다.

 “저희를 들러리 세우고 싸게 먹으려다가…….”

 고자춘이 앉아 있던 소파 끝으로 몸을 곧추세웠다.

 “그래. 우리가 춤 못 춰준다니까. 맞나? 쩐도 없이 아주 도둑놈 심보다. 맞나?”

 “네. 회장님. 저희가 명목상 입찰에 참여해서 두 번째로 높은 인수 가격을 써낸 것만으로도 시장에서는 그리 논란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시장은 저희 금선의 가격을 적정기준으로 바라보니까요. 저희보다 더 써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돼도 오히려 감정평가를 잘 못해서 돈을 더 썼다는 인상도 풍길 수 있으니까요. 구린내가 말끔히 덮입니다. 경쟁입찰로 저희에게 한방 먹고 한 발 물러섰지만 저쪽도 그것을 노렸고요.”

 고자춘이 곧추세웠던 상체를 반대쪽에 앉아 있던 셋을 향해 기울였다.

 “근데 고실장아. 니가 와룡에서 그놈한테 앙탈 부렸다. 맞나?”

 조판규가 부채질을 멈추고 웃으며 부채를 쥔 손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앙탈은요.”

 고자춘이 조판규를 바라보다 노병익에게 눈길을 돌렸다. 노병익 앞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파일철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저희가 산정한 적정 인수 가는 6조 2,000억 원입니다.”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이 파일철을 들고 눈에서 멀리 떨어뜨렸다.

 “아이고, 노팀장아 니 벌써 노안 왔나?”

 고자춘이 조판규의 마음을 읽었다.

 “이봐요, 노팀장. 저쪽에서 컨소시엄 구성해서 들어온다는 게 돈 끌어와서 확실히 하겠다는 건데. 좀 더 써봐요. 밟으려면 확실히 밟아야지요.”

 고자춘이 조판규 앞이라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에게 존대를 했다.

 “이 가격도 프리미엄까지 염두해서 최대 측정한 값입니다.”

 “금선 반도체에서 가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얼마예요?”

 고자춘이 다시 조판규의 생각을 밀어붙였다.

 “10조 6,400억입니다. 말씀드리기 외람되지만 저희 팀에서 평가하고 결론 내린 바로는…….”

 용상에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조판규가 다시 압박을 가하려는 고자춘의 입을 막았다.

 “고실장아. 아니다. 노팀장아 계속해라.”

 잘못된 판단의 오물을 고자춘이 다 뒤집어썼다.

  “네. 최대 적정가에서 더 써낸다면 유동성 경직이 엄청 심해집니다.”

 “그래. 맞다. 그리 인수한다 해도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조금만 조여와도 바로 질식사한다. 맞나?”

 “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시장에서 말하는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도 있고 자의든 타의든 갑작스럽게 신용경색이 온다면 최악의 경우 흑자부도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고자춘이 조판규를 쳐다보며 의중을 읽으려 노력했다.

 “저희가 지금 당장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해도 계약에 따른 법률적 검토뿐만 아니라 계약서 작성 시 글자 한 자 한 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처럼 법무팀장이 정무식의 말문이 트였다.

 “또 부수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아서 일정을 맞추기에 시간이 촉박하고 또 워낙 회장님께서 빚을 싫어하셔서……."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이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

 “금마들 그거 노린 거 아니겠나? 맞나?”

 조판규가 고자춘을 보며 웃어 보였다.

 “그럼 우리가 짊어질 리스크는 뭐요?”

 고자춘이 재차 공격적으로 나왔다.

 “비체계적 위험입니다.”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은 갑자기 공기가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

 “죄송합니다.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습니다.”

 “노팀장아 받아 올 자신 있나? 밥값은 해야지. 맞나?”

 조판규가 재미있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이 고자춘을 바라봤다. 고자춘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네. 회장님. 자신 있습니다.”

 같이 온 법무팀장 정무식과 커뮤니케이션팀장인 강문화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다.

  “그래. 정말 통제 가능하나?”

 조판규가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노병익이 질문의 의미를 몰라 당황한 표정을 짓는 사이 고자춘이 조판규의 뜻을 전했다.

 “입찰에 성공하면요?”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이 의아하게 고자춘을 쳐다봤다.

 “문제없습니다.”

 “그래요? 실패하면요?”

 고자춘이 재차 물었다.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이 질문을 한 고자춘 대신 조심스레 조판규의 눈치를 살폈다.

 “그럴 일 없습니다.”

 “그래. 고실장아 이제 노팀장이 내 늙었다고 놀린다. 맞다. 어느 책에 이리 쓰여 있드라.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위험은 줄어든다 했다. 이제 오늘내일하는데 나한테 무슨 위험이 그리 많겠나?”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런 뜻이 절대 아닙니다.”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아니지요. 실패했을 때 대책은 세워 놨을 거 아닙니까? 우리가 실패 리스크 컨트롤 못 합니까?”

 고자춘이 노병익을 바라봤다.

 “어허. 고실장아. 내 나이 많아서 위험 없다고 노팀장이 안 했나? 마음 것 하고 싶은데로 놀아도 된다고 했다. 맞나?”

 다시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은 조판규의 눈치를 살폈다. 조판규가 손짓하며 웃어 보였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입찰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정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입찰 금액도 세이브된 상태에서 3년 정도 버틸 체력은 충분하다는 판단입니다.”

 “치킨게임?”

 고자춘이 노병익에게 반문했다.

 “고실장아. 인생은 게임의 연속이다. 맞나?”

 고자춘의 시선이 실없이 웃고 있는 조판규를 향했다.

 “네. 맞습니다. 기술적 격차도 미니멈 3년 정도 우위에 있고 잘하면 어부지리로 YH반도체 밑에 군소 업체들까지 정리할 수 있다는 경영상 정책적 판단입니다.”

 “근데요?”

 고자춘이 조판규를 바라보다가 허리에 담이 왔는지 미간을 찌푸리면서 노병익 쪽으로 기울였던 상체를 다시 소파에 깊숙이 파묻었다.

 “네. 경우의 수까지 생각해 봤을 때 YH반도체를 효림 그룹이 인수한다고 해도 물론 그쪽 컨소시엄과의 계약조건을 알아봐야겠지만 저희가 드라이브 걸면 이자 감당하기도 버거울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YH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군소 업체들까지 버티기 어려울 것입니다. 각 나라의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도 있지만 현재 각국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결국 파산신청을 하거나 군소업체들끼리 합병 추진을 할 텐데 그때 저희가 골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도체 경기는 어때요?”

 이쯤 되면 고자춘은 조판규의 완벽한 가게무샤(대역)였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기 버겁습니다. 앞으로 계속 지속되리라 예상됩니다.”

 “수요가 그리 많다면?”

 “저희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도 했고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도 다 세워놨지만 다른 업체들은 수요만 보고 확장했다가 나중에 수요가 죽었을 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자하고 고정비용에 치여 죽을 겁니다.”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은 조심스레 조판규를 바라봤다.

 “맞다. 다 죽으면 앞으로 20년 후에는 자네들 이마에도 하나씩 박아야 할 거 우리 금선 거밖에 없다. 맞나?”

 조판규가 농을 쳤다.

 “이 프로세스는 이번 인수합병과는 별개로 지금 타이밍을 재고 있습니다. YH반도체를 인수하면 나중에 쓸 수 있는 히든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인수를 못 하게 된다 하더라도 최선의 옵션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위기가 저희에게는 기회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 위기가 기회고 기회가 위기다. 맞나? 노팀장아. 욕봤다. 금융선진화팀 공부 많이 해왔다.”

 조판규의 표정을 읽은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이 자신감을 얻었다.

 “리스크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거 같습니다. 회장님.”

 고자춘의 얼굴에도 이제 막 화색이 돌 때였다.

 “노팀장아. 니는 주판알만 튕길 줄 안다.”

 조판규의 이 한마디에 모처럼 따스한 공기가 흐르던 금선당 내부가 급속 냉각됐다.

 “고실장아. 어디서 냄새 안 나나?”

 “무슨 말씀이신지?”

 고자춘의 얼굴에 화색이 돌긴 돌았다. 그 낯빛은 당황스러운 색을 띠고 있었다.

 “금마들 똥구멍만 불났나? 우리도 불났다. 맞나?”

 금선당에서 조판규를 제외한 모두가 코를 찡긋거리며 냄새를 맡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고실장아 니 꼬리 있나?”

 “없습니다.”

 “니는?”

 조판규가 금융선진화팀장인 노병익을 바라봤다.

 “없습니다.”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었다. 고자춘에게도 어려운 문제였다.

 “이를 어쩌면 좋나? 똥구멍 냄새 맡고 똥파리들 꼬였다. 꼬리를 흔들어 쫓아 내야 하는데 큰일 났다. 똥구멍에서 내장까지 다 파 먹혀 썩게 생겼다. 이러다 죽지 싶다.”

 조판규가 더운 듯 다시 연신 부채질했다.

 “우리가 YH반도체 인수했을 때 똥파리들이 가만히 있겠나? 맞나?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 어디고? 똥파리들이 붙어 뜯어먹기 좋은 곳 말이다.”

 고자춘은 어려운 문제를 풀었다. 미소가 이를 증명했다.

 “통신에서 썩은 내 많이 난다. 맞나?”

 이미 며칠 전에 고자춘이 금융선진화팀장 노병익에게 금선 텔레콤에 대해 단단히 일러뒀었다.

 “미처 몰랐습니다. 살펴보겠습니다.”

 고자춘은 전혀 몰랐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 그제야 조판규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부채질을 멈췄다.

 “하이에나는 사냥할 때 어떤지 아나? 몰래 뒤로 가서 야들야들하고 최고 연한 생식기를 물어뜯는다. 물어뜯긴 먹잇감은 엄청난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간다. 또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고통까지도 즐기는 거 맨치로.”

 하이에나가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먹잇감을 쳐다보듯 조판규가 소파에 앉아 있는 4명을 쳐다봤다.

 “회장님. 인수 실패하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저희가 반드시 인수하겠습니다. 상대 생식기 물어뜯을 일도 없을 겁니다.”

 금융선진화팀장인 노병익과 법무팀장 정무식, 커뮤니케이션팀장 강문화는 척하면 척하고 알아듣는 고자춘의 능력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그래. 맞나? 만약 생식기를 물어뜯게 생기면 아주 잘근잘근 씹어서 가져와야 한다. 죽여도 그냥은 못 죽인다. 우리도 그 발버둥 치는 모습 봐야 하지 않겠나? 고통이란 고통은 다 맛뵈줘야 한다. 명심해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만약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다들 생식기는 있기 마련이니까요.”

 거북스러운 대화였지만 아무도 불편한 속내를 얼굴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 왜 눈 핏대 세워가며 YH반도체 가져가려고 하는지 생각해 봐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의를 위한 뭐 그런 기가? 아니다. 지들 잇속이다. 그러니까 서로 똥구멍 맞추는 기다. 맞나? 분명 튼실한 생식기는 분명 있다. 맞나? 우리도 생식기 있나? 근데 그거 아나? 꼬리를 착 밑으로 말면 생식기도 보호할 수 있다.”

 말없이 고자춘이 조판규에게 고개를 숙였다.

 “법무 니는 소송까지 염두에 둬라. 커뮤 니는 고실장한테 얘기 들었지? 민원 처리 좀 해라. 노팀장 니는 다음에 올 때는 꼬리 달고 와야 하고. 이제 나가봐라. 목 탄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90도 인사를 한 후 물러났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 북풍한설 몰아칠 때~’

 3억 6천만 원짜리 사운드 시스템이 다시 제값을 하기 시작했다.

 조판규는 용상바닥에 거의 누운 체 손가락으로 리듬을 탔다.

 “형님, 동물학에도 조예가 깊으신 줄 몰랐습니다.”

 “조예는 무슨. 고자야. 동물의 왕국 보면 다 나온다. 테레비 보다 보면 우리네 세상보다도 더 단순하고 담백한 게 동물의 세계다. 아나? 참 니는 모를 수도 있겠다. 니는 생식기에 달린 게 없어서 모를 수도 있다. 맞나?”

 조판규는 활짝 고자춘은 멋쩍게 웃었다.

 “이번 기회에 밥상머리 교육 제대로 해야 한다. 어디 시장통에서 소주에 국수 말아먹으면서 담배 피우고 바닥에 침 찍찍 뱉던 행동 그대로 하면 되나? 각각 위치와 상황에 따른 매너가 있다. 그 룰을 모르고 까불면 같이 밥 못 먹는다. 밥상머리에 앉은 다른 사람들도 다 싫어한다. 맞나?”

 “형님. 이번 기회에 알게 되겠죠. 지들이 어느 위치에서 누구와 밥을 먹고 있는지. 잠시뿐이지만요.”

 “고자야. 5년 길다.”

 ‘십 년이 가도~ 백 년이 가도~’

 ‘단장의 미아리 고개’ 한 곡이 끝나기도 전에 인터컴이 울렸다. 조판규 대신 고자춘이 받았다.

 “형님, 왔습니다. 채비하시죠.”

 조판규가 피곤한 기색 없이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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