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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3
작가 : 갈마루
작품등록일 : 2016.9.5

선(善)은 승자의 역사이고 악(惡)은 패자의 더럽혀진 이름일 뿐, 선과악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어! 정말 선과 악이 싸우는 거라 믿는 거야? 천만에! 악(惡)과 악(惡)이 싸우는 거야!

 
2화.통곡의 절벽_3
작성일 : 16-09-27 15:44     조회 : 802     추천 : 0     분량 : 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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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 ※ ※ ※

 

  자정이 지나도록 박달의 군영은 승리에 도취되어 흥청거렸다. 병사들은 무리지어 둘러앉아 질펀하게 술판을 벌였고 술에 취해 저마다 자신들의 영웅담을 쏟아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개중엔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는 자가 있는가 하면, 그 노랫가락에 맞춰 춤을 추는 자들도 있었다. 휘영청 보름달아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흥에 겨운 병사들을 뒤로하고 두 명의 사내가 호탕하게 웃으며 정적에 휩싸인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호랑이 가죽이 깔린 커다란 나무의자의 팔걸이에 비스듬히 턱을 괴고 앉아 아롱거리는 횃불에 시선을 고정한 채, 깊은 생각에 잠긴 치우의 모습이 보였다. 치우의 시선너머로 횃불의 그림자가 너울거리는 풍백의 굳어진 얼굴도 보였다. 치우는 운사와 우사가 막사 안으로 들어오자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이내 횃불로 시선을 다시 돌렸다. 치우와 풍백사이에 흐르는 무거운 정적에 운사와 우사의 얼굴이 일순간에 굳어졌다.

  “천자! 중천의 아수라들이 어떻게 절대자의 결계를 풀 수 있었겠습니까? 이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풍백이었다. 그러나 치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우사가 풍백의 말을 가로챘다.

  “천자께서도 분명 보시지 않았습니까? 아수라들이 육신을 가지고 결계를 넘어왔습니다!”

  “우사! 너는 나의 침묵을 의심하는가?”

  횃불에 시선을 고정한 채, 치우가 근엄하게 물었다. 그러자 우사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어찌 감히 천자를 의심하겠나이까?” 그리고는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고 말을 이었다.

  “중천의 하급 종족인 아수라들이 제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을 감히 행하고 천계의 규율을 어긴지라 미혹한 마음에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풍백의 말에 틀림이 없지 않습니까? 아수라의 힘으론 결계를 풀 수 없습니다. 이는 천자께서도 아시고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일련의 정황이 모두 그에게로 향하고 있는데 천자께서는 어찌 그의 이름을 담지 않으시고 침묵만하고 계시나이까? 천자시여! 저는 우매하여 내일을 알지 못 합니다! 부디 천자께서 길을 인도하여 주시기 바라옵니다!

  “그를 모독하지 마라! 그도 절대자의 아들이시다!”

  “….”

  “천자시여! 천부인에 깃든 정령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습니다. 전쟁을 치르면 치를수록 살생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통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엔 운사가 거들고 나섰다. 그러자 치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천부인의 정령은 변치 않는다! 천부인을 수호하는 너희들의 영혼이 혼탁해지는 것이다.”

  치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막사 밖으로 사라지자. 풍백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운사와 우사가 황급히 그들의 뒤를 따라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막사를 빠져나온 치우는 막사 뒤로 난 비탈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풍백과 일행들이 말없이 따랐다. 비탈길을 따라 한참을 돌아가자 깎아지른 가파를 절벽위에 십여 평 남짓한 넓이의 둔덕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치우가 둔덕의 맨 끝부분에 다다르자 드넓은 대지가 달빛아래 광활하게 펼쳐져있었다. 둔덕에 올라 발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는 치우의 머리위에 커다란 달무리가 걸렸다. 그의 뒤로 몇 걸음 물러나 풍백과 운사 그리고 우사가 서있었다.

  “환인께서 천부인을 내게 주시며 이리 말씀하셨다. 아들아! 천부인은 나의 인장이요 하늘의 보인이니 너는 기꺼이 받으라 하늘의 권능이 너에게서 끝남을 두려워 마라! 환란의 시대는 통곡의 절벽과 함께 열릴 것이니 그날에 이르러 너의 선택이 곧 나의 선택 이니라!”

  “무슨 말씀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 또한 그러했다.”

  “…”

  “풍백!”

  “네!”

  “운사와 검이 우사가 방울과 하나이듯이 너와 거울은 하나다! 천부인은 제 수호자를 스스로 정한다. 천부인으로부터 선택받은 자가 인장의 수호자이고 그들이 바로 너희들이다.”

  “천자시여! 그럼 어찌하여 저희의 기억이 그때에 이르지 못하는 것입니까? 저는 물론이거니와 운사와 우사의 기억 속에는 그러한 기억들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환인께서 너희를 보내실 때 너희의 기억을 모두 지우셨기 때문이다.”

  “네? 어찌하여 그러신 겁니까?”

  “너희들은 이세계의 존재들이 아니기 때문이지….”라고 말하던 치우가 말끝을 흐렸다. 치우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풍백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너의 선택이 곧 나의 선택 이니라….”

  “환란의 시대에 이르러 너의 선택이 곧 나의 선택 이니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깊은 사색에 잠긴 치우는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풍백은 똑같은 말만 계속 되풀이 하며 생각에 잠긴 치우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자께서는 지금 환인의 말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선택을 고민하고 계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천자께서는 결정을 하셨고 그 결정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하는 것이다.’ 그때, 치우는 마치 풍백의 생각을 읽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풍백! 운사! 우사! 너희들은 나의 선택을 믿느냐?”

  “천자! 여부가 있겠습니까?”

  풍백과 운사 그리고 우사가 하나와 같이 대답을 하자, 치우는 그들을 들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선택을 하였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그러했듯이 너희의 선택 또한 나의 선택 이니라! 나의 선택을 행하기 전에 나는 환인께서 지웠던 너희의 기억을 되살릴 것이다. 풍백! 운사! 우사! 보아라! 너희의 역사를 그리고 천부인의 탄생을….”

  치우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보름달을 향해 주먹을 폈다가 둥글게 회전하며 감아쥐었다. 풍백과 모두는 치우의 손을 따라 보름달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달 속에 비췬 여인과 어린아이의 얼굴이 그들 모두의 동공에 비춰졌다.

 

 ※ ※ ※ ※ ※

 

  “어머니! 제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여인을 바라보며 아이가 물었다. 여인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전능과 권세가 영원한 분이지.”

  “그 분이 누군데요?” 라고 말하며 아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자, 여인은 백옥같이 고운 손으로 아이의 뺨을 어루만지고는 풀숲을 향해 고개 짓을 했다. 그러자 아이는 여인의 옆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여인은 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풀숲에 앉고는 손을 곧게 뻗어 하늘을 가리켰다. 여인의 손가락 끝에 별이 맺혔다. 아이는 제 어미의 손끝에 맺힌 별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그러자 여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주 오래 전에, 저 수많은 별들이 태어나기 이전에도 절대자가 계셨단다. 절대자는 세상을 만들고 세상을 천계(天界)와 인간계(人間界)로 나누었단다.”

  “천계와 인간계요?”

  “그래, 천계와 인간계, 천계는 또다시 창조를 관장하는 광명의 하늘과 파괴를 관장하는 암흑의 땅으로 나누었고 그곳을 각각 천상과 마계로 불렀단다.”

  “…”

  “절대자에게는 세분의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인 거룩과 둘째 염라 셋째 환인이이란다.”

  “그럼 절대자는 누가 낳았나요?”

  “그분은 세상의 시작이란다. 그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고 또 허락되지 않은 일이란다. 그의 권능은 절대적이어서 그의 아들들과 허락된 자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세상 그 어떤 존재도 그를 만난 적도 만날 수도 없단다.”

  아이는 제 어미의 말뜻을 알아듣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절대자는 세상을 만든 후에 천계의 두 곳을 자신의 두 아들에게 맡겼는데, 둘째인 염라에게는 암흑의 땅인 마계를 셋째인 환인에게 천상의 하늘을 관장하게 하였단다.”

  “그럼 첫째인 거룩은요?”

  “저 수많은 별들이 살아가는 광활한 우주를 관장하게 하셨지.”

  “우아~~~”

  “그렇게 세상을 만드신 절대자는 자신의 권능 세 가지를 자신의 아들들에게 나누어주었단다.”

  “세 가지 권능이요? 그게 뭔데요?”

  “창조와 파괴 그리고 의지라는 권능이었단다. 창조의 권능은 셋째인 환인에게 파괴의 권능은 둘째인 염라에게 그리고 의지의 권능은 거룩에게 각각 나누어주었단다.”

  “의지요? 에이 시시해!”

  아이가 입을 삐죽 내밀자, 여인은 아이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거룩도 그렇게 생각하셨지, 다른 형제들에 비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의지라는 권능을 받아든 거룩은 절대자의 처분을 늘 못마땅하게 생각했단다.”

  “그래서요?”

  “그러던 어느 날, 화가 난 거룩은 의지를 이 드넓은 우주에 풀어버렸단다.”

  “우주에 버렸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거룩에 의해 자유로워진 의지는 제 스스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시작했단다. 세상을 만든 절대자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새로운 질서들이 이 우주에 생겨 난거야! 그리고 우주의 끝에 다다른 의지는 천계와 인간계 사이에 새로운 결계를 만들었단다.”

  “새로운 결계요? 그게 뭔데요?”

  “중천!”

  “중천을 의지가 제 스스로 만들었다는 건가요?”

  “그래 맞아! 중천은 절대자가 만든 것이 아니란다. 처음 세상을 만들 때, 절대자는 천계와 인간계 사이에 벽을 만들지 않으셨단다. 그래서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대화할 수 있었고 인간은 언제든지 신전을 통해 자신들의 신을 만날 수 있었단다. 그런데 중천이 만들어진 후에 그 모든 것이 단절된 거야. 인간들은 더 이상 직접 신을 만날 수 없었고 신들의 땅에 갈수도 없게 되었어! 이때부터 단절의 시대가 시작되었어.”

  “중천이란 곳은 어떤 곳인가요?”

  “빛으로 달려서 49일이나 지나야 도달할 만큼 광활한 곳이란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두 눈을 껌벅거리는 아이를 보며 여인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두 눈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대노한 절대자가 그 즉시로 자신의 아들인 거룩을 시공의 옥에 가두었단다.”

  “시공의 옥이요?”

  “응! 시공의 옥! 빛도 시간도,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신들의 감옥.”

  “그래서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

  “거룩을 시공의 옥에 가둔 절대자는 중천으로 인해 인간이 육신을 가지고는 더 이상 천계에 이르지 못하자 혼란을 막기 위해 인간의 선조격인 하백족의 후예들을 중천의 땅으로 이주시켰단다. 그리고는 그들로 하여금 인간의 영혼을 천계에 이르도록 돕는 안내자의 역할을 맡기셨단다.”

  “아, 그래서 사람의 영혼이 중천을 거쳐 하늘로 가는 거군요?”

  여인은 아이의 말을 한쪽귀로 흘리며 보름달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보름달을 바라보는 여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어머니! 어머니!”

  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여인의 시선이 아이를 향하자, 아이가 물었다.

  “어머니 몇 번을 불렀는데도 어찌 대답을 안 하세요? 왜 달을 보고 그렇게 표정이 어두우신건가요?”

  “달을 보는 것이 아니란다. 달 속에 비춰진 너를 보는 것이지.”

  “달 속에 제가 있나요? 어디요?”

  “저기…저속에 있잖아 하지만 지금의 네 모습과는 많이 다르단다. 훗날의 네 모습이지”

  “훗날의 제 모습이 어떤데요?”

  “아주 멋있지 근엄하고…하지만 지금은 표정이 많이 어둡구나.”

  “에이 거짓말.”

  여인은 아이를 끌어다 자신의 품에 앉혔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살포시 아이의 몸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선택했다면, 그 또한 나의 선택 이니라!”

  “네? 어머니? 뭐라고요?”

  아이는 제 어미가 알 수 없는 말을, 하자 채근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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