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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COSMIC
작가 : ant103683
작품등록일 : 2018.12.30

머나먼 곳. 알 수 없는 시대. 온 은하계로 뻗어나간 세상. 모험가, 용병, 사냥꾼, 그리고 암살자. 그렇게 시작되는 이야기.

 
9. 아미고(6)
작성일 : 19-02-10 18:55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7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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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장! 맞았다고? 그 저항이니 뭐니 하는 칼은 어쨌냐?”

 건맨이 다급하게 물었다.

 “그게 무적은 아니야.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다고. 1초 쓰면 1분 기다려야 돼. 많이 쓸수록 대기시간은 늘.......악!”

 또 맞은 소리이다. 이번에는 블래스터 특유의 슝 하는 소리마저 들렸다. 그가 말하는 얼굴에서 꽤나 가까운 부분에 맞은 것이다. 아마도 상체 부근일 것이다. 운 좋으면 내장, 나쁘면 갈비뼈를 포함한 심장이나 폐 쪽이 검게 타버렸을 것이다.

 “흡!”

 칼을 여기저기 휘두르는 것과 같은 소리가 들린다. 닫힌 문 뒤에서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는 그는 마냥 안절부절 하고 있을 뿐이다.

 “덤벼, 망할 것들아! 멀리서 쏴재끼면 다냐!”

 놀랍게도 멀리서 쏴재끼면 다다. 그의 칼은 당연한 소리지만 총에 비해 사정거리가 현저히 짧다. 던질 수 있는 단검 역시 50내지 100미터 정도를 갈 뿐이다. 저격 블래스터나 쉴드로 보호받는 상황에서 쏘는 총은 어디서든지 그를 맞출 수 있다. 신체능력이라는 것도 과학 앞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만큼을 버틴 것이 말도 안 되게 대단한 것이다. 라마는 포기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덤볐다. 적들의 쉴드의 안에 들어가 거대한 장갑을 뚫으며 전진해 나갔다. 우주로 빠져나간다는 전략은 다시 쓸 수 없었다. 이미 그가 있는 곳 외부에서 몇 대의 파이터들이 정지 비행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잔꾀가 안 되는 상황에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정면돌파라는 것을 그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몇 번이고 그들의 두터운 방어구를 뚫으며 속의 부드러운 살과 뼈를 갈라 보았지만, 남은 해적들이 다시금 거리를 좁혀 올 뿐이었다. 이 시점에서 그는 다시금 총을 맞았다. 무리하게 그들의 방어를 뚫으려던 와중에 맞게 된 배 부분이다. 등 뒤까지 중화기로 관통을 당한 그의 몸에서는 피가 검게 그을리고 있었다. 억 하는 소리를 내는 것도 잠시, 그는 고통을 감수하며 다시금 자신을 쏜 해적의 목을 갈랐다. 스나이퍼의 플라즈마탄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머리를 스쳤다. 완전한 사면초가다.

 “뎀벼! 계속 와 봐!”

 라마의 목소리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었다. 건맨 역시 알고 있었다. 이렇게만 있으면 안됐다. 그렇지만 그가 뭘 할 수 있는가? 걸을 수도 없는 상황, 라마 역시 그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라마의 결점을 채울 방법이 있었다. 칼이 닿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는 것은 결국 그의 총인 것이다.

 ‘동료가 나의 능력이라고?’

 건맨은 생각했다.

 “그놈 능력에 여기서 쓰러질 리가 없지!”

 그는 손을 바닥에 짚었다. 다른 손을 벽에 짚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은 성한 한쪽 발에 체중을 최대한 의지하면서. 왼쪽 다리는 질질 끄는 느낌으로 몸을 움직여봤다. 그와 동시에 그는 손바닥을 몇 번 건드리며 홀로그램을 띄우고는 어떤 버튼을 하나 클릭해줬다.

 ‘이 배, 방금 당신이 움직인 겁니까?’

 “나 아니면 누구겠냐? 괜스레 취소하지 마.”

 그가 실행시킨 것은 다른 캡슐의 발사였다. 그가 있는 곳을 조준하고 발사된 그것은 건맨이 있는 곳의 약 10m쯤 떨어진 곳에 박혔다. 그것의 날카로운 입구가 갈라져 열리는 것이 보였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끌었다.

 “저딴.......놈한테........빛 지기만........하고 있겠냐!”

 순간적인 끊김이었다. 몸이 푹 쓰러졌다. 발을 삐끗했던 것이다. 그의 몸은 완전히 엎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손으로 바닥을 잡으며 계속 기어갔다. 4미터, 3미터, 2미터, 1미터........

 “내가 간다!”

 단단하고 두꺼운 원기둥 모양의 긴 기계를 손으로 잡아끌며 그가 한 소리다.

 라마는 이제 생명이 간당간당했다. 몸에 난 뻥 뚫린 구멍은 그가 일어나 있는 것이 경이로울 수준으로 잔인했다. 비틀거리는 그의 꼴에서 제압을 확신한 해적들은 천천히 접근했다. 쉴드를 킨 채, 여차하면 쏠 준비를 마친 채.

 “세 명만 더, 세 명만 더 없애면.......”

 참으로 대단한 전과다. 그런 꼴로 중무장 해적 10명 중 7명을 단신으로 처리한 상황에서 그는 마지막 3명에서 막혀 버린 것이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리는 후들거렸다. 눈앞이 흔들린다. 싸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싼다. 멍한 머리를 부여잡고 정신을 차리는 건 불가능하다.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직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아직은 말이다. 그는 서있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여기가 끝이었던가. 하고 그는 그리 생각했다.

 “빛 갚으러 왔다! 살아있지?”

 라마와 그를 둥글게 포위한 해적들 전부가 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하반신이 피투성이인 덩치 큰 사내가 자신만만하게 서 있었다. 무언가 검푸른 느낌의 기계를 든 채로 말이다.

 “네놈들 다 좆된 거야.”

 그는 그 물체를 작동시켰다. 이미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던 그것은 끝부분이 점점 하얀 빛을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적들의 쉴드가 가동되어 있는 방향은 건맨이 자랑하는 무기가 향한 방향의 정반대로 위치해 있었다. 완벽히 노출된 당황하는 해적들이야말로 건맨의 좋은 사냥감이었다. 하얀 빛에서 나오는 것은 강하고 빠른 푸른색의 플라즈마 광선이었다. 그의 몸 뒤에서 질질 끌려오고 있는 큰 플라즈마 배터리로 연결된 그것은 바로 거대한 머신건이었다! 중장갑 해적들의 것보다 훨씬 더 위엄있는 모습을 자랑하는 그 검은 기계는 웬만한 중화기보다도 강력하며, 연사속도 역시 통상적인 머신건의 평균 이상이었다. 한 마디로 사람 몸을 완전히 관통해 버릴 열 덩어리가 모든 곳으로 뿜어져 나가는 상황인 것이다.

 “으으으!”

 건맨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총의 반동 역시 일반적인 것들에 비해 훨씬 더 강했던 것이다. 한쪽 다리로만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다리의 근육이 무너지는 고통이 점점 퍼지고 있었다. 왼다리에서 시작된 아픔이 다른 상처 부위의 아픔과 맞물려 퍼질 때 수반하는 또 다른 고통은 버티기가 힘들었다.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된다. 될 때까지 밀어봐야 했다. 벌써 포위망의 절반이 무력화됐다. 조금만 더 버틴다면, 몰아낼 수 있다!

 “조금만 더 버텨라!”

 라마에게 외친 건지, 그 자신에게 외친 건지 알 수 없다. 라마는 쏟아지는 총알 사이에서 생명줄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했고, 건맨은 그에게 들이부어지는 포화를 뚫으며 해적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드르륵 하는 굉음과 전자기기 특유의 윙 하는 모터의 소리가 만드는 화음이 벌써 서른이 넘는 해적의 목숨을 끊었다. 그 역시 총알을 많이 맞았다. 총잡이에겐 쉴드고 뭐고 없다. 그들의 공격을 고스란히 맞으며 천천히 전진하는 것이다. 해적들은 공포에 질렸다. 그들의 앞에 있는 자는 파도를 뚫고 맹렬히 돌진하는 한 어부였다. 어떤 폭풍우도 총잡이와 그의 항로를 막을 수 없었다. 해적들이 무서워한 것은 라마와 건맨의 힘이 아니었다. 어떤 공격에도 꺾이지 않는 그들의 의지였다. 제법 큰 공간을 에워싼 적들의 공격은 차츰 멎기 시작했다. 그들이 퇴각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50이 넘게 있는 해적들이 뒤돌아 도망을 치고 있었다. 겨우 두 명의 사람들에게서 그들은 승산이 없음을 직감했던 것이다. 건맨의 몸은 벌집이 되어 있었다. 총으로 검게 그을린 자국이 없는 부위가 없었다. 라마 쪽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건맨이 싸울 때 도움을 줄 수는 없었던 형편이었지만 그 너덜너덜한 몸으로 어떻게든 죽지 않고 버틴 것이 용하다. 그의 배 한가운데에 뚫린 구멍에서는 여전히 피가 새고 있었고, 언제 꺾였는지 모르는 왼쪽 팔은 완전히 휙 돌아간 채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얼굴은 물론이요 팔, 다리에까지 긁힌 상처, 뚫린 구멍이 수도 없이 많았다. 붉은 코트는 피로 물들어 더 짙고 어두운 색으로 젖었다. 계속 꿈틀대는 그의 모습은 마치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알리려는 것만 같은 몸부림이었다.

 “인공지능........”

 ‘당신들 뭔 짓 한 거야? 둘 다 죽기 직전이라고요.’

 “붕대라도 있냐........”

 ‘그쪽으로 갈게요. 빨리 태워주죠.’

 건맨은 라마가 다시금 눈을 뜨는 것을 봤다. 여전히 끔찍한 수준의 몸 상태였지만, 그래도 살아 있었다.

 “끝났냐? 공화, 쿨럭. 해적들은?”

 “닥치고 있어.........”

 그 순간, 라마에게 보인 것은 더 없이도 공포스러운 광경이었다. 정거장의 널찍한 공간에 달린 창문으로 보이는 우주 공간에서 또 다시 큰 함선 여러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해적의 상징을 단 채, 다른 여러 파이터와 수송선을 거느린 채로. 그 중에서 다른 것들보다 큰 크기를 보이는 함선 역시 보였다. 해적들의 대장선일 것이다. 스카이 터틀 같은 작은 배가 상대조차 할 수 없는 규모였다. 아까 몰아낸 그들이 다가 아니었다. 분명 퇴각한 해적들 자신들을 끝내기 위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정말 끝장이다. 라마에게 든 마지막 생각이다. 그의 눈은 다시금 무거워지고 있었다. 일어서야 하는데, 다시 싸워야 할 텐데.

 “해적들 본 함대. 끝났다.”

 건맨의 말을 통해 라마가 환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든 연 눈을 다시금 그 창밖에 고정했지만 그에게 희망은 없는 것만 같았다. 건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결국 가장 미안한 상대이다. 관련이 없는 인물이자, 라마의 생각에 반대를 하던 자였으니 말이다. 총잡이의 말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상황은 달라졌을까. 인공지능이 빼앗겨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으니 괜찮았던 걸까. 분명 자신에 대한 원망이 지금쯤이면 나올 때도 됐다. 건맨의 얼굴을 향해 다시금 시선을 위로 올렸다. 그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표정을 짓든 실패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놀랍게도, 총잡이는 웃고 있었다.

 “됐다.”

 그가 왜 웃고 있었을까? 해적들 사이에 무슨 희망을 본 건가? 라마는 혼신의 힘으로 고개를 다시 돌렸다. 창 밖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나서야 라마는 그가 웃고 있는 것은 뻔한 이유에서였음을 알 수 있었다. 공화국의 대함대가 당도한 것이다. 이미 해적들 함대의 절반이 순식간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무너져가고 있었다. 공화국의 함선들은 직선적이며, 평면적인 부분이 상당했지만 그 투박함 안에서 순결한 멋이 돋보이는, 그런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함대의 수나 크기를 봐도 이미 해적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을 넘겼다.

 “완벽하구만........”

 건맨은 그리 말하며 공화국 군대를 바라봤다. 멋지게 편대를 지어 날아가는 파이터, 그들에게 호위를 받으며 병력을 적 함선에 투입해 심장부를 단숨에 제압하는 규격화된 수송선과 순양함들이 줄지어 플라즈마 광선을 들이붓고 있었다. 거대 전함은 여전히 저항할 생각을 품고 있는 작은 함선들을 차례차례 정리하고 있었다. 쉴드를 깨고, 미사일과 어뢰를 날리며 적을 격침시킨다. 상당히 이례적인 수준의 대군이었다. 해적들이 격파되어 가는 속도는 빨랐다. 건맨의 말마따나 이미 다 끝난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여긴 어디냐?”

 ‘함선이죠. 금방 정신 차렸네요.’

 허공에 대고 말하는 라마의 소리를 인공지능이 용케 들었나 보다. 그는 자신의 몸을 만져봤다. 배에 난 구멍도 없고, 팔과 다리도 멀쩡했다. 왼쪽 팔에서도 딱히 고통이 느껴지진 않았다.

 “뭔 놈의 개꿈이 이렇게 생생하냐.”

 라마가 중얼대자 인공지능이 바로 답해줬다.

 ‘꿈이 아니고 현대 의학이라는 겁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허름하고 어두운 내부. 분명 스카이 터틀이다. 그렇다면 그는 살아남은 건가? 조종간으로 달려갔다. 건맨 역시 있었다. 창 밖에는 저 멀리 보이는 불타는 우주정거장이 있었다. 그제야 라마는 한숨 놓을 수 있었다. 건맨은 그를 슥 쳐다보고는 괜찮은 걸 알았는지 다시금 통신에 몰두했다.

 “협조에 감사하네. 보상은 이미 그쪽의 계좌에 들어가 있네.”

 함대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그렇게 말했다. 라마는 어찌 된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다른 건 다 둘째치더라도, 공화국 서버를 해킹한 우리를 쫓아야 정상 아닌가?

 “해적들은 다 잡힌 겁니까?”

 “그렇다. 오가니스-가다-사이가 구역 해적들은 이로써 다 끝이겠지.”

 그가 그렇게 말하던 도중 하위 계급으로 보이는 병사가 그들의 말을 끊었다.

 “장군님.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각 창고에 있던 재화들이 전부 각각 행성의 것들임이 확인됐습니다.”

 “알겠네. 전부 각 행성에 돌려보내게.”

 꽤나 자애로운 결정이었다. 라마는 장군이라는 자가 참 괜찮은 인간일 것이라는 판단을 얻어낼 수 있었다.

 “저희는 이만 가도록 합죠.”

 건맨은 통신이 끝나자 어리둥절해 하는 라마를 보고는 설명을 해 줄 생각이 들었다.

 “햐, 저 인공지능 놈이 뭔 짓을 벌였는지 아냐? 해적들 위치를 공화국 서버, 회신, 인터넷 전부에 뿌렸다고! 우리가 싸우던 30분 사이에 은하계 전체가 떠들썩했다더군. 저만한 대군이 이렇게 빨리 온 데는 이유가 있었어.”

 “호, 그랬구나.”

 “이 구역 전체에서 쓰이는 가장 낮은 효율의 접면이동장치가 이곳으로 도착하는 최소 시간 25분. 공화국군이 당도하는데 걸리는 시간 26분. 히야, 이렇게 완벽할 수가 있냐?”

 라마의 생각은 오히려 더 꼬여버렸다.

 “잠깐, 해적 본 함대가 일부러 오게 한 거라고?”

 “너 새꺄, 작전 잘 들으라고 했지? 이 구역의 모든 해적을 모이게 하는 게 우리 작전이라고.”

 “한꺼번에 처리해서 오가니스의 비밀을 모르게 하게끔? 아! 그렇게 되는 거구나! 어쩐지 왜 계속 버티라고 하나 싶었는데.”

 “공화국은 어차피 해적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감방행이니까. 빡대가리 놈아. 여하튼 거기서 공화국 놈들이 해적 처리 관련해서 현상금 의뢰를 걸었고, 우린 그걸 이용해서 슥 빠져나온 셈.”

 “그럼 공화국은 정보가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는 거냐? 우린 의뢰받은 사냥꾼인 척한 거고? 이제 이해되네.”

 전적으로 믿기에는 너무 멍청한 놈이다 하고 건맨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다 제 설계라고요.’

 “저 새끼 또 허세부리네. 그래서, 너는 이제부터 여기 있는 거냐?”

 라마는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그걸 말하기 전에, 내 메모리를 좀 봐요.’

 건맨과 라마는 의문에 찬 표정으로 메모리를 바라봤다. 인공지능이 있던 메모리는 별 변화가 없었다.

 “이게 왜?”

 ‘가운데에 버튼 보이죠? 그게 소거 버튼이에요. 내가 메모리에 들어있는 상황이 아니니, 다른 기능이 없이 소거만 가능한 일종의 장치로 된 셈이죠. 그걸로 날 없애는 게 가능해요.’

 “뭐야. 이렇게 간단하게 없애는 거였어?”

 라마가 말했다.

 “넌 그걸 왜 또 말해주고 자빠졌냐.”

 건맨은 AI에게 물었다.

 ‘당신들이 건 목숨에 대한 제 목숨입니다.’

 “헤.”

 라마가 만족스런 표정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멋들어지게 말하는구먼.”

 건맨은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둘이 인공지능에게 목숨을 걸어 준만큼 인공지능 역시 그들에게 똑같이 목숨을 걺으로써 한쪽에게 실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다만 라마가 거기서 한 발 더 나갈 뿐이었다.

 “목숨?”

 그는 메모리를 집어 들었다. 그것을 바닥에 내던지는 행동에 건맨과 인공지능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게 네가 건 목숨에 대한 나의 믿음이다. 이걸로 동료지?”

 ‘그럼요.’

 그는 확실하게 소거 버튼을 밟아서 부숴버렸다. 드디어 짓는 편안한 표정이다.

 “가만 있자. 이름이 필요하지 않겠냐?”

 ‘이름?’

 “맨날 인공지능, 인공지능이라 부르니까 이상하잖아. 뭐 없냐?”

 라마의 뜬금없는 제안이다.

 ‘식별코드는 있어요. agw-13732765.......’

 “됐어! 차라리 지어줄게. 총잡이 넌 생각나는 거 없냐?”

 “내가 저 놈 이름까지 지어줘야 되겠냐?”

 건맨은 영 싫은가보다. 라마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생각해 봐야 했다.

 “아미고! 이거 어떠냐?”

 “그게 뭔 뜻인데?”

 “몰라. 나 살던 행성에서 썼다던 말인데, 다들 모르는 말이라서 상관없을걸.”

 “나 원 참.”

 ‘그렇게 부르게요?’

 “왜, 싫어?”

 ‘맘대로 하시죠.’

 “좋아. 아미고! 난 좀 쉬러 간다. 건맨 너는 안 쉬냐?”

 “좀 있다가. 여기 소행성대만 지나면.”

 “여기 뭐 놀 거리라도 알려주라. 근처에 재밌는 행성이라도 있으면 말해주던가.”

 그렇게 말하고 라마는 사라졌다. 건맨은 여전히 조종간을 잡았다. 아미고는 항해를 도와줬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스치듯이 생긴 인연이 셋을 한 가지의 교점, 스카이 터틀로 모이게 했다. 앞으로 무슨 인연이 어떤 새로운 존재를 어떤 새로운 곳으로 묶어 줄지는 지금 그들로써는 알 수가 없었다.

 
작가의 말
 

 오랜만에 시간이 비는 날이 와서 빡세게 두 편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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