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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낯선 자들의 밤
작가 : 환상좀비
작품등록일 : 2018.11.16

신화의 존재들이 생존한 세계.
암암리에 출몰하는 그들의 존재는 인간들의 암인가, 새로운 지성체들인가?
구마사제 준영은 끊임없는 시험 앞에 선택을 종용받게 된다.

 
26화. deception (2)
작성일 : 19-01-29 13:32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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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롬은 병원 휴게실 문을 거침없이 열었다. 과격한 힘에 밀린 문이 벽과 부딪히며 요란한 굉음을 냈다. 모두의 시선이 제롬에게로 쏠렸지만, 그의 시선은 오직 한 명에게 향했다.

 

 "어이! 박수무당!"

 

 "히익!"

 

 휴게실 자판기 뒤에 쪼그려 숨어있던 일연법사는 경기를 일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을 부른 것이 제롬이란 걸 확인한 일연법사는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놀랬잖아, 멍청아! 끅!"

 

 어찌나 놀랬는지 딸꾹질을 하는 일연법사에게 제롬은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에 섰다.

 

 "차 가져왔지?"

 

 "차? 끅! 어엉, 가져왔는데 왜?"

 

 "그럼 가자!"

 

 제롬은 순간적으로 일연법사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난데없는 봉변에 일연법사는 별다른 대응도 못하고 제롬의 손에 질질 끌려갔다. 혹여나 채 신부 일행에게 들킬까 큰소리도 내지 못한 그는 거의 울 듯한 목소리로 제롬에게 따졌다.

 

 "아니 대체 어딜 가자는 거야?"

 

 제롬은 주차장에 도착해서야 일연법사를 놓아줬다. 그리고 저만치 떨어진 주차장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낭광 로렌스의 무리들이 보였다.

 

 "따라가자."

 

 "뭐, 뭐? 미쳤어?!"

 

 "잔말 말고 타. 놓치면 죽는다."

 

 일연법사는 일단 그들의 시야에서 숨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제롬과 함께 차에 올랐다. 운전석에 바짝 몸을 숨긴 그는 제롬을 향해 따지듯이 물었다.

 

 "미쳤어?! 자살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쟤들 다 해결사들이잖아!"

 

 "쫄지 말고 숨지도 마. 저들은 지금 우릴 해코지 할 생각이 없어."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제발 침착하라고. 채 신부가 악성에 대한 정보를 풀었어. 방금 병실에서 자기 입으로 직접 떠들었다고. 지금 쟤들이 왜 모였겠는지 생각 좀 해봐."

 

 일연법사는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히며 생각에 잠겼다. 상황이 조금 정리되자 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에 핏기가 돌았다.

 

 "대놓고 아군으로 합류하라는 거네?"

 

 "멍청아, 그건 당연한 소리고. 나 같은 경우에는 단순한 아군이 아니지.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봐."

 

 "뭐 인마? 너도 나 같은 장기말 주제에! 이사벨만 빼면·· 아, 이사벨?"

 

 "머리가 이제 돌아가는군. 앞으로 벌어질 싸움 중에 만약 이사벨이 깨어난다면? 그녀는 분명 나를 따를 거야. 그동안 이사벨을 차지하고 있던 채 신부 입장에선 그건 하등 좋을 것이 없는 일이지."

 

 "그럼에도 이렇게 찾아와 악성의 정보를 풀었다는 건··"

 

 제롬은 일연법사의 추측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전방의 차량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채 신부는 이사벨의 소유권을 포기하기로 했나봐. 젠장, 소유권이라고 하니깐 뭔가 되게 기분 나쁘네."

 

 그 사이 로렌스 일당을 태운 두 대의 SUV차량이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일연법사는 허겁지겁 시동을 걸고 그 뒤를 쫓았다.

 

 "야, 근데 얼마나 떨어져서 쫓아야 되는 거야? 첩보 영화처럼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따라가야 하나?"

 

 "그냥 바짝 붙어. 애초에 따라오라고 한 건 저들이니까."

 

 "아니, 그래도 저 괴물들과 같이 달리는 건 좀 무섭단 말야."

 

 일연법사의 우는 표정과 달리 차량 사이의 간격은 점차 좁아졌다. 그가 속력을 높인 것이 아니었다. 로렌스 일당들의 차량이 마치 간격을 맞추려는 듯 속도를 줄인 것이다. 일연 법사는 그 모습에 혀를 차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량의 속도를 높여봤다. 아니나다를까 앞차들의 속도도 그에 맞춰 비슷하게 올라갔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럴거면 그냥 합석해서 가는 게 낫겠군."

 

 일연법사의 투덜거림에 제롬은 피식 웃었다.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도망가기 바쁠 사람이·· 제롬은 가까스로 웃음을 삼키며 주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과연 채 신부가 나에게만 정보를 풀었을까?"

 

 "설마, 사방팔방에 다 뿌렸겠지. 이건 채 신부 입장에서 정말 좋은 기회니까."

 

 "음, 어째서?"

 

 제롬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일연법사는 그를 대놓고 비웃었다.

 

 "하, 똑똑한 척은 정말 열심히도 하더니. 속 빈 강정이군. 이 멍청아, 악성의 위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푼다는 건 다른 의미로는 직접적인 참전을 요구한단 것이야. 평화와 선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그간 채 신부와 유대했던 사조직들이 악성과의 전투를 거부한다면? 채 신부는 그들의 사상에 대해 꼬투리를 잡을 명분이 생긴다고."

 

 "호오·· 거기까진 짐작을 못 했네. 묘덕이나 만다의 잔당들이 참전을 거부하면 차라리 채 신부의 입장에선 좋은 대의적 명분이 생기겠군. 능구렁이, 허투루 나이 먹은 게 아니구만."

 

 "흥, 인간보다 두 배는 더 살았을 놈이 어디서 나이로 지적질이야. 쳇, 지금 채 신부와 반목하는 단체들 입장에선 참전해도 문제겠지. 악성을 잡은 뒤에 자신들까지 소탕될 위험이 있으니깐."

 

 일연법사는 퉁명스럽게 제롬의 말을 받아쳤다. 그는 엄지손톱을 질근질근 씹으며 앞차를 노려봤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일연법사의 모습에 제롬은 슬쩍 다시 말을 걸었다.

 

 "거 한 손으로 운전하지 마. 위험하게 시리."

 

 "시끄럽다고. 난 너네와 같은 신화적 존재가 아냐. 한 번뿐인 목숨, 소중히 아껴쓰고 싶은데··· 불안해 죽겠네!"

 

 일연법사는 투덜거리면서도 앞 차량 뒤를 부지런히 쫓았다. 세 대의 차량이 도시를 빠져나와 국도를 따라 움직였다. 한 시간여가 지나자 앞선 두 대의 SUV차량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갓길에 정차했다. 일연법사는 그 모습에 당황했다.

 

 "제롬! 어, 어쩌지?"

 

 "뭘 어째, 세워야지."

 

 "하지만 저들이 내려서 나에게 해코지하면 어떻게 해."

 

 "아니, 대체 뒤로 얼마나 빼먹었길래 그러는 거야?"

 

 제롬은 혀를 차며 일연법사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일연법사는 그런 제롬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못할 만큼 벌벌 떨고 있었다. 앞 차량들로부터 애매하게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운 그는 전방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이윽고 SUV차량의 문이 열렸다. 히익-! 일연법사의 숨넘어가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제롬은 한숨을 쉬며 일연법사의 등을 두들겨 준 후, 차에서 내렸다.

 

 SUV차량에서 내린 건 로렌스와 칼을 찬 남성 둘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차에서 내릴 생각이 없는지 창문으로만 제롬의 모습을 지켜봤다.

 

 "오늘 제법 바쁜 일정 아닌가? 여기에 차는 왜 세운 거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까. 먹고 움직인다."

 

 로렌스는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제롬에게 던졌다. 뭔가 싶어 들여다 본 봉투 안에는 주먹밥이 들어있었다. 제롬의 황당한 표정이 로렌스를 향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진지했다.

 

 "먹어. 먹어야 힘을 내지."

 

 "그냥 운전하면서 먹어도 되는 거 아니야?"

 

 "그럼 너희는 굶잖아."

 

 도대체 짐작도 하기 힘든 갑작스러운 로렌스의 호의에 제롬은 혼란에 빠졌다. 채 신부 밑에서 오래 구르더니 드디어 카톨릭에 교화된 건가. 그것도 단 며칠 만에 갑자기? 제롬의 혼란스런 표정에 로렌스는 피식 웃었다.

 

 "물론 용건도 있고."

 

 "그래, 처음부터 그렇게 본론을 말해줘.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말을 걸어도 이것보단 덜 놀랐겠다."

 

 "시끄러, 그리고 원래 난 친절한 편이다. 아무튼 본론만 말하지. 너는 싸움에 참가하지 마라."

 

 "뭐 인마?"

 

 "나한테 너무 많이 맞았나? 말귀를 한 번에 못 알아듣는군."

 

 로렌스의 차분한 말투와는 달리 그 속에 담겨있는 뜻은 제롬을 도발하기에 충분했다. 제롬은 분노가 깔린 눈빛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아귀에서 붉은빛이 꿈틀댔다. 로렌스는 그런 제롬의 모습에도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뭐, 힘 조절 못하고 때린 내 잘못도 있으니 다시 한 번 말해줄게. 싸움에 참여하지 마. 대신."

 

 "대신? 그다음 말은 제법 신중해야 할거야, 로렌스. 안 그러면 너희가 타고 있는 차량들이 눈앞에서 불꽃놀이를 시작할 테니깐. 날 제압하더라도 너흰 악성을 향해 맨발로 뛰어가야 될 거야."

 

 "흥, 성격이 여러모로 거칠어졌군. 대신 이사벨을 찾아라. 우리에게 모든 시선이 끌리면 너는 이사벨을 되찾아서 피신하도록."

 

 로렌스의 제안에 제롬은 주먹밥을 건네받았던 것보다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제롬은 쉽게 볼 수 없는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왜, 왜지?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이렇게까지 호의를 보여주는 건 채 신부다운 모습이 아니야"

 

 "글쎄, 난 이게 대단히 채 신부답다는 생각이 드는군."

 

 "···뭐?"

 

 "난 정치나 상황을 따져가는 건 질색이지만··· 한가지 정도는 생각해 볼 수 있더군. 채 신부는 이사벨을 숨길 수 있었기에 그녀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겠지."

 

 "지금은·· 그녀가 세상에 드러났기에 무가치하다는 건가?"

 

 제롬의 말에는 분노가 깔려 있었다. 그런 제롬의 모습에 로렌스는 난감한 듯 턱을 긁었다. 애초에 대화는 로렌스가 추구하는 수단이 아니었다. 그는 제롬이 그간 채 신부에게 봉사했던 공로를 떠올리며 최대한의 인내심을 끌어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겠지. 어쨌든 채 신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나라의 평화니까 말야. 채 신부는 네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던데·· 뭐, 그건 아닌 것 같군. 아무튼 그녀를 되찾으면 이곳을 떠나줬으면 해. 이해했나?"

 

 제롬은 이를 악물고서 말없이 뒤돌아 차량으로 돌아갔다. 로렌스 옆에 선 남성은 그런 제롬의 모습에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남성이 결심한 듯 제롬에게 다가서려 하자, 로렌스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다음에 하게. 그럴 상황은 아닌 것 같군."

 

 "아쉽군요. 수르트의 불꽃 검이 보고 싶었는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네 흥미에는 안 맞을거야. 그것은 자네가 쓰는 사인검 같은 단순한 무구가 아니네. 일종의 살아있는 생명체에 가깝지."

 

 "그렇다면 더더욱 보고 싶군요."

 

 "살아만 있다면 볼 수 있을걸세. 제롬은 우리와 같이 다툼과 반목의 역사를 찾아다니니 말일세. 어쩌면 그것이 저자의 운명일지도 모르지."

 

 로렌스는 아쉬움에 입맛 다시는 남성을 이끌고 자신의 차량으로 들어섰다. 곧이어 세 대의 차량이 다시 도로 위에 올랐다. 서쪽 해안으로 이동하는 차량들을 따라 정상에 섰던 해도 점차 서편으로 기울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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