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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운명의 외로운 레이디
작가 : 네번째별
작품등록일 : 2018.11.1

17살의 소녀 아리아, 아리아는 제 부모도 모른 채 어느 저택에서 자라왔다. 그곳에 있는 시녀들조차 그녀를 반갑지 여기 않았고 누구도 믿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운명'이었지만 그 '운명'은 아리아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47화.
작성일 : 19-01-21 23:36     조회 : 353     추천 : 0     분량 : 5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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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

 

  “안녕하세요.”

 

  아리아는 륜을 보며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귀여운 꼬마 손님도 같이 데려왔네?”

 

  “혼자 두긴 좀 그래서요.”

 

  “혼자?”

 

  “오늘부터 황궁에 갇혀 있다시피 있는데 몰래 나왔거든요. 그래서 혼자 두기 좀 그러네요.”

 

  “시녀가 있지 않아?”

 

  “좀 다툼이 있어서.”

 

  “아, 그렇구나. 오늘은 무슨 책 줄까?”

 

  “……책보다는 말이나 들어줄래요?”

 

  아리아는 턱을 괴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응?”

 

  그리고 다시 눈을 돌려 그를 응시했다.

 

  “어차피 륜은 청소말고 할 일도 없잖아요?”

 

  정곡을 찌르는 듯한 말에 륜은 발끈하여 ‘나, 나도 청소 말고 할 일 있거든?!’하며 소리쳤다.

 

  “뭔데요?”

 

  “그, 그거야…!”

 

  “차 우리는 거 빼고.”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뻐끔거렸다. 결국엔 륜이 입술을 쭉 내밀며 ‘그래서 고민이 뭔데?’라고 새침하게 물었다. 아리아는 양을 바닥에 내려놓고 륜은 아리아의 맞은 편에 앉아 경청의 자세를 취했다.

 

  “있잖아요. 제가 못 미더울까요?”

 

  “응?”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나만 몰라요. 알려주려고 하지도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 거라고.”

 

  아리아는 그간 속에 쌓였던 짜증을 륜에게 풀기 시작했다. 말을 하면서 그녀에게서 살기가 조금씩 새어나왔지만 표정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극히 감정이나 말에만 힘이 실린 것 같았다. 륜은 그녀의 살기에 조금씩 위험한 느낌을 느끼면서도 아리아의 말을 잘 들어주고 받아주었다.

 

  그것에 힘 업은 아리아는 이야기를 더 깊게 하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여러 감정들을 알아차렸다. 서운, 화남 등등. 그녀는 이것을 계기로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을 다시금 느끼고 가슴에 새겼다. 이 감정들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많이 서운했겠네.”

 

  “네.”

 

  즉답이 나온 아리아를 보자니 웃음이 나온 륜은 ‘푸크흡!’하며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웃음을 참으려고 숨까지 죽였지만 결코 웃음이 멈추거나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아리아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웃을 거면 그냥 대 놓고 웃어요. 그게 덜 짜증나요.”

 

  아리아의 말에 륜은 입을 막던 손을 때고 대놓고 웃기 시작했다. 분명 대놓고 웃는 게 더 짜증이 안 날 것 같았지만 왠지 이게 더 짜증이 났다.

 

  “저, 갈래요.”

 

  아리아는 차를 벌컥 마시고는 양을 번쩍 안아 들어올렸다. 뒤에서 륜이 지친 목소리로 아리아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리아는 무시하고 다시 황궁의 제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온 아리아는 양을 바닥에 내려놓고 작은 테이블 앞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확실히 다 털어 놓으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좀 시원하기도 하고 말이다. 비록 모든 화가 풀리지 않아 어느 정도 짜증은 남아 있었지만, 딱히 무슨 일이 있거나 하지 않는다면 지금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똑똑.

 

  노크 소리가 그녀의 귀를 찌르고 ‘점심 식사를 가져왔습니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아리아는 ‘들어와.’하며 승낙을 하자 한 시녀가 수레를 끌고 들어와 테이블 위에 음식들을 올려 두었다. 시녀는 음식을 다 놓고 고개를 한 번 숙이고 방을 나갔다.

 

  ‘왜 저렇게 떠는 거지?’

 

  미미해서 잘 몰랐을 거라 생각했겠지만 아리아는 시녀가 자잘하게 긴장했던 것을 보았다. 저 시녀는 음식을 세팅할 때 손을 조금 떨었었다. 일부러 그것을 숨기려고 빨리 나갔지만 이미 본 후였다.

 

  ‘수전증인가?’

 

  아리아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빵을 집어서 한 입 베어 물었다. 오물오물 먹는데 텁텁한 느낌에 숟가락으로 스프도 떠서 먹었다. 다 삼킨 후 샐러드를 먹기 위해 포크를 잡고 샐러드를 찍는 순간, 은으로 된 포크가 검게 물들었다. 그것을 본 아리아는 스프를 먹은 숟가락을 한 번 보았다. 다행히 숟가락은 검게 변해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다른 음식들에도 일일이 대보았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다른 음식들은 다행히도 멀쩡했다.

 

  “샐러드에만 독이 있다 이건가.”

 

  하.

 

  저절로 한숨 섞인 웃음이 나왔다.

 

  ‘독이라.’

 

  아리아는 검게 변한 포크를 응시했다. 어제 있던 일을 상기시키는 일이었다. 그 더럽게 아프고 짜증났던 일을 말이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어 루키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을 본 루키아는 저절로 움찔했다.

 

  “너. 아까 점심을 가져온 시녀 얼굴 봤지?”

 

  “예, 봤습니다.”

 

  루키아는 긴장한 목소리를 숨기며 말했다. 방금 전에 찍힌 것이 있었기에 더 긴장이 될뿐만 아니라 지금 그녀의 분위기는 몹시 위험했다.

 

  “당장 찾아서 데리고 와.”

 

  “예?”

 

  “당장.”

 

  아리아의 살기 담긴 말에 루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큼 뛰기 시작했다. 옆에서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던 네리알은 조심히 아리아에게 물었다.

 

  “저 대공 전하…… 무,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지….”

 

  아리아는 가볍게 포크를 들어 네리알에게 보였다. 포크를 본 네리알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당장 황제 폐하와 황후 폐하께…!”

 

  “쉿. 그건 나중에, 일단 내가 먼저 좀 보고.”

 

  “네…?”

 

  지금은 좀 화가 나서 말이야.

 

  분명 무표정일 텐데…. 그녀의 얼굴에는 ‘화남.'이라고 딱 표시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네리알은 빨리 알려야 할 것 같았지만 한 마디라도 더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입을 열지 못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루키아가 빠른 속도로 시녀를 데려왔다. 시녀는 울부짖으며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문기둥에 기대어 그 시녀가 끌려오던 것을 지켜보던 아리아는 루키아와 네리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가 들려도 내가 들어오라고 할 때까지 절대 들어오지 마.”

 

  그리고 아리아는 그 시녀를 잡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아리아는 그 시녀를 바닥에 패대기 쳐놓고 문을 닫았다.

 

  ‘뭐 어차피 상관없나.’

 

  잠금 마법을 걸거니까.

 

  아리아는 세라의 방과 이어지는 문과 아젤과 네리알 쪽에 있는 문에 잠금 마법을 굳건하게 걸었다. 시녀는 덜덜 떨며 눈물을 폭포수마냥 흘리고 있었다. 아리아는 무릎을 꿇으며 울고 시녀 앞으로 검게 물든 포크를 획 던졌다. 포크는 날렵하게 날아 그녀의 바로 앞바닥에 딱 꽂혔다.

 

  “힉…!”

 

  시녀는 눈에 띄게 움찔하며 뒤로 엎질러졌다.

 

  “너.”

 

  아리아가 한 걸음 다가와 그녀를 불렀다.

 

  “제, 제제,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진짜 죽고 싶니?”

 

  정말이지. 계속 화남의 연속이었다.

 

  저택에서 독을 먹은 것부터 시작해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것, 왜인지 모르게 이 황궁에 갇힌 것처럼 된 것, 또 다시 독을 먹을 뻔하게 된 것.

 

  그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아리아에게 눈앞의 시녀는 화풀이용 밖에 더 되지않았다.

 

  “제, 제발! 제발 자비를…! 저 없이는 못 사는 어머니가 있어요! 제, 제가 없으면 어머니는…!”

 

  “그거, 소설에나 나올 법한 대사인데.”

 

 

  * * *

 

 

  쾅! 꺄아악! 제발!! 콰쾅!!

 

  방 안에서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걸까. 두 기사는 엄청난 소리에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문은 굳건히 닫혀 절대 열리지 않았다. 결국엔 네리알이 서둘러 다른 사람과 에일을 불러왔고 약 몇 명의 기사들과 함께 에일은 아리아의 방문에 모이게 되었다.

 

  아리아의 마법은 그들의 힘으로도 부술 수가 없었기에 황제는 힐레아를 불렀다. 하지만 힐레아는 그의 판단에 짜증을 부렸다.

 

  “마법은 마법이고 주술은 주술인데 내가 어떻게 마법을 뚫어?! 그리고 아리아는 마스터라며! 그럼 마스터를 불러야지! 당황하더니 머리가 퇴화됐니?!”

 

  힐레아는 외침에 에일이 마스터를 부르려고 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그와 동시에 엉망진창이 된 시녀가 헐레벌떡 뛰어와 한 기사를 붙잡고 소리쳤다.

 

  “내가…! 내가 독을 탔어요!! 제발! 제발 나를 죽여줘요!!”

 

  그녀의 꼴은 정말 어마무시 했다. 루키아와 네리알은 이 시녀가 아까 본 시녀가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머리카락은 엉망진창으로 엉켜있었고, 그녀의 몸에는 피도 묻어 있었다. 이빨도 몇 개 나간 것 같고… 흡사 고문이라도 당한 꼴이었다. 에일과 기사들은 그 시녀를 다른 기사에게 맡겨 두고 얼른 방 안에 있는 아리아를 보았다. 아리아의 방은 시녀의 꼴과는 달리 무척이나 깔끔했다.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처음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눈이 커다래진 에일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고 그의 눈길은 곧 바닥에 꽂혀 있는, 검게 물든 은 포크로 향했다. 그제야 에일은 자신이 독을 탔다는 시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두 다 나가.”

 

  마법을 거두고 문을 연 것은 단지 시녀를 밖에 내보내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아리아는 마법으로 방 안에 발을 들인 사람들을 물리고 문을 다시 닫았다. 에일이나 기사들이 문을 크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리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에일은 급히 기사를 시켜 마스터들을 데려왔고, 벨리와 세실리아는 급하게 문을 마법으로 부셔서 열었다.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는데.

 

  “……없어.”

 

  아리아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후…….”

 

  기분 전환 겸, 산책을 나온 아리아는 한적한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자잘한 소리도 없고… 평온하고 자연의 소리만 들려오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너무 막 나갔나.’

 

  아까는 너무 화가 치밀어 올라서 막 화풀이를 해버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나간 것 같기도 했다. 게다가 황제에게까지 나가라고 반말까지 쓰고 말이다.

 

  ‘일이 좀 커지겠는 걸.’

 

  하지만 그렇게 상관 쓸 일은 아니었다.

 

 

  ― 미, 미안해! 화 내지마. 내가 잘못했어!

 

  ― 흥! …륜은 늘 그래! 진짜 싫어!

 

  ― 아리아…!

 

 

  ‘뭐야….’

 

  저번에 달을 보았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이 언급 되었다는 점이었다.

 

  ‘동명이인?’

 

  뭐지?

 

  “아리아?”

 

  “밀로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밀로이의 목소리가 들려와 퍼뜩 뒤를 돌아보니 밀로이가 놀란 기색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황궁에 있던 거 아니었어? 여기는 거리가 좀 있을 텐데…. 혹시 마법으로 몰래 나온 건 아니지?”

 

  “…맞는데.”

 

  “뭐?!”

 

  밀로이는 순간 놀라 빽 소리를 질렀다. 아리아는 질린다는 듯이 귀를 막았다. 결국 밀로이의 잔소리는 시작이 되었고 슬슬 듣기 지겨워질 때쯤 아리아는 밀로이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만하겠다는 신호였다. 그에 아리아는 그의 입을 막았던 손을 내렸다.

 

 “하… 너는 진짜….”

 

  “그만하기로 했잖아?”

 

  아리아는 말하는 것과 동시에 바람이 획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아리아의 금발이 바람을 따라 아름답게 휘날렸다. 그리고 밀로이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

 

  “어어…. 그냥. 새삼 예쁘다 싶어서.”

 

  “뭐?”

 

  “하아…. 으아!”

 

  밀로이는 손으로 제 얼굴을 숨겼다. 물론 숨긴다고 다 숨겨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으으, 조금만 더 참으려고 했는데… 지금 말할래!”

 

  “뭐를?”

 

  밀로이는 엄청나게 붉어진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와 아리아의 앞에 딱 섰다.

 
작가의 말
 

 좋은 꿈꾸시고! 푹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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