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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워킹홀리데이
작가 : 리에토라비타
작품등록일 : 2016.8.23

최근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의 한 이야기 입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허구로 재구성하여 작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사실 나는 쓰레기다
작성일 : 16-09-26 02:11     조회 : 568     추천 : 0     분량 : 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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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상 (강철)

 

 11월 어느 날. 조금 이른 계절부터 부지런히 찾아든 한파가 한껏 마음까지 움츠리게 했다.

 

 남들처럼 힘들게 공부하지 않고도, 학교 발전기금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갖가지 명목으로 퍼부었던 많은 돈들이 강철을 명문대 졸업생이라는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다 주었고, 이후로도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핑계로 특별한 어려움없이 남들 시선에서 자유로운 , 허세 가득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점심쯤 지나 늦으막히 출근을 해서 잠시 일을 하는 척 커다란 책상에 앉아 있다가,

 퇴근시간을 핑계로 막 나가려던 참이었다.

 

 따르릉-

 

 

 강철 : 여보세요? 아, 아버지 어쩐 일이세요? 지금 막 퇴근하려던 참이었는데.

 예? 지금요? 아, 알겠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올라간 사장실.

 평소보다 더 무겁고 크게 느껴지는 문을 열고, 표정없는 아버지의 얼굴을 흘낏 쳐다보며 책상쪽으로 걸어간다.

 

 

 강철 : 부르셨어요?

 

 아버지 : 앉아라.

 

 강철 : 네.

 

 아버지 : 너 요새 회사에 말 많은거 알고 있냐? 신경 좀 써라.

 

 강철 :아.... 그래요? 오전에 볼일이 있어서 오늘은 좀 늦었는데..

 

 아버지 : 오늘만? 니가 오늘만 늦었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니가 내 아들인거 온 직원이 다 알고 있는데 그렇게 행동하면 되겠어? 그리고 너보다 나이 많은 직원들한테 더 깍듯이 잘하고. 알겠어?

 

 강철 : 네.

 

 아버지 : 긴말하고 싶지 않다. 너도 이제 25살이야.

 돈 쳐 발라서 명문대 졸업생이라는 타이틀까지 만들어 줬으면 이제 니 인생 니가 잘 꾸려가야지.

 내가 무슨 재벌도 아니고. 이 회사 힘들게 여기까지 만들어 놨다. 그건 너도 잘 알잖아.

 언제까지 내가 니 뒷바라지 해줄 능력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내일부터는 아침 9시까지 무조건 출근해서 6시까지 붙어 있어라. 그리고 김부장한테 얘기해서 사람 한명 붙여 줄테니까 같이 다른부서 실질적 업무도 배워. 알겠냐?

 

 강철 : 아....네. 알겠어요.

 

 아버지 : 가봐라. 아참, 그리고 엄마한테 전화 좀 한통씩 해라. 니 전화 기다리더라.

 

 강철 : 네.

 

 

 찬 바람 만큼이나 기분도 몹시 차갑고 날카로웠다.

 

 

 강철 : 아....C....

 

 

 회사 건물 앞에서 담배를 물어 불을 붙이자, 하얀 연기가 바람을 타고 흘러갔다.

 양복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전화를 걸 대상을 이리저리 훓어 보다가 이내 휴대폰을 주머니에 다시 넣어버렸다.

 피우던 담배를 다 피우고 주차장 계단으로 내려가 버린다.

 그 사이 하늘은 점점 어두운 구름으로 가득차고 있었다.

 

 

 #강철의 집

 

 강철의 성격 만큼이나 꼭 그만큼 빈 구석이 많은 집이었다.

 별 졸일 없이 이리저리 술만 마시고 자질구레한 사고만 치는 하나뿐인 아들 사람 만들어 보겠다고,

 아버지 회사에 나오는 조건으로 아버지에게 얻어낸 집이었다.

 

 '내일부터는 아침 9시까지 무조건 출근해서 6시까지 붙어 있어라. 그리고 김부장 한테 얘기해서 사람한명

  붙여 줄 테니까 같이 다른 업무도 배워.'

 

 머릿속에 맴도는 아버지의 말.

 

 같은 하늘아래 같은 땅을 밟으며 아버지와 살아가는 것이 영 불편하고 찜찜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몇 안되는 친구놈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몇몇은 회사에 입사한 신입이라 늘 야근 한다는 핑계로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몇몇은 아직 취업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바빴다.

 전화를 걸까... 말까 하다가 다시 전화기를 내려 놓는다.

 그때 울리는 전화기.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전화를 받아본다.

 

 

 강철 : 여보세요? 안그래도 너한테 막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뭐하냐? 나와라.

 

 형욱 : 너네 회사 입사 공고 떴길래 너한테 뭐 좀 물어 볼라고 했는데. 그럼 그럴까?

 

 강철 : 입사 공고는 무슨...9시까지 나와. 나 씻고 바로 출발할게. 알았지?

 

 

 

 #고깃집

 

  테이블에 앉아 종업원이 서빙해 준 물티슈를 뜯어 손을 닦으며 말한다.

 

 

 형욱 : 야, 이게 얼마만에 먹어보는 한우냐. 역시 친구를 잘 만나야 돼. 친구야 잘 먹을게!

 

 

 능청스럽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강철에게 친근한 척 하지만, 사실 강철도 알고 있었다.

 강철의 친구놈들 중 어느 하나도 자신을 진짜 이해해줄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런 몇 안되는 친구라도 절실히 필요했다.

 

 불판에 숯불이 들어오고 붉은 선홍빛의 하얀 마블링이 그려져 있는 꽃등심이 나오자 친구의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

 그런 형욱에 비해 강철은 처음부터 표정없이 무뚝뚝하게만 앉아 있었다.

 서둘러 소주를 따르고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조금씩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형욱 : 야, 왜 그러고 있냐?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우리 재벌아들 유강철씨가 이렇게 똥씹은 표정을 하고 있어?

 

 강철 : 재벌 아들은 개뿔, 야 시끄러 술이나 마셔. 넌 뭐 취업 준비는 잘 되가고 있어?

 

 형욱 : 안그래도 니네 회사 공고 떴길래. 솔직히 내가 학벌이 되냐 뭐가 되냐. 그냥 이래저래 심란해서 인터넷 뒤지다가 혹시나 해서....너 생각도 나고 그래서....그냥 전화 해본거야.

 근데 넌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정말 무슨 일 있는거야?

 

 강철 : 그냥.... 사는게 왜 이렇게 더럽냐.

 

 형욱 : 에이 그러지 말고 얘기를 좀 해봐. 너 기분 더럽다며. 왜 더러운지 나한테 다 얘기해봐. 들어줄게.

 

 강철 : 아니 뭐 그냥. 이것저것 다 짜증나고. 그냥 사는게 그렇다. 재미가 없다.

 

 형욱 : 그러니까 뭐가. 뭐가 그렇게 더럽고 짜증나는 건데?

 

 강철 : 나....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기 싫다.

 

 형욱 : 그럼 내가 들어가도 되냐?

 

 강철 : 뭐?

 

 형욱 : 에이, 농담이다 농담. 왜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강철 : 집에서 따로 나와 살면 좀 숨통이 트일 줄 알았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형욱 : 아버지가 뭐라고 하셔?

 

 강철 : 출퇴근 시간 지키고 다른 부서 업무까지 배우라신다.

 

 형욱 : 그게 왜?

 

 

 강철의 말이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형욱,

 

 강철이 소주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다 흠칫 친구를 바라보다 입안에 털어 넣는다.

 씁쓸한 기분 탓인지 그리 인상을 찌푸리지 않아도 목넘김이 힘들지 않았다.

 

 

 

 형욱 : 그게 왜 기분이 더러운데?

 야, 술 사주고 고기 사주고, 그래 솔직히 염치 없지만 취업 부탁까지 할라고 오늘 보자고 한거다.

 그래서 내가 왠만하면 받아주고 넘길라고 했는데, 너 정말 너무 하는거 아니냐?

 

 

 뜬금없는 친구의 질타에 어리둥절한 강철이 눈만 크게 뜨며 모르겠다는 듯 친구를 쳐다본다.

 

 

 형욱 : 야, 지금 그게 나한테 할 소리냐? 백수한테? 그리고 출퇴근 시간 지키는 건 당연한거 아니야?

 니네 아버지가 구구절절 다 맞는 소리 하셨네 뭘. 그리고 다른 부서 일까지 다 배워서 하라는 얘기는 널 관리직으로

 완전히 꽂아 놓겠다는 거 잖아. 그게 왜 싫으냐 도대체? 하루에도 열 두번씩 인터넷 구직 사이트 뒤져가면서 여기저기 이력서 집어넣고 기다리는 백수한테 뭐? 출근 시간 좀 지키라고 했다고 기분이 더러워?

 야, 솔직히 니가 아버지 회사 아니면 어디가서 사람답게 직장생활하면서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겠냐?

 니 성격에.

 

 

 순간 욱해서 내뱉은 말이 자신도 모르게 진심으로 격양되어 나타났나는 것을 깨닫고, 슬그머니 눈치를 보는 형욱.

 불판위에 남은 몇 점의 고기들 중 하나를 낼름 집어 먹는다.

 말없이 소주를 한 잔 더 들이키며 소주잔을 탁 하고 테이블 위에 세게 내려 놓는다.

 

 

 

 강철 : 나가자. 나가서 한잔 더 하자.

 

 

 

 #고깃집 앞

 

 

 형욱과 강철이 말없이 고깃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아까보다 거세진 빗줄기는 그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 비를 바라보며 허공에 연기만 내뿜고 있다.

 그리고 급하게 바닥에 꽁초를 던지고 우산을 펴 빗속을 성큼성큼 걸어간다. 그 모습을 보며 형욱도 서둘러 꽁초를

 바닥에 던지고 강철의 뒤를 따라 간다.

 

 

 #BAR

 

 

 형광색의 네온사인이 벽면 곳곳에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곳 저곳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형욱 : 야 씨발. 여기 죽인다. 참... 돈이 좋긴 좋다. 그치?

 

 

 아무 표정도 대꾸도 없이 테이블에 놓인 양주를 따라 급하게 입안에 털어 넣는 강철.

 그런 강철을 바라보는 형욱의 얼굴에도 표정이 없다. 그저 이런 곳에 왔다는 것만이 신기하고 좋았을 뿐.

 그렇게 한 잔,,, 두잔.... 어느새 말이 꼬일 정도로 취한 강철.

 

 

 강철 : 야. 이형욱.

 

 형욱 : 왜?

 

 강철 : 이형욱.....

 

 형욱 : 아, 왜에? 너 취했다. 그만 마셔라.

 

 강철 : 그래. 근데 내가 취해서 하는 말인데.... 사실.. 나는 쓰레기다.

 

 형욱 : 야. 뭘 또 그렇게까지.... 뭐 틀린말은 아니다만...

 

 강철 : 내가 하루도 제정신으로 살아가기가 힘든 사람이단 말이다 내가.....

 

 형욱 : 아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왜에?

 

 강철 : 난 틀렸어. 아무래도 여긴 아닌가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살기 힘들 것 같다. 아무래도...

 

 형욱 : 야! 임마 이제 25살 밖에 안된 놈이 무슨 그런 소릴 하냐 너는? 나같은 백수놈도 사는데.

 게다가 너는 든든한 빽도 있잖아.

 

 강철 : 그 새끼 죽고.... 나도.... 힘들다 정말.

 

 

 형욱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좀 전에 관심없이 강철의 말에 대꾸하던 건성건성한 말투와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다.

 

 

 형욱 : 무슨 말이야?

 

 강철: 아... 이 병신아. 귓구멍에 솜을 쳐 박아놨다. 못 들었어? 나, 나 말이야. 그 사람 죽고 나도 평생 죽은 것처럼

 살아왔다고 이 새끼야. 그날 이후부터 평생 꼰대 감시속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았다고!

 

 

 정신이 완전히 나가 있었다. 손짓도 몸짓도 눈빛도 말투도. 그리고 표정도 온통 다 취해 있었다.

 

 

 형욱 : 그러니까. 그러니까 누가 죽었는데? 어?

 

 강철 : 민규.... 민규....

 

 형욱 : 민규? 우리 고등학교 동창 그....홍민규?

 

 강철 : 어....

 

 형욱 : 민규.... 고등학생 때 죽은거잖아. 사고로. 지금 너 헛소리 하는 거지? 술 취해서?

 민규 차 사고로 고등학교 때 죽은건데... 너 지금 그것 때문에 힘든거야?

 근데.... 너... 민규랑 별로 안 친하지 않았어?

 

 

 고개를 푹 숙인 강철. 술에 취해 다시 고개를 들 힘도 없는 강철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젖힌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했다.

 

 

 강철 : 민규 죽고, 나도 그날부터 제정신으로 못 살았다.

 나도 피해자야.....나도 피해자라고 나도!

 

 

 

 테이블 위로 축 쓰러진 강철.

 형욱은 혼란 스러운 눈빛으로 그런 강철을 바라만 보았다.

 

 

 

 

 #섬(강철과 혜리)

 

 마당 한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강철.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다급하고 위태로운 눈빛으로 이곳 저곳을 살피며

 혜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혜리 : 주연이... 못 찾으면... 어떡하지?

 

 강철 : 개소리 하지마. 찾아. 무조건 찾아. 무조건 찾아 와.

 

 

 섬뜩하고 소름끼쳤다.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공포였다. 눈동자를 감싸는 희자위는 어느샌가 빨갛게 술마신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강철 : 잘들어 지혜리. 난 손해 볼거 없어. 꼭 주연이가 아니어도 된다는 얘기야. 주연이 못찾으면 니가 대신 가는거야. 민석이 옆으로. 알겠어?

 그러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연이 찾아. 찾아서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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