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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낯선 자들의 밤
작가 : 환상좀비
작품등록일 : 2018.11.16

신화의 존재들이 생존한 세계.
암암리에 출몰하는 그들의 존재는 인간들의 암인가, 새로운 지성체들인가?
구마사제 준영은 끊임없는 시험 앞에 선택을 종용받게 된다.

 
22화. 천국의 계단 (5)
작성일 : 19-01-15 13:36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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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금세 석양이 떨어진 시골 주택 안은 색채의 향연이었다.

 어둠을 몰아내려 사방에 매달아둔 노란 백열전구가 제각각의 밝기로 빛을 냈고, 마당 중앙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형 초들이 돼지 머리를 받치고 있는 상 아래로 나란히 늘어섰다.

 

 굿이 이뤄지는 동안에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기도하고, 또 누군가들은 수군거렸다. 발광하는 백여 개의 노란 전구들이 준영의 시야에 진한 잔상을 남겼다. 그 정리되지 않은 혼란함에 준영은 왠지 멀미가 날 것 같았다.

 

 집 안은 굿판을 볼 수 있게 모든 방문이 열려있었다. 그중 가장 큰 방에 할머니가 아이를 품고 있었다. 준영의 눈에도 작고 야윈 아이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굿판이 점차 가열차게 변하자 준영은 결심한 듯 안으로 들어섰다. 일연법사의 말처럼 아까와 같은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준영은 곧장 아이가 있는 방 안으로 향했다. 아이를 품고 있는 할머니가 준영의 방문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일연법사에게 들은 내용이 있어 그의 출입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준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이의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소하, 김소하라고. 우리 애기 이제 어떻게 됩니까? 괜찮다고 하대요?"

 

 할머니는 불안한 얼굴로 질문을 쏟아냈다. 준영도 과정을 모르니 선뜻 대답하기 힘들었다. 그저 옆에 앉아 아이의 손을 잡아줄 뿐이었다.

 

 굿판은 점점 절정으로 달아올랐다. 장구와 징소리가 사방에 빼곡하게 들어찼다. 이제 감히 누구도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일연법사의 치열한 가무와 함께 장구, 징소리가 이 마을 안을 지배했다. 이곳 모두가 굿판의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일연법사는 화려한 동작으로 죽선을 손에 쥐었다. 죽선을 쥔 손이 하늘을 향해 한껏 치켜 올랐다.

 

 죽선을 알아본 소하의 눈이 믿기 힘든 크기로 벌어졌다. 눈 주위가 찢어질 것처럼 짓이겨지고, 당장에라도 아이의 눈동자가 흘러내려 얼굴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아이의 고통을 바라보기 힘든 할머니가 버선발로 뛰쳐나가 굿판을 멈추려 했다.

 하지만 일연법사는 망설이지 않고 죽선으로 돼지머리를 내리쳤다. 그리고 순간, 세상이 고요해졌다. 기무와 조수 손에 들린 장구와 징도 나란히 멈췄다. 갑작스레 맞이한 고요함 속에 모두의 시선이 아이에게 향했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죽선을 바라보던 소하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아이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감당하기 힘들만큼 커진 눈망울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아이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놀란 할머니가 아이의 턱이 빠질라 아이의 턱을 잡았다.

 

 준영은 할머니의 양손을 잡고 손녀 옆으로 밀어냈다. 당황한 할머니가 준영을 바라봤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텅 빈 허공을 향해 있었다. 귀안을 가진 그의 눈에 소하의 몸을 빠져나오는 거대한 귀신의 형상이 보였다.

 

 소하의 몸에서 빠져나온 귀신이 쏜살같이 달아났다. 혼란스런 와중에 일연법사는 당황하지 않고 귀신에게 살을 날렸다. 마치 돌부리에 걸린 사람처럼 살을 맞은 귀신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신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 줘! 제롬과 짐승은 날 따라오고!"

 

 일연법사가 능숙하게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제롬은 일연법사의 지시를 따르는 게 영 거북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 창기가 일연법사와 나란히 걸으며 자신은 짐승이 아니라 항변했지만, 그는 창기를 귀찮은 파리 취급했다.

 

 "훠이-. 부정 타니까 떨어져서 걸어라."

 

 일연법사는 볼 멘 표정을 짓는 창기를 지나쳐 주변을 살폈다.

 

 "제롬, 혹시 귀신 볼 수 있어?"

 

 "아니, 그랬다면 나도 무당했겠지. 괜히 발에 땀 나도록 뛰었겠어?"

 

 "쳇·· 나도 잘 안 보이는데."

 

 일연법사는 대략적으로 짐작되는 방향에 서서 사방으로 부적을 날렸다. 바람 한점 없는 날씨에도 부적들은 사방으로 날아올랐다. 창기의 호기심 가득한 눈이 재빠른 부적의 움직임을 좇아 움직였다.

 

 "저기!"

 

 창기가 손으로 가리킨 곳의 부적이 공중에 서서 부르르 떨었다. 일연법사가 다급하게 제롬을 불렀다.

 

 "제롬!"

 

 "응? 왜 불러?"

 

 "어쩌긴 귀신을 묶어!"

 

 "이거 네 일 아냐? 그리고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묶어."

 

 "그냥 부적 주변의 나무까지 통째로 묶으면 되잖아!"

 

 제롬이 영 껄끄럽단 표정으로 투덜대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De vil brenne for alltid"

 

 제롬의 주문을 따라 그의 손에 불길이 치솟았다. 제롬은 불꽃을 길게 늘어뜨려 멈춰선 부적 주위를 크게 둘렀다. 포박줄 형태로 변한 불길이 점차 조여들어 가며 주변을 압박했다.

 순간 부적 주변의 소나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요동쳤다.

 

 일연법사가 빠른 손놀림으로 부적을 두른 총천연색의 실 묶음을 들고 소나무를 향해 쏘았다. 마치 뱀처럼 쏘아져 나간 부적 묶음이 소나무 주변을 옭아맸다.

 

 "네 정체가 무엇이냐? 당장 모습을 밝혀라!"

 

 일연법사의 호통에 귀신의 형체가 어스름하게 드러났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처럼 퉁퉁 불은 시체의 모습을 한 귀신의 형체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장난질 치지 말고 똑바로 말해!"

 

 제롬이 옆에서 으름장을 놓았지만, 귀신은 여전히 우물쭈물할 뿐이었다. 그러다 점차 귀신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아···아버지시여··, 전능하신 우리 아버지시여··>

 

 제롬의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주기도문을 외우는 것 같은 귀신의 모습에 모두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제롬은 머리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아니다, 녀석이 말하는 아버지는 다른 존재다.`

 제롬의 머릿속에 한가지 존재가 스쳐 지나갔다.

 

 "악성. 그래, 이 녀석은 지금 악성을 받들고 있어."

 

 일연법사가 놀란 얼굴로 제롬을 바라봤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존재의 등장에 표정이 더욱 진지해졌다.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이것도 운명인가?"

 

 일연법사가 씁쓸한 표정으로 입술을 씹고는 또다른 부적을 귀신을 향해 날렸다. 부적에 맞닿은 귀신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발버둥 쳤다.

 

 <씹어먹을 놈들! 빌어먹을 놈들! 지옥 불 구덩이에서 빠져 죽을 놈들!>

 

 등허리가 서늘해질만큼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언덕 주변에 메아리쳤다. 귀신은 끊임없이 눈 앞의 일행들을 저주했다. 물론 귀신의 목소리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이 중 아무도 없었다.

 

 "구천을 떠도는 것도 모자라 넌 아이의 몸에 빙의해 그 가족을 해하였다. 지옥 불 구덩이는 네게 마련된 것이지."

 

 일연법사의 차분한 말과 동시에 제롬이 귀신을 향해 걸어갔다. 귀신을 구속하던 불길을 해제한 그는 여전히 부적에 묶여있는 귀신의 가슴에 불의 검을 천천히 쑤셔넣었다.

 

 <흐어어어억··>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고통에 귀신은 차마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롬은 그 모습에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어이없지? 귀신이 고통을 느낀다니 말이 안되지? 네가 말한 지옥 불이 이거야. 이것들은 영혼마저도 잔혹하게 태워버리지."

 

 제롬은 태평한 얼굴을 하고 아주 느린 속도로 발버둥 치는 귀신의 몸 안에 불의 검을 여러 차례 쑤셔 넣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귀신에 대한 고문에 일연법사와 창기는 어안 벙벙한 표정으로 제롬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렇게 점차 귀신의 모습이 소멸되어 갈 때쯤, 제롬의 손이 멈췄다.

 

 "악성은 어딨나?"

 

 <아버지·· 어디에나·· 계신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식을·· 만든다.>

 

 "어디에 있느냐 물었다."

 

 <이 근방·· 더욱 서쪽, 곶과 석양이 만나·· 거대한 암흑이 펼쳐·· 지는 곳.>

 

 "난데없는 수수께끼군."

 

 제롬은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귀신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침묵했다. 더 이상의 심문이 의미 없다 생각한 제롬은 불의 검을 크게 펼쳤다. 귀신을 소멸시키려 그의 팔이 올라가는 찰나, 귀신이 나지막이 웅얼거렸다.

 

 <악은·· 그저·· 속삭일 뿐··>

 

 "···뭐?"

 

 <어리석은 자들·· 소하의 아비를 죽인 건·· 내가 아냐·· 난 그저·· 속삭였을 뿐·· 모든 건 소하의 선택··>

 

 모두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귀신의 말뜻을 어렴풋이 이해한 제롬은 자신의 손끝이 떨려옴을 느꼈다.

 `절대 귀신에게 홀리면 안된다.` 제롬은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 녀석의 말에는 어떤 꾸밈새도 없어 보였다. 마른 침을 삼키는 제롬을 향해 귀신이 비웃어 보였다.

 

 <킥킥·· 악마가·· 더 이상 땅 위로 올라오지·· 않는 이유·· 이미 너희의 가슴 한 켠에·· 악이 심어져 있으니·· 그거 알아? 소하는·· 여전히 죽이고 싶어 해··>

 

 제롬은 경악한 표정으로 창기를 바라봤다. 창기는 제롬의 표정을 보자마자 그가 무슨 말을 뱉을지 짐작했다. 급하게 곤으로 모습을 바꾼 그는 엄청난 속도로 준영이 있는 마을을 향해 내달렸다. 그의 뒤로 귀신의 비웃음이 퍼져나갔다.

 

 <킥킥킥! 이미 소하는 선택했어! 킥킥킥! 소하는 이미 선택했어! 선택했어!>

 

 제롬이 이를 악물고 귀신의 목을 내리쳤다. 꾸물거리는 액체처럼 녹아내리는 귀신의 단말마가 언덕배기 전체에 퍼졌다.

 

 <아아아악! 서어어엉!>

 

 귀신이 뱉은 단어 한마디에 주변 전체가 마치 귀곡鬼谷으로 변한 듯, 어둠의 질감이 한층 진해지고 공간 전체가 꿈틀거렸다.

 마지막 울부짖음을 끝으로 소멸한 귀신 앞에 제롬은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녀석의 말대로라면 지금 준영이 위험하다.

 

 준영이 악에 씌인 아이에 맞서 대항할 수 있을까? 제롬이 아는 준영은 분명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이다.

 '부디 곤이 도착할 때까지 무사하기를··' 제롬은 거의 구르다시피 언덕 아래로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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