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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낯선 자들의 밤
작가 : 환상좀비
작품등록일 : 2018.11.16

신화의 존재들이 생존한 세계.
암암리에 출몰하는 그들의 존재는 인간들의 암인가, 새로운 지성체들인가?
구마사제 준영은 끊임없는 시험 앞에 선택을 종용받게 된다.

 
21화. 천국의 계단 (4)
작성일 : 19-01-14 12:29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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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해안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일행의 차량이 국도 위로 들어서자 완연한 가을 정취가 일행들을 반겼다. 열어둔 창문 사이로 이제 제법 서늘한 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차량은 서해안의 작은 어촌 앞에 멈춰 섰다.

 외곳마을이라 쓰여진 작은 비석을 지나는 동안에 마을 주변은 사람 발자취 하나 찾을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일연 법사님이 여기에 계신다는 거죠?"

 

 "네, 그에게 물어볼 것이 많으니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반드시 포박해야 합니다."

 

 제롬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거기에 담겨진 뜻은 폭행과 납치라는 중범죄였다. 준영은 그런 제롬의 모습에 심경이 복잡했다. 목에 건 검은 십자가와 손을 맞닿은 준영은 부디 이 일이 무사히 끝나기만을 기도했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겠는 데요?"

 

 앞서 걸어간 창기의 말에 준영과 제롬도 빠른 걸음으로 창기 뒤에 섰다. 일행들의 발아래로 외곳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을은 잔치 분위기처럼 어수선했고, 몇몇 가구에선 굴뚝을 타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마을 중앙에서 우측으로 고개를 조금 돌리자 너른 마당을 가지고 있는 저택이 보였다. 그 마당 가운데 순백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복장을 한 남성이 보였다. 누가 봐도 박수무당의 차림새, 자신들이 찾던 일연법사가 틀림없었다.

 

 "하하··· 생각보다 일이 쉽네요?"

 

 황당한 듯이 웃는 준영에게 제롬도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숨어있는 스파이를 찾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대놓고 일을 벌일 줄은 몰랐네요."

 

 "예·· 아무리 봐도 굿을 하려는 것 같죠?"

 

 준영의 물음에 제롬은 고개를 끄덕였다. 채 신부에게서 팽 당한 지 얼마나 됐다고 저렇게 버젓이 상업활동을 하고 있는 건지·· 제롬은 기가 찬 표정으로 일연법사가 있는 주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 안으로 깊이 들어서자 삶은 돼지고기 냄새와 전을 굽는 기름 냄새가 코에 진동했다. 창기뿐만 아니라 평소 레토르트 음식으로만 식사를 때웠던 제롬과 준영의 입가에도 침이 고였다.

 

 "참, 여러 의미로 고역이군요."

 

 제롬은 투덜대며 비스듬히 열려있는 주택 대문을 활짝 열었다. 너른 마당 가운데, 일연법사가 양반다리를 하고서 부적을 쓰고 있었다. 그 자세가 경건해 보여 준영은 선뜻 그를 부르지 못했다. 물론 준영만 그런 것이다. 제롬이 마당 중앙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

 마치 일연법사와 친한 사이처럼 그에게 어깨동무를 한 제롬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자주 보게 되는군. 잘 지냈나, 쥐새끼 양반?"

 

 일연법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경기를 일으킨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떠는 일연법사의 고개가 천천히 제롬을 향해 돌았다.

 그의 시선이 제롬을 확인하자 놀랐던 안색이 다시 돌아왔다.

 

 "휴우·· 놀랬잖아!"

 

 "호~. 도대체 누가 온 거라 착각했기에 그렇게까지 놀라는 거야?"

 

 "알 거 없어. 그나저나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퉁명스런 일연법사의 대답에 제롬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평상에 편히 걸터앉았다. 둘 사이에 펼쳐졌던 긴장감이 해소된 듯하자 준영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에 일연법사가 야단을 부렸다.

 

 "뭣 하러 다 들어오고 난리야? 아, 대체 왜 온 거냐고!"

 

 "채 신부에 대해 물어볼게 몇 개 있어서 그래. 별건 아니니까 긴장하지 말고. 아, 온 김에 여기서 식사 좀 하고 가도 되지? ···엥?"

 

 제롬의 입에서 채 신부란 단어가 나오는 순간, 다시 낯빛이 변한 일연법사가 순간 제롬을 밀쳐내고 일행의 반대편으로 부리나케 도망쳤다. 불혹이 이미 지난 듯 보이는 중년치곤 제법 날랜 몸놀림이었다. 물론 인간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 그렇지.' 제롬은 상황이 재밌는 듯 피식 웃으며 창기를 향해 손짓했다.

 

 "곤!"

 

 이내 창기는 곤으로 변해 일연법사를 향해 뛰었다. 한 걸음씩 튀어나갈 때마다 그 주축 발에 실린 힘 덕분에 마당의 단단한 흙바닥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단 다섯 번의 뛴 걸음 만에 곤은 일연법사를 붙잡았다. 일연법사는 곤에게 멱살을 잡힌 굴욕적인 모습으로 다시 끌려왔다.

 

 "아이고야!"

 

 곤의 외침에 뛰쳐나온 마을 주민들이 일연법사의 모습에 제법 놀란 듯 보였다. 일연법사는 멱살 잡힌 상태로 애써 웃어 보이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아하하·· 끅! 별건·· 아닙니다. 오해가 끅! 있어서··"

 

 목이 졸려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일연법사의 모습에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제롬은 한숨을 쉬며 곤에게 일연법사를 내려놓으라 일렀다. 그리고 곧장 일연법사에게 다가갔다.

 

 "오늘 굿판은 쉬는 게 어때?"

 

 "뭐? 젠장, 남의 돈벌이를 이렇게 망칠 셈이야?!"

 

 "그럼 네가 그동안 사기 치고 다녔던 굿판이 몇 개였는지 여기 주민들에게 다 풀어볼까?"

 

 "그 말이 왜 나오는데!"

 

 구석에 몰린 일연법사가 큰소리를 지르며 제롬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그 옆에서 으르렁거리는 곤을 보고 나자 다시 쪼그라들듯 어깨가 굽었다. 그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제롬에게 하소연했다.

 

 "이건 해야 한다고·· 나까지 떠나면 진짜 위험해서 그래."

 

 "아서라, 잡귀들은 채 신부와 내가 스무 해를 치우고 돌아다녔다. 사람을 해할만한 잡귀는 이제 거의 없어."

 

 "젠! 장··· 그거야 얼마 전까지만 그랬지. 요새 잡귀들이 점점 세를 불리고 있다고."

 

 "악성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거야? 악성을 납치한 고위 뱀파이어가 고작 이따위 일에 힘을 쓰고 있다고?"

 

 제롬을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 순간, 제롬은 온몸에서 털이 서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준영 역시 놀란 얼굴로 주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 안에서 구슬픈 아이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가면-"

 

 "허윽!"

 

 주택 마루에 서 있던 할머니가 아이의 노랫소리를 듣자 울음을 터트리며 주저앉았다. 주변 아주머니들이 급하게 할머니를 부축했지만 실상 그들의 낯빛도 좋지 못했다.

 

 "뭐야? 안에 뭐가 있는 거지?"

 

 제롬은 심각한 표정으로 일연법사를 노려보았다. 소녀가 부르는 건 그저 흔한 동요였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소녀의 노랫소리가 방 앞에 있는 할머니에게도 한참 떨어져 있는 제롬에게도 모두 똑같은 음량으로 들렸다. 저택 내부의 어느 누구라도 그들이 어디 있던지 간에 소녀의 노랫소리가 마치 코앞에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말했잖아·· 귀신에 씌였다고. 벌써 저 아이의 손에 둘이 죽었네. 이이상 방치할 순 없어."

 

 노래는 이내 그쳤다. 그리고 아이가 다시 씩씩거렸다. 무언가에 화가 난 듯 잔뜩 뾰루퉁해진 목소리로 악을 질렀다.

 

 "예수쟁이!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예수쟁이! 그 창자까지 모조리 씹어줄 역겨운 새끼!"

 

 준영이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자신에게 대한 이야기인데 어떻게 방 안의 아이가 자신을 본 것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사이 아이가 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악! 꺄악! 꺄악!"

 

 아이의 목청이 찢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의 비명은 가열찼다. 마치 아이의 입가에 귀를 대고 있는 것처럼 선명한 비명소리가 주택 내 모든 사람들의 고막을 때렸다. 귀를 막은 준영은 주저앉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는 사이 일연법사가 소리쳤다.

 

 "거기, 신부! 주택 밖으로 나가! 지금 당장!"

 

 일연법사의 말에 준영은 주춤거리며 주택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러자 비명은 이내 잦아들었다. 기가 찬 제롬이 일연법사에게 따지고 들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이 아이는 어떻게 된 거고?"

 

 "나도 정확히는 몰라. 그냥 어느 날 무당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졌어. 진짜 귀신이 홀린 아이가 있다고. 무당들 몇몇이 나섰다가 오히려 내상을 입고 물러났고, 결국 나에게까지 이 일이 넘어온 거지."

 

 "채 신부는? 이런 건 주로 그쪽에서 담당했잖아?"

 

 "그쪽하고는 지금 아무도 연락이 안 돼. 너도 그래서 날 찾아온 거 아냐? 미안한데 나도 그들에게서 버림받은 뒤, 완전히 연락두절됐어. 같이 다녔던 낭광 로렌스하고도 연락이 안돼. 빌어먹을! 그래도 파트너라고 했는데!"

 

 제롬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최근까지 가깝게 지냈던 일연법사까지도 그들의 행적을 모른다면 이제부턴 진짜 발로 뛰면서 알아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 혹은 경기 지방까지 내려갔을 줄 모르는 채 신부측을 도대체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신령님! 제발 우리 애기 좀 살려주세요!"

 

 순간 주저앉아있던 할머니가 버선발로 달려나와 일연법사에게 매달렸다. 할머니의 곡소리에 일연법사가 난감해 하며 제롬을 바라봤다.

 

 "도와주게. 일단 여기부터 살리고 우리 문제를 생각하는 게 어떻겠는가."

 

 제롬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마당 밖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주변을 서성이는 준영을 바라봤다. 어차피 그냥 돌아가려고 해봤자 저기 고집 쎈 준영을 꺾을 도리가 없었다. 제롬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일연법사의 표정이 밝아지며 할머니를 일으켰다.

 

 "걱정 마시게나, 여기 보이는 친구들까지 도움을 주기로 했네. 오늘 안에 필시 결판이 날 것이야."

 

 할머니는 일연법사의 말에도 수없이 고개를 조아리며 빌었다. 그동안 공양을 하며 얼마나 빌어왔는지 허옇게 질린 할머니의 손바닥에 제롬의 표정이 굳어갔다.

 

 일행들이 귀신 쫓는 걸 돕기로 했지만, 막상 그들이 나서서 할 일은 딱히 없었다. 마당에 깨끗한 짚을 넓게 깔고 주민들이 준비한 제물 상이 정성스럽게 펼쳐졌다. 느지막이 도착한 기무와 조수가 상 옆에 자리 잡고 장구와 징을 잡았다.

 해 질녁 즘이 되어가자 일연법사가 제물 상 앞에 서서 마치 무언가를 노려보는 듯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표정이 마당 밖의 준영에게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일연법사는 결심한 표정으로 마당 밖의 준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일연법사의 모습에 당황한 준영이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올려봤다.

 

 "만약을 위해 준비해두게."

 

 "예?"

 

 "굿이 실패할 수도 있단 말이야."

 

 "하지만·· 아까도 보셨다시피 아이는 제가 다가가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킵니다."

 

 "내가 굿을 시작하고 살을 준비하면, 아이 몸속의 귀신은 미처 자네에게 신경쓰지 못할 거야. 그때 아이의 곁에 있어 주게."

 

 진중한 일연법사의 부탁에 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리산 위 밀교 본당에서 보았던 그의 가벼운 모습만 아니면 준영은 그를 제법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다시 굿판으로 돌아간 일연법사의 뒷모습에 준영은 십자가를 쓰다듬으며 나직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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