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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홍귀
작가 : 연수희
작품등록일 : 2018.12.31

‘홍귀’라고 들어봤는가? 사람의 붉은 피를 거죽처럼 몸에 흠뻑 뒤집어쓰고 다닌다 하여 붙여진 어느 악귀의 이름이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루자 붉은 악귀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사람들은 붉은 피를 흠뻑 뒤집어쓴 악귀의 모습을 두고 ‘홍귀(紅鬼, 붉은 악귀)’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그게 바로 붉은 악귀, ‘홍귀’다.

500년 만에 다시 세상 밖에 나온 홍귀, 홍귀를 쫓는 여인 연.

복수를 꿈꾸는 여자와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

 
12. 도련님의 고백(2)
작성일 : 18-12-31 21:04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1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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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배라고 알아? 500년 전에 살았던 몹시 아름다운 선관여자.”

 

  영호가 느닷없이 엉뚱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예, 압니다.”

 

  연은 지적하지 않고 가만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여자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불행했다고도 전해지고 있어.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존귀한 모습이었대. 어쩌면 홍귀는 그 여자를 무시할 수 없었을지도 몰라.”

 

  창밖의 어두운 빗줄기에 고정된 그의 시선이 연에게로 천천히 옮겨갔다.

 

  “홍귀는 그녀에게 매료된 게 아닐까 싶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연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 붉은 악귀가요?”

 

  그가 설핏 웃었다.

 

  “그냥 내 추측일 뿐이야….”

 

  그가 또 찢어진 소매 끝을 만지작거렸다.

 

  “500년 전에 죽은 옛날 사람인데다 남겨진 초상화가 단 한 장도 없어서 이제는 그 누구도 구배의 꿈결 같은 아름다움을 몰라. 참 아쉽지? 홍귀만이 그 모습을 알겠지. 볼 수 없으니 어떤 모습일까 더욱 궁금해져서…… 자꾸 상상이 돼.

 

  그가 찢어진 소매를 만지작거리던 손을 우뚝 멈추고 그녀를 깊숙이 바라보았다.

 

  “…구배는 어떤 모습일까?”

 

  그녀에게 박힌 그의 시선은 어디로도 가지 않았다. 그녀를 응시한 채로 그가 말했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절대 사람을 그리지 않아.”

 

  “예,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는 연의 대답에 그가 기쁜 듯 잠시 흐릿하게 웃는다.

 

  “맞아, 난 풍경만 그려. 사람을 그리지 않는 이유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야.”

 

  “사람이요?”

 

  영호가 고개를 힘겹게 끄덕거렸다.

 

  “사람만큼 사람을 아프게 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삿된 귀신들이 그렇지요.”

 

  연의 대답에 그는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모든 인간의 얼굴 속엔 부정(不淨)이 담겨져 있어. 그 까닭은 이 세상에 욕심 없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야. 다만 그것을 능숙하게 숨기느냐, 서투르게 드러내느냐에 따른 차이만 있을 뿐이지.”

 

  그가 한숨을 아주 깊게 내쉬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타인을 미워하고 시기하고, 또 증오해.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죽여. 하지만 귀신의 얼굴에도 그런 부정이 있을까?”

 

  모른다. 귀신의 면상 따위.

 

  연은 어릴 적에 보았던 홍귀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커다란 암흑이 머릿속을 모조리 지배해 기억을 떠올리는 걸 방해했다. 그 암흑은 부모님의 얼굴도 새카맣게 먹어버렸다.

 

  홍귀가 연의 머리를 망가뜨렸다.

 

  “해서 나는 사람의 얼굴을 직시하기가 두려워. 그들의 얼굴을 그리려면 그들을 똑바로 마주보아야 하니까. 다들 선한 척 웃으며 본심을 숨기고 있지만, 마음속엔 큰 칼을 품고 있어. 나는, 나는 그 얼굴들이 무서워….”

 

  영호는 절대 사람을 그리지 않았다. 오로지 산과 들, 강만을 하얀 도화지 안에 수묵하게 담았다. 이따금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나 나른하게 누워있는 고양이, 그리고 짹짹 지저귀는 새도 그렸다. 하물며 땅을 기는 벌레를 쓱쓱 그릴 때도 있었다.

 

  그러나 종이처럼 찢어질 듯이 얇고 연약한 그의 새하얀 세상 속엔 절대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겐 사람이 벌레보다 못한 것이다.

 

  누군가의 강요로 사람을 그린다고 해도 그는 그 얼굴에 이목구비를 절대 그려 넣지 않아 모두를 소름끼치게 하였다.

 

  미쳤어. 그것은 그를 두고 하는 사람들의 말소리였다.

 

  그러나 본인이 원하는 그림을 그릴 때의 그의 모습은 모두가 떠들어대듯이 광기 짙은 나약한 겁쟁이가 아니었다. 한적한 자연 속에 담긴 낙빈한 선비 같았다. 모든 속세와 절연한….

 

  이제껏 주고받은 편지 속 그의 문체도 흘러가는 자연처럼 조용하고 아늑했다. 미움 따위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 내가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고 있어.”

 

  그가 놀라운 소리를 했다.

 

  “누구요?”

 

  그가 볼을 붉히고는 연의 눈을 피했다.

 

  “…구배.”

 

  그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구배?

 

  “500년 전 여자의 얼굴을 어떻게요?”

 

  “상상해서 그리고 있어. 내 안에서 가장 아름답고 선하다고 여겨지는 여성을 근본으로 삼아…. 그 여성의 얼굴은 다정하고 따뜻하거든.”

 

  “도련님의 돌아가신 어머님이요?”

 

  그가 입을 다물었다. 연은 아차 싶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17살일 적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라고 들었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저택의 흉한 일이라 하여 모두가 쉬쉬하며 숨겼기 때문이었다.

 

  “…어머님은 아니야. 그냥, 그냥 어떤 여자야.”

 

  “아… 그렇군요.”

 

  “말이 잠시 딴 데로 샜네. 왜 내 몸이 이렇게 변했는지 알아?”

 

  연의 시선이 무심코 그의 팔로 갔다. 뜯어진 의복에 가려진 그의 피부가 다시금 충격으로 다가왔다.

 

  왜 저렇게 살이 검게 썩은 것일까? 꼭… 악귀에게 저주라도 받은 것 같잖아.

 

  “원래부터 몸이 아프셔서…. 그 상태가 더 나빠지신 건가요?”

 

  말이 떨렸다.

 

  그가 웃으며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의 웃음에 고통스런 기침이 섞였다.

 

  “저명한 의원들도 까닭을 모르겠대. 금보다 귀한 약재들을 많이 써 봤지만 모두 소용없었어.”

 

  그의 몸에선 항상 진한 약냄새가 났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나는 내 몸이 이렇게 변한 이유를 알 것 같아. 우리 집안이 대대로 권력과 부를 쌓기 위해 많은 죄를 지었기 때문이야. 사람을 참 많이 해쳤거든. 언젠가 그 업을 모두 돌려받으리란 예상은 했지만…, 그게 나일 줄이야.”

 

  그는 자신의 인생을 분노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단지 외로워보였다.

 

  “그리고….”

 

  잠시 그가 말하기를 망설였다.

 

  “…내가 갑자기 왜 구배의 이야기를 꺼냈느냐면, 우리 집안의 죄는 아주 먼 옛날 어느 선조님으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야. 손 가의 선조님이 500년 전 구배의 보물을 훔쳤대.”

 

  “예?”

 

  너무 놀라 연은 찻잔을 놓쳤다. 황급히 찻잔을 붙잡았다. 하마터면 비싼 찻잔을 깨트리고 차를 다 쏟을 뻔했다.

 

  벌렁거리는 심장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홍귀를 가둔 여자의 보물을?

 

  “그래서 그 후손인 내가 구배의 노여움을 받는 것 같아.”

 

  그가 연을 보고 말했다.

 

  “이건 집안의 비밀이기 때문에 절대 어디 가서 발설하면 안 돼, 알았지?”

 

  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호가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이더니 속닥거렸다.

 

  “아버님의 방 벽 속에 궤짝이 하나 있는데, 그 속에 서책 한 권과 작은 상자가 들어있어. 서책은 구배의 보물을 훔친 선조님의 일기고, 작은 상자는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올 만큼 아주 작아. 그 작은 상자 속에 구배의 보물이 들어있어.”

 

  “그 대단한 것이요?”

 

  “그래, 신력이 높은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훔치거나 망가뜨리면 저주를 받는다고 들었어.”

 

  또 그가 기침을 했다. 그는 얼른 차를 삼켰다.

 

  “자신의 보물을 훔쳐 달아난 인간의 후손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는 거야, 구배선관은…. 그리고 우리 집안에게 희생당한 넋들도…. 요즘 우리 집안에서 귀신이 들끓는다는 소문이 도는 거 너도 알고 있지?”

 

  홍귀가 저택에 돌고 있다는 소문. 그래서 사람이 죽었다고….

 

  연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알고 있노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이 들끓는 집은 망조가 들린 집이야. 우리 집안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거야.”

 

  “도련님, 말이 씨가 됩니다.”

 

  “씨가 되어야만 해.”

 

  그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 끝에 공포가 걸려있었다.

 

  “혹시나 해서 얘기하는데, 우리 집안의 저택에서 도는 그 붉은 악귀는 홍귀가 아니야.”

 

  “…예?”

 

  “다른, 다른… 존재야. 그러니까 너 얼른 이 저택을 나가는 게 좋아. 곧 사라질 저택이니까. 여기에 휘말리지 말고.”

 

  “그게 무슨 말씀ㅡ.”

 

  영문 모를 충격적인 소리에 그에게 질문을 하려고 한 순간, 그가 몸을 둥글게 말고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쿨럭 하고 큰 기침을 토했다.

 

  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손바닥에 검붉은 핏덩이가 한 뭉텅이로 나왔다.

 

  “도, 도련님!”

 

  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잠깐 머뭇대다가 그의 등에 손을 얹었다.

 

  연의 손길이 닿자 그의 등이 미세하게 떨렸다.

 

  “밖에 사람 있습니까!”

 

  다급히 사람을 부르는데 그가 피 묻은 손으로 연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안 돼! 아무도 부르지 마!”

 

  그가 연을 붙잡고 애원했다.

 

  불덩이처럼 뜨거운 손, 입술에서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 그리고 그의 붉고 뜨끈한 피가 자신의 손목에까지 묻어나있다.

 

  피. 붉은 피!

 

  피로 범벅이 된 어느 작은 집이 연의 머릿속을 흔들었다.

 

  아! 안 돼! 사람을 불러야 해!

 

  “제발 부르지 마! 그럼 아버님의 사람들이 몰려올 거야!”

 

  그 간절한 말에 연은 행동을 멈추고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 얽혔다.

 

  “연아.”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연의 이름을 불렀다. 연은 굳어버렸다.

 

  “미안해.”

 

  “도련님….”

 

  “널 공포에 질리게 해서 미안해. 내가 그때 왜 그랬느냐면, 나는… 나는 정말 그게 널 위한 것이라 생각했고, 비록 가짜편지였지만 그 순간엔 그게 너의 진심이라고 믿었어. 그래서 널 멀리멀리 도망치게 해주고 싶었어. 끔찍한 이곳에서….”

 

  유오군이 자리를 비운 틈이 유일한 기회라고 느껴졌다고 그는 고백했다.

 

  “나는 막연하게 내 인생이 언젠가 나아질 거라는 희망만 품고 살다가 시간만 허비한 채 이렇게 썩어버린 몸뚱이가 되고 말았어. 이제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어. 해서도 안 되고….”

 

  그가 울먹거렸다.

 

  “나는 이 집안의 인형이야. 그리고 이 집안에 들어온 여자들은 모두….”

 

  이윽고 흘러내린 눈물이 그의 얼굴을 온통 뒤덮었다. 눈물 때문인지, 아니면 목구멍에서 타고 흐르는 핏물 때문인지 그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잠깐 숨을 고른 뒤에 그가 다 쉰 목소리로 말했다.

 

  “흘러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전혀 모르고 있었어.”

 

  눈물이 피와 뒤섞여 연의 손등을 적시었다.

 

  뜨겁다. 그의 피와 눈물이 너무 뜨거워서 피부 속에 파고들 것만 같아.

 

  “가만히 있는 게 아니었어.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언젠가는 나아질 거야’하고 하염없이 방관만한 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발버둥 쳤어야했는데….”

 

  그는 무너져 내린 자신의 인생보다 아무것도 안 한 자기 자신에게 더 깊은 후회가 남은 듯했다.

 

  “네가 나처럼 얽매여 사는 게 보기 힘들었어. 이를 악물고 참고 견디는 게 내 눈엔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어.”

 

  연의 손목을 붙잡은 그의 손이 덜덜 떨렸다. 마치 연이 깨지기 쉬운 유리라도 되는 듯 그의 악력이 몹시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더 연약한 것은 그였다.

 

  “저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그는 정말 나를 자세히 보고 있었다.

 

  “유오군은 마냥 다정한 사람이 아니야.”

 

  그가 말했다.

 

  “도련님, 유오군 마마는ㅡ.”

 

  “내 말을 들어줘.”

 

  피와 눈물에 젖은, 뼈마디가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그 메마른 손이 자신에게 매달리자 연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유오군의 다정함은 너를 위한 것이 아니야. 오로지 그 자신만을 위한 거야. 그는 너를 자기 곁에 두려고 다정한 거야.”

 

  “그 분은 원래 모두에게 심성이 다정하십니다. 본디 천성이 그러세요.”

 

  “아니, 그는 너만을 다정하게 봐. 본질은 아주 이기적이고 냉정하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드러운 미소로 대하고 있지만 눈은 전혀 안 웃고 있어. 하물며 그를 지극히 사랑하는 내 여동생에게도.”

 

  그가 잠깐 숨을 삼켰다.

 

  “유오군은 너를 두고 아버님과 거래를 했어.”

 

  “거래라니요?”

 

  그때 그의 옷소매가 살짝 아래로 흘러내려가 그의 안쪽 살갗이 보였다. 무심코 연의 눈이 그의 드러난 팔뚝 피부에 닿았다. 연은 자기도 모르게 아, 하고 짧은 비명을 내뱉었다. 가까이서 본 그의 피부는 훨씬 더 무섭고 끔찍했다.

 

  연이 놀란 것을 느낀 그가 황급히 연의 손목을 놓고 옷깃으로 상흔을 감추었다. 그러다 자신 때문에 연의 손이 더러운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된 것을 보았다. 그가 허둥지둥 소매에서 비단 손수건을 꺼내 연의 손목에서부터 시작해 손가락 사이사이를 닦아주었다. 미안해, 미안해, 하며.

 

  그는 정작 자기 얼굴과 목에 묻은 피는 전혀 괘념치 않아했다. 그가 더 엉망이었다.

 

  “도련님, 저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도련님의 몸이 더….”

 

  뒤늦게 그는 자신이 거리낌 없이 그녀에게 닿아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연이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의 입술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조심히 닦아주었다.

 

  가까이 다가가 닦아주니 그의 목선이 떨렸다. 정말 많이 아픈가보다.

 

  그의 입술과 턱을 닦아주는 동안 그의 뜨겁고 불규칙적인 숨이 뺨에 닿았다.

 

  연의 손길이 그의 목덜미로 천천히 내려가자 그가 움찔하더니 몸을 뒤로 젖히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됐어, 이제. 내가 할게.”

 

  고통 때문인지 그의 창백한 얼굴이 너무나도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그는 연에게 대신 따뜻한 차를 한잔 더 달라고 부탁했다. 연은 그의 부탁대로 차를 그의 잔에 따라 주었다.

 

  몸에 묻은 피와 눈물을 다 닦고 따뜻한 차로 목을 축인 뒤에야 이야기가 다시 진행되었다. 연은 진심으로 그가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을까봐 염려되었다. 연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그가 “괜찮아,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한 날이야.”라고 말했다.

 

  방금 피를 왈칵 토했는데, 가장 건강한 날이라고?

 

  “그거 알아? 넌 원래 유오군 소유의 노비가 아니야.”

 

  그가 뜯어진 옷깃에 가려진 상흔을 힘껏 움켜쥔 채 말했다.

 

  연은 잠깐 귀를 의심했다.

 

  “네…?”

 

  “그것도 역시 모르고 있었구나. 그래, 넌… 아버님의 소유야. 손 태부의 것이지. 네 정식 노비문서는 아버님의 손에 있어.”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손 태부의 것이라니?

 

  “그, 그게 무슨, 아니, 저는 유오군 마마의….”

 

  연은 천치처럼 버벅거렸다.

 

  “생각을 해봐. 역적질을 했다는 이유로 유오군의 생모인 영빈은 참수 당했고, 그 외가는 멸문지화를 당해 그 성씨가 이제 이 나라에 아예 남아있지 않아. 당시 어렸던 유오군은 왕의 자식이란 이유로 간신히 목숨만 건진 채 외딴 곳에 유배를 가게 되었는데, 홍귀에게 잡아먹혔다는 흉흉한 소문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돌연 3년 후에 다시 나타났어.”

 

  나지막하게 말하는 영호의 목소리가 연의 고막에 바늘을 찔러 넣는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온 유오군의 한쪽 손엔 어린 여자아이의 손이 붙들려있었는데… 병이 든 아이였지. 거의 미쳐있었어. 그 여자아이가… 바로 너였고.”

 

  연은 치맛자락을 움켜잡았다. 눈빛이 어둡게 변모했다.

 

  “유오군이 아무리 총명해봤자 고작 열다섯이었어. 왕족의 신분마저 박탈당한 역적의 자식. 이 나라에서 자기 한 몸도 고사하기가 힘든 그가 어떻게 너까지 책임질 수 있었을까?”

 

  “…손 태부 어르신의 은혜군요.”

 

  영호가 독이라도 삼킨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은혜? 내 앞이라고 굳이 내 아버님을 좋게 말할 것 없어. 아버님은 좋은 먹잇감을 발견하신 거야. 조건 없이 유오군을 도왔을 리 없어.”

 

  그래, 그 대단한 손 태부니까.

 

  “어린 왕자에게서 그보다 더 어린 여자아이를 빼앗는 건 일도 아니지. 내 말뜻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니?”

 

  잘 안다, 그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역함이 속에서 치밀어 올랐다.

 

  나는 손 태부, 그 늙은이의 것인 거다.

 

  “아버님이 잠깐 유오군에게 널 빌려준 것뿐, 아버님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널…….”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작년 그날, 내가 널 몰래 도망시켜주려고 했던 때, 아버님의 방을 몰래 뒤져 네 노비문서를 겨우 찾아내 훔쳤어.”

 

  “네?”

 

  연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노비문서를 네게 건네주려고.”

 

  도련님이 손 태부의 무시무시한 방을 뒤지고 내 노비문서를 훔쳤다고?

 

  “네가 자유롭게 훨훨 날아갔으면 하고 바랐어, 새처럼…. 그러기 위해선 일단 도망노비 신세여선 안 돼. 추노꾼(도망간 노비를 잡는 사냥꾼)이 붙을 테니까. 또 충분한 금전과 안전한 행로, 길잡이도 필요해. 그것들도 그때 이미 충분히 마련했고, 널 사슬에서 완벽하게 풀어줄 생각이었어.”

 

  “제 노비문서를 훔쳤다고요?”

 

  연이 재차 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는 유오군의 약점이니까 아버님이 네 노비문서를 꼭 쥐고 계셔. 아버님은 절대 널 놓지 않으실 거야. 그러니 유오군도 아버님이 ‘됐다’할 때까지 아버님의 꼭두각시로 살아가겠지. 네가 그 속에서 계속 이렇게 견딜 수 있을까?”

 

  그 순간 누군가가 숨통을 조르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아. 넌 나처럼 될 거야. 이대로라면….”

 

  썩어버린 몸뚱이로 평생 무언가에 얽매여 숨만 쉬어야 되는 그런 인생처럼.

 

  “너는 너 때문에 손 태부란 늙은이에게 얽매여 살아가는 유오군을 보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거야. 그럼 유오군은 그 죄책감과 다정함을 이용해 널 계속 자기 곁에 묶어두겠지.”

 

  누군가를 꿰는 약점으로, 그리고 또 누군가의 위로가 되는 목적으로.

 

  그는 마치 유오가 악당이라도 되는 듯이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가 없었다. 전신에 줄이라도 매여 있는 것 같아.

 

  “말 잘 듣고, 적당히 눈치 있으며, 언제든지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왕족이 아버님껜 필요해.”

 

  연은 울컥했다.

 

  “실없이 잘 웃으시며 화를 잘 안 내셔도 마마는 호락호락한 분이 아니세요.”

 

  “알아, 유오군은 화나면 무서운 사람인 거. 나도 그가 무서워. 아버님도 그가 다루기 힘든 남자란 걸 잘 아셔. 그래서 네 노비문서를, 일개 천민여자의 문서를 자기 방 안쪽 개인서랍에 꼭 모셔둔 거야. 그 서랍은 아버님이 늘 품속에 갖고 다니시는 열쇠꾸러미로만 열 수가 있어.”

 

  그가 연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말했다.

 

  “우리 집안은 여태껏 왕실과의 인연이 끊긴 적이 없었어. 어떻게든 관계를 맺고 왕실을 늘 쥐고 흔들었지. 그게 우리 집안 권력의 뿌리야.”

 

  왕실과 가장 간단히 관계를 맺고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혼인’이다.

 

  유오와 영서가 약혼으로 묶여있다.

 

  “하지만 이번만은 그게 안 됐어. 선왕이 모든 고리를 끊어내고 덜컥 죽었거든. 아버님의 입장에선 여간 번거로운 상황인 게 아니야. 현왕도 아버님의 심기를 거스르는 존재이니.”

 

  지금의 왕은 유오의 이복형 중 한명으로, 정실의 적자다. 현왕은 손 태부의 권세에 비하면 미미한 힘을 가진 나약한 존재이지만 시시탐탐 손 태부에 반하는 세력에 의견을 실어주려고 해 손 태부로서는 아주 불쾌하기 짝이 없는 상황일 것이다.

 

  단순히 유오의 노비로서 살아가는 연에겐 이런 권력정치의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 유오가 그 속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는다면 딱히 알고 싶은 일도 아니었다.

 

  누가 목이 잘렸대, 누가 관직이 파직되어 저 멀리 귀양을 가게 되었다는군.

 

  이렇구나, 저렇구나 하는 무서운 소문들이 귀에 들릴 때마다 남의 일인 양 굴었지만 마음이 불안했다. 부디 유오가 손 태부에 권력놀음에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하지만 영호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이 너무나 편한 대로만 생각하고 안일하게 행동했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순진하게 굴었다.

 

  그 능구렁이 같은 손 태부가 유오를 ‘안전하게’ 이용할 리가 없다.

 

  “그럼 대체 뭐죠? 손 태부께선 현왕 대신 유오군 마마를 옹립하실 생각이시랍니까?”

 

  그렇게 말한 순간, 속이 뒤틀리고 천지가 뒤집어졌다. 연은 뒤늦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왕의 시해를 입에 담다니, 목이 잘려도 할 말 없는 상황이다. 연은 자신의 손끝이 떨리는 것 느낄 수 있었다.

 

  불경한 소리를 입에 담은 입을 꾹 다물고 영호를 휙 빠르게 쳐다보았다.

 

  핼쑥한 안색의 영호는 무척이나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넌 눈치가 빠르고 영리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순진해서 어리석기도 해.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애였다면 너를 대하는 유오군도 이렇게 난처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 그러면….”

 

  “그래, 아버님은 현왕이 맘에 들지 않아. 권력이 약해도 왕은 왕이거든.”

 

  안 돼, 그럼….

 

  “아버님과 유오군의 거래는 유오군이 영서와 혼례를 맺고 나아가 아버님의 명령에 일절 거부하지 않는 거야. 아주 착한 개처럼…. 그럼 그 대가로 네 노비문서를 유오군에게 건네주는 거야. 다시는 너를 두고 유오군에게 그 어떤 협박도 하지 않는 거지.”

 

  잿빛머리칼에 선한 인상을 가진 남자의 얼굴이 연의 시야를 뒤덮었다. 유오!

 

  “하지만 아버님이 그 약속을 지킬까? 지킨다 해도 언제 대가를 줄 건데?”

 

  “…….”

 

  “만약에 네가 손 태부라면 이용해먹고 싶은 존재의 유일한 약점을, 약속을 지켰다는 이유만으로 덥석 내어줄 것 같아? 그 약점만 잘 쥐고 있으면 언제까지고 이용하고, 이용하고 또 이용할 수 있는데?”

 

  손 태부가 자신을 이용해 유오를 얽매는 건 알고 있었다. 유오가 그 능구렁이 영감에게 고분고분한 것이 자신 때문인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어마어마한 거래까지 있는 줄은 알지 못했다.

 

  바보, 멍청이, 어리석은!

 

  “노비치고는 괜찮은 인생에 길들여지지 마. 넌 여기에 얽매여선 안 돼. 얽매이고 싶지도 않잖아? 단지 유오군이 소중할 뿐이지, 네 인생 자체를 줄 생각은 조금도 없잖아.”

 

  식은땀이 났다. 정곡을 찔렸다.

 

  “너도 네 인생을 네가 선택하고 싶은 거야.”

 

  “…….”

 

  “그게 설사 홍귀를 만나러 가는 ‘죽음’이라도.”

 

  내면에서 무언가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쿵’소리가 단단한 내벽에 부딪혔다. 마음에 여러 개의 실금이 생겼다. 혼란한 마음이 와장창 깨질 듯이 아슬아슬하다.

 

  “만일 하늘이 두 번 바뀌어 아버님이 거래를 지킨다고 해도, 그냥 주인이 바뀌는 것뿐이야. 유오군은 절대 널 놔주지 않을 거야.”

 

  “이런 이야기를 제게 하시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그도 원하는 게 있으니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 거다. 연은 경계심이 그득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사과를 하러 왔다더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목깃까지 피에 젖은 그가 잠시 입을 다물고 결의에 찬 눈빛으로 연을 응시했다.

 

  그런데 그가 예상 밖의 말을 하였다.

 

  “마지막 제안을 하려고.”

 

  “마지막 제안이요?”

 

  “그래, 오늘 찾아온 건, 네게 그날의 내 잘못을 사과하고 마지막 제안을 하기 위해서야.”

 

  찰나의 망설임 끝에 그가 확고한 어조로 물었다.

 

  “마지막으로 너에게 물을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기회는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는 그동안 숱하게 연에게 해왔던 질문을 다시 한 번 하였다.

 

  “너, 정말… 여기 계속 남아있을 거야? 떠나고 싶지 않아?”

 

  그 질문에 자신의 선택이 달렸다는 것을 안 순간, 가슴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진짜 마지막으로 물어보고 있는 거야.

 

  “내 혼례식이 얼마 남지 않았어. 혼례식 날이면… 모두가 정신없을 거야. 그때 내가 다시 네 노비문서를 몰래 가져다줄게. 노잣돈과 길잡이도 준비해두었어. 작년만큼 준비를 철저히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네가 무사히 떠나는 데 큰 탈은 없을 거야.”

 

  “태부어르신 몰래 이런 짓을 한 걸 들켰다간 도련님이 큰 화를 입으세요.”

 

  엉망이 된 그의 얼굴이 그게 뭐가 대수라는 듯 미소 지었다.

 

  “이제 곧 죽을 텐데 그런 게 다 무슨 상관이야.”

 

  “도련님, 쉽게 죽는단 말 하지 마세요. 그리고ㅡ.”

 

  “그동안 난 방관자로만 살았어. 이 집안에서 일어나는 무참한 일들을, 그냥 무서워서 내버려두었었어. 이 집에 귀신이 들끓는 게 당연해. 내가 저주를 받을 만도 하지.”

 

  그때 밖에서 톡 하고 누군가가 문을 작게 두드렸다. 작은 돌이라도 던진 듯했다.

 

  영호가 소스라치는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신호다. 가야 돼. 방을 비운 걸 들켰어.”

 

  “네?”

 

  그가 연을 내려다보았다.

 

  “잘 생각해. 네 인생이야. 여기서 안락하게 얽매여 살지, 아니면 찰나라도 자유를 느끼고 죽을지. 대답은 적어도 사흘 후까진 줘야 돼.”

 

  허둥지둥 나가려는 그를 연이 붙잡았다. 그가 자신의 팔을 붙잡은 연의 두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 왜?”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옷과 우산이요.”

 

  “아….”

 

  그러나 아직 마르지 않은 옷과 우산은 축축했다. 연은 돌려주기를 망설였지만 영호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그것들을 받아들였다.

 

  “도련님, 왜 저한테 이렇게 해주시는 거예요?”

 

  연이 그에게 물었다. 그가 천천히 연과 시선을 맞추었다.

 

  연이 얽매인 채 불행하게 살든, 아니면 밖으로 도망쳐 자유롭게 살든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그는 대체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일까? 아버지를 거역하면서까지.

 

  그가 얼마나 아버지를 두려워하는지 잘 알고 있다. 아니, 이 유국에서 손 태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없다.

 

  그가 한참이나 대답을 못하고 서 있자 밖에서 또다시 톡톡 신호가 들렸다. 이번엔 몹시 다급하게 들렸다.

 

  “그때….”

 

  그가 말문을 열었다.

 

  “그때 병아리 고마웠어.”

 

  “네?”

 

  “…어두운 밤엔 방밖으로 나오지 마.”

 

  영문 모를 소리를 마지막으로 그는 급히 떠났다. 다급한 발걸음소리가 점차 멀어지고 연은 한동안 그 자리서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안락하게 얽매여 살지, 아니면 찰나라도 자유를 느끼고 죽을지.

 

  연은 제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고생한 손이다. 노비의 손이라면 응당 이렇지만, 연의 경우엔 조금 더 특별했다.

 

  활을 마지막으로 잡은 지가 언제지. 홍귀를 잊지 못해 몰래 활을 쏘는 것을 유오에게 들킨 이후로 당장에 그만두었다. 유오는 딱히 하지 말란 소리는 안 했지만 표정에서 걱정과 불안이 넘쳐흘렀다.

 

  그런 유오의 얼굴이 무서워서 활을 버렸다.

 

  「대답은 적어도 사흘 후까진 줘야 돼.」

 

  사흘 후….

 

  고민할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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