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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홍귀
작가 : 연수희
작품등록일 : 2018.12.31

‘홍귀’라고 들어봤는가? 사람의 붉은 피를 거죽처럼 몸에 흠뻑 뒤집어쓰고 다닌다 하여 붙여진 어느 악귀의 이름이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루자 붉은 악귀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사람들은 붉은 피를 흠뻑 뒤집어쓴 악귀의 모습을 두고 ‘홍귀(紅鬼, 붉은 악귀)’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그게 바로 붉은 악귀, ‘홍귀’다.

500년 만에 다시 세상 밖에 나온 홍귀, 홍귀를 쫓는 여인 연.

복수를 꿈꾸는 여자와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

 
6. 영서아가씨(1)
작성일 : 18-12-31 20:55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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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요?”

 

  다 낡은 장옷을 머리에 뒤집어쓴 어느 아낙이 품에 아기를 안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중 하나에게 물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어두침침한 아침인데, 많은 사람들이 어느 취루에 떼거지로 모여 안타까운 탄사를 내뱉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녀 하나가 죽었다는구먼. 아무래도 손님으로 온 남자가 죽인 모양이오.”

 

  등에 봇짐을 멘 늙은 남자가 답했다. 비가 몸을 씻겨주는데도 그 몸에서 비린내가 심하게 나는 걸로 보아 생선을 팔아먹고 사는 장사치인 게 분명했다.

 

  “유녀가? 그게 뭐 대수인 일이라고.”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종종 술을 먹고 행패를 부려 유녀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은 다반사였다.

 

  “원래 귀족나리들이 종종 유녀들을 죽이기도 하잖아요. 그분들 눈에 우리 같은 것들이 사람으로 보일까?”

 

  “말도 마시오. 귀족이 아니라 어느 비루한 놈팡이였다는군.”

 

  “놈팡이?”

 

  그때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 곳에서 여자들의 곡소리가 크게 터져 나왔다.

 

  아기를 안은 아낙은 곡소리가 터진 곳에 시선을 박았다. 아리따운 유녀들이 비를 맞으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녀들 가운데에 한 여자가 맨바닥에 누워있었는데, 죽은 모습이 보이지 않게끔 누런 천으로 덮여 있었다. 다만 밖으로 삐져나온 길고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핏기 하나 없이 허옇게 질린 팔과 다리를 보아, 죽은 그 유녀임에 틀림없었다.

 

  축 늘어진 팔다리가 꼭 방금 죽은 생선의 허연 배때기 같았다.

 

  아낙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아기를 품에 꼭 껴안았다. 일순 소름이 끼쳤다.

 

  “아니, 비루한 놈팡이를 손님으로 받았다고?”

 

  이해가 되지 않아 혼잣말로 중얼거리니 늙은 남자가 답했다.

 

  “죽은 유녀가 하룻밤 데리고 놀 요량으로 꼬드긴 거겠지. 사내만 색을 갖고 노나? 계집들도 색을 갖고 놀 줄 알지.”

 

  “쯧쯧, 제 명을 자를 남자인 줄도 모르고 이부자리에 끌어당겼네.”

 

  아낙이 혀를 차며 누런 천에 덮인 죽은 유녀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보았다. 품에 안긴 아기가 자꾸만 입을 쩝쩝 다신다. 배가 고파 젖을 달라는 모양이다.

 

  아낙은 아기의 등을 토닥였다.

 

  “근데 유녀들이 이상한 말을 하더군.”

 

  늙은 남자가 말했다.

 

  아낙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 말이라니?”

 

  “새벽에 관리 하나가 귀찮다는 얼굴로 살인사건을 조사하러 왔는데, 유녀들에게 남자의 용모나 행색 등을 물었거든? 아니, 그런데 유녀들이 다 하나같이 ‘사람답지 않게 아름다웠고 무서웠습니다.’이러지 않겠소?”

 

  “이잉? 그건 또 뭔 소리래?”

 

  “내 말이.”

 

  늙은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행색은 비루하기 짝이 없었는데, 두고 간 돈이 무려… 금 6전이나 된다더군!”

 

  “금 6전?!”

 

  아낙의 목소리가 커졌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아낙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인 채로 아낙이 늙은 남자에게 속닥거렸다.

 

  “그게 말이 돼요? 비루했다면서? 근데 그만한 돈을 두고 가?”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 아니겠소? 관리는 심드렁한 얼굴로 유녀들이 술에 취해 헛소리를 한다고 여기고는 대충대충 굴더이다.”

 

  “설마… 그 돈이 유녀를 죽인 값은 아니겠지요?”

 

  그때 덩치 큰 한 사내가 나타나 “이제 그만 치워야한다. 장사를 해야지.”라고 말했다. 죽은 유녀의 몸을 얼른 치우겠다는 말인가 보다.

 

  하긴 사람 죽었다는 곳에 어느 누가 손님으로 오고 싶겠는가. 찝찝하게.

 

  유녀들은 훌쩍이며 품에서 자신들이 아끼던 장신구를 꺼내 죽은 유녀의 몸에 얹어주었다. 가장 아끼던 장식품을 죽은 동료에게 주는 것이 그들만의 장례의식인가보다.

 

  덩치 큰 사내가 죽은 유녀의 몸을 성의 없게 수레에 옮겼다. 고깃덩이를 나르듯이 덜컹 하고 큰소리 나게 시신을 옮기자 유녀들이 노발대발하며 사내에게 매섭게 따졌다.

 

  그 장면을 보며 늙은 남자가 아낙에게 말했다.

 

  “하여간 도통 심상찮은 일이라 모두가 이리 구경하러 나온 것 아니겠소? 범인은 잡지 못했다는군. 유녀들이 이곳에 처음 온 객 같다고들 하던데.”

 

  “섬뜩하긴 하네….”

 

  아기가 몸을 버둥거리며 칭얼거리기 시작하자 아낙은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기를 안고 몸을 돌리려는데, 강한 비바람이 돌연 강하게 불어와 사람들의 몸을 쓸었다. 여기저기서 아이고, 하는 신음이 나왔다.

 

  아낙도 얼른 아기를 품안에 껴안고 몸을 안으로 웅크렸다. 장옷이 날아가지 않게끔 세게 잡느라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그런데 그때, 유녀의 시신을 덮은 누런 천이 바람결에 저 멀리 휙 날아가 버렸다.

 

  빗줄기가 시신을 마구잡이로 때렸다.

 

  “에구머니나!”

 

  시신을 본 아낙은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그건 다른 구경꾼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히익, 질색하며 뒷걸음질 쳤다.

 

  피로 마구 얼룩진 유녀의 목에서 뼈가 불룩 튀어나와있었다.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 저리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지막지했다.

 

  차라리 짐승이 물어뜯었다고 보는 게 낫겠다.

 

  죽은 유녀의 눈은 고통과 두려움에 희번덕 질려있었다. 눈알에 생생한 기운이 서려있다. 당장이라도 시신이 벌떡 일어나 비명이라도 지를 듯했다.

 

  죽은 유녀의 모습이 아낙의 눈에 단단히 박혔다. 아낙은 몸속에서 피가 전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어미의 공포를 느낀 것인지 품에 안긴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아기의 울음소리에 아낙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듯이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다 그만 장옷이 비바람에 날아갔는데도 아낙은 뜀을 멈추지 않았다.

 

  요즘 이곳은 이상하다. 손 씨 가문의 저택엔 홍귀가 나타났다고들 하지 않나, 이번엔 유녀가 저리 흉하게 죽어버리다니!

 

  정말 망조가 들려버린 것이 틀림없다.

 

  멀리멀리 달아났음에도 마치 죽은 유녀의 모습이 자신의 뒤를 바짝 쫓은 듯해 아낙은 섬뜩했다.

 

  유녀는 고통스럽게 죽어있었다.

 

  대체 어느 비루한 놈팡이가 그녀를 그렇게 죽였을꼬? 천벌 받을 인간 같으니.

 

 

 

 ***

 

 

 

  “역시 머리끈을 바꾸어야겠어. 너무 어려 보여. 전혀 어른스러워 보이지 않아.”

 

  불만이 가득한 말에 하녀가 얼른 다른 비단 끈을 가져왔지만 그것 역시 영서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초록빛이 도는 까만 머리칼을 길게 기른 소녀가 고양이처럼 도도한 눈을 높게 치켜뜨고서 하녀를 구박했다.

 

  “왜 그렇게 어리고 촌스러운 것만 골라오는 거야? 일부러 그러는 거야?”

 

  “아, 아닙니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하녀가 머리를 꾸벅 조아렸다.

 

  영서는 못마땅한 듯 혀를 딱 찼다.

 

  “얼른 분이나 가져와. 비가 와서 그럴까? 얼굴이 왠지 누렇게 뜬 것 같아. 아, 연지도 가져와! 생기가 너무 없어 보여. 뺨에도 조금 발라야겠어. 얼른!”

 

  그녀의 명령에 수십의 하녀들이 허둥지둥 움직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그녀는 느닷없이 치장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덩달아 그녀를 모시는 하녀들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이유는 유오군君이 갑작스레 저택에 오기 때문이었다.

 

  “아아, 시간이 부족해!”

 

  영서가 절망에 빠진 목소리로 외쳤다.

 

  한참 단잠에 빠져있는데 하녀가 자신을 흔들어 깨웠다. 너무 화가 나서 하녀의 뺨을 내리쳤다.

 

  그런데 하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유오군 마마께서 저택에 오신답니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분이 오신다고?

 

  영서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 시간에 오시다니! 그것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기쁘지만 마음이 당혹스럽고 초조하다. 제대로 꾸미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와 단둘이 만나는 건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더 힘든 일지만, 그래도 찰나라도 그와 눈이 마주칠 수가 있다. 그래서 그를 만나기 전, 최소 1시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 어느 빈틈도 보이지 않게 자신을 꾸며야하기 때문이었다.

 

  깨끗이 목욕을 해 어느 한군데서라도 냄새가 나지 않게, 머릿기름으로 머리카락을 수없이 빗어 윤기가 흐르게, 분과 연지로 얼굴에서 빛과 생기가 돌게, 마지막으로 향초를 뿌려 몸에서 은은한 향이 나게.

 

  의복은 당연히 최고급 비단으로만!

 

  그런데 이 과정을 모두 건너 띄었다. 목욕은 고사하고 얼굴과 목을 대강 물로만 적시었다. 머리도 비 때문에 마구 꼬불거렸다. 눈 밑은 퀭했다. 가장 중요한 입술에서는 삭막한 건조만 흘렀다.

 

  면경 속에 꼴사나운 여자만이 존재했다.

 

  아아! 영서는 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꼴불견!

 

  “그분은 보통 오시쯤에 오시잖아! 그런데 무슨 일이시기에 이렇게 아침 일찍 오시는 거야? 설마, 어디 몸이라도 안 좋으셔서?”

 

  장차 낭군이 될 남자에게 혹 변이라도 생겼을까 영서는 걱정했다. 그러자 영서의 머리칼을 빗던 하녀 하나가 겁에 질린 얼굴로 조심히 말했다.

 

  “…그것이, 간밤에 홍귀가 진짜 나타났다 합니다. 이 저택에요. 그래서 호위 하나가 죽었다고….”

 

  영서가 얼굴을 번쩍 들었다.

 

  “홍귀?”

 

  “예.”

 

  “난 또 뭐라고.”

 

  “…예?”

 

  영서의 태연한 반응에 하녀가 눈을 크게 떴다.

 

  이 아가씨는 유오군이 갑자기 저택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세상이 곧 망할 것처럼 소란스럽게 굴더니, 홍귀가 저택에 나타났다는 말엔 퉁명스럽게 굴고 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인데도!

 

  “아가씨, 홍귀라고요?”

 

  “그게 뭐 어쨌다고? 그래봤자 그냥 사특한 요물일 뿐이잖아. 그딴 건 무당이나 제혜국의 선관을 불러서 없애라 그러면 돼. 아버님의 명령이면 못할 게 없어.”

 

  귀한 집안에 태어나 권세가 그득한 아비의 품속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서 그런 걸까? 영서는 모든 것이 아버님의 명령이면 다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녀가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으나 얼른 표정을 고쳤다. 이 콧대 높은 아가씨의 심기를 어지럽혀선 안 된다.

 

  “그럼 뭐야, 그런 일로 유오군 마마를 불렀다는 거야? 대체 왜?”

 

  “마마께서 과거에 홍귀로부터 살아남은 적이 있으시니, 태부어르신께서 무슨 방도라도 있지 않을까 하고 부르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큰 도련님의 혼례식도 얼마 안 남았으니….”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호위 하나가 덜컥 숨을 거두었다.

 

  실체가 없는 소문에 살이 붙은 것이다. 그 탓에 저택 안에 있는 모두가 공포에 질려있다.

 

  이 거대한 저택 안에 홍귀가 있어. 우리 바로 옆에 있을지도 몰라.

 

  무서워. 무서워!

 

  홍귀는 사람의 살과 뼈도 씹는다고 하던데!

 

  새벽에 일어나 유오군을 맞을 채비를 하는 하인들의 행동이 모두 불길하게 삐걱거렸다. 그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홍귀가 바로 옆에서 히죽이며 듣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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