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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아내의 치명적인 비밀
작가 : 언덕에복
작품등록일 : 2018.12.22

알고 보면 비밀 많은 드라마 쓰는 작가 장진, 어느 날 그녀에게 남편이 등장했으니 그는 바로 대한민국 최고 꽃미남 배우 심빈! 장진과 심빈이 만들어가는 스펙타클 러브스토리!

 
16회. 순이의 비밀
작성일 : 18-12-31 20:50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8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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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J 앨범. 장진 영어이름 앞 글자를 딴 대문자 JJ.

 그녀는 앨범을 꺼내 페이지를 넘겨 훑어봤다. 심빈과 장진이 함께 있는 여러 장의 사진이 시기 별로 정리돼 있었다.

 

 순이 자신도 잠시 잊고 있었던 진짜 본업은 보조 작가가 아니라 최 대표에게 고용된 스파이였다.

 과거 최 대표가 순이를 서울로 부른 이유는 따로 있었다.

 

 

 

 ***

 

 

 

 최 대표는 3년 전 심빈으로부터 10억을 선투자를 받고 장진의 대본을 무조건 드라마화 해달란 부탁을 받았다. (그 당시 심빈은 최 대표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다) 나머지 10억은 장진의 드라마가 티비에 방영되는 것을 확인하고 후 지급하는 조건이 붙은 계약이었다.

 

 말로만 엔터테인먼트 대표지 실상 백수가 다름없던 최 대표는 한마디로 자신이 땡잡았다고 판단했다. 알지도 못하는 무명작가와 배우가 어떤 사이인지 궁금해 진 것은 그 당시 기억을 잃은 장진에게 일부러 접근한 후였다.

 

 장진이 당연히 심빈을 알 것이라 여겼던 최 대표는 그녀에게 일부러 드라마가 방영된다면 남자 주인공은 심빈이 어떻겠냐고 물었었다.

 

 

 -심빈이 누군데요?

 -장 작가 아는 사람 아니야?

 -처음 듣는 이름인데. 제가 알아야 하는 사람인가요?

 -...장 작가,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 아니지?

 -네 ? 그게 무슨 소리세요?

 -심 빈. 심 빈이라고. 장 작가, 심빈 이름 한번도 못 들어봤어? 신손아 작가 숨겨진 아들! 꽃미남 배우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심. 빈. 농담 말고 장 작가, 심 빈. 진짜 정말 몰라?

 -뭐요! 세상에! 세상에! 신 작가님한테 숨겨진 아들이 있었어요?

 -진짜 몰라?

 -그 말 진짜예요? 루머 아니에요? 잘못 들은 신 거 아닌가요?

 

 

 ’이것들 봐라? 나 최조조야~‘

 

 최 대표는 심빈과의 계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진이 아예 심빈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심빈과 재밌는 게임을 해보기로 했다.

 

 파리 어느 공원에서 발견돼 한국으로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한 여자와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남자배우와의 스캔들을 터뜨리면 한국사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생각만으로도 참 재밌는 게임이었다.

 물론, 폭탄을 터뜨리는 건 당사자들한테는 비밀로 유지하는 한해서.

 

 최 대표는 남자인 심빈의 주위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자인 장진까지 감시하기엔 무리였다. 최 대표는 장진을 감시할 사람을 따로 뽑아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자신의 주변에 고용할 마땅한 인물들이 없음을 한탄하는 중에 우연히 들린 국밥집 이름이 ’순이 국밥집‘이라서. 부지불식간에 고향에 살고 있는 강순이를 생각한 건 지극히 우연이었다.

 

 당시 강순은 노모의 병환에 가세가 기울어져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바코드 찍으며 살아가는 시골 처녀였다. 최 대표는 강순모의 병원비 2억을 줄 테니 자신의 일을 도와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한때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오라버니. 자신의 짝사랑 오라버니가 찾는데 얼굴 한번 보러 간다는 마음으로 서울로 상경한 순이는 최 대표가 생각지도 못했던 2억을 주자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

 

 "순이는 앞으로 장진을 감시하도록 해."

 "....네, 오라버니"

 "장진은 지금 기억상실증이야."

 "!"

 

 그렇게 순이는 최 대표의 오른팔이 되어 3년간 장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데 구두로 약속했다.

 

 그때 최 대표가 자신의 시나리오를 강순에게 말하길. 장진과 심빈은 깊은 연인관계고. 미국으로 촬영 떠났다고 알려진 심빈이 쓰러진 채 발견된 곳이 3개월 후 장진이 발견된 곳과 똑같단 것은 단순한 우연히 아니라고 말했었다.

 

 이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을 어떤 음모가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우리가 먼저 그것을 찾아서 한몫 챙겨야 한다고 순이에게 당부했었다. 우리가 저들에게서 대한민국을 구하는 것이라고.

 

 3개월 차로 외국 어느 공원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심빈과 장진. 그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인지 순이는 알지 못했으나 노모의 병원비를 마련해 준 최 대표를 위해 열심히 일해서 보답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었다.

 

 최 대표가, 최 조조 오라버니가 걸은 놓은 언술에 의해서.

 

 

 

 ***

 

 

 

 앨범을 훑어보며 최 대표에게 들었던 일화를 떠올리던 순이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단순히 사기꾼이었지. 사기꾼에 말에 속아 넘어간 내가 바보다, 바보.“

 

 순이는 1년간 열심히 옆에서 장진의 행동을 체크해 최 대표에서 매일 보고를 했었다. 그러던 것이 매주로, 매달로 반년으로 보고 횟수가 줄어들었다. 보고할 특별할 일이 전혀 없었다.

 

 장진은 심빈이란 구원투수를 자신의 등에 업은 줄 모르는 무명작가였을 뿐이었다.

 

 그녀가 보기엔 최 대표는 심빈에게 받은 투자금을 온몸으로 명품으로 도배하는 데 쓸 뿐. 정작 장진에게는 드라마화가 결정됐다, 미안하지만 방송사 사정이 너무 안 좋다는 별의별 핑계로 계속 기다리라는 말만 했다. 한마디로 도둑놈이었다.

 

 순이는 보기 싫었다. 속는 장진도 속이는 최 대표도. 순이는 장진 감시활동 1년 후자 되자 최 대표에게 말했었다. 2억은 열심히 벌어서 갚아서 돌려줄 테니 자신은 노모가 계신 고향으로 내려가 보겠다고 했다. 덧붙여 장진을 속이는 게 미안해서 떠나겠다는 말도 했다.

 

 순이의 말을 듣고 노발대발 최 대표가 한마디를 했는데 그게 순이가 아직까지 장진의 곁에 남아있는 이유가 될 줄은 당시 순이는 알지 못했다..

 

 

 ”이제 속는 작가님 보는 것도, 속이는 오라버니 보는 것도 다 그만할래요. 돈은 열심히 벌어서 갚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가볼게요“

 ”강순이, 정말 이대로 내려갈 거야? 너마저 가버리면 장진 저 여자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어“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오라버니. 이제 그만 남은 돈이라도 장진 작가님을 위해서 쓰고 남 속이는 일은 그만하세요.“

 ”그래, 가라. 가고 싶으면 가. 근데 내가 너한테 한 말 중에 거짓말은 없었다. 그건 잘 알아둬.“

 ”네, 오라버니 안녕히 계세요.“

 ”잠깐만 이대로 그냥 가버릴거야?“

 ”잡지 마세요, 오라버니.“

 ”강순이,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3년 전, 애인 대본을 드라마화 해달란 심빈이 그날 이후로 미국에 있는 액터 스쿨에 입학했어. 3년 과정이지. 하지만 알려진 바와 달리 그는 연기공부가 아닌 요양을 하러 간 거야. 내가 그동안 심빈을 파파라치처럼 따라다니면서 얻은 정확한 정보지.“

 ”심빈 씨는 연기를 배우러 간 거예요.“

 ”너한테만 한 가지 더 말해줄까? 심빈은 저번 주에 장진을 보러 이 근처까지 왔었어. 편의점에서 라면 먹는 장진을 멀리서 바라보다 돌아갔지. 이래도 내가 머릿속으로 혼자 영화 찍는 건가? 이 둘 사이엔 뭔가 있어! 확실하게!“

 “보자보자 하니까 그만하세요. 장 작가님 그만 냅둬요! 기억도 온치 않은 양반이라구욧! 난 오늘부로 오라버니랑 한 계약 깨겠어요. 받은 돈은 갚겠지만 더는 오라버니가 장 작가님께 해를 끼치는 못하도록 내가 작가님 곁을 지키겠어요.”

 “넌 너나 지켜. 누굴 앞으로 무슨 수로, 무슨 돈으로 지키겠다는 거지?”

 “오라버니는 신경 꺼요. 제가 알아서 할 문제예요”

 “훗. 강순이는 보기보다 배포가 작구나. 이거 실망인걸? 그래 가지고 어디 밥 벌어 먹고 살겠어? 스캔들 터지면 한몫 챙겨주려고 했는데 스스로 계약 파기 운운하니 할 수 없네. 회사는 나와. 장진 보조 작가 일도 계속 해. 월급은 줄게. 너 돈 없잖아”

 “...싫어욧.”

 “자존심은 돈 많을 때 세워. 돈은 준다고 할 때 받고.”

 “....”

 “일해서 버는 정직한 돈이니까 사양하지 마”

 

 

 

 ***

 

 

 

 최 대표와의 계약을 스스로 끊은 날을 생각하니 순이는 기가 찼다.

 

 “뭐, 월급을 줘? 2년간 사람 본 체 만 체 하면서 월급도 안 줬으면서. 사기꾼 같은 놈. 아, 그때 싸대귀 한 대 날렸어야 했는데! 그놈의 돈 때문에...”

 

 그녀는 앨범에 감정을 실어 거칠게 소리가 나게 덮었다. 앨범을 상자 속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겼다.

 

 머리를 요란하게 흔들며 과거에 최 대표를 한 방 날리지 못한 것을 순이가 억울해 하고 있을 때 뒤에서 사람 기척이 들려왔다.

 

 “누굴? 누구한테 싸대귀 날려야 했는데?”

 

 순전히 궁금해서 장진이 순이에게 물었다. ’순이는 대체 누굴 때리고 싶어 하는 걸까.‘

 

 “엇, 난 또 누구라고. 뒤에서 등장해서 깜짝 놀랐잖아요! 갑자기 놀래키지 마시라니깐요! 애 떨어지겠어욧!”

 “뭐라고? 너 설마...”

 “무슨 엉뚱한 상상을 하는 거예욧! 그만큼 놀랬다는 거라구욧!”

 “아 미안, 미안 많이 놀랬어? 미안허이. 초인종 눌러도 반응이 없고 문은 열려져 있길래..근데 방금 한 소리 무슨 소리야? 순이 너도 누굴 때리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

 “당연히 있죠. 안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음 없지. 없어! 없고말고.”

 

 세상을 제 손바닥 위에 놓고 굴리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아무도 없다-에 한 표 건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가진 게 많거나 적거나 고민 없이 살기란 힘들다.

 

 “그나저나 순이, 뭐 하고 있었어? 엥? 이걸 벌써 꺼낸 거야? 이거 종이 누렇게 뜬 거봐. 괜히 미리 출력해놨나 봐.”

 “그땐 일이...”

 “그래, 그땐 최 대표 말마따나 금방 제작되는 줄 알았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인물 1위. 최 대표. 장진은 이 순간 떠오른 최 대표를 색종이처럼 곱게 접어 밥상 위에 놓고 그 밥상을 엎어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게 진짜 접고 엎는 거니까.

 

 “과거 일도 떠오르고. 기분도 그런데 새로 다시 뽑을까요?”

 “쩝. 프린터 고장 났으니까. 됐어. 일단. 한번 전체적으로 스토리 쭉 읽어보고 수정할 부분은 체크해서 다시 타이핑하는 게 먼저지.”

 

 장진은 세월이 흘러 색이 누렇게 변한 대본을 보며 지난 시간을 반추하고 있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건가. 이렇게라도 일이 굴러간다니 복 받은 거지, 그렇네.‘

 

 그녀는 그간 느꼈던 기다림의 고통을 대본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받았다. 미리 출력해 놓은 대본에 세월의 더께가 쌓여갈수록 그녀의 희망도 불가능과 함께 더께를 더해갔었는데. 그게 다 옛날처럼 느껴지다니 삶이란 정말 알 수 없는 요지경이었다.

 

 “응? 이건 뭐지? JJ? 못 보던 건데.”

 

 상자에 든 나머지 대본을 꺼내려던 장진은 상자 속에서 금박으로 크게 찍힌 글자를 발견했다. ’JJ가 뭐지? 내 천자(川)가 잘못 찍힌 건가?‘

 

 “앗, 안돼요. 작가님! 그건 보면 안돼욧!”

 

 순이는 장진이 두꺼운 앨범을 꺼내서 펼쳐보려 하자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 장진을 이불처럼 덮었다.

 자신보다 무거운 순이 밑에 영문도 모르고 깔린 장진은 필사적으로 살아보려고 외쳤다.

 

 “순이, 순이야. 나 깔렸어. 살려줘”

 “자, 잠깐만요!”

 

 순이는 바닥에 펼쳐진 앨범을 낑낑대며 집어 들고는 바닥에 대자로 뻗은 채 비몽사몽 한 장진을 두고 후다닥 욕실로 뛰어갔다.

 

 일단 앨범을 숨기기에 마땅한 장소로 욕실 찬장만한 것이 없어 보였다. ’지금 들키면 안 돼.‘

 

 “순이, 너 방금 뭐야?”

 

 비교적 재빨리 정신이 든 장진이 욕실에서 나온 순이를 의문스럽게 쳐다봤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야, 너 설마...”

 

 ’설마? 작가님이 뭔 갈 알고 있나?‘

 

 순이가 장진의 “너 설마..”란 말에 가슴 졸이며 불안해하고 있을 때 장진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너 설마, 혹시...성형했니? 저거 졸업앨범이야?”

 “옴마? 뭐라구욧?”

 

 어처구니없는 장진의 말에 순이는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좋은 핑계거리였다. 성형 전 졸업사진 컨셉. 장진을 속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일부러 거짓말할 필요도 없었다. 조용히 넘어가면 장진은 그렇게 알 것이다. 저것은 강순이의 성형 전 졸업앨범이라고.

 

 “아니거든요. 절대 절대로 보지 마세요.”

 “알았다. 알았어. 안 봐!

 

 순이는 일부러 장진의 얼굴을 안 보려 콧대를 세워 장진 곁을 지나가 바닥에 널브러진 상자와 대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장진은 순이와 욕실 쪽을 번갈아보면서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졸업 앨범이라구? 근데 왜 내 이름 이니셜을 앨범에 새겨둔 거지?’

 

 

 

 ***

 

 

 

 “우리가 빨리 가까워지기 위해선 같이 밥을 먹어야 해요, 그것도 아주 많이-”

 

 그녀는 심빈과의 마법과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 어떻게 하면 그와 하루빨리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해봤다.

 

 부부니, 연인이니 관계에 생각을 집착하기보다 실제적으로 먼저 가까워지고 친해져야 했다. 친해지려면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하고 서로 가까워지려면 같이 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

 

 그와 같이 뭔 갈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생각이 많이졌다. 배우란 특수직업인 심빈을 배려도 해야 했다. 그와 같이 어딜 간다거나 하면 팬이나 기자들이 따라붙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 겨울에 그에게 선글라스 쓰고 다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같이 밥 먹으면 친해지기 계획은 그렇게 단순한 접근에서 시작됐다.

 

 우선 밥 같이 먹는 친구가 되자는 그녀의 제안에 그는 흔쾌히 응했다. 특별한 스케쥴이 없는 그는 자신의 마이홈에 그녀를 초대했다. 집안에 먹을 거라고 라면밖에 없다는 것은 그녀가 도착한 후에 깨달았다. 빈손으로 오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일이 라면사리만큼 꼬여버린 것이다.

 

 “누나, 근데 어쩌죠...전 집에서 음식을 안 해 먹어서...먹을 게...라면밖에 없는데 괜찮아요?”

 “라면? 상관 없어요~ 같이 뭔 갈 하는 게 중요한 거니까요”

 “쿡쿡. 네.”

 

 심빈은 그녀에게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지만 그녀는 주방을 어슬렁거리면서 뭐 도와줄 게 없나 서성거렸다.

 

 그가 라면에 계란을 넣으려고 했다. 그녀가 재빨리 외쳤다.

 

 “잠깐, 스톱!”

 “왜 그래요, 누나?”

 “난 계란 미리 안 넣어요. 지금 넣지 마요”

 “누나, 라면은 터진 계란 맛으로 먹는 거예요.”

 “난 심빈 씨 논리에 설득당하지 않으니까, 어어, 스톱, 스톱!”

 

 심빈이 그만 습관처럼 라면에 넣을 계란을 숟가락으로 톡 쳤다. 그 바람에 계란의 무게중심이 아래쪽으로 쏠려 쇽-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갔다.

 

 “아!”

 

 그는 그녀의 식 취향을 뒤늦게 존중하고자 무던히 애썼으나 손만 계란에 범벅이 되고 말았다.

 

 “누나, 이건 제가 먹을게요. 누나 건 새로 다시 끓일게요.”

 “아뇨, 괜찮아요~ 아까 말했죠. 같이 하는 게 중요하지. 음식은 그걸 거들뿐이라고요. 저, 손 이리 줄래요?”

 “네?”

 

 그녀는 계란범벅이 된 그의 손을 잡아 능숙하게 물티슈로 닦았다.

 그는 순간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에 얼어버렸다.

 

 “이제 비누로 씻어서...앗! 죄송해요!”

 

 뒤늦게 자신이 한 행동을 깨달은 그녀는 황급히 그의 손을 놔버렸다.

 

 “흠흠. 누나, 저는 욕실 가서 손 씻고 올 테니까. 테이블 셋팅 좀 부탁...”

 “그럼요, 그럼요! 다녀오세요!”

 

 둘 다 누가 먼저 움직이기 시합을 한 것처럼 서둘러 심빈은 욕실로 달려가고, 그녀는 식탁을 행주로 박박 닦았다. 식탁을 닦으며 장진은 중얼거렸다.

 

 "아니 그렇게 격한 포옹도 한 사이인데 아니, 그 까짓 게 뭐라고....흠..."

 

 장진은 방금 손 심비의 손을 잡아 온기가 남아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봤다.

 

 "....손이 참 따뜻했어.'

 

 

 그 시각. 욕실로 들어온 심빈은 흐르는 물에 손을 씻다가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아 어푸어푸하면서 세수를 했다.

 

 ‘하아...누나...하나도 안 변했네. 우리 누나 그때도 나 챙겨주더니...’

 

 

 욕실 벽에 기댄 심빈은 3년 전 그녀와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

 

 

 

 3년 전.

 심빈은 잘나가는 드라마작가 신작가의 아들이었지만 잘난 부모를 둔 아이들이 그렇듯 부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극에 달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그때 심빈은 신작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싶지 않아 이름 없는 연극배우로 차근차근 연기생활을 이어나가는 평범한 배우였다.

 

 글도 잘 쓰지만 외모마저 여배우 뺨치는 신 작가 때문에 심빈은 늘 어딘가 의기소침하고 주눅이 들어 있었다.

 주변에서 ‘너 정도면 괜찮아.’ 라는 말을 들어도 예의상 하는 겉치레 인사말이라고 치부해버리곤 했다. 그의 자존감은 날로 점점 바닥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신 작가의 새 작품이 방송편성확정을 받고 감독, 스텝이 수시로 드나드는 신작가의 작업실 겸 주거공간에 여자 세 명이 나타났다.

 

 변변한 수입이 없던 심빈은 그날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이층 방에서 떨어진 연극 오디션에 대해 낙담하고 있었다.

 

 "하...난 왜 안 되지...미치겠네..."

 “(하하하, 깔깔깔, 호호호, 히히히)”

 "이게 무슨 소리지? "

 

 갑자기 들려온 다양한 웃음소리에 심빈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아... 오늘이 그날인가?"

 

 신 작가가 방송편성확정을 받으면 어김없이 조용한 집이 시끌벅적했었다. 아마도 드라마 스텝일 것이라 심빈은 지레짐작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남의 집에서 너무 시끄러운 거 아닌가?‘

 

 여자들이 낼 수 있는 웃음소리란 웃음소리를 다 내는 것 같았다. 조용히 연극 대본을 보고 작품분석을 하려던 그는 참다못해 외투를 챙기고 방에서 나왔다. 근처 카페에서 하려던 일을 마저 끝내려고.

 

 나선형 계단을 내려오던 그는 거실에서 다과를 먹으며 회의 중인 보조 작가 여자 두 명을 흘끗 보고 시선을 거뒀다.

 

 갑자기 나타난 심빈의 등장에 보조 작가 하나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어머 어머 어머 어머나, 웬 남자? 언니, 저 남자 누구예요?”

 “신 작가님 아들.”

 

 차분하지만정확한 발음의 낮고 울림이 있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신 작가님 아들이라고요? 에이~ 설마요. 신 작가님이 얼마나 미인인데요. 아들 아닌 거 같은데요? 되게 평범해 보이는데, 언니가 잘못 안 거 아니에요?”

 

 엄마를 닮았으면 잘생겨야지 왜 이렇게 평범하냐는 소리를 살면서 지겹게 들어왔던 심빈이었다. ’여자들, 참 말이 많네‘. 심빈은 애써 그녀들의 대화를 무시하면서 현관 쪽으로 발걸음으로 옮겼다. 그런데 그때 장진이 한 말로 인해 그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너 안경 다시 맞춰야겠다. "

 "네에?"

 "잘생겼는데. 내 눈에 보이는데 왜 니 눈에 안 보일까. 신작가님 아들. 신 작가님 많이 닮아서 잘생겼어. 자, 회의하자. 집중. 과자도 그만 먹고-”

 “치-”

 ”치는 무슨. 집중하자 좀 집중.“

 ”네...어? 신 작가님 아들. 왜 안 가고 저러고 있지?“

 ”응?“

 

 그는 궁금했다. 자신을 잘생겼다고 말한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그는 고개를 돌리는 그녀, 장진의 얼굴을 확인했다.

 장진은 힐끗 심빈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회의에 참여했다. 심빈의 혼잣말을 듣지 못한 채.

 

 “예쁘다.”

 

 그녀는 예뼜다. 사람을 외모로 헐뜯지 않는 사람이, 고운 말을 하는 그 사람이 심빈의 눈에 세상 어떤 여자들보다 예뻤다, 아름다웠다. 그녀를 좀 더 알고 싶었다. 그는 그렇게 가슴속에 그녀의 대한 사랑의 씨앗을 틔었다. 그의 짝사랑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 말
 

 예쁘다 내 눈에 이쁘면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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