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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테일 오브 카르데쉬(A tale of kardes)
작가 : 톤토니
작품등록일 : 2016.9.1

세상을 움직이는 5명의 여제. 그리고 그녀들의 하나 뿐인 남동생 샤미안. 누나들의 과도한 사랑(?)을 참지 못한 샤미안은 결국 집을 나가버리고 마는데... "나 좀 내버려둬 !" 샤미안과 그의 누나들이 펼치는 유쾌하고,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

 
30화. 꿈속에서의 재회(2)
작성일 : 16-09-24 22:41     조회 : 707     추천 : 0     분량 : 7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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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미안과 그의 부모님은 식사를 마치고 바나나를 말린 과자와, 아리엘이 직접 구은 호박 파이, 아침에 짠 신선한 우유를 마시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에게는 더 없이 일상적이지만, 샤미안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부모님과의 평범한 일상.

 

 

 "그래서 이이랑 코렐리아 대륙 전역을 여행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단다. 그러던 중에, 샤미안 네가 우리에게 오게 되었지."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아리엘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 했다. 그런 아리엘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규토의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둘의 행복한 모습을 보던 샤미안은 자신의 부모님들은 서로를 정말 사랑하셨구나 하고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호호호. 사실 처음엔, 무뚝뚝하고 무드라고는 전혀 없는 네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 단다."

 

 "뭐요? 그게 무슨 말이오?"

 

 아리엘의 말에 발끈한 규토가 그 답지 않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아리엘을 쳐다보았다. 커진 눈에서는 들끓는 용광로의 불길과 같은 강렬함이 뿜어져 나오는 듯 했다.

 

 

 "맞잖아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제가 성년식을 치른 날 이였죠?"

 

 "그, 그만하시오! 거참...... 그 얘기를 몇 년 째 하는 거요?"

 

 아리엘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당황하는 규토를 흘겨보았다.

 

 

 "뭐에요? 궁금하네요. 말씀해주세요 어머니."

 

 "호호호. 우리 샤미안이 궁금하다면 얘기 해 주어야지."

 

 샤미안이 호기심을 표하자 기다렸다는 듯 아리엘이 샤미안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그 모습은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 같기도, 어린 시절 유행하던 유랑단의 연극을 보고 자랑하려는 어린아이의 눈빛 같기도 했다.

 

 

 "아니 글쎄, 네 아버지가 뜬금없이 내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 오더니 뭐라는 줄 아니?"

 

 "글쎄요?"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하는 아리엘의 말에 샤미안이 고개를 갸우뚱 하며 대답했다.

 

 

 "부인으로 삼고 싶다고 하더구나!"

 

 "네?"

 

 이건 뭔 기승전 하나 없이 다짜고짜 결이야? 샤미안은 뜨악한 얼굴로 자신의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규토는 창피한 듯 연신 헛기침을 흘리며 샤미안의 시선을 외면했다.

 

 

 '어머니랑 결혼 하신 게 용하네.'

 

 규토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린 샤미안이 아리엘의 말에 다시 집중했다.

 

 

 "그래서 내가 바로 싫다고 했지. 그러니까 딱딱하게 굳어서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던 네 아버지의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단다. 호호호."

 

 "......왜 그러셨어요?"

 

 샤미안은 창피함으로 귓불이 붉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규토에게 물었다.

 

 

 "크, 크흠. 그 때는 그냥 네 어머니를 내 부인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나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남자답게 당당히 고백했는데...... 크흠."

 

 

 아니 도대체 어떤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처음 보는 여자한테 부인이 되어달라고 해?

 

 그리고 다짜고짜 부인으로 삼고 싶다고 하면 네 좋아요 하고 따라갈 여자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담?

 

 샤미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자신의 어머니 아리엘을 보며 측은한 눈길을 보냈다.

 

 

 "어머니가 고생이 많으셨겠군요."

 

 "어머! 우리 아들. 이 어미의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내가 아니라, 그 누가 되었든 간에 이 무뚝뚝하고 무드 없는 남자와 함께 사는 여자에게 측은한 눈길을 보내리라.

 

 하지만 샤미안의 말에 감동 받은 아리엘이 자리에서 일어나 덥석 그를 끌어 안았다.

 

 

 "어, 어머니."

 

 "아휴. 예쁜 것. 내 아들"

 

 아리엘의 품에 안긴 샤미안은 그 어느 때보다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시골 내음과, 수수한 비누 향기, 그녀의 몸에서 나는 듯한 부드러운 향기는 저절로 마음이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샤미안을 안은 채 조용히 말하는 아리엘의 목소리는 어느새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아니에요. 저는 괜찮습니다."

 

 목소리를 타고 전해지는 슬픔을 고스란히 느낀 샤미안이 아리엘의 품에서 빠져나와 촉촉해진 그녀의 눈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다시 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합니다. 그리고, 두 분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환하게 미소 짓는 샤미안의 얼굴을 보며 아리엘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2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부모의 정을 받지 못하며 살았을 자신의 아들을 보며 아리엘은 비집고 나오는 흐느낌을 막을 수 없었다.

 

 샤미안은 그런 아리엘을 조심스럽게 안아 주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어머니."

 

 

 두 모자의 모습을 지켜보던 규토의 눈가에도 어느새 묵직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 *

 

 

 

 한 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했던 아리엘은, 20년 만의 해후인데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며 다시금 밝게 웃으려 애썼다. 그 애잔한 모습에 샤미안은 되레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아리엘을 도와 주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자 샤미안과 규토는 집 밖으로 나왔다. 어두워진 밤하늘에는 자잘한 별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꽤나 깊은 잠에 빠진 모양이구나."

 

 

 규토의 말에,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새하얀 강아지를 쓰다듬던 샤미안이 고개를 들었다.

 

 "......네. 아마도 그런 것 같네요."

 

 "헥, 헥! 월! 월!"

 

 자신을 쓰다듬던 손이 멈추자 강아지는 채근하듯 샤미안을 향해 짖어댔다.

 

 

 "그래. 그래. 알겠다. 이 녀석 이름이 뭐에요?"

 

 "샤미."

 

 "네?"

 

 "개 이름. 샤미다."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죠?"

 

 "......"

 

 

 규토는 샤미안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괜히 먼 산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람은 부끄러움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어머니가 반했나?

 

 어쨌든 샤미안은 자신의 이름 앞 글자를 딴 샤미의 턱 아래 부분과, 배 부위를 살살 간질이며 혼잣말 하듯 조용히 말했다.

 

 "사실, 깨고 싶지 않습니다."

 

 

 씁쓸함이 묻어나는 샤미안의 말에 규토는 고개를 돌려 이제는 장성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이 녀석, 샤미와 함께 여기서 계속 지내고 싶습니다."

 

 자신의 발아래에서 배를 까뒤집고, 손길을 느끼고 있는 샤미를 보며 샤미안이 말했다.

 

 

 "...... 그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네. 알고 있죠. 자, 이제 저리가."

 

 샤미안은 샤미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만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새하얀 강아지, 샤미를 보던 샤미안은 몸을 돌려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제겐 아버지와 어머니만큼 소중한 가족이 있습니다. 아마 지금도 저를 구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겠죠."

 

 샤미안의 시선이 규토에게서 별들이 빼곡히 수놓아 진 하늘로 향했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전 돌아가야만 해요."

 

 샤미안의 눈에는 그리움과, 걱정, 그리고 자신들을 바라볼 때마다 보여주던 깊고 따뜻한 사랑이 별들과 어우러져 춤추고 있었다.

 

 

 "......그렇군."

 

 "그렇다고, 여기를 떠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조금만......아주 조금만 더 있어도 괜찮겠습니까?"

 

 "이곳은 어차피 너의 무의식. 네가 원하든 원치 않던, 현실에서 의식이 돌아온다면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

 

 "아아, 그런가요? 허면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까?"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글쎄, 이렇게 깊은 무의식 까지 들어오는 일은 없는 게 나을 것 같군."

 

 규토의 말에 샤미안의 얼굴에는 진한 아쉬움이 번져 갔다.

 

 '그래도 영영 못 오는 건 아니니까. 여차하면, 강제 수면이라도 하지 뭐.'

 

 

 애써 자신을 위로한 샤미안이 아쉬운 기색을 감추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한 듯 비장한 표정을 지은 샤미안이 규토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그런데...... 어째서 저를 아르딜라노에 맡기게 된 겁니까?"

 

 

 지금껏 항상 가슴에 품고 있었던 의문.

 

 "왜...... 저를 두고 떠나셔야 했습니까."

 

 

 샤미안의 질문에 무표정 하던 규토의 얼굴이 더욱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침음 성을 내뱉은 규토는 살짝 얼굴을 일그러 뜨리곤 괴로운 듯이 입을 열었다.

 

 

 "저주(詛呪)가 있었다."

 

 "저......주 말입니까?"

 

 "그래. 아주 끔찍하고, 잔인한 저주."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진절머리가 나는 듯 몸을 살짝 부르르 떤 규토가 천천히 설명을 이어갔다.

 

 "세상은 우리 프라시오 가문이 103년 전, 암흑 마왕 드리오라를 쓰러뜨리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고 알고 있지. 허나, 우리는 이미 천 년여의 시간 동안 코렐리아의 안녕을 위해 힘써왔다."

 

 프라시오 가문이 세상에 알려진 건 103년 전 암흑 마왕과의 싸움에서 였다. 이전에는 프라시오 가문에 대한 기록이 전무(全無)하다시피 했다. 아니, 프라시오라는 가문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규토는 지금 그 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대륙의 안녕을 위해 힘써웠다고 말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숨긴 채, 가문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련하며 힘을 갈고 닦았다."

 

 "가문의 사명......?"

 

 "그렇다. 우리는 심연의 악마로 부터 코렐리아 대륙을 지켜내야 했다."

 

 "심연의......악마요?"

 

 

 고개를 크게 주억거린 규토가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 이 세상은 유일신이신 쥬엘이 계신 천계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코렐리아 대륙, 그리고......세상의 모든 악(惡), 재앙, 불행, 어둠과 같은 마이너스 에너지를 모조리 가둬둔 심연의 어둠이 있다."

 

 "심연의 어둠......? 저는 처음 듣는 말입니다."

 

 샤미안이 의아한 듯 규토의 말에 대꾸했다.

 

 

 "그럴 수밖에. 사실 심연의 어둠은 코렐리아 대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오랜 세월 심연의 어둠에 갇힌 악마는 호시탐탐 코렐리아 대륙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쥬엘께서 계시는 한 직접 나서서 무언가를 해볼 순 없었지. 거기다, 우리 프라시오 가문이 건재한 이상 심연의 악마는 어둠에서 절대 나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허나...... 103년 전, 악마가 가진 힘의 일부를 전수 받은 자가 나타났지."

 

 "설마......암흑 마왕 드리오라?"

 

 

 규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단 한 번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친 적은 없었기에, 처음에는 우리도 드리오라가 사용하는 힘이 악마의 힘인지 긴가 민가 했다. 기껏해야 어둠의 영향을 받은 변종 몬스터들이 출몰하고, 썩어 문드러진 시체들이 일어나 피해를 끼치는 일정도 밖에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심연의 악마로 부터 힘을 받았다는 사실을 빠르게 알아 챌 수 없었다."

 

 

 깊은 한숨을 내쉰 그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

 

 "또한, 쥬엘께서 계시는 한 악마의 힘이 현세에 나타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수뇌부의 아둔함도 한 몫 했다. 그래서 우리의 대응이 많이 늦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나서야 우리가 나서게 된 거지. 때문에, 잃지 않았어도 될 수많은 생명이 스러져 갔다."

 

 

 프라시오 가(家)가 처음부터 나서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 현실감 떨어지는 이야기에 샤미안은 다소 어안이 벙벙했다. 너무 엄청난 사실을 아무런 대비도 없이 받아들인 것 같다. 살짝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런데 그 일은 잘 해결되지 않았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프라시오 가문이 나선 후 부터 일라티안 제국은 후퇴를 거듭하다, 결국 멸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무슨 이야기를 하기에 그렇게 심각해요?"

 

 한창 이야기를 하던 중에, 집안일을 끝마치고 나온 아리엘이 샤미를 안아들고서 다가왔다.

 

 

 "아아, 별 얘기 아니오."

 

 규토는 샤미안을 향해 살짝 눈치를 주고는 자신의 아내를 보며 말했다.

 

 

 "흐음. 당신, 제가 누누이 말하지만 거짓말하는 거, 전부 티난다고 했죠?"

 

 눈을 가늘게 뜨고 까치발을 한 채 규토의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들이미는 아리엘의 모습은 그 누가 보아도 사랑스러우리라.

 

 

 "아, 아니. 그런 게 아니오."

 

 "흐음. 뭐 됐어요. 내 욕하고 있던 건 아니겠죠?"

 

 "설마! 그럴 리가 있겠소?"

 

 아리엘의 말에 규토가 손 사레를 치며 격하게 부정 했다.

 

 

 "쿡쿡쿡."

 

 샤미안은 그런 규토와 아리엘을 보며 키득거렸다.

 

 

 "자, 샤미안 받으렴."

 

 아리엘은 샤미안에게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외투를 건네주었다.

 

 

 "밤이 되면 제법 쌀쌀하단다. 무의식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여기서 느껴지는 모든 것은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걸치고 있으렴."

 

 "감사합니다."

 

 "샤미안. 너무 딱딱하게 굴 필요 없단다. 나는 너의 엄마고, 이 분은 너의 아버지시잖니. 그러니 조금은 편안하게 우리를 대해주지 않겠니?"

 

 처음 본 순간부터 딱딱한 샤미안의 말투가 못내 아쉬웠던 아리엘은 샤미안의 손을 붙잡고 부탁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엄마."

 

 샤미안의 엄마라는 말에 아리엘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 졌다.

 

 

 "아이참. 나도 주책맞게...... 먼저 들어가 있을테니, 마저 이야기 하고 들어오렴."

 

 "네 엄마."

 

 "그래. 샤미. 우리는 이제 들어가자꾸나."

 

 "멍! 멍!"

 

 엄마라는 말이 기분 좋은 듯 싱긋 웃은 아리엘이 샤미를 안고, 종종 걸음으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참...... 아름다운 분이시네요. 여러모로."

 

 "좋은 여자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행운이지. 나에겐 과분한 사람이야."

 

 "그러게요. 평생 감사하면서 사세요."

 

 "......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규토는 말끝을 흐리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한동안 자신의 아내가 들어간 집을 한 참이나 바라보던 규토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지. 103년 전, 나의 증조할아버님. 그러니까 너의 고조 할아버님이신 바뮤트 프라시오께서 드리오라를 심연의 어둠으로 몰아내셨다. 하지만 그를 심연의 어둠으로 몰아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어둠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야 했다."

 

 ......고조할아버님이라니. 집중이 잘 안 된다.

 

 하지만 심각하게 이야기를 계속하는 규토를 보며 샤미안은 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어둠의 문이 열리고 드리오라를 그곳에 밀어 넣은 순간, 악마의 손이 뻗어 나왔다. 그 손은 할아버님을 비롯한 그곳에 있던 모두에게 끔찍한 저주를 심었다."

 

 "도대체 그 저주라는 게 뭡니까?"

 

 "후......"

 

 쓰라린 숨결을 내뱉는 규토의 얼굴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악마의 힘인 다크 소울이, 서서히 우리의 몸을 잠식하여 폭주하게 만드는 것 이다."

 

 "하지만 다크 소울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지 않습니까? 저도 이미 한 번 치료했고, 아리나 누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다크 소울로 부터 해방시켜 주었는데요?"

 

 샤미안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살짝 언성을 높히며 말했다.

 

 

 "일반적인 다크 소울이라면 그렇지. 하지만 심연의 악마가 직접 심은 다크 소울은 일반적인 힘과는 궤를 달리한다. 차원이 달라. 그 당시, 쥬엘신전의 성녀가 직접 와서 치료를 도와주웠지만...... 소용없었다. 단지, 폭주의 시기를 늦춰주었을 뿐 치료되지 않았다."

 

 "그런...... 그럼, 그 이후로 어떻게 된겁니ㄲ...... 아니, 된 거죠?"

 

 "편한대로 이야기해라. 나는 상관없으니."

 

 아직까지 규토에게는 편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샤미안의 말투에 규토가 말했다.

 

 

 "그 이후로, 폭주한 일족을......우리 손으로 죽여야만 했다. 그 당시 가문 내에서도 가장 강했던 일족을 죽이기 위해선 너무도 큰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거기다, 동시에 폭주하는 날에는 그 피해는 곱절로 늘어났지."

 

 "하지만 결국, 그 사람들은 모두 죽었을 것 아닙니까?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살아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문제는, 악마의 기운이...... 후대에게 전이되었다."

 

 "맙소사. 자, 잠깐. 그렇다면 아버지와 저는 어떻게 된 거죠?"

 

 휘둥그레진 눈으로 샤미안이 다급하게 물었다.

 

 

 "다행스럽게도 후대에 전이되면 전이될수록 그 힘이 약해졌고, 내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몸에서 다크 소울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폭주를 눈앞에 둔 가문의 식솔들을 막기 위해 나는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반드시 너를 살려야 했다."

 

 "그럼 아버지는......"

 

 "그래 아마 현실에서의 나는 다크 소울의 기운에 잠식당한 가문의 식솔들과 싸웠을테고, 살아있기 힘들겠지. 아니, 이미 죽은 건가?"

 

 규토의 말에 샤미안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샤미안. 너는 코렐리아 대륙에 남은 유일한 프라시오 가(家)의 일원이다. 그리고...... 너에겐 아직......숨......힘이......다......"

 

 규토의 말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예? 잘 안 들립니다."

 

 "반드시......심.......악마를.......아야 한다."

 

 "아버지? 아버지!"

 

 규토의 모습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 했다. 샤미안이 뒤를 돌아보자, 아리엘이 들어간 그들의 집도, 벚나무도, 장작더미도 모두 일그러져 있었다.

 

 

 "젠장, 의식이 깨어나는 건가?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는데......"

 

 샤미안의 중얼거림과 함께 눈앞이 일그러지며 세상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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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마르디온 왕립 아카데미(3) 2016 / 9 / 2 432 0 6640   
8 8화. 마르디온 왕립 아카데미(2) 2016 / 9 / 2 412 0 8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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