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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낯선 자들의 밤
작가 : 환상좀비
작품등록일 : 2018.11.16

신화의 존재들이 생존한 세계.
암암리에 출몰하는 그들의 존재는 인간들의 암인가, 새로운 지성체들인가?
구마사제 준영은 끊임없는 시험 앞에 선택을 종용받게 된다.

 
19화. 천국의 계단(2)
작성일 : 18-12-31 19:43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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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황금빛 스탠드 조명 하나가 널찍한 실내 안에서 홀로 빛났다. 채 신부는 암막 커튼으로 단단히 묶어둔 창문 아래 테이블 앞에 앉아 눈앞의 상대를 노려봤다.

 그의 시선에 담긴 투기가 강렬했다.

 

 “마치 정복자에 가까운 눈빛이야. 훌륭하군, 드디어 어쭙잖은 신부 행세는 그만두기로 했나?”

 

 묘덕은 채 신부의 강렬한 투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평하게 채 신부를 바라봤다. 일연법사의 방술이 담긴 총천연색의 부적 묶음이 묘덕의 몸을 조르듯이 묶고 있었지만, 그녀는 불편한 내색조차 없었다.

 

 “언제부터였지? 나와 만다를 배신하기로 한 건?”

 

 “내가 당신과 만다를 배신한 것이 아니야. 네가 나와 만다를 배신한 것이지.”

 

 “너와 만다가 한 패거리였단 말이냐? 도대체 어디까지 이 조직이 썩어있던 것이야!”

 

 쾅! 채 신부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강하게 내리치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조용하던 넓은 실내 공간에 화를 이기지 못한 거친 숨소리가 요란하게 퍼졌다.

 

 “...무려 이십 년이란 시간을 쏟아부었어. 그렇게 치열하게 살고 나서야 세상은 간신히 균형을 잡는 듯했지. 그런데 갑자기 악성이 등장하고 내부에선 배신자가 끝도 없이 생겨나고 있다. 이것도 주님의 시험인가.”

 

 “틀려. 네가 벌여놓은 죄에 대한 벌을 드디어 받는 것일 뿐이지.”

 

 채 신부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안색은 극심한 피로와 분노가 뒤섞여 환자처럼 파리해 보였다. 생각을 정리한 채 신부가 묘덕 앞으로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불과 한 치 앞에서 마주한 둘은 서로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 봤다.

 

 “백 년을 산 만다와 도대체 나이조차 가늠하기 힘든 당신이 벌인 일이다. 쉽게 결정한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그러니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타협을 해보도록 하지.”

 

 채 신부의 말에 묘덕의 눈빛에 이채를 돌았다. 그녀는 호기롭게 그의 말을 받아쳤다.

 

 “좋아. 원하던 바야.”

 

 “일단 벌어진 일부터 수습했으면 좋겠다. 이사벨이 실종됐어. 누군가 만다를 살해하고 납치해 간 것이 분명하다. 혹시 너와 관련 있나?”

 

 “그 사실은 나도 제롬에게서 들었을 뿐. 나와 관련이 없다.”

 

 제롬이란 단어에 채 신부의 미간이 잠시 일그러졌다 곧 풀렸다. 그는 곰곰이 묘덕의 말을 곱씹었다. 그녀의 말투에는 별다른 꾸밈과 조금의 과장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너와 준영을 덮쳤던 흡혈귀 무리의 짓이겠군.”

 

 “자신을 래트 홀러라고 했다. 공간을 전이하는 능력까지 지닌 고위 흡혈귀야. 조사해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순간 지어낸 가명일 것이야. 그걸로는 아무것도 찾지 못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래트 홀러는 포커 게임 중 뒤로 칩을 빼돌리는 자들에 대한 은어야. 치열한 대결 중에 뒤로 개입해 악성을 빼돌린 상황을 빗대어 순간 지어낸 것이겠지.”

 

 채 신부의 설명에 묘덕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모르시는 게 없는 신부님이시군. 이제 카지노까지 영역을 확장하셨나?”

 

 묘덕의 조롱 섞인 말투에도 채 신부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너와 만다, 그리고 너희를 따르는 추종 세력들이 나를 위시한 기존 세력들에게 반발심을 느꼈다. 그것도 갑자기.”

 

 “뭐?”

 

 잠시 채 신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묘덕은 뒤늦게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난데없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찾을 수조차 없었던 악성이 추락했다. 그와 동시에 백 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든 고위 흡혈귀까지 등장했어.”

 

 “야, 채자인. 그 입 다물어.”

 

 “...모든 것이 계획된 악마의 장난이야. 그렇지 않고선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이 벌어질 수가 없어.”

 

 “닥쳐!”

 

 그동안 차분함을 유지했던 묘덕이 눈가에 핏대를 세우며 당장에라도 채 신부에게 달려들 것처럼 발버둥을 쳤다.

 

 “우리가 한낱 악마의 장난질에 놀아날 만큼 허술해 보이더냐?!”

 

 “그건 모를 일이지. 악성과 흡혈귀들을 치우고 난 뒤, 너희가 벌인 사안들과 행적에 대해서 추적해 보도록 하겠어.”

 

 채 신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묘덕에 대한 일말의 호기심도 남지 않은 듯 씩씩거리는 묘덕에게 눈빛 한번 보내지 않고 옷걸이에 걸린 외투를 손에 들었다.

 묘덕은 그런 채 신부를 향해 악을 질렀다.

 

 “1999년! 매화도!”

 

 순간 채 신부의 움직임이 멈췄다. 마치 기름칠 되지 않은 관절이 움직이듯 채 신부의 목이 부자연스럽게 묘덕을 향해 돌아갔다. 괴이한 표정으로 묘덕을 바라본 채 신부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그걸 어찌 아는가?”

 

 “법화경을 품은 만다는 마음만 먹는다면 세상 모든 악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하지. 그리고 마침 그날의 만다는 지하실에 봉인해둔 법화경을 꺼내어 읽고 있었다.”

 

 채 신부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묘덕을 노려봤다.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괴이한 눈빛에 묘덕은 마치 목이 졸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채 신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그래서. 둘이 사이좋게. 그곳으로 찾아갔나?”

 

 채 신부가 묘덕 앞에 섰다. 거칠게 묘덕의 멱살을 잡은 그는 표독한 눈빛으로 묘덕을 똑바로 노려봤다. 그녀의 여린 몸이 채 신부의 손에 의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래. 시체들이 즐비하더군. 살인하는 맛이 어떻던가, 채 신부?”

 

 “그 입 다물어라, 배신자.”

 

 채 신부는 손아귀에 쥐고 있던 묘덕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는 어지럼증을 느끼는 듯 머리를 감싸고서 뒤에 있는 테이블에 몸을 기댔다. 그렇게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먼저 입을 뗀 건 채 신부였다.

 

 “사람이 아니었다. 나와 낭광이 처벌한 건 사람이 아니었어.”

 

 “자신에게 평생 그렇게 거짓말을 하며 살 텐가?”

 

 “멍청한 소리 마! 그것들은 사람이 아니었어!”

 

 채 신부는 격정적인 몸짓으로 테이블 위에 있는 서류 더미들을 밀어냈다. 사방으로 날리는 서류 사이로 비웃는 듯한 묘덕의 눈빛이 보였다. 채 신부는 그 모습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나를 비웃지 마!’ 채 신부는 묘덕에게 단단히 경고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빌딩 한 층을 모두 빌린 것 같은 넓은 실내 대부분은 오래된 보물 같은 낡은 무기들과 장신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사조직들의 보물이었다. 사조직 스스로 채 신부에게 바치기도 했고, 혹 자신이 직접 압수하기도 했다.

 순간 채 신부의 시야에 아직도 서슬 퍼렇게 빛나는 장검이 들어왔다. 자신도 모르게 장검 앞으로 걸어간 채 신부는 심연 속에서 피어나는 진심을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네 목을 친다면?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제 얼마나 남을까?”

 

 “낭광을 사람으로 치지 않는다면, 아마 없을지도.”

 

 묘덕의 비릿한 비웃음이 채 신부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채 신부는 장검의 손잡이를 손으로 쥐었다. 묵직한 검의 무게감이 마치 죄책감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맙소사, 이자들 사람을 먹었습니다.’

 

 순간 낭광 로렌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채 신부의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갔다. 널브러진 팔과 다리들, 자신이 다리 밑에는 수없이 많은 뼈다귀가 굴러다녔다.

 

 ‘섬 주민 모두가 아귀에게 홀렸다. 아귀에 사로잡혀 사람까지 먹었다면, 절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어. 믿기 싫은 최악의 경우까지 왔군.’

 

 ‘처벌은?’

 

 ‘아귀는 다른 아귀를 낳는다. 남김없이 말살해라.’

 

 채 신부는 과거 자신에게 경악했다.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그의 뇌를 좀먹듯이 선명하게 다시 떠올랐다.

 

 “안돼! 안돼! 안돼!”

 

 머리를 움켜쥐며 주저앉은 채 신부는 쉴 새 없이 혼잣말을 비명처럼 질러댔다. ‘넌 그것을 감당할 수 없어. 멈춰. 제발..’ 채 신부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묘덕은 딱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그것들이 아귀든 뭐든, 넌 그것들을 처벌할 자격이 없어. 처벌을 명하던 그 순간 넌 그들의 신이 된 것이지. 네가 믿는 하느님과 똑같은 위치에서 그들의 생명을 빼앗은 거야.”

 

 채 신부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이미 사람이 아닌 것처럼 독한 살기가 가득했다.

 

 “그래. 내가. 모두. 죽였다. 넌 그걸 알고 있는 유일한 내 적이군.”

 

 “결국. 선을 넘고야 마는구나.”

 

 “나는 언젠가 지옥을 갈 것이다. 천국으로 간 자네는 그곳에서 날 비웃겠지만, 이것이 내 소명이다. 뒤에 남은 이들이 더 이상 악에 물들거나 죽지 않는 세상. 그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살인도 마다치 않겠다.”

 

 채 신부의 말에 묘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별말 없이 손에 검을 쥐고 다가서던 채 신부는 문득 어떤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그곳에 생존자가 있었던가?”

 

 “얼마 살지 못하고 갔지만, 어쨌든 있었지. 그 아이는 지금 천국에 있을 것이야.”

 

 채 신부는 격앙된 표정으로 검을 바닥에 놓고서 묘덕의 옷을 찢듯이 거칠게 벗겼다. 얇은 상의가 반쯤 찢어져 묘덕의 어깨 밑으로 내려가자 새하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채 신부는 묘덕의 어깨 아래로 조금씩 시선을 옮겼다.

 

 뼈밖에 남지 않은 야윈 옆구리와 가슴 사이로 수많은 검은 구더기들이 묘덕의 몸 안으로 파고들어 기생하고 있었다.

 

 “아귀..”

 

 “아귀를 다른 대상에게 전이시키면 감염자는 다시 인간으로 살 수 있지. 왜? 자신을 희생하는 방법은 생각한 적도 없었나?”

 

 부들거리며 떨리는 채 신부의 동공 위로 꿈틀거리는 거머리가 맺혔다. 묘덕을 파먹는 거머리들을 한참 응시하던 채 신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럼. 지금 넌 인간이 아니군. 아니 애초에 너는 그저 영혼에 불과하잖아. 그렇다면 지금은 거머리 핀 썩은 영혼이로구나.”

 

 “그리고 넌 타락한 악마 새끼지.”

 

 서로 간의 독설이 한차례 지나가자 채 신부는 바닥에 떨어진 검을 다시 주웠다. 특별한 주술로 가공된 듯 푸른 빛이 도는 검날이 묘덕의 목 주위를 맴돌았다.

 

 “나를 죽인다면, 그때부턴 이곳에 다시 전쟁이 시작되는 것임은 알고 있겠지?”

 

 “글쎄다. 네가 아귀에게 먹혔다는 걸 알아도 그들이 네 편을 들까?”

 

 채 신부의 손이 묘덕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둘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를 눈을 노려봤다. 순간 채 신부는 결심한 듯이 손에 든 검을 묘덕을 향해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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