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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우리는 저마다 시대를 잘못 만났다(부제: 난세살이)
작가 : 박은혜
작품등록일 : 2018.12.31

‘시집살이.’ 며느리들의 가슴을 철정 내려앉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며느리만 힘들까? 자신도 겪어온 며느리 시절을 잘 아는 시어머니가 왜 며느리를 괴롭힐까? 어쩌면 그 시어머니는 나름대로 잘 해보려는 게 아닐까? 언젠가 시어머니가 될 며느리는 자신의 며느리를 어떤 태도로 대할까? 어쩌면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하던 그 시어머니와 똑같은 모습이 되어 있진 않을까?

“네가 뭘 안다고 끼어들어?!” 사건 당사자들이 그 일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경험했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다. 한 걸음 물러나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관계를 떠나 생각할 수 없다면, 그것을 날 위한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 자신만을 위해 싸우니 해결도 있을 수 없다.

만연해 있는 고부갈등을 제3자의 시각에서 본다면, 끝없이 맞물려 있는 이 복잡한 문제의 원인이 어느 한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단 시어머니와 며느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는 저마다 시대를 잘못 만났다. 나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분도, 그도, 그녀도, 그 아이도 다 잘못 만났다. 그러나 그 사실을 잘 모른다. 당사자인 만큼,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 같고 상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사람 같다.

‘힘들어봤자 나보다 더 힘들까.’
‘내 주제에 지금 누굴 위로하고 있나.’

누군가를 위로하는 게 사치가 된 세상. 하지만 위로할 수 있어야 위로받을 수 있다. 그 사람이 시대를 잘못 타고났음을 알게 된다면, 그 사람도 나처럼 난세(亂世)살이를 하고 있음을 이해한다면, 조금은 불쌍히 여기며 감싸 안을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어쩌면 상대를 시대의 피해자로 바라볼 수만 있어도 조금은 달라 보일 것이다. 그 사람도 나처럼 힘겹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 자체만으로도 꽤 대단한 사람,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런 소소한 소망 하나를 던져주는 것이 이 책에 나올 인물들의 역할이다.

이 소설은 올해 서른셋이 된 주인공(나)이 세 살 즈음에 가지고 있었던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하지만 지울 수 없는 강력했던 몇 가지 기억을 토대로 전개된다. 그리고 올해, 세 살 즈음이 된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을 동시에 섞어가며 그들을 지배한 각각의 시대를 조금씩이나마 마주하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올해 ‘세 살 즈음’이 된 등장인물들의 스펙은 저마다 찬란하게 서글프다.

- 일흔 세 살 즈음에
올해 일흔 세 살이 된 고모는 1946년에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비상한 머리를 써보지도 못한 채 국졸로 학업을 마쳐야 했다. 1946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독일광부로 파견나간 아버지를 잃어야 했고 늦게나마 실현하려던 꿈도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포기해야 했으며 1946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애틋한 마음 한번 품어볼 기회 없이 원치 않는 결혼을 치러버려야 했다. 그리고 여생을 딸과 손녀를 위해 헌납해야 했다.

- 예순 세 살 즈음에
올해 예순 세 살이 된 아빠는 1956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주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잃어야 했고,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을 거치며 우울한 대학시절을 맛보아야 했으며, 그토록 가혹했던 70년대의 군대를 경험해야 했다. 1956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직장도, 집도 쉽게 구했지만 평생을 가족을 위한 ATM기계로 살아야 했고 퇴직 시기에는 첨단문명과 벗할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 쉰 세 살 즈음에
올해 쉰 세 살이 된 엄마는 1966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끝까지 대학에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지만 대학을 포기해야 했으며 남편이 번 돈으로 편히 산다는 시선 속에 무시를 덤으로 받으며 살아왔다. 거기에 1966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맞벌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시대에 노년기를 맞아야 했고 결국 황혼육아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 마흔 세 살 즈음에
올해 마흔 세 살이 된 외삼촌은 1976년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군대를 다녀오자마자 IMF라는 난국에 부딪혔다. 1976년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렵게 워크맨 사업을 시작했지만 MP3의 등장으로 사업을 시원하게 말아 드셨고,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여 얼른 MP3사업으로 전향했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또 다시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 서른세 살 즈음에
올해 서른세 살이 된 나는 1986년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군대에 다녀오자마자 미국발 경제위기와 마주했다. 취업난은 극도로 심각해진 상태였고 뭐라도 좋으니 해 보자며 원치 않는 직장에 들어갔다. 1986년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미친 듯이 벌어도 내 집 마련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없는 이상일 뿐이다. 친구들은 “그 나이 되도록 자리도 못 잡냐?”는 핀잔에 이미 녹초가 되어 있다.

- 스물세 살 즈음에
올해 스물세 살이 된 조카(고모의 손녀) 유진이는 1996년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IMF와 함께 유아기 시절을 보냈다. 1996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다는 할머니(나의 고모) 말을 믿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은 어려운 시대임을 알고 꿈을 하나 둘 접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포기하는 건데 욕심이 많아 결혼을 안 하고 있다는 핀잔까지 덤으로 들으며 살아간다.

- 열세 살 즈음에
올해 열세 살이 된 사촌동생(외삼촌의 아들) 영우는 2006년에 태어난 우등생이다. 하지만 임대아파트 스펙 덕에 친구조차 마음대로 사귈 수가 없다. 2006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곧 다가올 이십대를 4차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맞이하게 되었고, 그동안 죽어라 공부한 외국어도 다 쓸데없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꿈도 함부로 꿀 수 없는 그에게 어른들은 꿈이 없다며 혀를 찬다.

- 세 살 즈음에
올해 세 살이 된 나의 아들 우림이는 2016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텅텅 빈 어린이집에서 7시 반까지 부모를 기다려야 한다. 2016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진귀한 문명세계를 누리며 자라고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더없이 막막하게 다가올 뿐이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인생의 5대 난관인 ‘학업’, ‘결혼’, ‘군대’, ‘직업’, ‘육아’에 따라 뒤섞어볼 것이다. 누구라고 더 쉬울 것 없었던 각자의 난세살이를 잠시나마 여유롭게 구경해 보자.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을지 모른다. 어쩌면 위로를 던질 여유까지 생길지 모른다.

 
둘리와 크롱에겐 무엇보다 내 집이 필요했다 (2)
작성일 : 18-12-31 02:18     조회 : 161     추천 : 0     분량 : 9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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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리와 크롱에겐 무엇보다 내 집이 필요했다 (2)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한 것도 잠시, 외숙모는 어떻게 아이에게 이 단어를 설명해야 할지 몰라 과거 보육교사 특유의 기지를 발휘하여 센스 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영우야. 예수님이 우리를 부르시면 우리가 하늘로 ‘짠’ 하고 올라가는 거야.”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예수님의 재림’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예수님이 재림 할 때, 사람들이 죽지 않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휴거’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 주일학교 유년부 아동에게 이런 용어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11살 아이의 눈높이를 고려할 때, 이 정도면 꽤 깔끔한 답변이라 생각했다. 외숙모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11살 수준 치고는, 특히 영우의 수준 치고는 너무 쉽게 설명한 것이긴 하지만.

 

 “그럼, 좋은 거야?”

 “당연히 좋은 거지.”

 “진짜 좋은 거야?”

 “당연하지.”

 

 영우는 안도하는 표정으로 방에 들어갔다. 그런 질문을 갑자기 왜 하는지 궁금해 하려던 차, 밥솥 안에 있는 그녀가 청량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얼마 전 새 밥솥을 산 외숙모는 밥솥이 말을 걸 때마다 매번 놀란다. 이미 남들은 다 쓰고 있는 그런 밥솥이지만, 오래된 밥솥의 고장을 계기로 외숙모는 이제야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아직은 밥솥이 들려주는 음성에 익숙치가 않았다.

 

 “이러다 2026년이 되면 밥 하라고 명령만 해도 밥이 지어지는 거 아니야?”

 

 그렇게 ‘휴거’에 대한 영우의 질문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식사 준비에 집중해야 했다. 진환이네 집에서 밥을 먹고 올 줄 알고 혼자 라면이나 끓여먹을 요량으로 있다가, 밥을 안 먹었다는 말에 급히 식사를 준비하던 차였다. 대충 생선 한 마리 구워주자며 외숙모는 급히 후라이팬을 돌렸다.

 

 이틀 후, 아침부터 영우가 아프다고 했다. 학교를 못 갈 정도라고 했다. 순간 외숙모는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틀 전에 내놓은 생선이었다. 외숙모는 생선 구이를 할 때마다 조금 민감한 편이다. 생선을 제대로 안 익힌 상태로 내놓았다가 영우가 크게 탈났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늘 신중하게 생선을 구웠다. 이틀 전 저녁에는 조금 급하게 준비했던 터라 혹시나 싶었다. 분명 제대로 익힌 게 분명했지만 정신없이 밥상을 차린 게 떠올라, 왠지 생선 탓, 아니 자기 탓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씀드리고 영우와 병원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영우는 지금은 너무 피곤하다며 오후에 가자고 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며 강제로라도 데려가려는데, 영우는 너무 졸려서 절대 못 갈 거라며 고집피우기 시작했다. 원래 고집을 피우던 아이라면 무시해도 상관없지만, 일찍 철이 들어 고집을 안 피우던 아이라면 부모로선 무서워진다. 그냥 그 뜻을 따라줘야할 것만 같다. 그때 외숙모가 그랬다. 일단 심각한 것은 아닌 듯 하니 딱 한 시간만 더 재우고 병원에 가야겠다 싶었다.

 

 한 시간 후, 아니 정확히 말하면 50분 후 외숙모는 영우의 방문을 열었다. 영우는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었고 자기는커녕, 아까부터 안 자고 있었던 듯 했다. 영우는 슬그머니 열린 문 틈 사이의 엄마 얼굴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일어섰다. 외숙모는 그것을 보고 더 놀랐다.

 분명 아픈 것은 아니었다. 영우도 이미 아프지 않다는 걸 표정으로 실토했다. 영우를 나무라거나 이유를 추궁하기 전에, 일단 선생님께 물어봐야겠다 싶었다. 이유 없이 학교에 안 갈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외숙모는 담임 선생님과 통화한 후에야 알았다. 영우가 전 날, 진환이와 크게 싸웠다는 사실을 말이다. 싸웠다는 사실보다 서러웠던 것은 싸운 이유다. 사실 담임 선생님은 아파서 학교에 못 간다고 전화할 때부터 아프다는 게 영우의 핑계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일단 믿어주는 척 했지만, 다른 이유일 거라고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외숙모가 전화를 다시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제의 상황을 솔직하게 전해 주었다.

 

 영우가 싸운 것은 조금은 뻔한 이유였다. 영우가 진환이네 집에 다녀온 날 진환이가 새로 산 팽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외숙모는 처음 팽이란 말을 듣고 속으로 피식 웃었다. 팽이 하나가지고 싸웠다는 것도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팽이는 소싯적 설날에나 돌리던 그런 팽이가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배틀 팽이였다. 나중에서야 안 것이지만 팽이 하나당 2~3만 원 정도라고 했고, 돈이 많은 집에서는 종류대로 모으는 게 기본이었다. 그런데 진환이가 구입한 최신형 팽이가 영우의 방문 이후 사라졌다.

 다음날 진환이는 혹시 팽이 가져가지 않았냐고 물어봤고, 그 말에 영우는 크게 발끈했다. 영우의 됨됨이를 잘 알던 선생님은 외숙모에게 오히려 미안해 하셨다. 싸운 것은 둘째 치고, 의심 받아 큰 상처를 받았을 영우를 걱정하셨다. 선생님은 진환이도 의심해서 물어봤다기보다는, 그냥 생각 없이 ‘아는 것 없냐’는 식으로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

 

 외숙모 생각도 그랬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할 수 있다. 이 말을 했을 때 누군가 상처받을 거라고 계산하기보다는, 그냥 하고 싶은 말을 바로 내뱉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순자는 본성상 악한 인간이 교육을 받으며 점차 사람이 되어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외숙모가 본 진환이는 나쁜 아이가 아니었다. 함부로 의심하진 않을 것 같았다. 정말로 생각 없이 물어본 것에 영우가 발끈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우가 과민반응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영우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었다. 서러울 정도로 납득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 없이 물은 거라지만, 그 질문을 듣는 순간 그 어린 것이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 착한 아이가 발끈할 정도면 그때의 상처는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이런 스토리는 이미 드라마나 동화에서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그만큼 보편적인 상황인가보다. 그래서인지 외숙모는 이 상황을 식상해 하면서도, 자기 아이가 이 일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에 다시금 설움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외숙모는 일단 상황부터 수습하려고 생각했다. 우선 진환이의 오해부터 풀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께 부탁해서 진환이 이 엄마의 번호를 알아냈고, 최대한 지혜롭게 상황을 설명하여 다시 두 아이가 친하게 지내도록 돕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진환 어머님. 저 영우 엄마예요.”

 “아, 네”

 

 쌀쌀맞았다. 아마 정말로 영우를 오해하여 화가 난 듯 했다. 외숙모는 빨리 오해를 풀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최대한 친절하고 예의 있게 말을 이어갔다.

 

 “어머님, 괜한 염려 끼쳐드려 죄송해요. 영우는 안 가져갔다고 하는데, 혹시 그 장난감 못 찾으셨으면 제가 새로 사 드릴게요.”

 “됐고요. 이미 그 팽이 다시 샀어요. 그깟 팽이 얼마나 한다고.”

 

 여전히 쌀쌀맞은 진환 엄마의 목소리에 당황했지만, 그래도 오해는 확실히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굳이 통화를 한 것이니까.

 

 “죄송해요. 하지만 영우는 절대 안 가져갔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진환이와…….”

 “아, 됐고요. 팽이는 하나도 안 중요해요. 가져갔든 말든 관심 없고요. 영우, 휴거라면서요? 제발 우리 진환이 휴거들이랑 안 놀게 해 주면 안 될까요?”

 

 이게 무슨 외계어인가 싶었다. 정말 듣고도 무슨 말 하는지를 몰랐다. 다시 한 번 설명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려서 물을 수도 없었다. 다시 거는 것도 웃기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고 말고를 떠나 정체 모를 단어의 의미부터 알고 싶었다. 갑자기 휴거라니…….

 교회에서 말하는 그 휴거가 아니라는 것쯤은 외숙모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 말은 최근에 유행하는 신조어라는 의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젊은이들이 쓰는 신조어공부라도 틈틈이 해 놓을 걸 싶었다. 그래도 어린 영우는 알 것 같았다. 11살 영우에게 휴거가 뭐냐고 물어보려던 그 때, 얼마 전 휴거가 뭐냐고 물어보던 영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뭔가 당장에라도 꼭 알아야겠다는 영우의 눈빛이 지금 외숙모의 눈빛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순히 궁금하다는 차원을 넘어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는 눈빛이었다.

 외숙모는 적어도 영우에게 그 질문을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직감적으로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주변 사람에게 묻기도 싫었다.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냉큼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렇게 간편한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영우를 부르려고 했을까 싶었다. 외숙모는 얼른 녹색창에 입력했다.

 

 ‘휴거’

 

 두 단어를 입력하고 검색버튼을 누르니 역시나 교회에서 몇 번 들었던 휴거의 정의가 나왔다. 내가 찾는 것은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조금 더 자세하게 검색해볼까 하던 차, <휴거에 상처받는 아이들>, <2016년 휴거 소동>이라는 제목의 뉴스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찾는 게 이건가 싶어 눌렀고, 그제야 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휴거는 휴먼시아 거지의 줄임말로…….”

 

 ‘아, 휴먼시아 거지. 그런 뜻이었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얻게 되는 희열감이 이렇게 텁텁한 맛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렇게 간단한 의미인데, 며칠 전 영우 앞에서 왜 그렇게 고민하며 길게 설명했나 싶었다. 이제라도 위로해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외숙모도 같은 휴거 신분인데 위로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시험 망친 아들을 위로해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무래도 얼마 전 영우가 휴거에 대해 질문한 것도 진환이의 엄마나 진환이를 통해 듣게 된 게 아닐까 싶었다. 시기상 그게 맞는 듯 했다.

 

 이제 오해를 풀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맘먹고 사귄 친구로부터 도둑 취급을 받은 영우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 하지만 그보다 슬픈 것은 더 이상 영우가 진환이와 놀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놀고 싶어도, 화해를 한다 해도 더 이상 어울릴 수 없는 장벽이 있다는 게 슬펐다.

 외숙모는 간신히 식탁 의자에 앉았다. 이제 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보육교사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우가 하교한 후에 봐줄 수 없는 것이 더 이상 미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일을 안 한 게 미안했다. 악착같이 일해서 돈을 모으고, 좋은 곳에 살았어야 하는데, 이렇게 억울한 대접을 받게 한 게 미안했다. 아이와 함께하며 놀아주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분명히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잘못한 것이 없는데, 결과적으로는 잘못한 게 되어버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영우의 마음을 달래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말을 거는 것부터가 미안했고 두려웠다. 일단 외숙모는 편지를 썼다. 솔직하게 썼다. 괜한 의심을 받게 해서 미안하다는 것과 앞으로 보육교사를 다시 할 거라는 진솔한 내용들을 꾹꾹 담아 썼다. 당장은 전해주기 민망하고, 자연스럽게 영우가 보기를 기대하며 서랍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우의 방문을 살짝 열어보려던 순간, 괜한 의심이 들었다. 혹시 서랍을 열었을 때 정말로 그 팽이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문을 열었다.

 영우는 자고 있었다. 이번엔 정말 자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 슬그머니 다가갔다. 역시나 깨지 않았다. 숨소리를 들어보니 자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얼른 서랍을 열어 편지를 넣으려는데 무엇인가 보였다.

 

 봉투였다. 하늘색 봉투였다. 들어보니 묵직했다. 열어보니 천 원짜리 지폐 열두 장과 동전이 여러 개 들어있었다. 뭔가 싶었다. 슬그머니 뒤집어 보니 뭔가가 써있었다.

 

 “베이 블레이트 버스트”

 

 요상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외숙모는 바로 알아챘다. 요즘 유행한다는 배틀팽이 이름이었다. 이름이 어려워서 외우진 못했지만 아까 선생님께 들은 그 팽이 이름이 맞았다. 영우는 그 팽이를 사려고 돈을 모으고 있었다. 봉투 안에 만 원짜리는 없었다. 오천 원짜리도 없었다. 천 원씩, 오백 원씩, 백 원씩 모으고 있었다. 단 한 번도 그것을 사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저 혼자서 그 팽이 하나 장만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진환이는 종류별로 다 가지고 있는 그 팽이를, 잊어버리면 아무렇게나 다시 살 수 있는 그 팽이를, 영우는 한푼 두푼 모아가며 사려고 했던 것이다. 심지어 아직도 몇 천원이 모자란 상태였다.

 

 외숙모는 급히 서랍을 닫고 주방으로 왔다. 팽이가 얼마나 갖고 싶었을지, 아니 이전부터 갖고 싶었던 장난감이 얼마나 많았을지 상상을 해 보니 마음이 아팠다. 어른도 아닌 어린 아이가 벌써부터 그런 한을 품으면 어쩌나 마음이 시려왔다. ‘장난감 안 사줘도, 내가 잘 놀아주니 걱정 없다’고 믿었던 자신의 오만을 탓하기 시작했다.

 

 영우도 인간이다. 아이라고 해서 엄마 하나로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존재는 아니었다. 누구나 돈을 좋아하고 좋은 물건을 갖고 싶어하듯, 아이들도 다르지 않다. 좋은 장난감, 좋은 음식, 좋은 집을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존재 자체를 모르니 욕망할 수 없지만, 아는 것은 가지고 싶어 한다. 때로는 엄마와 노는 것보다 좋은 장난감을 갖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건 나쁜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어쩌면 갖고 싶은 게 제한적이다 보니 어른보다 그 정도가 더 심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엄마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알고 난 뒤에는 엄마만 필요한 게 아니라 다양한 것이 필요하다. 영우라고 예외일 순 없다. 말하지 않았을 뿐, 충분히 원하는 것이 있었다. 돈을 한 푼, 두 푼 모아서라도 꼭 갖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것을 갖지 못했을 때 느끼는 초라함이 어른과 다를 이유는 없다. 이 어린 것이…….

 

 멍하니 식탁에 엎드려 있던 외숙모는 그 순간 주말에 무슨 일을 할지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보육교사 일을 다시 시작하겠노라 다짐했지만 그것으로 부족했다. 외숙모는 주말에도 악착같이 일하리라 마음먹었다. 과거 실력을 발휘하여 주말에 과외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영우를 못 돌보는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조금 미안할 듯 했지만, 돈을 최대한 많이 버는 게 영우를 위한 거라 여겼다. 이제는 학원도 보내주고 가지고 싶어 하는 장난감도 사주고 나중에는 더 좋은 집에 이사 가리라 다짐했다. 그것은 육아를 포기하고 일을 택한 것에 대한 합리화가 아니었다.

 

 그날 이후, 영우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예전처럼 소심한 교우관계를 이어나갔다. 아파트라고 해서 다 같은 아파트가 아니라는 것도 이제야 깨달았다. 함부로 초대를 해서도, 함부로 놀러가서도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열세 살이 된 지금은 그냥 체념한 상태다. 이미 자신과 놀 수 있는 계층이 정해져 있음을 알기 때문에 상처받을 일도 없다. 그래서 끼리끼리 노나 보다. 중학생이 되어도 미리 상처를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놀아도 되는 친구들만 상대할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임대 아파트에서 살지만, 가고 싶어 하던 영어학원에도 다니면서 남들처럼 학원 스트레스도 경험하게 되었고 갖고 싶어 하는 장난감도 충분히 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제는 커서 그런지 사준다고 해도 필요 없다고 한다.

 

 외숙모는 계획대로 보육교사를 하면서 주말에는 과외를 했다. 돈도 꽤 많이 모았다. 물론 영우가 고등학교 들어갈 즈음까지 악착같이 더 벌고 더 모아야 임대 아파트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아내를 통해 전해들은 내용이다. 외숙모와는 이런 솔직한 대화를 할 정도로 친하지 않다. 물론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우 사건이 일어났을 때가 우림이를 낳기 전 상황이라 그런지 외숙모는 마음먹고 아내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다 해주었다. 특히,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일을 계속 하던 아내에게 앞으로도 일을 그만 두지 말라는 당부를 계속 하셨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의 이야기가 전해진 모양이다.

 

 그 덕에 아내와 급격히 친해진 외숙모는 얼마 전에도 아내를 불러 하소연했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이래저래 하셨던 것이다.

 

 사실 보육 교사일을 시작한 후, 외숙모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일하면서만이 아니라,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학부모들의 전화세례에 주말 과외를 준비하기도 어려웠다. 과거 어린이집에 다닐 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동네가 바뀌어서인지, 저녁에도 틈을 주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엔 이해하려고 했다. 새로운 세계에서 그 정도의 신선함도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나 싶었다.

 하지만 신선함으로 포장하기에는 학부모들의 눈빛도, 표현도 꽤 따갑고 까칠했다. 하원 시간이 30분 정도 지나면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하는데, 다짜고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만 묻는다. 특이 사항은 하원 때마다 보고하고, 심각한 일은 그때그때 부모에게 전화로 알려주던 외숙모에게 무작정 따지는 학부모 앞에 서면 자괴감이 몰려왔다. 아이의 표정이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는 게 당연한 분위기였다. 아이가 밥을 잘 안 먹어도 교사 탓, 아이가 울적해 해도 교사 탓이었다.

 베테랑답게 다 잘 참으며 적절하게 대응했다. 마음 같아서는 “네가 집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했는지부터 생각해 보라.”고 따지고 싶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여 그럴 거라고 되뇌며, 최대한 정중하고 센스 있게 “아무 일 없이 잘 지냈고 내일부터는 교사로서 더 신경 쓰겠다.”고 말씀드렸다. “엄마가 집에서 맨날 소리 질러요.”라고 털어놓는 아이의 고백을 떠올리며 “집에서 어머님이 이런저런 부분을 조금 더 조심해 주시면 아이가 더 기분 좋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사람은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이미 이런 전화를 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결백하다는 핑계거리를 찾은 것일 테니까.

 

 그런 외숙모지만 전화를 받다가 처음으로 울컥했던 적이 있었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선생님, 우리 민주, 휴거 애들이랑 같이 못 놀게 좀 해 주세요. 우리 민주, 정말 잘 키웠는데 어린이집만 갔다 오면 이상한 말 배워오고……. 휴거 애들이 물 흐리는 건 이해해요. 그런데 천박한 소리하는 건 선생님이 눈치껏 막아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쌍스러운 말도 하는 것 같고. 다른 데 자리가 안 남아 어쩔 수 없이 왔다지만, 질 떨어지는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걸 보면 마음이 안 좋아요.”

 

 외숙모는 그냥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어머니.”

 

 민주 엄마와 통화한 지 며칠 후, 엄마를 꼭 닮은 민주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 ‘휴거’라는 고급 용어를 사용했다. 어린이집에서 대놓고 그 용어를 쓴 것은 그 아이가 처음이었다.

 

 “너 휴거지? 엄마가 그랬어.”

 

 외숙모는 이때다 싶어 불렀다. 민주 엄마에게는 차마 못했던 말을 민주에게는 꼭 전하고 싶었다. 화풀이가 아니었다. 정말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

 

 “민주야. 이리와 볼래? 휴거라고 하면서 친구들을 놀리면 안 돼. 어떤 집에서 살든 다 좋은 친구들이고 다 친하게 지내야 할 친구들이야. 알겠지? 우리 민주 착하지?”

 

 순수한 민주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그 가르침에 동조하지 않을 거란 걸 외숙모도 잘 알았지만, 그래도 꼭 말해 주고 싶었다. 그래도 선생님이니까. 제대로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이후에 일어날 일이 예상은 됐다. 아마도 민주 엄마가 다시 전화할 것이다. 그 사이에 외숙모가 휴거 신분이라는 것도 파악했을 테지. 아마도 동급으로 아이들과 선생님을 묶어가며 비난하겠지.

 

 아내는 외숙모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착찹해진다. 아내도, 아니 우리도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우야 거의 다 컸다지만 우림이는 이제 세 살인데……. 우리 앞에도 집을 마련하기 위해 육아와 일 사이에서 갈등해야 할 무수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어른이 된 둘리와 크롱도 사정은 비슷하겠지. 어쩌면 이미 오래된 상처일지도 모른다. 아기 공룡의 모습이 그저 해맑고 즐거워 보였지만, 마음 한 구석엔 집 없는 설움이 가득하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의 영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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