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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아이돌x아이
작가 : LEEEUL
작품등록일 : 2018.12.30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돌 배우 원태인의 죽음! 그것도 연극 공연 중에 벌어진 공개적 죽음이었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사고인가, 사건인가?
연예계와 매스컴은 태인의 죽음을 앞 다투어 재구성 하려한다. 삼류 연예지 ‘진실과 상상’의 기자 주채성도 그 중 하나. 채성은 태인의 평전을 써서 지긋지긋한 생활을 끝내고자 한다. 그러나 태인의 죽음을 파헤쳐나가면서 자신도 연관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진실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아이돌x아이_파티의 끝 1
작성일 : 18-12-30 18:48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7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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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우리 반에서 전교 일등이 나왔다. 누군진 말 안 해도 알겠지? 한서린 앞으로!”

 

 

 

  조금은 쑥스럽다는 듯, 수줍은 미소 뒤에 단단한 자신감을 감춘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반 아이들이 그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볼 수 있게 천천히, 그러나 너무 눈에 띄도록 느리지는 않게.

 

 

  전국 상위 0.1%, 내신 1등급, 예체능 만능에 인형 같은 외모까지. 도대체 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소녀, 모두가 우러러보는 소녀, 눈부신 미래를 품고 있는 소녀.

 

 

  ‘그게 나야. 자랑할 필요도 없지. 적당한 겸손과 위로, 그게 지금 나를 바라보는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거야. 누구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시기하는 법이니까. 그런데 내가 가진 많은 것 중에 어떤 걸 시기해야 할 지 너희들이 알 수나 있을까?’

 

 

  “너희들이 제발 서린이의 십분의 일만 해도 이 선생님은 소원이 없겠다. 정말 너희가 지구상의 같은 생명체 맞냐?”

 

 

  “선생님, 애들도 다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애들아,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이제 정말 며칠 밖에 안 남았잖아.”

 

 

  교단까지 온 서린이 반짝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그 이면의 비웃음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서린아, 서린아! 이거 봐봐. 어때, 우리 태인이? 완전 멋있지?”

 

 

  쉬는 시간에야 다시 살아나는 한 무리의 애들이 잡지 사진이며 포스터를 서린의 참고서 위로 늘어놓으며 물었다. 입시를 포기한 한심한 아이들, 그래서 빠져들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아이들이다.

 

 

  ‘어쨌든 리더란 모든 걸 포용해줘야 하니까. 이런 애들에겐 무조건적인 호응이 답이지. 게다가 이런 순간을 통해 여유를 보여주면, 다른 경쟁자들에겐 더 긴장감을 줄 수도 있어.’

 

 

  서린은 사진과 포스터를 관심 있다는 듯 유심히 바라보았다. 요즘 드라마와 영화, CF까지 종횡무진이라는 아이돌 배우였다.

 

 

  “와, 정말 잘생겼다! 너희들이 빠질만한데? 얘가 원태인 맞지? 그래, 진짜 멋있더라. 정말 이런 남친만 있다면 남부러울 게 없겠는걸?”

 

 

 

  “거 봐, 서린이도 인정했다! 원태인이 짱이야!”

 

 

  ‘부러워? 난 뭔가를 부러워하는 패배자가 아니야. 내가 바로 부러움의 대상이지.’

 

 

  서린은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흘러내린 머리칼을 정리했다. 거울 속에 완벽한 소녀가 서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갑고도 아름다운 눈이 반짝거렸다.

 

 

 

  “서린아, 네가 연예인에도 관심 있는 줄 몰랐다? 정말 대단해. 그럴 시간도 있니?”

 

 

 

  소꿉친구였던 동급생이 서린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서린이 그나마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친구였다.

 

 

 

  “하하, 관심? 그렇게 보였어? 웃기지마. 아무리 대학 포기했다지만 이 시기에 연예인 쫓아다니는 건 너무 한 거 아니니? 공부가 안되면 다른 기술이라도 배우던가. 아무튼 구제불능들이라니까. 가능성 하나가 막히면 그걸로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아요. 소문 들어보니까 원태인인가 뭔가 성격파탄자라던데? 그런 인간 말종이 하는 짓이란 게 뻔하지 뭐. 얼굴 하나 믿고 나대는 쓰레기 아니겠어? 하긴 그러니까 파리들이 꼬이는 거겠지만.”

 

 

 

  서린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서린은 이런 아름답고 고귀한 소녀는 처음 본다는 듯 거울을 응시했다. 그 안으로 깊이 빠져들며 얼음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주위 모든 게 희미해지고 오로지 자신만 도드라지게 보였다.

 

 

  그래서 서린을 알 수 없었다. 화장실 끝 칸 조금 열린 틈새에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들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가 자신의 앞날을 어떻게 결정짓게 될 것인지를.

 

 

 

 

  굳이 묻지 않아도 거울은 답한다.

 

  바로 너야.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녀석은, 가장 눈부신 녀석은. 너도 알고 있잖아? 그래? 네가 비춰주고 있는 녀석이 바로 그 녀석이야? 멋지네. 눈부셔.

 

  거울의 가장 멋진 점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도 그 이면을 상상하게 만들어준다는 거지. 말하자면 이건 경계야. 현실과 환상을 구분 지어주는 아주 섬세한 경계. 그래서 그 많은 작가들이며 감독들이 거울 장면을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우려먹는 거야. 그들은 거울을 어떤 도피처로 통하는 탈출구로 생각하니까. 거울을 통해 지긋지긋한 현실을 벗어나려 하니까. 그런데 말이야, 환상으로 현실을 뒤덮어버린 사람에겐 거울이 무슨 소용이지?

 

 

  거울은 답한다.

  너는 나야. 나는 너고. 우리는 서로를 끊임없이 확인해주고 증명해주지. 서로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저 지금 이 상황, 이 감각, 이 느낌만을 만끽하라고.

 

 

  어느 광고에 나왔던 한 장면을 흉내 내며 찡긋 웃어준다.

 

  아, 그러고 보니 그 광고에 나왔던 게 나잖아. 아무렴 어때? 수많은 사내 녀석들도 거울 앞에서 나를 흉내 내고 있을 텐데. 원태인을 흉내 내는 나를, 나를 흉내 내는 원태인을.

 

 

  삐져나온 머리칼을 넘겨 반듯하게 다듬고 야생의 체취를 풍기는 향수를 귀 뒤에 뿌린다. 파우더룸 밖의 사방을 진동시키는 강렬한 비트가 귓가에 꽂힌다. 심장은 불규칙적으로 제 멋대로 떨린다. 향기는 멀리 더 멀리 퍼져 나간다. 문을 지나,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복도를 지나, 땀과 가쁜 숨결로 헐떡이는 플로어에까지. 흥분으로 달아올라 폭발할 지경인 클러버들, 원태인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 광신도들에게까지.

 

 

  자, 이제 나갈 준비를 하자고. 뭔가를 기다리기에 인생은 짧으니까. 쾌락과 도취의 밤은 너무도 짧으니까. 문이 열려, 뜨거운 열기가 얼굴로 달려들어. 그 속의 사람들을 한 덩어리로 뒤엉키게 만드는 환각 같은 조명들, 갑자기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얼굴들, 고통인지 희열인지 모를 일그러진 미소들, 새로운 비트가 깔리기 시작하고 스테이지 위의 래퍼는 마이크를 잡아, 더 크게 더 크게 더 볼륨을 높여!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이 세상을 뒤흔들고 싶어? 그럼 잠시도 멈추지 마!

 

  쓰러질 때까지 몸을 움직여! 세상은 돌고 도니까 너도 돌아, 더 빨리!

 

  눈치 없이 서 있다간 토하고 말걸? 인생은 질겨, 그러니 씹고 뜯고 마시고 즐겨!

 

  우울한 일 같은 건 입도 뻥긋 마, 그냥 뛰어들어, 빠져들어, 허우적거려! 어때?

 

  이게 사는 거야, 삶은 원래 재미있는 거야, 삶이 고통이라는 건 노인네들의 잠꼬대

 

  왜 내일을 미리 생각하는데? 오늘 일은 내일로, 내일 일은 모레로 미뤄, 미뤄, 미뤄!

 

  여기는 우리들만의 미로, 영원히 계속되는 축제의 날이야, 세상 끝까지 계속되는 파티야!

  난 언제까지나 꿈을 꾸는 피터팬, 넌 날 날아오르게 하는 열혈팬

 

  분위기 깨지 마, 깨어나지마, 이 환상은 계속 돼, 내 우상은 영원해!

 

 

 

  “원태인! 원태인! 원태인!”

 

 

 

  모두가 내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친다. 어두침침하고 울긋불긋하게 바뀐 조명 아래서. 흐릿하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누구 한 명 쯤 실신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모두들 내게 취했어. 너희들은 나를 위해 뭔가를 바쳐야해.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분명한 뭔가를. 나를 숭배해! 나는 영원하니까! 내가 너희들의 환상이고 현실이니까! 그래, 뭐든지 바치겠다고? 정말? ……그런데 어쩌지, 난 벌써 너희들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는데?

 

 

 

  광란에 빠진 탕아 원태인! 그 끝은 어디인가?

 

 

 

 

  “이제 들어오니?”

 

 

  한숨도 안 잔 모양인지 핼쑥한 얼굴의 차희가 비틀거리며 묻는다. 차희의 주변 천장도 벽면도 비틀거린다. 공간 전체가 비틀거리고 있다.

 

 

  아, 비틀거리는 건 나였네. 근데 방금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나? 몰라, 졸려, 자야 돼, 빨리 침대로.

 

 

  “인아, 정신 좀 차려봐. 할머니가 좀 안 좋으신 것 같아.”

 

 

  차희가 내 팔을 붙들며 말한다. 피곤한 몸이 흐느적거리며 차희의 팔을 뿌리친다.

 

 

  “나 바쁜 거 몰라? 네가 모시고 병원 가면 되잖아. 뭐, 돈 필요해?”

 

 

  “그, 그런 게 아니라……”

 

 

  “아, 그리고 너 행동 좀 조심해. 웬만하면 집 밖으로 나가지 말고. 기자 새끼들이 계속 이상한 기사를 써재껴 대니까.”

 

 

  “이상한 기사라니?”

 

 

  “넌 TV도 안 봐? 인터넷도 안 해? 무슨 열애설이니 결혼설이니 매일 헛소리들을 지껄이는 거 몰라?”

 

 

  “그게…… 이상한 거야?”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정말 모르는 거야? 답답해, 지겨워! 네가 하염없이 날 기다리는 것도,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것도! 넌 그냥 기다리고 바라보는 거겠지만, 이미 날 그렇게 대하는 사람은 너무 많다고.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나는 차희를 팔을 거칠게 잡아끌어 발코니로 데려갔다. 그리곤 블라인드 중간쯤을 걷어 밖을 보게 했다.

 

 

  “저기 봐, 쟤들 보여? 하루 온 종일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애들? 쟤들이 우릴 먹여 살려주는 거야. 네가 입는 거, 먹는 거, 그리고 이 집까지! 다 쟤들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라고! 이제 좀 상황 파악이 돼?”

 

 

  “이, 인아…… 아파, 놔 줘.”

 

 

  어느 새 내 손이 차희의 뒷목을 새빨개질 정도로 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목 말라, 숨 막혀, 그러니까 날 좀 내버려 둬, 나도 이제 좀 즐겨도 되잖아, 그 괴롭던 지난날들을 보상 받으려면 좀 더, 더! 더! 즐겨야 된다고. 일단은 자야 돼, 졸려, 빨리 침대로 가, 다음 또 다음의 파티를 위해서.

 

 

 

 

  “자, 미스터 원! 이번엔 거칠게 짐승처럼, 노려봐, 포효해봐! 나는 정글의 타이거다! 어흥, 어흥! 좋아, 필 충만해! 자, 한 번 더! 이번에 퇴폐적인 황제처럼! 눈 내려 깔고, 날 무시해, 날 깔봐줘, 오케이, 굿! 굿!”

 

 

  ‘인생은 파티처럼 매 순간을 화보처럼!’ 이라는 모토를 가진 포동포동한 얼굴의 사진작가 양반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흥분해있다.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 낼 생각도 없이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니까. 파티에서의 내 모습을 그대로 화보로 옮기겠다는 잘나신 분들의 이 기발한 기획에 한바탕 놀아주면 되는 거니까. 뭐든지 주문해, 이렇게 노는 것도 돈이 된다는 데 뭐든 못해주겠어, 얼마든지 보여줄게.

 

 

 

  달빛도 취한 듯 붉게 물든 밤. 최면을 거는 보랏빛 스모그가 피어오른다.

  여긴 19세기의 붉은 풍차 댄스홀 앞 거리. 당신이 남몰래 키운 욕망이 현실이 되는 곳.

 

  섬광처럼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혈관이 떨릴 만큼의 쾌감이 느껴져. 나는 너희들에게 나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완벽히 숨기지. 아무리 나를 훔쳐봐도 날 가질 순 없어. 너희가 아는 나는 여기 없어.

 

  한 무리의 위협적인 건달들, 묵묵한 인부들, 흥에 들뜬 취객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그들 모두 각 자의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이 시간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터지는 플래시. 수 백 번, 수 천 번, 단 한 장을 위해. 버려진 ‘나’들에는 신경 쓸 필요 없어. 확실하게 폐기처분만 해주면 돼. 살아남는 건 단 하나의 나니까.

 

  왜냐하면 그녀들이 등장하니까. 성녀이자 마녀인 그녀들이. 바로 이 밤의 무희들이!

  브라스 밴드의 육감적인 음악 속에 이제는 그녀들의 시간! 춤 춰라, 무희들이여!

 

 

 <소년은 그렇게 남자가 된다> 바로 이게 나야. 당신들이 꿈꾸는 내가 여기 있으니 가져, 가져, 가져! 디카나 폰카로는 날 찍지 마. 거기 잡힌 건 내가 아냐. 버려, 버려, 버려! 진짜 나는 곧 출간될 이 화보집 속에만 있을 거라고.

 

 

  나른하지만 치명적인 유혹들, 게슴츠레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봐. 사람들은 둘 씩, 셋 씩 짝을 지어 사라졌다 나타나. 모두가 거대한 흥분에, 엄청난 행복에 바들바들 몸을 떨어.

 

 

  이젠 눈이 멀어버릴 것 같지만 다시 한 번 더, 플래시!

 

 

  “코러스!”

 

 

  이 세상이 끝장 날 때까지 계속 될 파티, 밤과 밤을 이어주는 신비의 다리!

  우린 모두 밤에만 살기로 작정했어! 잠에 빠지는 건 한심하니까!

 우린 모두 밤에만 살기로 작정했어! 이 밤만이 진짜 현실이니까!

 

 

 

  원태인의 지독한 타락, 그 밤을 집중해부한다!

 

 

 

  촬영이 끝나자 파티의 열기도 조금씩 사그라져 간다. 텅 빈 몸은 축축하게 젖은 종이박스 같은 기분이 된다. 그땐 함께 있던 사람들도 혐오스럽게 느껴질 만큼 우울해진다.

 

 

  당신들에게 나는 그 순간에만 살아있던 인간이니까. 어차피 나에 대해 진심 어린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잖아. 당신들은 다른 사람들이 내게 준 관심에 관심이 있었을 뿐. 그래, 맞아. 나도 그러니까. 나도 당신들에게 관심 있는 척 했을 뿐이니까. 나도 애초부터 나밖에 관심 없었어. 어차피 다 그런 거 아냐.

 

 

 

  “충분히 만족했나요?”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젊은 여자가 곁에서 그렇게 물었다. 육감적인 몸매가 드러나 보이는 의상에 또렷한 눈매가 눈길을 잡아끄는 이국적인 외모의 여자였다.

 

 

  “...왜 그 쪽이 만족시켜주게?”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팔을 끌어당겼다. 오늘은 이 여자와 함께 하루를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품에 안는 순간 움찔하며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가슴 쪽에서 뭔가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기 때문이다.

 

 

  믿기 어려웠지만 그건 새였다. 마치 박제된 것처럼 굳은 새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여자는 품 안에서 새를 꺼내 손등 위에 올려놓았다. 온몸이 파랑색인 새였다.

 

 

  잠깐, 당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때요, 새점 한 번 보시겠어요? 이래봬도 꽤 정확하답니다.”

 

 

 

  여자가 파랑새의 배를 간질이며 물었다. 나도 모르게 실소가 흘렀다. 파랑새가 꿈틀거리면서 염색이 덜 된 부분이 보였던 것이다.

 

 

 

  “그딴 개수작은 딴 데 가서나 해. 난 그런 거 안 믿으니까.”

 

 

 

  “그럼 뭘 믿으시죠?”

 

 

 

  “내가 믿는 건... 나 자신 뿐이야.”

 

 

 

  “좋네요. 그 믿음 변치 않길 바라요. 그리고 내가 해줬던 말도 잊지 않기를.”

 

 

 

  여자는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아, 잠깐. 그 새…… 날 수 있긴 해?”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렇게 물었다. 여자는 말없이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분명 어디선가 만났던 여자다. 그런데 아무리 기억해보려 해도 결코 떠오르지 않았다.

 

 

 

 

  “이눔아, 해가 중천에 떴다. 언능 일어나, 밥 묵자.”

 

 

 

  잠시 눈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벌써? 아직도 지난 밤 파티의 장면이 뒤죽박죽이 되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그런데 정말 누구였지, 그 여자는? 아... 할매?

 

 

 

  “할매, 불 좀 꺼. 나 밥 안 먹어.”

 

 

 

  “니가 참말로 한 집 사는 사람 맞냐? 같이 밥 한끼 묵은 게 언젠지 기억도 없다.”

 

 

 

  “나 피곤해. 생각 없다니까. 맛대가리도 없는 거.”

 

 

 

  “뭐시여? 너 지금 막둥이 연기하는거시여?”

 

 

 

  “아…… 진짜, 뭔 소리야? 그 드라마 끝난 지가 언젠데. 나 더 잘게.”

 

 

 

  “썩 안 일어나? 나랑 야그 좀 하자. 희야한테 뭐라 한겨? 뭐라 했기에 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겨?”

 

 

 

  제발 그만, 그만, 그만!

 

 

 

  “할매, 잔소리 좀 그만해! 나 지금 피곤해 죽겠거든? 아프다더니 쌩쌩하기만 하네 뭐! 아, 그리고 시장바닥에 나가서 일하는 거 관둬! 사람들이 보면 뭐라 그러겠어? 손주가 잘 나가는 배운데 할매 계속 고생시킨다고 손가락질 할 거 아냐! 제발 내 생각도 좀 해달라고!”

 

 

 

  “이눔아, 사람이 하던 대로 하고 살아야지, 갑자기 변하면 제 명에 못 사는겨. 근데…… 밥은 제대로 먹고 댕기는겨?”

 

 

 

  아, 제발! 지겨워, 지겨워, 지겨워, 지겹다는 말도 지겨워! 제발, 날 혼자 좀 내버려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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