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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아이돌x아이
작가 : LEEEUL
작품등록일 : 2018.12.30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돌 배우 원태인의 죽음! 그것도 연극 공연 중에 벌어진 공개적 죽음이었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사고인가, 사건인가?
연예계와 매스컴은 태인의 죽음을 앞 다투어 재구성 하려한다. 삼류 연예지 ‘진실과 상상’의 기자 주채성도 그 중 하나. 채성은 태인의 평전을 써서 지긋지긋한 생활을 끝내고자 한다. 그러나 태인의 죽음을 파헤쳐나가면서 자신도 연관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진실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아이돌x아이_이카루스의 처녀비행 2
작성일 : 18-12-30 17:12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7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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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

  대중이라는 이름 가진 그들은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진다. 그들이 한 명의 신인 연예인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신제품에 대한 반응과 같다. 자본주의가 양산하고 매스미디어가 숭배를 강요하는 더 젊고 더 건강하고 더 활기찬 생명체들. 더 많이 팔고, 더 잘 팔려야 하는 것이 존재의 목적인 유기체들.

  비인간적이니 비하의 말이니 하는 건 위선자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이 인기를 끌게 되는 과정 역시 일반 상품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홍보와 마케팅 작업이 필수다. 그들의 뇌리에 상품을 각인시키고 그 이미지를 끊임없이 주입시키는 것이다. 당신은 이게 필요하다, 당신은 이걸 가질 만하다, 당신은 이것을 갖고 싶다. 더 나아가 당신 자체가 이것과 하나가 된다로. 당신의 머리와 가슴에 흘러든 이미지는 당신의 입을 통해 다시 나온다. 흔히 입을 탄다고 하는 입소문의 시작이다. 그렇게 ‘연예인이 삶은 입에서 태어나고 입에서 죽는다.’ 로 요약된다.

 

  ‘누가 어디어디에 나왔어, 너도 봤니?’ ‘당연하지, 걔 신인치곤 연기도 좋더라, 완전 내 스타일이야.’ 입의 일체감.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고 키스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정서적이고 의미를 가지는 것은 입을 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단 하나의 이름을 동시에 입에 올리는 것은 어떨까?

 

  많은 스타들의 처음처럼 원태인의 이름 역시 그랬다. 몇 편의 TV드라마에서 조연급으로 이름을 알리더니, 입의 최신형 버전인 인터넷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로 활성화된 원태인의 공식 1호 팬클럽 원트인(WANT IN)도 이때 만들어졌다.

 

  이 시기에 출연한 몇 작품들 중 언급할 만한 것은 단연 <한 지붕 네 가족>이다. 시트콤 형식 속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잘 담아내기로 유명한 김 PD의 신작 홈 시트콤이었다. 재개발구역 다세대 연립주택을 배경으로 이웃사촌들과 동네 주민들의 에피소드를 코믹 터치로 다룬 이 작품에서 원태인은 주인집 철없는 막내아들 ‘막둥이’ 역할을 맡았다.

 

  출연 배우 중 가장 어렸고, 유일하게 검증이 안 된 상태였다. 노련한 선배 연기자들과의 호흡은 극 초반에는 엇나가는 듯 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을 찾아갔고, 마침내 얄밉긴 한데 마냥 미워할 순 없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주목을 받게 된다. 활동기간 중 가장 열정적이었을 그 때, 오로지 앞만 보고 주어진 것은 뭐든지 열심히 하던 그 때의 원태인의 노력은 함께 출연했던 선배 연기자들의 회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본 리딩 중에 연신 입을 벙긋거리기에 한 마디 해야겠다 싶었지. 근데 유심히 살펴보니 대사를 따라 읊고 있는 거였어.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야. 매번 매회 대본 전체를 통째로 암기했다더군. 기가 막혔지. 네 대사는 몇 줄 되지도 않는데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이 작품의 이야기와 분위기가 너무 좋아 어쩔 수가 없었다나. 신인들이 보여주는 꾸며낸 패기 같은 게 아니었어. 정말 작품을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지. 그 덕에 나도 오랜만에 자극을 받을 수 있었고.” -월세방 아저씨 역 배우 A

 

 

  ‘녀석에겐 작품 속 대가족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자신의 처지를 달랠 수 있는 기회였을지도 모르지.’ 라고 채성은 생각했다.

 

 

  “현장에서 태인 씨 별명이 뭐였는지 아세요? 세트장 귀신이에요. 리허설 전부터 세트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늘 온갖 것을 다 살펴보고 만져봤다니까요. 근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애틋해보였는지 안 본 사람은 몰라요. 마치 처음으로 진짜 자기 집을 갖게 된 사람 같았죠. 나중에는 세트가 어떻게 만들어져있고, 분리되는지 구조나 위치 같은 것까지 다 파악해서 세트 담당자들이 태인 씨한테 한 번 씩 되묻곤 했을 정도니까.” -옥탑방 아가씨 역 배우 K

 

 

  이게 다 가짜라고? 누가 그래? 시간을 지우는 듯한 천정의 저 눈부신 조명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세트와 소품들, 레일 위를 쉴 새 없이 오가는 카메라들, 작은 구름 같은 저 마이크들, 고함치는 소리와 뚝딱거리는 소리들. 이게 다 가짜라고? 이 모든 것들이 내 심장을 이렇게 뛰게 만드는데? 피곤함과 지루함에 지쳐도 힘을 짜내는 스태프들을 봐.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 심각하게 말을 거는 감독 아저씨는 어떻고? 가짜라면 이럴 리가 없잖아. 이게 가짜라면 뭐가 진짠데? 그래, 여기가 진짜야. 비록 한 쪽 벽이 뚫려있고 겉만 멀쩡하지 작동은 안 되는 전자제품들 뿐이지만 그래도 진짜야. 내가 그렇게 믿으면서 이 안에 살고 있으니까. 여기가 더 좋아. 나는 여기서 사는 거야. 여기가 내 삶이야.

 

 

  “사적으로는 대화해 본 적이 없어요. 굉장히 내성적인 애네 했죠. 그러다 우연히 혼자 있을 때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고 아, 그냥 긴장한 거였구나 싶었어요. 그게 일반적인 신인들의 모습이니까. 그런데 아니었어요. 알고 보니 자신의 역할과 대화를 나누는 거더라고요. 그것도 아주 비밀스럽게요. 그 때 말을 걸어보니까 어찌나 당황하던지 제가 더 당황했지 뭐예요. 그러니까 막둥이 말투로 해야 할지 자신의 말투로 말해야할지 어쩔 줄 몰라 하는 거예요. 그 역할에 푹 빠져버린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젊은 애 답지 않게 낯가림도 심하고 붙임성도 없었어요. 물론 슛 들어가면 완전히 돌변해서 촬영에는 지장이 없었지만요. 그러고 보니 종방연에는 왔었나?” -주인집 엄마 역 배우 M

 

 

  한 때 달맞이 골목이라 불리던 세트장. 전봇대도 빠졌고 담도 절반 쯤 무너진 골목 어귀에서 요란하게 샴페인이 터진다. 동네 사람들은 다들 신나 보인다. 다들 웃고 떠들며 축하의 말을 주고받는다. 뭐가 그렇게 기쁜 걸까? 우린 이제 여기를 떠나야 하는데.

 

  나쁘지 않은 시청률, 웰메이드 시트콤이라는 좋은 평가까지 받았지만 이제 끝이다. 이미 집안 내부 세트는 대부분 해체되었다. 나는 선배연기자들이 축하를 벌이는 곳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어울리지 그러나?”

 

 

  “할아버…… 아, 아니 선생님.” 

 

 

  작품에서 동네 최고 어르신 역을 맡았던 노배우 선생님이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정신적 지주였던 분이다.  

 

 

  “많이 서운한가 보구먼. 그럴 것 없네. 이건 모조리 다 가짜일 뿐이지 않은가?”

 

 

  이게 다 가짜라고요?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자네는 진짜지. 저 사람들도. 우린 허구 속에서 잠시 만났다 헤어지는 것 뿐 일세. 진실을 발견해내기 위해, 다음에 올 진짜 삶을 더 제대로 살기 위해서 말일세.”

 

 

  다음의 삶, 또 그 다음의 삶... 그런데 그 사이엔 어떻게 살아야하죠? 어떻게 견뎌야 하죠?

 

 

  “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연기도, 삶도요…….”

 

 

  마음속에 축축한 안개가 잔뜩 내려앉아 있는 것 같아 나는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늙은이 잔소리라 생각하고 한 마디 들어보겠나? 삶이라는 글자를 가만히 떠올려 보게. 뭐가 보이나?”

 

 

  삶, 삶, 삶.... 아……!

 

  그 속에 사람이 있었다.

 

 

  “삶은 그게 연기든 생활이든 모두 사람 사이의 일이라네. 심지어 자네 혼자일 때 조차도 자기 자신이라는 사람과의 일이지. 사람들을 만나게나. 대본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외운다고, 완벽하게 감정과 심리를 표현한다고 연기가 완성되는 게 아니라네.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을 느끼게. 그 거대한 흐름 속에 자신을 맡겨보게. 다른 사람이 자네가 되도록 스스로를 놓아보게. 그 속에 자네의 삶과 연기가 있을 걸세.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만나서 열심히 연기하게나. 그만큼 멋지게 살고.”

 

 

  다른 작품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어떤 역할을 맡든 태인은 캐릭터 그 자체가 되었고 그 삶을 자신의 삶으로 대신해서 살았다. 태인의 대사는 그것이 아무리 진부한 것일지라도 자연스러운 진심이 묻어나왔다. 그것은 단지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한 직업으로써의 연기가 아니었다. 태인은 그야말로 본능적인 배우였다. 단 4년에 불과한 활동기간, 공식적으로 3편의 영화와 네 편의 TV드라마 그리고 단 한 편의 연극이라는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을 뿐인데도, 태인은 자신 안의 열정과 재능을 온전히 쏟아내어 우리에게 선사했다. 태인이 연기를 하기 위해 태어난 거라고 한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태인을 사랑하는 여러분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해줄 것이다.

 

  채성은 손가락이 튕겨나가듯 엔터키를 치고 흡족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기사를 가장한 썰을 풀 때처럼 마침내 손이 풀린 것 같았다.

 

  ‘이 정도 속도면 계획보다 더 빨리 끝낼 수도 있겠는데?’

 

  채성은 머릿속으로 예정된 결말을 향해 달려가며 썩은 미소를 지었다.

  그 결말이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지는 짐작도 하지 못한 채로.

 

 

 

 

  작품을 하나 끝낼 때마다 내 안에서 질문들이 떠오른다. 마치 꿈속에서 받은 질문인 것처럼 흐릿해서 대답도 하지 못한다. 결코 해소되지 않을 것 같은 갈증, 마른 침을 삼키게 되는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그 주위를 부유한다.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고 다시는 선택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

 

  과연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무작정 걸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걷는다. 선생님이 해주셨던 조언이 몇 달 째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고 보면 차 연출이 했던 그 이상한 수업들도 자신을 비우기 위한 것이었을까? 안에 뭔가를 채우려면 먼저 비우라고? 하지만 어떻게? 모르겠어, 어쩔 수 없어. 계속 걷는다. 제자리를 맴돌지 않으려고,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아무데서나 내린다. 다시 환승하고 발길이 가는대로 따라나선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당신들의 이야기는 뭘까? 당신들의 삶은?

 

  수많은 시선들이 부딪쳤다 떨어진다. 겹쳐졌다 흩어진다. 그 찰나의 순간에 뭔가가 느껴지는 듯도 했지만 곧 사라졌다. 지칠 때까지 걷다 멈춘 곳은 낯선 공원이었다. 벤치에 아무렇게나 몸을 부려놓고 숨을 돌렸다.

 

  햇살을 받은 연녹빛 잔디밭이 보드라운 벨벳처럼 반들거렸다. 사람들은 그 위에 누워 저마다의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새들의 지저귐, 짙은 풀 향기, 한낮의 평온이 간지러웠다.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장면, 문득 사람들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내 걱정도 잠시 낮잠을 청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만 혼잔가? 에이, 아무렴 어때.

 

  오히려 혼자 있다는 사실이 나를 북돋아주었다. 마치 이 사람들을 지켜보고 그 모든 일들을 살피고 기억하는 파수꾼의 임무가 주어진 것 것처럼.

 

 

  “까꿍, 우리 왕자님은 뭘 보고 계시나요?”

 

 

  건너편 벤치에서 엄마가 유모차 속의 아기를 어른다. 아기는 호기심과 의아함으로 가득 찬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너에겐 어떤 삶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네가 자라나는 모습을 떠올려. 또 내가 너였을 때를. 우리에겐 험난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걱정 마. 이 모든 건 예정되어 있던 일. 다 지나가고 끝나고 언제든 다시 시작돼.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역할을 해낼 수 있어.

 

  그 때 아기가 긴 하품을 했고, 순간 온 몸이 저릿할 만큼 강렬한 느낌이 내게 전해졌다. 흩어진 채로 모여 있는 그 모든 삶들, 마치 우주의 일부분이 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 모든 삶들 속에 내가 살아온, 살아갈 삶이 있어!

 

  나는 유쾌한 도둑이 되어 사람들의 표정과 버릇을 훔쳐 흉내내며 그 속으로 섞여들었다. 그들의 사소한 동작에서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들 모두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의 알려지지 않은 사연, 숨겨진 이야기들이 읽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을 온전히 이해했다! 아무 사람이라도 붙잡고 지금 이 느낌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늘 진 덤불 속에서 할머니 한 분이 불쑥 말을 걸어온 건 그 때였다.

 

 

  “학생, 새점 한번 보고 가시우.”

 

 

  할머니는 낡은 새장 속의 파랑새를 가리키고 있었다. 점 같은 건 믿지 않았지만 어떤 방법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할머니가 녹슨 새장문을 빼꼼히 열자 파랑새가 종종걸음으로 나와 좌판에 널린 나무막대 중 하나를 물어 할머니에게 건네곤 다시 들어갔다.

 

 

  “오호라, 짐작은 했지만 보통이 인물이 아니시구먼.”

 

 

  “어떻게 나왔어요?”

 

 

  “자네는 말이야…… 앞이 안 보이게 돼.”

 

 

  “네? 그게 무슨?”

 

 

  “앞이 안 보이는 건 두 가지 경우라오. 너무 어둡거나 너무 밝아서지. 그런데 발밑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걸 보니 나쁘진 않을 것 같네만. 어떠신가?”

 

 

  너무 눈부신 미래, 너무 눈부신 불빛, 불빛. 사람들이 밝혀준 불빛. 나는 그 빛을 밟고 더 높이 날아올라, 당신들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이 세상은 나의 빛으로 채워진다. 사람들, 불빛들. 어쩐지 당신들이 가여워. 그런 당신들을 보며…… 난 웃지.

 

 

  잠시 의식이 끊겼다가 다시 정신이 든 것 같았다.

 

 

  “괜찮으신가?”

 

 

  “아, 예…… 복채는 어떻게?”

 

 

  “그냥 넣어두게. 이런 귀인 상을 만난 것만으로 만족허이. 대신 이 할멈을 기억해주려나? 아, 한 가지 더. 행과 불행은 꼬여있는 실타래와 같다는 걸 잊지 말게나.”

 

 

  얼떨떨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오늘 하루,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현기증이 날만큼 탔으니 당연했다. 지금 내 모습은 말이 아닐 것이다. 그걸 확인시켜주듯 한 여자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저기, 혹시 원태인 씨 아니세요?”

 

 

  누구지? 아는 사람이었나? 왜인지 모르겠지만 잡아떼야 할 것 같다.

 

 

  “아, 아닌데요?”

 

 

  “에이, 맞는데 뭘. 뭐예요? 여기서 뭐 촬영 중 인거예요?”

 

 

  “그건 아니고요.”

 

 

  “거 봐, 그럼 태인 씨는 맞는 거죠?”

 

  아, 당했네...

 

 

  “엄마 세상에! 길거리 한복판에서 연예인을 다 만나고. 사인 좀 부탁드려요, 예? 괜찮으시면 사진도 한 방!”

 

 

  뭐, 뭐지?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민망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도대체 내 사인이 왜 필요한 걸까? 그러고 보니 아직 사인이라 할 만한 것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정성을 들여 내 이름을 써주고, 웃는 것도 찡그린 것도 아닌 어정쩡한 표정으로 함께 사진도 찍는다.

 

 

  “이게 정말 사인이에요? 호호호, 되게 유머러스하시다.”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뭐야? 진짜 원태인이야? 그 국민 막둥이?”

 

 

  “와, 장난 아니다. 실물 대박!”

 

 

  “얼굴 작은 것 좀 봐. 포스가 철철 넘쳐. 우리도 사인 받을까?”

 

 

  어느 새 몰려든 사람들이 주위를 가득 메웠다. 빠져나갈 구멍이라곤 없었다.

 

 

  “태인 씨, 저도요! 저도 사인 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달려들었다. 이러다간 오늘 집에도 못 들어갈 것 같았다.

 

 

  “엇? 저거!”

 

  나는 허공을 가리키며 깜짝 놀랐다. 유에프오? 운석? 아니, 아무것도 없다. 이게 정말 먹힐 줄이야. 기회는 지금 뿐이다. 나는 사람들의 틈새로 재빨리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휴, 하마터면 난리 날 뻔……

 

 

  “옵빠아아, 기다려요!”

 

 

  “야! 같이 가자, 원태인!”

 

 

  사람들이 내 뒤를 맹렬하게 뒤쫓는다.

 

 

  왜, 왜들 이래, 정말?

 

 

  그걸 보고 있던 거리사람들도 뭔가 재미있는 이벤트가 벌어진 줄 알고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순찰 중이던 경찰 아저씨는 무슨 일이 난 줄 알고 호각을 불며 따라나선다. 산책 나왔던 동네 강아지도 흥분해 컹컹 짖으며 달린다. 다들 나를 따라 달린다. 숨이 턱 끝까지 찼지만 어디 바람이 빠진 것처럼 웃음이 났다. 정말 알 수 없는 하루다. 따스한 햇살과 기분 좋은 바람이 나를 감싸주었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었다. 나를 안아주었다. 언제까지라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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