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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멸망 AS왔습니다
작가 : 깔루아
작품등록일 : 2020.9.5

멸망 직전의 세계에 나타나는 두 남자의 여행기.

 
오즈의 마법사 #01. 자기소개
작성일 : 20-09-05 12:43     조회 : 387     추천 : 0     분량 : 4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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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에메랄드 성이 보였다.

 도로시는 이를 앙 다물었다. 고지가 바로 저 앞이건만, 갈 수 없었다.

 

 “도로시!”

 “리프!”

 

 찬란한 햇살처럼 아름다워 칭송받던 금발은 전장의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거의 산발이 되어 흐트러져있었다. 남쪽마녀, 리프는 얼마 남지 않은 마력으로 겨우 날아온 모양인지 혈색이 파리해져 한참을 헉헉댔다. 그리고는 비통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다급하게 도로시에게 매달렸다.

 

 “오즈의 마법이 더 강력해졌나 봐요. 프레이가 중상을 입었는데, 깨어나질 않아요!”

 

 가장 강력하다고 일컬어지던 서쪽마녀마저 싸울 수 없다. 분한 마음에 절로 아랫입술을 꾹 깨물던 그녀의 오른 편으로 쿵하고 투박한 괴성과 함께 무언가가 낙하했다. 적군의 빙각이 떨어진 건가 싶었으나 그것은 몸의 왼편이 거의 다 뜯겨나간 남자였다. 갈가리 분해된 그의 몸에서는 피가 아닌 스파크가 튀어 그가 안드로이드임을 증명했다. 걱정으로 사색이 된 그녀들과는 달리,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땅에 처박힌 상태로 도로시에게 보고부터 올렸다.

 

 “맙소사, 보크!”

 “군단장. 오즈 군단이 후방까지 완전히 에워싸고 있다. 퇴로가 없다.”

 

 하물며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다는 급보였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는 상황에서 도로시는 손에 들린 검을 바투 잡았다. 그러나 판단이 서질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모두가 살 수 있지? 이대로 이 세계는 끝나는 건가?

 

 “도로시! 그대만이라도 탈출해요!”

 “남쪽마녀에게 동의한다, 군단장. 은구두를 사용해라.”

 

 꽈드드드득!

 

 허공에서 한기가 소용돌이치며 제멋대로 엉키더니 거대한 빙각이 곳곳에서 빠르게 얼었다. 끝이 뾰족하게 날이 선 얼음의 창들이 일제히 도로시와 그녀의 군단을 향해 겨누어졌다. 도로시는 핏발 선 눈으로 에메랄드 성을 끝까지 노려보았다. 소녀의 몸에서 참지 못한 울분이 터져 나오고야 말았다.

 

 “오즈으으으!”

 

 자신에게 드리워지려는 죽음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는 도로시와 함께 리프와 보크 역시 그녀를 설득하는 대신 의연함으로 눈을 부릅 떴다. 그리고 밝은 빛이 그들의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금방이라도 내리꽂힐 것만 같은 얼음의 창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빛이었다.

 

 콰아앙! 파스스스.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빛과 어둠이 동시에 나타났다. 도로시는 순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별 하나 드리우지 않은 밤처럼 긴 흑발을 드리운 남자, 그리고 그 어둠을 걷어내는 여명의 빛처럼 찬란한 금발의 남자. 게다가 그들이 나타나면서 산산이 부서진 빙각이 작은 눈 조각처럼 흩날리기까지 했다. 바로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끝없는 절망에 내버려졌던 도로시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질 따름이었다. 여전히 멍해 있는 그녀를 향해 흑발의 남자는 눈을 휘고선 생긋 미소 지었다.

 

 “세계멸망 AS왔습니다~”

 

 도로시는 정말 그들이 빛과 어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언제나 금빛 곡식으로 풍요로웠던 남쪽 대지는 새까맣게 그을린 지 오래였다. 습격의 잔해로 크고 작은 구덩이가 푹푹 파인 것은 물론, 땅 위에 푸른빛이라곤 잡초 한 줄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남쪽을 다스리는 통치자인, 남쪽마녀 리프 역시 그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과거가 무색하리만치 헐거운 갑옷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그러나 남쪽이 제일 나은 편이었다. 일찍이 오즈가 북쪽마녀와 동쪽마녀를 삼켜버리며 그 영토 또한 앗았고, 가장 강한 마녀라 일컬어지는 서쪽마녀 프레이를 견제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 연합은 남쪽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남쪽과 서쪽의 백성들, 그리고 오즈의 폭정에 시달려 도망쳐 온 난민들까지 수용하느라 남쪽 성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남루해져만 갔다.

 그리고 성채 가장 안쪽에 위치한 응접실에서 도로시는 여전히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기 위해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러니까, 즉, 당신들은…….”

 “다른 세계에서 왔습니다.”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유로운 미소가 떠나지 않는 흑발의 남자가 시원스레 대답을 들려주었다. 아까부터 대화의 패턴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지만, 남자는 지치거나 짜증스런 기색도 내지 않았다. 오히려 도로시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처럼 보였다.

 

 “AS왔다고 한 건,”

 “아, After Service. 쉽게 말해서 뒤처리죠.”

 “저희를 도와주러 오신건가요?”

 “뭐…, 비슷합니다.”

 “어째서요?”

 “……카인.”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침묵만 지키던 금발의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것도 매우 불편하다는 모양새로 묵직하게 제 동행의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만 들어서는 과연 그들이 동행인 지 의심스러울 만큼 사납게 말이다.

 

 “죄송합니다.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카인, 이쪽은 엘 아니 엘란츠입니다.”

 “아, 저는….”

 

 쩌억!

 

 무기를 휘두르거나 마법을 부리지 않았는데도 금발의 남자, 엘란츠가 선 바닥에 금이 갔다. 멋대로 자신의 이름이 소개되었다는 데에서 나타난 불만을 표하며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저벅저벅 응접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카인은 그런 엘란츠의 행동에 송구한 기색을 표하며 선뜻 먼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물론 여유로움은 여전히 만연한 채로 말이다.

 

 “워낙 성질이 급해서 저럽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도로시님.”

 “……어떻게 제 이름을?”

 “이 성의 모두가 그렇게 부르시던 걸요.”

 

 그렇긴 했다. 그러나 도로시는 쉽사리 수긍하면서도 영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오즈의 에메랄드 성 앞에서, 그것도 전장 한 복판에서, 적군의 폭격이 떨어지기 일보 직전에, 둘러싼 폭격을 일격에 상쇄한 것으로도 모자라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그들 군대 전원이 남쪽 성채 인근으로 눈 깜짝할 새에 짠하고 옮겨졌다.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려고 했으나, 도리어 지금까지 휘둘리기만 한 것이 그 이유이리라.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도로시의 바로 옆에서 리프가 한 발자국 나서주었다. 그녀는 신록의 눈동자로 그를 훑어보는 동시에 고아한 감사부터 표했다.

 

 “먼저 구명에 감사드립니다. 허나 그대들에 대해서는 저희 모두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하군요. 머물 곳을 마련 해드릴 테니 잠시 쉬시는 건 어떠하신가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준비 없이 대마법을 사용하느라 조금 피곤했거든요.”

 “피예로, 부탁할게요.”

 

 대충만 훑어보아도 수뇌부와 그들을 보좌하는 소수정예의 군사만 있는 응접실 한쪽에서 기다렸다는 듯 진한 녹빛 머리칼의 남성이 조심스레 걸어 나와 고개를 끄덕였다. 카인은 흔쾌히 허리를 살짝 숙여 도로시와 리프를 향해 인사하고는 아구구, 죽는 소리를 앓으면서 피예로를 따라 응접실을 나섰다.

 얼마 안 가 쿵, 하고 응접실 문 닫히는 소리가 울리고서도 이어지던 침묵은 발자국 소리가 완전히 멀어져서야 깨어졌다. 겨우 자기네들만 남게 된 넓은 응접실 곳곳에서 한숨과 감탄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그들의 힘을 선망하는 자들과 우려하는 자들이 나뉜 것이었다. 그런 그들 사이로 갈기가 군데군데 뜯긴 붉은 사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비틀비틀 중앙으로 나섰다. 환수들의 왕이었다.

 

 “슬슬 우리 전력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하는데, 도로시 공.”

 “네. 말씀해주세요, 블레이언.”

 “먼저 위급한 전력부터 말하지. 서쪽마녀는 여전히 의식이 없네. 보크 역시 몸 절반이 해체된 중상이야. 그래도 최대한 부품을 찾아서 몸을 다시 조립하고 있고. 토토는 나와 함께 하늘에서 엄호하다가 적군의 공격에 추락했네. 얼핏 에메랄드 시 부근의 숲으로 떨어진 걸 보았다지만, 이리 갑작스레 돌아와 버린 터라…….”

 

 블레이언의 보고가 이어질수록 도로시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지더니 끝내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새하얘질 만큼 힘을 꾹 쥐었다. 그도 그럴 듯이 블레이언 본인마저 한쪽 눈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르는 상처가 있어 아까부터 얼기설기 감은 붕대 안쪽에서부터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자신과 같이 자라왔던 제 반쪽마저 실종상태이다. 무어라 말 한 마디 쉬이 할 수 없는 탈력감에 그녀가 아랫입술만 깨물었고, 블레이언은 잠시 멈추었던 보고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치스터리 군대는 절반이 궤멸했고, 나머지도 대부분 중상이나 경상 환자가 많아. 그러니 민간 군대도 처지는 똑같다네. 아니, 더하면 더했지.”

 “그럼 완전히 회복하기에는…, 얼마나 걸릴까요?”

 “우선 힐러가 턱없이 부족하네. 정령들이 죄다 팔을 걷어붙여도 모자라. 만약 오즈 군이 쳐들어온다면 버티는 게 용할 정도야.”

 “블레이언!”

 

 도로시의 옆에서 잠자코 상황을 함께 듣고 있던 리프가 목소리를 높여 그를 저지했다.

 그렇지 않아도 패배의 문 앞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그들이었다. 이미 침체된 분위기를 구태여 더 압박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해봤자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요즘 들어 습관처럼 튀어나올 뻔한 한숨을 삼키기도 고역이라 리프는 아랫입술을 꾹 말아 물었다.

 도대체 일이 왜 이렇게 된 건지.

 그리고는 제 옆, 가장 상석에 앉은 작은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죄책감이 덕지덕지 붙은 안쓰러움을 스스로 다잡고서 자신의 남은 마력을 가늠해보던 그녀의 귓가에 작은 소란이 들려왔다.

 

 “도로시님! 리프님!”

 

 처음에는 자신이 통치하는 남쪽나라 백성들의 모든 부름을 들을 수 있는 마녀의 힘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다급한 뜀박질 소리에 이어 거칠게 열리는 응접실 문까지, 헉헉거리는 부름에는 놀람과 희망이 뒤섞여 들리더니 굳게 닫혔던 응접실 문이 활짝 열렸다. 병사는 벅찬 숨을 골랐고, 다시금 그들 사이에는 직접 에메랄드 성 앞에서 겪었던 비현실적 바람이 술렁였다.

 

 “그, 그 검은 마법사가!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기적이라니?”

 “모든 부상자들이 마법사가 만든 약을 마시고 빠르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도로시!”

 

 리프는 병사의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튀어나갈 것처럼 벌떡 일어난 작은 소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두 사람 모두 반사적인 움직임이었다. 가녀리면서도 굳건하기 그지없는 어린 주군은 애써 울음을 참는 모양새로 리프를 돌아보았다. 도로시의 어깨를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리프. 그들을…, 그들을, 잡아야 해요.”

 “……도로시.”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 어깨를 붙든 리프의 손 위로 도로시는 손을 겹치며 꽉 붙들었다. 리프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떨림은 도로시가 아니었다. 리프 자신이 고양감에 전신을 덜덜 떨고 있었다.

 오즈를 꺾을 수 있다.

 그 실낱같은 희망이 이리도 짜릿한 것이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깔루아입니다. 우유와 함께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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