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
 1  2  3  4  5  6  7  8  9  >>
 
자유연재 > 현대물
던전에서 독박육아
작가 : 포이보스
작품등록일 : 2020.9.3

지구가 멸망하고, 게임 세계가 찾아왔다.
게임 세계의 모든 퀘스트를 통달했으나,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으니..
내게 딸이 주어졌다고? 이런 상황에서?

 
# 프롤로그
작성일 : 20-09-03 12:50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914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비밀(고유) 퀘스트가 발현되었습니다.]

 

 튜토리얼 진행 중 갑작스레 발생한 이벤트다. 게임기획자이자, 게임매니아로서 튜토리얼에서 장난을 많이 쳐왔던 나다.

 현실이 게임이 된 이 세계에서도 그것이 통하지 않을까 싶었고, 그러던 중 튜토리얼에선 일반적으로 할 수 없는 특이점을 실행하여 비밀을 획득했을 뿐이다.

 

 [비밀(고유) 퀘스트 : 세상을 구원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세상을 구원? 장난인가?’

 

 장난은 아니었다. 비밀은 이 메시지의 의미를 분명히 알려주었다.

 

 ‘봉인된 대악마 베르제가 각성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

 

 ‘베르제의 조각들을 파괴하여 베르제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

 

 [세상을 구원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과 거절의 버튼이 있다. 고민의 여지가 없다. 난 수락할 것이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는 ‘나’뿐이라 생각했다.

 

 “수락하겠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거절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거절한다면 비밀 임무의 책임은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갈 것이다.

 그리고 누군지 모를 그 사람이 실패할까 전전긍긍하며 심판의 날을 진행하는 것이 싫었다. ‘차라리 내가 짊어지는 것이 낫지’ 싶었다.

 

 [베르제를 봉인한 자1 이 당신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베르제를 봉인한 자2 가 당신의 선택을 칭찬합니다.]

 [베르제를 납치한 자1 이 당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베르제와 혈투를 벌이다 입원한 자1 이 당신의 용기에 감복합니다.]

 ······

 [베르제의 봉인을 위해 싸운 자들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수많은 메시지. 이들이 누구며, 왜 베르제를 봉인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왜 이런 메시지를 보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내가 수락한 이 일이, 이들이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세상의 구원자의 역할을 수락했습니다.]

 

 수락과 함께 길고 긴 안내 메시지가 떴다. 그리고 그 끝에 뜬 특혜의 메시지. 엄청난 특혜.

 

 [튜토리얼이 끝난 후 정식 퀘스트가 시작되면, 당신에게 아래와 같은 임무가 주어집니다.

 1. 베르제가 봉인된 대상 보호 : 베르제의 조각들이 모두 사라지기까지 보호가 필요합니다.

 2. 베르제의 조각 파괴 : 베르제의 조각들을 모두 파괴하여 베르제를 제거하십시오.

 

 다음의 패널티와 리스크가 주어집니다.

 가. 40렙까지 직업 선택 불가 : 베르제를 제압하기 위해 전설 직업에 도전해야 합니다.

 나. 베르제 봉인 해제 시 : ‘지구’의 심판의 날이 종료되고, 베르제가 지구를 집어삼키게 됩니다.]

 

 꽤나 긴 메시지가 끝나고 특혜가 언급됐다.

 

 [비밀(고유) 퀘스트 특혜는 아래와 같습니다. 차후에 잠재능력으로 주어집니다.

 히든스킬(고유, 전설) 2개.

 1. 스킬 - 훔쳐보기(최고레벨) - 타인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2. 스킬 - 빌려쓰기(Lv.1) - 타 직업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추가! 베르제의 능력 중 하나를 수집하였습니다!

 관련 능력 : 통달. 게임 세상의 모든 것을 통달할 수 있습니다!]

 

 ‘토, 통달??’

 

 너무 놀라 뒤로 넘어질 뻔 했다. 통달이라니!

 나만이 구원자 임무를 받음과 동시에 심판의 날의 끝을 알 수 있는 특혜를 얻었다.

 그리고 봉인된 베르제가 여자 아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 * *

 

 [초강력 피로회복제를 섭취했습니다. 강이한님의 피로가 회복되었습니다. 피로도 : 99 → 0.]

 

 꿀꺽. 꿀꺽. 꿀꺽.

 

 피곤하다, 아니, 피곤했다.

 

 이젠 초강력 피로회복제가 아니면 회복도 잘 안 된다. 피로의 누적. 만성피로의 시작.

 

 “아빠아아~~!!”

 

 어릴 때는 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는데······. 지금도 싫은 것은 아니다. 이 시간대만 아니라면.

 

 새벽 2시.

 

 “아빠아아아~~!!”

 

 거실에서 뛰어다니는 연화가 큰소리로 부르는 목소리를 못 들은 척 무시해봤다. 그러자 기분이 상한 연화의 볼이 통통 부풀어오르며 벌게졌다.

 

 ‘하···. 귀엽!’

 

 일곱 살. 지구가 멸망하지 않았더라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것이다. 한창 귀엽다는 네 살이 훌쩍 넘었어도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다.

 

 ‘내가 보기엔 10대가 돼도 귀여울 것 같아, 우리 연화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거실에서 뛰어다니던 연화가 고개를 ‘휙’하고 돌렸다.

 

 ‘이런!’

 

 연화와 눈이 마주칠까 얼른 고개를 집어 넣어 침대로 돌아갔다.

 

 훅!

 

 “아빠아아!! 아빠 거깄어?”

 

 침실을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여전히 못 들은 척 했고, 이에 연화의 눈동자가 마치 엘드마이어 산에서 터져 나오는 마그마처럼 시뻘개졌다.

 

 ‘겨우 이걸로 저렇게 변화한다고? 아냐, 괜찮을 거야. 곧 잠잠해지겠지. 설마 이 정도로 각성이 되려고.’

 

 연화가 침실에 들어와 내게도 달려와 고개를 들이민다. 공포 영화가 따로 없다.

 

 “아빠?? 여깄었네?”

 “······.”

 

 일어나지 않는 나를 격하게 흔들며 깨운다.

 

 ‘끝까지 모른 척 하자. 언제까지 이 시간에 놀아줄 순 없잖아. 나도 연화도 휴식이 필요하고.’

 

 “아빠 일어나아아 봐!!”

 

 연화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연화의 몸에서 베르제의 각성에 시동이 걸리는 듯했다.

 

 ‘괜찮아, 괜찮아. 이런 상황 많이 겪어 봤잖아?’

 

 하지만 나의 이런 안정과는 상관없이 경보가 울린다.

 

 삑삑―!!

 

 대재앙 위기를 알리는 경고의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Caution! Caution! 강연화의 상태가 매우 불안합니다!]

 

 내게만 들리고, 내게만 보이는 개인 메시지. 차라리 전체 메시지로 연화도 봤으면 하는 때가 있었다. 그러면 연화가 이렇게 말하며 화도 멈추고, 각성도 멈췄을 것이다.

 

 “압빠, 이게 뭐으야아?”

 

 잔뜩 호기심이 여린 눈빛으로 그 메시지들을 보면서 질문하고 또 질문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했을 거고.

 

 '연화가 화를 내면 나는 소리야.'

 '그으래에?'

 

 내 말을 들은 연화는 다시 짜증을 냈다가, 경고 메시지를 보고 신기해하면서, 다시 화를 내 사라진 경고 메시지를 또 불러냈을 것이다. 재밌다는 듯이.

 

 ‘안 봐도 우튜브지.’

 

 [Caution! Caution! 강연화의 상태가 매우 불안합니다! 각성이 곧 진행됩니다!]

 

 모른 척 하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나보다. 경고 메시지는 계속 됐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베르제가 각성합니다! 각성 시 연화의 육체가 죽음이 이르며, 베르제가 그 육체를 지배합니다! 각성을 막으십시오!]

 

 ‘이런! 아무리 잠이 와도 연화를 죽게할 순 없지! 연화만 죽나, 베르제가 깨어나면 나도 죽고, 전부 다 죽는 거지!’

 

 “아.빠!! 깨어!”

 

 [베르제 각성의 게이지가 차오릅니다! 베르제 각성 : 0 → 50%.]

 

 게이지가 순식간에 차오른다.

 

 ‘안 되겠다! 일어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쌍커플을 만들어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하암! 아빠 자고 있었지. 연화 아직 안 잤어?”

 “웅. 잠이 안 와. 나랑 놀아줘.”

 

 일곱 살이나 됐는데도 같이 놀아달라고 타령이다. 애들은 다 그런가? 잠 좀 자자!

 연화의 질문에 응대를 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나보다, 각성 게이지가 떨어진다.

 

 [베르제 각성 : 50 → 20%.]

 

 “그래, 그래. 우리 연화랑 뭐하고 놀까?”

 

 이젠 가식적인 미소가 꽤 익숙해졌다. 화를 누르며, 광대 승천 없이 양쪽 입꼬리를 올리는 나의 연기란.

 

 “아카데미 연기상도 가능하지.”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 나 저거 타고 싶어!”

 “······저, 저거라면?”

 

 연화가 거실 테이블에 놓인 전설 상점 카탈로그 속 화려한 비행 영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히포그리프.”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백 만골이나 하는 가격을 보니 잠이 다 달아났다.

 

 ‘비싸!’

 

 히포그리프는 말의 몸과 독수리의 날개를 가진 탈것. 훌륭한 이동수단이지만, 그걸 지불하기엔 부담이 크다. 십 만골을 더 모아서 전설 장비를 추가로 구입하려고 계획했는데.

 

 “너무 비싼데? 모형은 안 될까? 만 골이면 살 수 있잖아.”

 “싫어, 싫어. 나 저거 타고 싶어. 타고 싶단 말야!”

 

 [베르제 각성 : 20 → 50%.]

 

 연화가 악을 쓰며 떼를 쓴다. 맘 같아선 주먹으로 머릴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베르제가 깨어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후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전설 장비의 꿈을 접어야 하나? 마지막까지 달리려면 꼭 필요한데!’

 

 마지막 퀘스트를 완료하면 베르제를 연화로부터 분리시켜 영원히 봉인할 수 있다. 전설 장비는 그 관문들을 통과하기 위한 필수 장비.

 그러나 그 전에 깨어나면 아무 소용없는 짓. 속에서 올라오는 화를 억누른다.

 

 “그래, 그럼 아빠가 사줄게.”

 “진짜!?”

 

 띠링.

 [골드 1,150,000G → 160,000G]

 

 [히포그리프(SS+++, 귀속)을 획득했습니다.]

 

 한방에 전 재산이 날아갔다.

 

 ‘휴우우······. 언제 백 만골을 다시 모으냐.’

 

 이런 내 맘을 알길 없는 연화가 나를 안고 펄쩍 펄쩍 뛴다.

 

 [베르제 각성 : 50 → 0%.]

 

 와락!

 

 “와아아! 아빠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래 그래. 그렇게 좋니?”

 

 새벽 2시 반. 퀭한 눈으로 연화를 보며 영혼 없는 미소를 보낸다.

 

 “응! 너무 좋아!”

 

 버는 골드의 반은 육아템에 소비된다. 그럼 나머지 반으로 장비를 맞추냐고? 아니. 회복제다. 피로회복제, 체력회복제, 마나회복제 등.

 

 ‘장비를 맞출 수가 없어. 장비를!’

 

 연화로 인해 생기는 피로나 체력 감소를 회복해야 게임 내에서 퀘스트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

 

 “그럼 이제 잘까? 아빠 너무 피곤해서.”

 

 피로도가 낮다고 졸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생리현상이니까.

 

 “우우웅! 저거 한번만 타고 자면 안 될까?”

 

 연화는 잠이 없다. 아니, 에너지가 넘치는 걸까? 베르제가 봉인돼 있으니 그것이 남아 돌겠지.

 연화가 하늘을 날고 한바탕 에너지를 쓰고 와야 잠을 잘 것 같았다.

 

 “아, 알았어. 그럼 한번만 타고 오는 거다. 알았······지?”

 

 슈우웅. 휘잉!

 

 벌써 연화가 히포그리프를 타고 날았다.

 

 “······저런! 괜찮을라나?”

 

 연화는 소환수 부리는 것에 특화돼 있었다. 그렇기에 처음 타는 히포그리프도 잘 조종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연화에게 어둠의 기운이 스며듭니다. 베르제 각성의 게이지가 다시 차오릅니다! 베르제 각성 : 0 → 10%]

 

 “어둠의 기운이 또??!!”

 

 여느 악마가 연화에게 접근한 것이 분명했다.

 

 [베르제 각성 : 10 → 30%.]

 

 “여, 연화야!!”

 

 창문을 향해 달려가 연화를 불렀지만, 들리지 않을 만큼 히포그리프가 멀어지고 있었다.

 

 띠링.

 [골드 160,000G → 60,000G]

 

 [피닉스(SSS+++, 대여, 2시간)를 획득했습니다.]

 

 어마어마한 대여료를 지불하고 가장 빠른 탈것을 소환했다.

 

 “금방 갈게! 조금만 기다려!”

 

 [베르제 각성 : 30 → 50%.]

 

 슈우웅. 휘잉!

 

 피닉스를 타고 힘차게 하늘을 날았다.

 

 “전속력으로!!”

 

 [베르제 각성 : 50 → 80%.]

 

 각성 게이지가 거의 차 올랐다.

 

 “지난 번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큰일이야!”

 

 * * *

 

 4시간 후, 히포그리프를 타고 엘드마이어 산으로 날아갔다. 대규모 전투 집회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어···! 형! 대에박. 벌써 히포를 타시다니 사기 아닙니까?”

 

 하늘에서 지면으로 착지하기도 전에, 나를 발견한 경호가 호들갑을 떨었다.

 

 차루르르.

 

 “워워! 그만, 그만.”

 

 히포그리프의 발이 모래를 쓸며 몇 미터를 이동한 후에 정지했다. 그곳에 가벼운 먼지가 일었다.

 

 ‘내가 원해서 산 게 아니야!’

 

 나와 눈을 마주친 경호에게 이렇게 윽박지르려다, 가볍게 미소를 보냈다.

 

 “멋있지? 이번에 하나 장만했어.”

 

 이 역시 입꼬리만 올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원해서 산 건 아니었지만,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를 본 서은영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한 팀장님! 이제 말을 장만하려는 저와는 차원이 다르군요!? 멋진데요?”

 

 자신의 몸에 딱 맞는 긴 로브를 입은 그녀가 스태프를 흔들며 좋아했다.

 

 ‘제 말이나 중고로 사주세요. 싸게 드릴게요.’

 

 라고 농을 떠려다 말았다. 이를 눈치챈 연화가 나를 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 팔기만 해봐. 내가 가만 안 둘거야!’

 

 라는 눈빛이었다.

 종말과 함께 이 세상이 게임 속으로 빠져든 지금까지 가장 무서운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연화일 것이다.

 

 ‘아무렴, 딸인 연화가 제일 무섭지!’

 

 경호와 서은영 옆에 다른 이들도 나를 보며 인사를 했고, 일행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일찍 오셨네요. 제가 너무 늦은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아뇨, 아뇨. 팀장님 안 늦으셨어요. 제 시간에 오셨는걸요. 이제 준비하면 되죠.”

 “그래요, 이제 전쟁 준비를 해봅시다.”

 

 이후 속속들이 도착하는 각 전투부대의 부대장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서은영은 연화와 얘길 나눴다.

 

 “연화, 안녕? 잘 잤니?”

 “은영 이모, 안녕하세요.”

 “연화 표정이 어둡네? 잠을 잘 못 잤니?”

 

 ‘잠을 못 잤지. 히포를 타고 실컷 노느라! 하지만 기분이 별로인 건 잠 때문이 아니에요!’

 

 연화의 상태가 왜 그런지 시시콜콜 얘기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백 일 이후부터 다섯 살까지 거의 보모 역할을 자처하다시피한 그녀에게 대답해주는 것이 예의라 생각됐다.

 

 “그, 그게 어떻게 됐냐면······.”

 

 그런데 내가 얘기하기도 전에 연화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아빠가 히포그리프를 못 타게 했어요! 그래서 연화가 화가 많이 났어요!”

 

 연화가 또 내 핑계를 댄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으으···, 내가 참아야지.’

 

 게임이 시작됨과 동시에 미혼인 내게 거짓말처럼 연화가 나타나 강제 육아의 의무를 지게 됐다.

 그리고 지금껏 연화를 키우면서 느낀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연화에게 화를 내어 봐야 나만 손해다! 암! 그렇고 말고!’

 

 화 때문에 베르제 각성 게이지 올라가질 않나, 설득하려들면 바닥에 누워서 생떼 부리질 않나, 간혹 논리로 나를 이겨 할 말 없게 만드질 않나.

 연화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다.

 

 ‘다시 생각해도 속이 끓어오르네. 누가 그랬던가! 부모는 인내의 다른 모습이라고!’

 

 “그랬구나, 우리 연화가 더 놀지 못해서 심술이 났구나.”

 “응! 아빠 미워!”

 

 ‘그 놈의 밉다는 말은 하루에 수 백번도 하는 듯?’

 

 눈치 빠른 서은영이 연화의 몸을 보고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팀장님, 연화의 팔에 검은 문양이 흐려지고 있는 걸 보니 뭔가 있었군요?”

 “있었죠. 히포를 타고 혼자 날아가서 그 놈들에게 잡혔다가 각성될 뻔 했죠.”

 “그,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서은영이 마치 자신의 딸의 일처럼 걱정스런 눈빛을 보낸다. 지금껏 엄마처럼 보살폈기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어떻게 되긴요. 연화가 일곱 살이어도 마력은 상당하지 않습니까. 제가 가기도 전에 조무래기 둘을 제압하고······.”

 “제압하고?”

 “다시 하늘을 날아오르더군요. 제가 그거 쫓아다니느라 꼬박 두 시간 걸렸습니다. 하마터면 대여 시간이 끝나 하늘에서 떨어질 뻔 했구요!”

 

 피닉스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뻔했다. 생각만해도 급 피로가 몰려온다.

 

 꿀꺽. 꿀꺽. 꿀꺽.

 

 [초강력 피로회복제 섭취. 피로도 : 70 → 0.]

 

 “그런 일이 있었군요! 큰 일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서은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갑옷으로 중무장을 한, 한 전투부대장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희 부대가 제일 늦었군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의 말과 함께 주변을 둘러 보니 전투부대장들이 모두 모인 것 같았다.

 

 “다들 들어가시죠. 마지막 점검 시작합시다.”

 

 약 서른 명 정도 되는 인원과 함께, 우린 엘드마이어 산 앞에 구축된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형 지도가 그려진 중앙테이블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제 시간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 아시아 연합은 이 지역 마지막 전투를 위해 ······ ”

 

 일행들을 포함한 각급 부대장들과 전투 상황을 최종 점검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전투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각종 길드장들에게 연락을 취해 대규모로 준비했다. 그 이유는 이곳에 봉인된 베르제의 힘을 제압할 또 하나의 열쇠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나 혼자나, 일행들의 도움으로 소규모로 할 수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라.’

 

 “악마들은 베르제를 각성시키기 위해 어떤 짓이라도 자행할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일일 지라도.”

 “그렇습니다, 이한님. 저흰 그것을 최선을 다해 막고, 베르제를 제거할 수 있는 정보를 유럽과 북미, 남미 연합에 제공해야 합니다.”

 

 전 세계, 아니 전 우주가 베르제의 봉인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 중 특정 악마들은 이를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었으며, 천사 무리와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런 악마와 싸우며 베르제가 깨어나지 못하도록 고군분투했다.

 

 “맞습니다. 베르제가 깨면 저희 뿐 아니라, 전 우주가 위험에 빠지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를 막아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며 한 부대장은 이글거리는 눈빛과 함께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그런 부대장을 보고도 베르제가 연화의 몸에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를 아는 것은 같이 다니는 일행들 뿐이었다.

 

 ‘베르제가 연화에게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조심 또 조심해야 해!’

 

 최종점검이 끝났고, 이제 전투를 개시할 일만 남았다.

 

 “우린 우리의 일을 다하면 됩니다. 이제 전투를 시작합시다!”

 

 와악!!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결의를 다지는 짧은 외침 후에, 막사를 나가 부대를 지휘하며 부대를 정렬시켰다.

 

 드르륵. 드르륵.

 

 수십 대의 투석기가 등장했고, 각종 전쟁 병기들이 부대 곳곳에서 엘드마이어 산을 향해 전진했다.

 이를 본 악마들 역시, 우리보다 많은 수천의 부대원들을 집결시켜 전투를 준비했다. 그런 악마부대를 보며 생각했다.

 

 ‘이 악마들을 물리치고 엘드마이어 산에서 베르제의 또 다른 조각을 찾을 수 있을까?’

 

 ‘그 조각을 파괴하여 연화의 몸에 봉인된 베르제를 영원히 제거할 수 있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다. 사부님 말씀처럼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된 도전을 진행할 수밖에.

 

 “전군!”

 

 전투마에 올라 나만의 고유무기, 변형의 전투검(SS+++, 귀속, 전설)을 부대 최전방에서 하늘을 향해 높이 들며 외쳤다.

 이런 내 목소리에 전투 나팔병이 산이 울리도록 나팔을 크게 불었다.

 

 부우우우우!!

 

 그리고 그 칼끝을 적을 향해 내리쳤고, 짙은 녹색의 전투검은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검기를 내뿜었다.

 

 휘잉!

 

 “진군!!”

 

 부우우우우우!!

 

 나팔 소리와 함께 전 부대원들이 앞을 향해 돌진했고, 그 함성과 돌진에 지면이 흔들렸다.

 

 우와아아아아!!

 다그닥. 다그닥.

 다다다닥. 다다다다닥.

 

 수 천의 사람들이 말을 타고 달리거나, 앞을 향해 무기를 들고 달려나갔다.

 그리고 우리 역시, 말을 타고 힘차게 달릴 준비를 했다. 연화를 앞에 태운 채.

 

 “진짜 시작이군요!”

 “네에!!”

 

 그때였다. 갑자기 옆구리에 칼이 들어온 것이.

 

 푸욱!

 

 이와 동시에 안대를 쓴 녀석이 뒤에서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내가 숨어있는지 몰랐지? 드디어 잡았다! 위대한 베르제님이 봉인된 물건을 가지고 있는 녀석을!”

 “팀장님!”

 “혀엉!!”

 

 이를 보고 경호와 서은영이 소리쳤고, 난 그 칼을 막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탁!

 

 “뭐, 뭐냐!? 최상급 은신으로 온 건데!”

 “기다리고 있었지. 네가 나타나기를. 이제 네가 말할 차례다. 배후가 누구지?”

 “시, 시끄럽······, 억!”

 

 쿵!

 

 내 공격을 피한 최사형이 말에서 떨어졌고, 달리는 말발굽에 그의 몸이 밟히기 직전이었다.

 

 “안 돼! 말하기 전엔 죽을 수 없어!”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1 #30 – 어둠의 영혼(5) 2020 / 9 / 3 236 0 6422   
30 #29 – 어둠의 영혼(4) 2020 / 9 / 3 271 0 5655   
29 #28 – 어둠의 영혼(3) 2020 / 9 / 3 263 0 5649   
28 #27 – 어둠의 영혼(2) 2020 / 9 / 3 263 0 7500   
27 #26 – 세 번째 퀘스트, 어둠의 영혼(1) 2020 / 9 / 3 257 0 8205   
26 #25 – 히든 던전(끝) 2020 / 9 / 3 259 0 5443   
25 #24 – 히든 던전(6) 2020 / 9 / 3 250 0 6834   
24 #23 – 히든 던전(5) 2020 / 9 / 3 247 0 7319   
23 #22 – 히든 던전(4) 2020 / 9 / 3 246 0 5522   
22 #21 – 히든 던전(3) 2020 / 9 / 3 262 0 5270   
21 #20 – 히든 던전(2) 2020 / 9 / 3 259 0 5594   
20 #19 – 히든 던전(1) 2020 / 9 / 3 243 0 5108   
19 #18 – 정비 시간 2020 / 9 / 3 255 0 6067   
18 #17 – 전장(끝) 2020 / 9 / 3 246 0 5790   
17 #16 – 전장(7) 2020 / 9 / 3 237 0 7335   
16 #15 – 전장(6) 2020 / 9 / 3 250 0 8235   
15 #14 – 전장(5) 2020 / 9 / 3 248 0 6893   
14 #13 – 전장(4) 2020 / 9 / 3 257 0 7604   
13 #12 – 전장(3) 2020 / 9 / 3 246 0 8165   
12 #11 – 전장(2) 2020 / 9 / 3 253 0 5138   
11 #10 – 두 번째 퀘스트, 전장(1) 2020 / 9 / 3 259 0 5960   
10 #9 - 지구 최후의 날(끝) 2020 / 9 / 3 267 0 6826   
9 #8 - 지구 최후의 날(7) 2020 / 9 / 3 254 0 7275   
8 #7 - 지구 최후의 날(6) 2020 / 9 / 3 249 0 8353   
7 #6 - 지구 최후의 날(5) 2020 / 9 / 3 249 0 7511   
6 #5 - 지구 최후의 날(4) 2020 / 9 / 3 252 0 8269   
5 #4 - 지구 최후의 날(3) 2020 / 9 / 3 246 0 7346   
4 #3 - 지구 최후의 날(2) 2020 / 9 / 3 257 0 6181   
3 #2 - 첫 번째 퀘스트, 지구 최후의 날(1) 2020 / 9 / 3 229 0 6737   
2 #1 - 첫 만남 2020 / 9 / 3 254 0 6929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