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모기
작가 : 박아스
작품등록일 : 2016.9.4

잡힐듯 말듯.

모기.

 
1
작성일 : 16-09-04 16:35     조회 : 518     추천 : 0     분량 : 723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0.

 

 

 무더운 날씨 때문일까, 아니면 지독하게 높은 습도 때문일까? 창수는 피에 홀려 지겹게 달라붙는 모기들을 손을 휘적거리며 쫓으며 노트북 화면에 집중하려 노력했지만 그의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럴수록 모기들은 더욱더 그의 몸의 달라붙어 피를 갈구했다.

 늦은 새벽까지 업무를 처리해 안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그는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이 모기들을 다 죽이지 않으면 오늘은 잠을 자지 않겠노라고 속으로 다짐하며 의자를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수가 전등 스위치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전등에 불을 켰다. 환한 불이 방 안을 밝히던 그때, 그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많다고 느껴지던 모기들이 말 그대로 방 이곳저곳에 붙어 있던 것이었다. 생전 이렇게 많은 모기들을 본 적이 없던 창수는 재빨리 방 한구석 모기약을 집어 들고 무차별 적으로 모기들을 향해 뿌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숫자가 많다고 한들, 인간이 만든 무기에는 어쩔 수 없는 모기들이 날갯짓을 멈추고 하나둘씩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생전 처음 느껴보는 쾌감. 창수는 자신도 모르게 히죽히죽 웃으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기들을 향해 계속해서 모기약을 뿌려댔다.

 그게 시작이었다.

 

 

 1.

 

 

 "으..."

 

 노란 테이프로 표시된 폴리스 라인을 지난 창환이 표정을 찌푸리더니 손수건으로 코를 막았다.

 거실을 지나 방 안으로 들어온 창환은 이미 도착해있는 국과수 요원들과 짧게 눈짓으로 인사한 뒤 바닥에 누워있는 시체를 바라보았다.

 

 "야. 자식아 뭘 하는데 이렇게 늦게 와?"

 

 창환을 반긴 건 먼저 현장에 도착해있던 이혁수 팀장이었다.

 그리 늦게 온 것도 아니고 창환 입장에서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바로 온 것이었으나 먼저 도착한 혁수를 본 창환은 굳이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해 "죄송합니다." 하고 짧게 대꾸한 뒤 말을 이었다.

 

 "아니, 근데 이 냄새 뭐예요? 모기약? 무슨 냄새가 이렇게 지독해요?"

 

 "몰라. 한 통 다 뿌린 거 같다는데, 도무지 냄새가 안 빠져."

 

 창환이 쭈그려 앉아 방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누워있는 시체를 살짝 들추려 하자 혁수가 재빨리 막아섰다.

 

 "오늘 건 보지 마라. 너 비위도 약하잖아? 괜히 또 전처럼 현장에서 토악질 해댈까 봐 무서우니까 보지 마."

 

 "에이. 형사가 그런 게 어딨어요? 그리고 뭐, 언제는 비위 약하다고 일 빼줬나?"

 

 혁수의 만류를 뿌리친 창환이 자신만만하게 다시 시체 쪽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시체를 들췄다. 그리고 혁수의 예상대로 창환은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아침에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어서인지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내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시체의 얼굴은 마치 익사자의 시체처럼 퉁퉁 부어있었는데, 익사자와 다른 점은 얼굴 전체가 말벌에 쏘인 것처럼 부어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모기가 피를 빤 자리를 계속해서 빤 것처럼.

 

 "에라이... 제대로 보지도 않고 뭘 놀래, 놀래긴."

 

 "뭐... 뭐였어요?"

 

 혁수가 팔짱을 끼며 혀를 찼다.

 

 "쯧쯔... 모기 새끼들도 참 대단하다. 이미 죽은 놈 피 더 빨아보겠다고 그렇게 달라붙어댔으니..."

 

 "모기? 모기가 그랬다고요?"

 

 창환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현장을 정리하는 국과수 요원들과 혁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얼핏 보았으나 시신의 붓기는 도무지 모기가 한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아니, 벌에게 쏘여도 이렇게 붓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확실한 게 하나 있다면 이 방에는 이 사람과 모기밖에 없었다는 거야. 현관에서부터 모기가 엄청 죽어있더라고, 죄다 배가 빵빵한 놈들뿐이었으니... 엄청나게 빨아댄 거겠지. 근데 어쩌냐?"

 

 "... 왜요?"

 

 "이걸 어떻게 보고를 해야겠냐? 결과 나와봤자 자살은 아닌데, 그렇다고 세상 모기들을 다 잡아다가 감옥에 가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 범인도 없는 거고. 안 그래도 용한 무당이 그러더라고. 올해에 아주 더러운 놈이 하나 꼬인다고, 이게 그건가?"

 

 평소 하루의 운세나 점집 등의 미신을 좋아하던 혁수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2.

 

 

 창환이 특이하다고 느낀 사건은 어느새 관할서 전체로 퍼졌고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어느새 언론사까지 흘러들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자살도, 그렇다고 타살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의문사에 관해 신문을 포함한 각종 매체를 통해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아프리카도 아닌 한국에서 최초로 모기에게 죽은 사람이 나온 것은 확실히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사건이었다.

 모기가 귀찮은 곤충은 맞지만 그렇다고 위험한 곤충이라고는 할 수 없기에 언론의 부풀리기는 더욱더 커지기만 했다.

 TV를 틀면 방송사 중 꼭 한 곳은 모기의 관해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고 인터넷에서는 괜한 공포심을 키우는 루머들이 퍼져나가며 모기 사건을 마치 종말이 일어난 것이라는 듯 반응하고 있었다.

 정작 국과수에서는 별 다른 의견을 내지 않은 채 검시를 끝낸 상태였고 사건을 맡은 창환도 제대로 된 검시 결과를 받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이 의문사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팀장이 혁수가 딴지를 걸어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햇빛이 내리쬐는 이른 오후. 막 점심을 해결하고 자리에 복귀한 창환에게 혁수가 보고서를 들고 걸어왔다.

 

 "야! 이창환! 그때 그 보고서 사본 나한테 가지고 와봐!"

 

 한가롭게 이를 쑤시고 있던 창환이 "예? 뭐 말씀이신지..." 하고 대꾸하자 혁수가 답답하다는 얼굴로 그의 책상에 서류를 내리꽂으며 말했다.

 

 "아니, 전에 인마. 거기 그 오피스텔! 모기 말이야! 모기!"

 

 "아... 아~ 그거요? 그거 국과수에서도 검시 결과 제대로 안 줘서 그냥 종결 처리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야야! 그땐 이게 방송에 탈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냐? 너 때문에 내가 한 소리 듣게 생겼잖아!"

 

 "다 끝난 거 아니에요?"

 

 이미 종결로 처리되어 상부로 넘어간 보고서를 어떻게 더 처리한단 말인가? 창환은 억울했다.

 혁수가 답답하다는 듯. 얼굴을 감싸 쥐며 말했다.

 

 "위에서 아주 난리야. 난리! 지금 보건복지부도 움직이는 마당에 경찰들이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고 아주 아수라장이라고. 아무튼, 그 모기 사건은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봐."

 

 "아니... 팀장님. 범인 잡으라면 잡겠는데, 모기잖아요! 해충은 119가 잡아야죠!"

 

 "그냥 하는 척이라도 하란 말이야. 너 지금 TV 틀어봐라. 모기 이야기 안 하는 사람들이 있나. 나도 미치겠다. 내일이면 어차피 영일이 걔 상도 다 끝났으니까, 내일부터 올 거야. 영일이랑 다녀. 그냥 좀 어? 조용히 어? 좀 잠잠해질 때까지 넌 다른 건은 빼줄 테니까 이것만 파봐."

 

 할 말을 마친 혁수가 왔던 길로 다시 사라지자 창환은 어이가 없었다.

 뭘로 초점을 잡고 뭘로 조사를 한 단 말인가?

 

 

 3.

 

 

 "웬 모기가 이렇게 많지?"

 

 빨래를 개던 창환의 아내가 천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리자 소파에 앉아있던 창환이 말했다.

 

 "요즘 모기가 좀 많아졌나?"

 

 "글쎄... 그런 거 같은데? 아니, 요즘 TV에서 한창 그러잖아. 모기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다는데... 애들이 걱정이네. 정수는 아토피까지 있어서 큰일인데..."

 

 아내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하자 창환이 손사래를 쳤다.

 

 "에이. TV에서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다 믿냐? 누가 요즘 세상에 모기 때문에 죽어? 아프리카도 아니고, 마트만 가봐라. 지천에 널린 게 모기약인데... 무슨..."

 

 "모르지! 누가 한 무더기 풀어놨을 수도 있는 거고, 경찰이면서 그런 것도 생각 안 해? 그것보다 당신. 전에 맡았던 사건이 이거랑 비슷한 거 아니었어? 뭐 모기... 어쩌고저쩌고 했잖아?"

 

 아내는 창환이 사건을 종결시키고 술김에 했던 말을 다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아니. 난 강력계라 그런 거 안 맡아. 그런 건 특수과 애들이나 하는 거지. 그냥 서에도 모기가 엄청 많다고..."

 

 "아참. 그것보다, 우리 전에 적금 들었던 거 깨도 될까?"

 

 "뭐어? 그걸 왜 깨!"

 

 "연희가 피아노 학원 다니고 싶다고 그러길래... 돈이 만만치 않더라고."

 

 

 4.

 

 

 다음날 아침. 집 앞에 서 있던 창환의 앞에 허름한 은색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차는 지금 당장 폐차 작업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곳저곳에 하자가 보였다.

 창환은 아직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한 개비 물은 채 보조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영일이 인사해왔다.

 

 "아. 선배. 일찍 나오셨네요."

 

 "어. 잘 치르고 왔냐? 못 가서 미안하다."

 

 "아이... 뭘 그런 걸로 그래요. 다 바쁜 거 아는데, 그래도 팀장님은 오셨던데요."

 

 영일이 빨갛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사건 파일은 대충 봤는데... 와, 사람이 이렇게도 죽을 수 있구나~ 싶던데요."

 

 확실히 모기 사건은 팀 내에서 비위가 강한 편에 속하는 영일도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긴. 형사질에 잔뼈가 굵은 이혁수 팀장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사건의 충격은 누구에게나 같아 보였다.

 

 "하아... 미치겠다. 아니, 범인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조사야?"

 

 "아, 안 그래도 이거 좀 챙겨 왔거든요."

 

 영일이 손을 뒷좌석으로 뻗어 흐트러져있는 서류뭉치를 집어 들었다.

 

 "뎅기열이라고 들어보셨어요? 그게 우리나라에서는 발병된 적은 없는데, 꽤 위험한 병이거든요. 모기가 옮기는 건데... 읽어보실래요?"

 

 창환은 영일이 건넨 서류들을 흘끗 보더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무슨... 넌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걸 가지고 왔냐? 무슨 뎅... 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야 그것보다 라이터 없냐?"

 

 창환이 보조석 포켓을 뒤지며 말하자 영일은 그럴 것 같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류 중 하나를 빼 창환에게 재차 건넸다.

 

 "그럼... 이것만 읽어보세요. 이건 통화내역서인데, 피해자가 유독 이 번호랑 그날 통화를 많이 했더라고요."

 

 "아~ 또 뭔데?"

 

 귀찮기는 했지만 창환은 그래도 형사였다.

 별 이상한 질병까지는 알 필요 없었지만 일단 조사가 시작되면 피해자의 관한 건 다 알아야 하는 그는 마지못해 하는 척 종이를 받아 들었다.

 통화내역서에는 영일의 말처럼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피해자가 누군가와 통화한 것이 찍혀있었다.

 

 "피해자 휴대폰에는 등록이 안 되어있는 번호여서 누군지는 이제 알아봐야겠죠?"

 

 "빚이 있었나? 그냥 독촉 전화 아니야?"

 

 "에이. 시대가 어느 때인데 독촉 전화를 그렇게 많이 해요? 요즘 돈 장사하는 애들도 눈치 엄청 빨라져서 전화로 독촉 잘 안 하죠."

 

 그건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빚 독촉이어도 이렇게 하루 종일 통화를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됐다.

 영일이 말을 끝내는 동시에 차 창문에 투두둑하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뭐야? 웬 비? 오늘 비 온다고 했었던가? 아~ 씨... 가뜩이나 찝찝해 죽겠는데, 뭔 비야?"

 

 창환이 투덜대자 영일이 서류를 내려놓고 운전대를 잡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왜요? 분위기 살고 좋죠. 누아르 영화 같아서 좋지 않아요?"

 

 "지랄..."

 

 

 5.

 

 

 다행히도 통화내역서에 번호의 주인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번호의 주인은 서울 모 국립대학에 다니고 있는 대학원생이었다.

 어수룩해 보이는 대학원생은 왜 자신에게 비에 홀딱 젖은 형사 둘이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김상원 씨. XX서에서 나왔습니다. 수사에 잠깐 협조해주실 수 있을까요."

 

 영일이 약간은 고압적인 태도로 묻자 대학원생 상원은 "아... 네? 저요?" 하고 노트북을 덮었다.

 

 "이 번호 아시죠?"

 

 영일이 피해자의 번호를 상원에게 들이밀자 그는 번호를 뚫어지게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시선을 영일에게 옮기고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세요? 피해자 통화내역서에 김상원 씨 번호가 찍혀있었는데, 정말 모르시나요? 하루 종일 통화하셨는데. 여기 날짜 한 번 보시고 잘 생각해보세요."

 

 "어? 아, 아~ 이 날이면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에요. 이 날 기억나요."

 

 창환은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찌푸렸다.

 상원이 괜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어느 정도 생각하던 그로서는 왠지 모를 확신이 차올라 이미 마음 한 편으로 상원을 범인처럼 몰아넣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영일의 차례.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제가 이 날은 너무 바빠서 연구실에서 잤거든요? 근데 일어나니까 휴대폰이 없어졌더라고요. 근데 수업도 늦기도 했고... 또 이 날은 수업이 많은 날이라 찾기도 힘들었거든요. 그렇다고 꼭 휴대폰이 필요하지도 않아서 그냥 나중에 다른 걸로 하나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다다음날이었던가? 누가 학생 식당에서 주웠다고 그래서..."

 

 "아... 그래요? 그럼 혹시 그 휴대폰을 주웠다고 하는 분이 누군지는 아시나요?"

 

 "아 그분 번호가..."

 

 뻔한 스토리에 질려가던 창환이 참다못해 불쑥 끼어들었다.

 

 "김상원 씨. 혹시 학교에서 전공하는 게 뭔지 알 수 있을까요?"

 

 "네? 전공이요? 그것도 말씀드려야 하나요?"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저희도 이왕이면 폭넓게 조사할 수 있으면 좋거든요. 그... 뭐냐. 변수? 그런 게 있으면 또 모르니까요."

 

 "농업생명과 인데..."

 

 상원의 입에서 농업생명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창환이 반색하며 물었다.

 

 "아~ 그럼 곤충 같은 것도 많이 아시겠네요. 뭐 모기라던가..."

 

 "공부했덤 범위 내에서라면... 어느 정도는요?"

 

 그때 영일이 창환의 옷깃을 끌어당기며 상원에게 말했다.

 

 "아. 괜히 바쁘신데 시간 뺏어서 죄송하고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한테 그 휴대폰 주워주신 분. 번호만 좀 알려주실래요? 여기 연락처 드릴 테니까... 공부 열심히 하세요~"

 

 영일이 창환을 잡아끌며 연구실을 나가자 상원은 처음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하니 둘이 사라진 자리를 쳐다보았다.

 

 

 6.

 

 

 "아~ 다 넘어왔는데."

 

 영일 덕분에 산통 깬 창환이 아쉬운 듯. 혀를 차며 말하자 영일은 기가 찬 듯 피식하며 대답했다.

 

 "뭘 다 넘어와요. 무서워서 눈치 보는 거 못 보셨어요?"

 

 "이래서 초짜는 안되는 거야. 원래 도둑이 제 발 저린 거라고."

 

 "그렇게 나오면 다 발 저려요. 선배."

 

 창환과 영일은 별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하며 대학 연구실 앞에 쭈그려 앉아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굵은 빗줄기가 계속해서 땅을 적시고 있었다.

 

 "그래도 내일은 시원하겠다."

 

  영일이 졸린 목소리로 말하며 하품을 한 번 했다.

 

 "졸리면 차에 들어가 좀 자. 나 혼자 돌아다닐 테니까."

 

 "선배 혼자 두고 어떻게 자요? 또 사람 패려고."

 

 영일이 일 년 전 있었던 경찰 폭행 사건을 들먹이자 창환이 지겹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야! 그 자식이 먼저 잘못한 거라니까? 맞기는 내가 더 맞았는데, 왜 지가 쓰러지고 난리야 난리는?"

 

 "격투기 선수도 벽돌 맞으면 다 쓰러져요."

 

 "야 이..."

 

 창환이 재빨리 영일의 입을 막고는 다급하게 말했다.

 

 "누구 들으면 어쩌려고..."

 

 "누가 들어요? 비 와서 아무도... 어? 왔다."

 

 영일이 휴대폰을 꺼내 들며 문자 메시지 함을 확인했다.

 그곳엔 번호 하나가 찍혀 있었다.

 

 "가죠? 선배."

 

 "야. 라이터 구할 데 없냐? 대학생들은 담배도 안 피워? 염병."

 

 어느새 창환은 피우지도 못할 담배 한 개비를 손으로 주물럭 거리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5 2016 / 9 / 12 299 0 8695   
4 4 (1) 2016 / 9 / 8 498 1 8083   
3 3 2016 / 9 / 6 414 0 7639   
2 2 2016 / 9 / 5 330 0 6301   
1 1 2016 / 9 / 4 519 0 723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