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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한 방울에 백만원
작가 : 으른신
작품등록일 : 2020.8.30

이별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다들 울지 말라고 달래줘도 모자랄 판에, 더 울어달라고 애원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슈퍼스타의 어이없는 부탁에 나도 어이없게 말했다. "뭐야, 그럼 눈물 한 방울에 백만원씩 내놔요." 말도 안되는 부탁은 잘만 했으면서, 어느 새 내 앞에만 서면 대형견처럼 어쩔 줄 몰라하는 이 남자. 울어줘? 말어?

 
1화: 뭐지. 또라이인가?
작성일 : 20-08-30 16:03     조회 : 375     추천 : 0     분량 : 8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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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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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일찍 잠든 탓 인지 소은은 평소보다 개운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살짝 기지개를 편 소은이 습관처럼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아직 울리지 않은 알람들을 껐다.

 

 ‘부재중전화1 - ♡우리윤호♡’

 

  “아, 맞다.”

 

 잠결에 윤호의 전화가 온 걸 확인했지만 받지 않고 그대로 핸드폰을 밀어 놓았던 게 생각났다.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윤호의 부재중 전화가 왠지 오늘따라 마음에 걸렸다.

 

 ‘말도 안하고 자서 짜증났을라나? 출근할 때 전화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칫솔에 치약을 묻혀 입에 넣은 소은은 무의식적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소은아, 이제 정말 그만하자.]

 

 짧은 문장을 확인한 순간 소은은 모든 것이 멈춘 기분이었다.

 

 손이 떨리고 입술이 떨리고 곧 온 몸이 덜덜 떨려왔다.

 

 ‘어, 그만하자고? 헤어지자는 건가?

 이 말 하려고 어제 전화했던 걸까? 이렇게 갑자기?’

 

 사실 끝이 가까워졌다는 걸 소은도 알고 있었다.

 

 최근 ‘결혼’을 주제로 한 언쟁 끝에 조금 어색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결혼은 둘 만 좋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서로가 싫어진 것은 아니었으나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지금 소은과 윤호는 결혼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가 둘 다 지쳐 떨어진 상태였다.

 

 깨부수겠다고 두 손 잡고 힘을 합쳐도 생각보다 벽은 단단했다.

 

 한 쪽이 지칠 땐, 다른 한 쪽이 일으켜 세워주며 버텨왔지만 이번엔 둘 다 지쳤다.

 

 이제는 잡고 있던 손을 놓아야했다. 서로 입 밖으로 내 뱉지는 않았지만 그게 결론이었다.

 

 어느 한쪽이 싫어졌거나 잘못을 해서 헤어지면 나으려만 어쩌면 서로를 위해 헤어져야 하는 이별이었다.

 

 그렇기에 한 번에 확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서로를 놓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러운 이별선언이라니.

 

 그것도 평일 아침! 출근을 앞두고 말이다.

 

 사실 이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면서, 윤호와 정말 헤어진다면 어떨지 상상도 몇 번 해보았다.

 

 상상 속이었지만 소은은 윤호를 놓을 수 없었다. 상상으로도 이별은 소은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고 항상 눈물이 났다.

 

 하지만 이별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소은이 생각했던 것 처럼 눈물이 줄줄 흐르지는 않았다.

 

 슬프다는 생각보다 그냥 얼떨떨하고 꿈을 꾸는 것처럼 몸이 붕 뜬 느낌 뿐 이었다.

 

 단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는 몸이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소은은 자신도 모르게 떨고 있는 손으로 답장을 보냈다.

 

 [그만 하자는 이야기는 이제 진짜 헤어지자는 거야?

 그 말 하려고 어제 밤에 전화했었어?]

 

 침착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답장을 보냈지만 혹시나 전화가 걸려올까 서둘러 씻기 시작했다.

 

 씻으면서도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진짜 헤어지자는 건가?

 진짜면 어떡하지?’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소은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아까보다 떨림은 많이 진정되었다.

 

 그런데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본 그 순간 소은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한 번 터진 눈물은 쉽게 멈추지도 않았다.

 

 오히려 눈물을 참으려 하는 자신의 얼굴이 왠지 불쌍해서 더 울컥했다.

 

 눈물은 자꾸 나오는데 머릿속에서는 ‘지각하면 안 돼’ 라는 현실을 잊지 말라는 경고가 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찬물 세수로 눈물을 닦아낸 소은은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쳤다.

 

 -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하고 이렇게 무사히 출근했는지 모르겠다.

 

 차에 타기 전까지만 해도 출근하면서 윤호에게 전화를 할 생각이었다.

 

 목소리 들으면서 통화하면 마음이 바뀌겠지.

 어제는 그냥 홧김에 내뱉은 말이었겠지.

 

 함께 한 시간이 5년이다. 5년.

 서로 가장 예쁜 나이에 만나 앞자리가 3으로 바뀔 때까지 함께했다.

 

 열렬히 사랑하고 싸우고 그러다 다시 화해하고, 서로에게 실망했다가도 다시 서로의 힘이 되어주었던 시간들.

 

 사회에 막 첫 발을 내딛었던 순간부터,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사회생활에 이런 저런 푸념을 편하게 내뱉으며 함께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위로해주던

 세상에서 가장 친한 내 편이었다.

 

 가족만큼 가깝고 친구보다 더 의지하는 그런 사이였는데..

 

 그런 소은과 윤호의 사이가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리가 없었다.

 

 그런데.. 헤어지자는 거냐는 소은의 질문에 윤호는 확인 사살을 제대로 시켜줬다.

 

 [응. 우리 이제 헤어지는 거야.

 이미 네 마음도 떠버린 것 같고, 끝이 보이는데 이렇게 너를 붙잡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소은아, 우리 행복하려고 만나는 거잖아. 그런데 요즘 너를 보면 나를 만났을 때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아.

 나만 억지로 널 붙잡고 있는 거 같아.

 

 이렇게 우리 사이가 끝나면 당장은 힘들겠지. 너도 나도.

 그런데 우리 이제 정말 그만 하는 게 맞는 거 같아.

 서로를 위해서 이제 그만 하자.

 그동안 많이 표현하지 못했지만, 정말 사랑했어. 내 인생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줘서 고마워. 잘 지내.]

 

 차에 시동을 걸고 전화하려던 찰나 와버린 윤호의 답장은 소은이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엉엉 울게 만들었다.

 

 윤호의 답을 확인한 순간 소은은 윤호를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은 커녕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냥 계속 눈물만 나왔다.

 

 윤호는 짧은 메시지는 서로 함께한 5년을 완전히 정리한 듯 말하고 있었다.

 

 ‘그만하자’라는 말을 두 번이나 했고, (정확하게 헤어지자고도 했다.)

 지금 소은에게 ‘사랑해’가 아닌 ‘사랑했어’라는 과거형으로 말했다.

 

 소은은 출근이고 뭐고 당장 연차라도 내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3년 이상 만난 커플들은 헤어지면 이별휴가라도 주면 안 되나?’싶은 우스운 생각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출근은 해야 하니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겨우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노예는 어쩔 수 없는 노예인지 일터에 오니 소은의 눈물도 조금 진정이 됐다.

 

 차에서 내리기 전 소은은 운전석 거울을 보며 얼굴을 정리했다.

 

 그 짧은 사이에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팅팅 부었다.

 

 평소 시력보호 차 일 할 때만 쓰는 안경을 오늘은 차에서부터 썼다.

 

 마스크를 끼고 최대한 눈에 힘을 주며 내리니 일단 빨개진 코와 평소보다 2배정도 작아진 눈은 대충

 가려진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대리님”

 

 “대리님 굿모닝-”

 

 사무실로 들어서자 동료들이 각자의 아침인사를 건넸다.

 

 “대리님-”

 

 자리에 앉자 평소 친하게 지내는 옆자리 연우가 소은의 얼굴을 뚫어져라 살피며 말을 걸었다.

 

 “네?”

 

 ‘아씨, 운 거 들켰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소은은 긴장했다.

 

 “어제 밤에 뭘 그렇게 맛있게 드시고 잤어요?

 얼굴이 평소보다 많이 부었는데?!”

 

 먹고 자서 부은 거라 생각해준 연우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아, 어제... 그.... 불..닭! 이랑 떡볶이 배달 시켜 먹고 잤어요.

 거기에 맥주도 살짝?”

 

 소은은 일부러 나트륨 함량 가득한 음식들로 답해줬다.

 어떠한 의심도 못하게.

 

 “역시- 대리님 먹을 줄 안다니까요. 모든 음식은 밤에 먹는 게 꿀맛이죠. 근데 웬일이세요?

 대리님 원래 술 안 마시잖아요.”

 

 “아, 많이 말고 살짝.

 가끔 한 캔은 마셔요”

 

 먹을 줄 안다며 엄지를 치켜 올린 연우에게 소은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점심 때 우유 하나 사 드릴게요. 우유가 나트륨 빼는데 도움이 된데요.”

 

 “괜찮아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정신없이 오전이 지나갔고, 소은은 아침에 이별한 사람치고 밥도 잘 먹고 평소보다 더 일에 집중했다.

 

 평소처럼 아무일 없다는 듯이 사람들과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시시콜콜한 잡담도 나누다 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아침만 해도 곧 죽을 것 같이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어느새 현실은 소은을 다시 평소와 다름없이 살아가게 만들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는 우는 게 전부였고, 자다가도 울다 깼지만 하루하루 어찌 저찌 살아가고 있었다.

 

 아침마다 부은 눈으로 출근하는 이유도 잘 받아치고 있던 소은이었다.

 

 처음 한 주는 매일 야식 먹고 잤다는 거짓말로, 그다음은 슬픈 영화랑 드라마 몰아보기 중이어서 매일 밤 울다 잔다는 말로, 그리고 최근에는 다래끼가 난 것 같다는 말로 이리저리 둘러댔다.

 

 이미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 헤어졌다는 말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던 소은이었다.

 

 다행히 회사 동료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것 같았다.

 

 대학생 때였다면 아마 모든 수업을 자체휴강하고 낮밤 없이 술만 먹었을 텐데, 매달 숨만 쉬어도 꼬박꼬박 나가는 고정 지출과 지난달의 소은과 그 지난달의 소은, 그리고 이번 달의 소은이 만들어 낸 카드 값은 아무리 힘들고 가슴 아파도 매일 회사로 출근할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물론, 연차를 내고 집에서 하루 종일 엉엉 목 놓아 울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정말 폐인이 될 것만 같아서 한 번의 연차도 없이 꼬박꼬박 출근했고, 평소라면 제 일이 될까봐 피하기 급했던 일들도 먼저 나서서 맡았다.

 

 야근을 해야 하는 날이면 짜증은커녕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고, 주말에도 일부러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며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은 윤호에 관한 생각들로 꽉 찬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눈물을 흘렸고, 함께 찍은 사진들은 쉽게 지우지 못했다.

 

 윤호가 사준 선물들과 써준 편지들, 함께 했던 모든 추억 역시 여전히 소은의 삶에 자리하고 있었다.

 

 핸드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윤호의 번호는 물론 ‘♡우리윤호♡’라고 저장되어 있는 이름까지 손대지 못했다.

 

 소은은 아직 윤호를 놓아주지 못했지만, 붙잡지도 못하고 있었다.

 

 ‘내일은 연락이 오지 않을까’라는 실낱같은 기대로 아직도 소은은 그렇게 윤호를 기다렸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

 

 “소개팅? 아 됐어.

 나 아직은 준비 안됐어.”

 

 -야, 3개월이야 3개월. 연락이 올 거면 진작 왔겠지. 윤호도 다른 여자 생겼을 수도 있잖아.

 

 “야!!! 이 미친 자야!!

 그게 지금 힘들어하는 친구한테 할 소리야?”

 

 -소은아. 친구야. 내가 진짜 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당연히 힘들지. 당연히 아프지.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어. 근! 데!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거다.

 지금 너의 그 아픔을 잊게 해줄 좋은 사람 만나자 어서!

 

 “하.. 그래도 아직은 아니야.

 세은아. 나 사실 얼마 전에 꿈에 윤호가 나왔는데 다른 여자랑 같이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내가 악을, 악을 지르면서 우리의 5년이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냐고 따지다가 울면서 깼어.

 윤호도 내가 다른 남자 만나면 나처럼 화가 날까? 눈물도 나고?”

 

 -이미 다른 여자 만나고 있을 수도 있다니까? 아, 궁금하면 다른 남자 만나보던가~

 

 “야이, 씨...”

 

 -친구야. 잘 생각해. 6개월 후면 우리 한 살 더 먹는다? 암튼 너가 한다고만 하면

 줄줄이 사탕으로 준비해 놓을 테니까 빨리 맘 정하고 연락해. 알았지? 그럼 수고!

 아! 또 밤마다 쳐 울지 말고 짜식아.

 

 소은의 연애를 5년 동안 옆에서 지켜 본 세은은 요즘 소은에게 소개팅을 해주려고 난리다.

 

 아직도 윤호 생각만 하면 마음이 싸한데 어떻게 다른 남자를 만나겠냐고 했지만,

 세은은 항상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법’ 이라며 특히 소은과 윤호처럼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경우에는

 더더욱 빨리 다른 사랑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다시 윤호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세은의 ‘이미 윤호도 다른 여자가 생겼을 수도 있다’라는 말에 소은은 괜히 또 눈물이 나왔다.

 

 “이씨. 쓸데없는 말을 해서는”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말 다른 사람이 생겨서. 그래서 연락이 없는 거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해졌다.

 

 이대로 집에 있기엔 너무 답답하고 그렇다고 친구들을 불러내기엔 영 기분이 나지 않은 소은이

 집 앞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 캔을 샀다.

 

 ‘타악-’

 

 편의점 앞 파라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은 소은은 바로 맥주 캔을 땄다.

 

 “아으-”

 

 오랜만에 마신 맥주 한 모금에 머리까지 찌릿해졌다.

 

 평소 술을 잘 안 마시는 소은이지만 최근에는 더더욱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술을 마시면 120% 윤호한테 전화를 할 게 뻔했다.

 

 사실 윤호와 헤어진 그 주 주말, 소은은 윤호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예전에도 정말 크게 싸우고 서로 상한 감정을 풀지도 못하고 그대로 각자의 집으로 간 적이 있었다.

 

 서로 자존심 세우느라 ‘어디 누가 먼저 연락하나 보자’라는 못된 심보로 이틀 정도 연락을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이틀 뒤 주말이 되자 윤호는 술에 잔뜩 취해 전화를 했다.

 

 ‘왜’

 

 ‘ㅇ..ㅑ... 신소은... 너.. 지..인짜 나..빠... 연락도 안 해놓고... 받자마자 왜라 하고..

 이 나쁘-은 기지...배야...’

 

 ‘뭐? 기지배? 기지배?! 한윤호씨 미쳤어요? 그리고 연락은 너도 안했거든?’

 

 ‘..나...는.. 그래도.. 너 많~이.. 사랑하....후흐....는데...흐흐...’

 

 ‘뭐야, 야 취했어?’

 

 ‘흐흐..취했다! 어쩔래!’

 

 ‘하씨.. 어디야.’

 

 ‘왜에~ 왜 물어..봐아..’

 

 ‘데리러 갈게. 좀만 기다려.’

 

 잔뜩 취한 윤호를 데리러 가면, 자연스럽게 윤호의 친구들은 소은에게 윤호를 넘겼고,

 윤호는 언제나 그랬듯이 소은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같이 밤을 보냈고, 아침이 되면 언제 냉랭했냐는 듯이 안고 부비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통화 한 통으로 풀리는 사이였다.

 

 그런데 이번엔 윤호의 취한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윤호는 정말 완벽하게 정리한 것 같았다.

 소은만 놓으면 되는 건가 싶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소은은 습관처럼 사진첩에 들어가 윤호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

 

 소은이 제일 좋아하는 사진들만 모아놓은 앨범을 들어가니 둘의 5년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 사진들 때문에 핸드폰 용량도 더 큰 걸로 바꾼 소은이었는데, 더 이상 아무 의미 없었다.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사진도 정말 많이 저장되어 있었다.

 

 남는 건 사진이라더니, 사람은 떠나도 사진은 남았다.

 

 여러 사진 중 한껏 멋을 낸다고 냈지만 촌스러움이 느껴지는 첫 데이트 때 찍은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사진 속의 두 사람은 설레지만 긴장된, 하지만 행복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 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윤호와 함께한 즐거웠던 추억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핸드폰 액정 위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이제 막 세 모금 정도 마신 거 같은데.

 취하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눈물을 흘릴 수는 없었다.

 

 나오려는 눈물을 다시 들어가게 하려고 고개를 든 순간,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소은의 손이 허전해진 것을 느꼈다.

 

 ‘탁-!’

 

 그리고 둔탁한 소리에 다시 아래를 향한 소은의 고개는 떨어져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보게 되었다.

 

 소은의 손에 있어야 했지만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아 어떡해. 죄송합니다.

 저희 애가 오랜만에 나온 산책이라 많이 흥분해서.. 아 너무 죄송합니다.”

 

 당황하며 액정부터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주워준 강아지(라기에는 조금 큰) 주인은 당황하며

 소은에게 사과부터 했다.

 

 “......어..깨졌다..”

 

 “어! 아 너무 죄송해요.

 아.. 완전히 금이 가버렸네.

 제가 액정 값은 배상 해드릴게요.”

 

 “...금.. 갔다.. 깨졌네.. 완전히..”

 

 사과하는 강아지 주인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액정이 깨지는 판에 윤호와 소은의 첫 데이트 사진이 꼭 금이 간 것처럼 보였다.

 마치 지금 둘의 사이처럼.

 

 그 순간 잘 참았던 소은의 눈물이 다시 액정 위로 한 방울 떨어졌다.

 

 뒤이어서 한 방울이 또 그리고 또 한 방울.

 소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어어, 울지 마세요. 제가 이거 배상해 드릴게요. 아 어떡하지. 지금은 문 연 곳이 없을 텐데.

 캡틴 빨리 사과드려. 네가 그랬잖아. 어떻게 할 거야 이거.

 아 일단 진정하세요. 정말 죄송해요.”

 

 강아지 주인은 소은이 깨진 액정 때문에 우는 줄 알았는지 당황하며 거듭 사과했다.

 

 그리고 강아지 보고도 사과하라며 혼내는 시늉도 했다.

 

 평소 같았으면 이거 어떻게 할 거냐며 적극적으로 배상문제를 짚고 갈 소은이었지만,

 오늘은 그냥 괜찮다고 말하려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 앞에서 당황하며 안절부절 하던 강아지 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하필 그 순간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

 

 쪽팔리기도 했지만 자꾸 금이 간 윤호와 자신의 사진이 생각나서 얼른 집에 들어가서 엉엉 울고 싶었다.

 

 “배상은 됐어요. 그냥 가세요.”

 

 “...”

 

 소은은 눈물에 당황한 것인지 그냥 가라는 말에 감동한 것인지 말 많던 강아지 주인은

 소은의 눈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확히 5초 뒤,

 

 ‘뚝’

 

 소은의 눈을 보던 강아지 주인의 눈에서도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마치 소은 대신 자기가 이별을 겪은 듯 세상 가장 슬픈 눈을 하고서!

 

 “...?”

 

 순간 당황한 탓에 소은의 눈물은 자동으로 멈춰졌다.

 대신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경고등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이 사람 뭐지? 또라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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