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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탈출
작가 : 용수
작품등록일 : 2020.8.28

눈을 떠보니 보이는 건 광활한 초원, 당황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온몸을 감싸는 고통에 정신을 잃고 마는데...깨어나보니 낯선 시멘트 방에 몇몇 사람들과 함께 갇혀있다. 과연 이들은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01. 반지
작성일 : 20-08-28 16:24     조회 : 379     추천 : 1     분량 : 5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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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초원 한가운데, 교복을 입은 남자가 눈을 감고 서 있다. 그가 입고 있는 교복 명찰엔 ‘이강우’ 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잠시 후 감겨있던 눈이 떠지고 강우는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초원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한국에 이런 넓은 초원이 있었나?’ 자신이 어째서 이런 초원에 잠들어 있던 것인지는 궁금하지도 않은지 강우는 초원의 장소를 생각하기 바빴다.

 

 “으윽…”

 

 그 순간 머리에서부터 시작된 통증이 발바닥까지 타고 내려와 강우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 엄청난 고통에 강우는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어서 이 고통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참아보았지만 생전 처음 느껴보는 불쾌한 감각과 함께 강우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

 

 “우리 강아지 학교 가야지.”

 

 자신을 깨우는 부드러운 손길에 눈을 뜬 강우는 눈앞에 보이는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강우가 깨어나자 강우의 몸을 일으켜 세워 주름진 손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이렇게 잠이 많아서 어째. 세수하면 괜찮아질 거야. 세수하고 나와서 밥 먹자.”

 “…할머니.”

 “… …?”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 강아지가 아직 잠이 덜 깼나 보고만. 씻고 나오면 할미가 맛있는 밥 해줄게.”

 

 강우의 부름에 할머니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자신에게 따뜻한 웃음을 지어주는 할머니를 보고 강우는 차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핏줄도 아닌 자신을 거둬 키우느라 밤낮으로 일하고 고생하는 할머니에게 말하기는 너무 가혹했다. 자신이 부모 없이 핏줄도 아닌 노부부 밑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

 

 “야, 나 갖고 싶은 거 있어.”

 “… …?”

 “니네 할머니 반지.”

 “반지…?”

 “시장에서 니네 할머니 봤어. 폐지 줍고 있던데? 쭈글쭈글한 손에 안 어울리게 반짝거리는 반지를 끼고 있으니까 눈에 띌 수밖에 없더라고.”

 “…노인네 반지 가져서 뭐하게. 그거 어르신들이 끼는 싸구려 반지잖아….”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너는 비싼 거 볼 줄 모르는 거지. 내 눈엔 그거 존나 비싸 보이거든. 보석이 가짜는 아닌 것 같던데. 그거 가져오면 팔고 남은 돈으로 너 매점에서 빵이나 하나 사 먹게 해줄게.”

 

 -딩동댕

 

 “아 씨…쉬는 시간 벌써 끝났어? 야, 내일까지다. 안 가져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 ….”

 “대답도 안 하네? 강우야. 나도 사람 때리는 거 싫어. 때리면 꼭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단 말이야.”

 “거기 종 쳤는데 너희 반 안 가고 뭐 하는 거야?”

 “아 왜 시비야. 빡치게.”

 “뭐…뭐? 너 방금 선생님한테 뭐라고 했어. 너 5반이지!”

 “강우야. 화나게 하지 말고. 내일 웃으면서 보자?”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을 괴롭히러 온 원주에 강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평소처럼 때리고 욕설을 퍼붓는 게 나았다. 할머니 반지를 훔쳐오라니… 부모 없는 자신을 거둬 키워주신 할머니가 가장 아끼는 반지를 훔쳐오라는 원주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화가 났다. 원주에게 할머니의 반지를 주지 않으면 친구들을 동원하여 자신에게 폭력을 가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만 골라서 때리기에 다른 사람에게 맞은 걸 들킬 위험은 없지만 억울했다. 강우는 내가 왜 이런 애들한테 겁먹고 찍소리 하나 하지 못하는지. 내가 이런 애들한테 왜 맞아야 하는지 너무 억울했다. 맞아서 발생하는 고통은 전혀 무섭지 않다. 그저 정말로 내가 잘못해서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게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신체적인 고통보다 심적인 고통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맞기 싫었다. 하지만 맞지 않으려면 할머니의 반지를 훔쳐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할머니에게도 버림을 받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되었다.

 

 “오늘 종례는 여기까지. 집에 조심히 들어가고, 내일 보자.”

 

 온종일 무슨 생각으로 이 지옥 같은 학교를 버텼는지 모르겠다. 학교 안에서 강우는 투명인간이었으니까. 그나마 원주네 무리가 가끔 자신을 찾아와 줄 때 내가 이 학교에서 완전히 잊혀진 존재는 아니구나 하고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오늘은 원주네 무리가 자신을 찾아올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원주는 강우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반지 얘기를 했고, 결국 원주네 무리 전체가 할머니 반지를 탐내게 되었다. 이렇게 강우는 내일 반드시 할머니 반지를 가져와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할머니….”

 “할멈 시장에서 아직 안 왔다.”

 “아…네.”

 

 강우는 집에 도착해서 할머니부터 찾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목소리는 그닥 반갑지 않았다. 강우에게 대답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할아버지. 그러니까 할머니의 남편이었다. 할아버지는 강우가 어렸을 적부터 강우를 탐탁지 않아 하셨다. 아마 자신과 피 한 방울 안 섞인 생판 모르는 아이를 거둬 키워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다. 그 증거로 강우를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육아비용은 할머니가 부담하였다. 할머니가 자신의 허락도 없이 강우를 데려왔으니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나 뭐라나. 그 덕에 할머니는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이 되었고, 지금도 일하러 나간 시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뭘 그러고 서 있어? 밥상 안 차려?”

 “… ….”

 

 강우는 할아버지를 잠시 바라보다가 주방으로 발걸음을 돌려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강우를 바라보던 할아버지는 혀를 끌끌 차며 입을 열었다.

 

 “너는 눈깔이 마음에 안 들어. 할멈은 왜 너 같은 걸 주워왔나 몰라? 너한테 들어가는 돈만 없었어도 지금쯤 나는 더 좋은 집에 살았을 거야.”

 “… ….”

 “하여간…쯧쯧.”

 

 할아버지의 말에 강우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할아버지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 순간 강우는 원주의 말이 떠올랐다. 원주 말에 따르면 그 반지는 굉장히 비싸 보인다고 했다. 할머니가 아무리 애지중지하는 반지라지만 지금 우리 형편에서 돈 되는 물건이라면 무조건 팔고 봐야 하는 게 맞다. 원주도 우리 집 사정을 어느 정도 아니까 할머니가 반지를 팔아버렸다고 하면 넘어가 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은 할머니 반지를 훔치지 않아도 되고 원주네 무리에게 맞지 않아도 된다. 이 생각까지 마친 강우는 다 차려진 밥상을 할아버지 앞에 놓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아버지 그, 할머니 손에 있는 반지 말인데요….”

 “네가 그 반지를 왜 물어보냐?”

 “혹시 그거, 팔면 안 되나요? 보니까 꽤 비싸 보이던데… 지금 저희 형편에 돈 되는 거는 뭐라도 팔아야 하는 게….”

 “이놈의 자식이! 이게 우리 집 재산을 거덜 내려고! 너 같은 놈을 집에 들이는 게 아니었어. 이 망할 놈!!!”

 

 강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강우에게 숟가락을 집어 던지며 화를 내었다. 할아버지가 던진 숟가락에 맞은 강우는 자신의 이마를 매만지며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이쯤 되면 대체 그 반지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화를 내는 건가 궁금하기까지 했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할머니가 집으로 들어왔다. 강우에게 화를 내는 할아버지를 보고는 할머니가 소리쳤다.

 

 “영감. 또 강우 괴롭히고 있던 거야?”

 “괴롭혀? 망할 할망구 같으니라고. 이놈이 방금 나한테 무슨 소리를 지껄였는지 알기나 해?”

 “우리 강아지가 영감한테 무슨 말을 했다고 그려. 강우 일단 방 안으로 들어가 있어. 할멈이 이따 저녁 차려줄게.”

 “…네.”

 “아니 저게 진짜!”

 

 강우는 자신에게 소리치는 할아버지를 뒤로 한 채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할아버지가 할머니한테 반지 얘기를 하시면 할머니도 화를 내실까? 아니면 반지를 내가 모르는 곳에 꽁꽁 숨겨 놓으실까? 나는 그저 우리 모두 좋자고 한 말이었는데 할아버지는 왜 이렇게 나를 싫어하실까. 갑자기 복받치는 서러움에 강우는 소리 없이 울었다.

 

 ⦁⦁⦁

 

 깜빡 잠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이었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일어나는데 옆에 누워 잠들어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할머니는 잘 때도 반지를 빼지 않고 애지중지 손에 꼭 낀 채 잠들어 계셨다. 그 순간 울리는 진동 소리에 강우는 흠칫 놀라며 핸드폰을 확인하였다. 지금은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 문자를 보낼 사람은…원주밖에 없었다.

 

 - 야. 지금 당장 반지 가지고 나와.

 

 강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갑작스러운 원주의 말이 너무 당황스러워 강우의 사고를 멈추게 했다. 강우가 한참 동안 답장을 보내지 않자 이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울리는 진동 소리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뒤척거리자 강우는 방에서 급하게 나와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야 뒤질래? 너 문자 답장 왜 안 하냐?

 “미안, 자고 있었어.”

 - 됐고, 문자 내용 봤냐?

 “…아니.”

 - 답답한 새끼… 지금 당장 니네 할머니 반지 가지고 나와. 지금 다 자고 있을 텐데. 그럼 가져오기 더 쉬울 거 아냐.

 “… ….”

 - 야, 씹냐?

 “아니.”

 - 우리 지금 사거리에 있으니까 10분 내로 튀어와.

 “저…내일까지라고 하지 않았어?”

 - 이 새끼 개멍청하네 야, 지금 새벽이에요. 아까 낮 기준으로 지금 내일 맞거든요?

 “… ….”

 - 나 니네 집 어딘지 아니까 10분 내로 안 가져오면 찾아간다.

 

 원주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강우는 눈앞이 아찔했다. 원주가 우리 집으로 찾아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강우는 결국 방으로 들어가 할머니의 반지에 조심스럽게 손을 대었다. 강우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흠칫 놀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식은땀을 흘리며 반지를 손가락에서 빼낸 강우는 숨을 참으며 반지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일어섰다. 그 순간

 

 “지금 뭐 하는 거냐.”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묻잖아!!!”

 

 할아버지의 큰 호통에 강우는 눈을 질끔 감았고 할머니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강우는 직감적으로 망했음을 느꼈고 에라 모르겠다 도망가기 위해 문손잡이를 잡았다. 하지만 언제 일어난 건지 할아버지가 강우의 어깨를 잡아 뒤로 돌렸고 그 자리에서 강우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할머니도 곧 눈치채고 강우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배은망덕한 놈! 네가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어!!!”

 

 강우는 너무 무서웠다. 지금이라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싹싹 빌고 용서를 구해야 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을 용서해주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할머니를 본 적이 없었다. 강우는 결국 용서를 구하기를 포기하고 허겁지겁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도망치는 뒤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야 이강우. 10분 내로 오라니까 누구 맘대로 20분만에 쳐 오냐?”

 “헉…헉…여기…반지…”

 “와 이 새끼. 진짜 가져왔네. 장난이었는데.”

 “…뭐?”

 “장난이라고 장난. 이거 딱 봐도 존나 싸구려 티 나는데 이딴 거 줘도 안 갖지. 더군다나 늙어빠진 노인네 꺼.”

 

 강우는 순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차오르는 분노에 이를 악물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런 강우의 모습을 원주네 무리가 낄낄거리며 지켜보았다.

 

 “강우야. 너 화 많이 나 보인다?”

 “조금 있으면 우리 치겠어. 진짜 쳤다가는 너가 뒤지게 맞겠지만.”

 

 강우는 자신이 꼭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이 반지를 가져오는 대가로 할머니가 생전 처음 자신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았다. 어쩌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 이들에게는 재밌는 구경거리에 불과한 장난이었겠지만 강우에게는 죽음과도 같았다. 강우는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로 버림받을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어 곧장 집을 향해 뛰어갔다. 아까 집에서 나올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뒤에서 강우를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01 시멘트방 -> 01 반지로 제목 및 내용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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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폽티콘 20-08-31 19:58
 
재미는 있는데...
뭐랄까?
메이지러너와 너무 비슷한 느낌같다고 할까요?
시간 나면 가끔 들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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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 20-09-01 10:53
 
댓글 보고 메이즈러너 보고 왔는데 소재랑 내용구성이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드네요.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수정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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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1. 반지 (2) 2020 / 8 / 28 380 1 5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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