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술이 웬수(1)
“거기서!이~나쁜놈아...흑흑...내가...얼마나널좋아했는데...사랑했는데..."
카페에서 매몰차게 나온 남자의 뒤이어 여자의 울음 섞인 목소리였다.
여자는 털썩 주저앉으며 눈물을 바닥으로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깃 쳐다봐도 아랑곳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무려 5년을 사랑했던 그는 하루아침에 그녀에게 이별 통보를 했다.
도대체 왜...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사랑했는데...그 남자는 5년간의 사랑을 간단명료하게 두 마디로 요약했다.
-지긋지긋했다고, 다른사람이 생겼다고...-
5년간의 사랑이 너무나 허무한 순간이었다.
***
세윤은 구석진 테이블에서 숨도 쉬지 않고 독한 위스키를 연신 들이켰다.
이곳의 사장이면서 세윤의 친구인 수훈은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것도 장작 5년이나 함께 했는데...아직도 이렇게 좋은데...어? 흑..."
그때 딸랑거리며 가게 문이 열렸다. 그리고 곧장 세윤을 향해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게 안의 사람들이 한순간 그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하늘거리는 생머리가 허리까지 닿을 것 같았고, 하얀 피부를 더욱 생기있게 만드는 큰 눈에 오똑한 코, 도톰하고 작은 입술..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는 적당한 키... 한눈에 봐도 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얘 왜이래? 벌써 맛이 갔는데? 세윤아 정신차려봐~" 거침없이 말하는 여자는 세윤의 친구 지담이었다.
"니가 이렇게 먹였냐?" 지담은 수훈을 흘깃 쳐다보며 말을 했다.
"야~ 말도 마라! 오자마자 술부터 내놓으라고 화를 내더니 5년간의 사랑이 끝났다느니 주사 부리고 난리도 아니다 야~" 수훈은 억울한 듯 줄줄 지담에게 쏟아냈다.
"뭐? 상준씨랑 헤어졌데?" 지담은 세윤이 수훈이 가게에서 술 한잔하자고 연락을 받았기에 별 뜻 없이 알았다고 했는데 이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을 줄이야...
"어? 우리 이쁜 지담이 왔네~헤헤~지담아~으~으~윽 흑흑...상준씨가~상준씨가~헤어지제...엉~어어어흑"
"그니까 도대체 왜!" 지담은 화가 났다. 세윤이가 그 자식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생겼대... 크크큭~흑흑흑~" 세윤은 웃다가 울다가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뭐? 이 자식 설마 설마 했는데~ 그 새끼~어우~씨~욕도 아깝다. 그딴 자식 잊어버리고 너도 새 인생 시작해. 그 자식한텐 넌 너무 아까웠어, 알어? 네가 좀 잘했냐? 어쩐지 연락이 뜸하다고 네가 말했을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러면서 지담은 세윤의 위스키 잔을 빼앗아 자신이 들이켰다.
그렇게 두 여자는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위로를 주고받으며 취해갔다.
두 여자 사이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수훈은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주거리라도 다시 가져다 줄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