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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일 크리스마스
작가 : 예서
작품등록일 : 2020.8.20

믿었던 전 남자친구에게 통수를 맞은 날 천애고아가 된 소원. 나만 빼고 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거리에 자살을 결심하는데…… "안 돼!" 누구세요? 어느새 집에 들어온 웬 남자가 자살을 막고 있다. 말하는 사슴까지 데려온 남자는 자기가 나만의 산타라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인간 한 명과 산타 한 명, 사슴 하나(?)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음 크리스마스까지 이 동거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산타라고요?
작성일 : 20-08-20 17:19     조회 : 370     추천 : 0     분량 : 6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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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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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겨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빛나는 그날, 바로 크리스마스.

 

 반짝이는 트리, 흥겨운 캐럴, 그리고 또 케이크나 순백의 눈 등이 절로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12월 25일, 가장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이 날 이브가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도 못한 19살 이소원 양에게는 더럽고 치졸하기만 했다.

 

 "징글징글한 세상."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거 같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밀은 소원은 의자에서 내려와 숨을 돌렸다.

 

 열린 문 사이 간격의 최대한 윗부분에 설치된 철봉은 무척이나 튼튼해 보였다.

 

 켜진 TV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유명 가수의 노래가 한창이었다. 중간중간 비치는 현장 시민들의 얼굴이 행복에 젖어있어서, 설움이 복받쳤다.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거 같아."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라고는 달랑 아르바이트하는 곳 사장님, 친구라기엔 이젠 다소 무리가 많은 같은 학교 아이들 번호 몇 개가 끝이다.

 

 "죽기 전 전화할 사람 한 명이 없네."

 

 진짜 형편없구나 내 인생. 자조적인 쓴웃음이 입에 걸렸다.

 

 엄마는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나를 버렸다고 했다. 소방관이셨던 아빤 화재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려다 순직하셨다. 사촌도, 자매도 남매도 없었고 남은 가족 하나뿐이었던 할머니마자 작년에 돌아가셨다. 생각해보니 나 진짜 세상 눈물겨운 애네.

 

 '꼬르르-'

 

 한 끼도 안 먹었더니 공복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배를 한 번 슥 만져준 다음 다시 의자에 올라 철봉에 마저 밧줄을 매기 시작했다.

 

 4,390원 밖에 안 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에서 부랴부랴 산 밧줄이지만 촘촘히 짜인 게 벌써부터 숨이 텁 막힌다. 얼굴만 한 구멍을 만들고 한 번 더 봉에 두르면, 자살 준비도 끝이 난다.

 

 "후……!"

 

 심호흡을 크게 해봐도 겁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수많은 고민 끝에 그나마 제일 확실하고, 깔끔하고, 안 아프게 죽을 방법이었지만 어쨌든 무섭다. 죽는 게 안 무서울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죽는 것도 싸구나……"

 

 죽는 비용이 철봉 9,400원에서 밧줄 4,390원을 더해 13,790원이라니. 사는 비용은 그렇게나 많이 드는데 참 허탈하다.

 

 누구는 죽지 못해 산다더니 나는 살지 못해 죽는다. 햄스터도 아닌데 홀로 플라스틱 좁은 집에 갇혀 쳇바퀴만 돌다 끝날 거 같은 외로운 삶이 못 견디게 버거워서.

 

 - 곧 있으면 우리는 정말 거룩하고 아름다운 날을 맞이합니다!

 

  TV에서는 크리스마스가 1분 남았다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소원은 띠, 띠 일정하게 바뀌는 숫자를 보며 소금처럼 따갑게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큽, 큽. 아무도 안 슬퍼하겠지 흐어엉."

 

 씨…… 오늘 내 기상상태는 우천이다.

 

 후하, 후하! 밧줄을 쥔 손에서 약하게 진동이 울렸다. 그나마 쥐콩만한 키를 가져서 다행이었다. 발이 땅에 닿을 일은 없으니.

 

 - 30초!

 

 양손으로 붙잡고 있던 줄을 목에 걸자,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고 호흡이 가빠진다. 떨리는 다리에 의자도 약한 흔들림을 반복한다. 정각이 되는 소리를 들으면 의자를 차버릴 거다.

 

 - 15초!

 

 곧 있으면 이제는 얼굴도 바래진 액자 속 사진만큼 희미해진 아빠를 만날 수 있겠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나를 질책하진 않을까. 아마 내 기억 속 아빠라면 그러진 않을 거다.

 

 - 10초!

 

 사실은 나 잘 살아보고 싶었어. 하지만 그러기엔 지독히도 외로운 삶이었다. 밧줄이 눈에서 내리는 비에 젖어 축축했다.

 

 - 5초, 4초, 3초!

 

 후하, 후하! 눈을 질끈 감은 얼굴은 지금 왕창 찌그러져서 엄청 못생겼겠지?

 

 - 2초!

 

 심장이 한 1초에 3번은 뛰는 거 같다.

 

 - 1초!

 

 잘 있어라 개 같은 세상아!

 

 "안 돼!"

 

 의자를 차려던 소원의 다리를 누군가가 꽉 잡았다. 도둑? 얼마나 긴장했으면 누가 들어오는지도 몰랐냐 이 멍청아.

 

 그나저나 진짜 나쁜 도둑이다. 가져갈 것도 없는 집에 와서 뭘 가져가겠다고. 벼룩의 간을 내먹어도 유분수지.

 

 기린처럼 고개만 내밀고 있는 소원의 목에서 밧줄까지 푼 침입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들숨 섞인 한숨에서 침입자의 존재가 남자임을 소원은 알아챘다.

 

 "내려와."

 

 건들면 찌그러지는 두부를 다루듯 조심조심 팔을 이끄는 침입자에 의해 내려온 소원은 패닉에 빠져 뭐가 뭔지도 모르는 듯 넋이 나가 있었다. 숨 넘어갈 듯 반복되는 호흡에 머리가 띵- 울렸다.

 

 나 죽는 데 실패한 건가? 어깨가 들썩이는 거 보니 잘만 살아있구나.

 

 "괜찮아, 괜찮아."

 

 토닥토닥 어깨를 다독여주는 손이 크다. 근데 무슨 도둑이 이렇게 스위트하냐. 요즘은 도둑도 험상궂은 것보단 곰살궂은 게 유행인가. 어떻게 생긴 도둑인지 얼굴이나 한 번 보자는 심정에 슬쩍 옆을 봤지만 눈물이 앞을 가려 뿌예진 눈은 모든 걸 흐리게 만들었다.

 

 "잠시만."

 

 흐린 시야 사이로 일어서는 그의 옷이 붉었다. 쓰고 있는 모자도 붉긴 마찬가지였다. 컵에 물을 잔뜩 따라온 도둑은 이번에는 소원의 손을 잡았다. 손등으로 눈을 뻑뻑 부빈 소원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산타 할…아……저씨?"

 

 그렇다. 그는 산타 복장에 산타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산타 할아버지라고 하기에는 그의 얼굴이 너무 젋었다.

 

 

 *

 

 

 머쓱하게 배시시 입꼬리를 휘는 남자를 소원이 연민을 잔뜩 담아 쳐다봤다. 사실 자기는 널 위한 산타라며, 네가 8살 때 해의 크리스마스부터 너의 크리스마스를 챙겼다는 등의 소리를 해대던 남자는 자신의 이름은 '기대한'이라 말했다. 멀쩡하게 생겨서는 정말 딱하게 됐다.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니.

 

 이건 압수라며 걸려있던 밧줄을 푼 대한은 밧줄에 억하심정이라도 있는지 힘껏 창밖으로 던졌다.

 

 "신바람, 계속 그러고 있지 말고 너도 들어와. 아! 집주인 허락을 먼저 맡아야 되나? 항상 허락 없이 들어와놓고 이런 말 하니까 되게 묘하네."

 

 막혀있는 방벽에 대고 말을 건네는 대한에 소원은 역시……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정신이상자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데, 너도 희망을 가지고 살라는 신의 계시인가. 미친놈이라는 확정에 끄덕인 고개를 허락으로 알았는지 대한은 어서 안에 오라며 손을 바람에 날리는 국기처럼 펄럭였다.

 

 "들어오라니까 신바람."

 

 소원의 눈이 밤송이만 하게 커졌다.

 

 "이건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필시 인사과가 실수했거나, 인명부에 문제가 발생했거나, 그 신관이 나를 엿 먹였거나 셋 중 하나야! 이토록 무능해서 무슨 요행을 기도하고, 영물로서의 자격을 행하겠다고!"

 

 분명 막혀있는 벽이었다. 베이지 벽지는 구겨지지도 않았고 망가지지도 않았는데, 바람이라는 것은 벽을 통해 들어왔다. 일목요연하게는 벽을 통과해서. 더 팔짝 뛸 사실은……

 

 "장담하는데! 분명 인사과나 인명부 실수라면, 관리자 중에도 인간 놈일 거야! 멍청한 종속들!"

 

 쉬지도 않고 떠들어대는 존재가 사슴이라는 데 있었다. 그리고 그 사슴은 코가 엄청 빨간, 동화에서나 본 루돌프였다.

 

 "그래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도둑이라기엔 지나치게 다정하더니, 꿈이었구나.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오늘 죽으려고 한 사람들을 위한 특별 행사인가? 평소에는 꼭 크리스마스에만 아빠 꿈을 꾸게 하더니.

 

 "뭐가?"

 

 바람 부는 것처럼 작게 속삭인 말인데도 대한은 그 말을 캐치해냈다. 소원이 하하, 하하 웃어대자 대한이 바람에게 입모양으로 말을 건넸다.

 

 - 왜 이러지?

 

 바람이 무슨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웃음기가 싹 사라진 소원이 씩씩거렸다. 삽시간에 돌변하는 게 거의 스릴러급이었다.

 

 "죽으려니까 이제 와서 이딴 꿈이나 꾸게 해? 깨는 순간 바로 죽어버릴 거야. 무슨 큰 선심 쓰는 것처럼 겨우 이런 꿈 꾸게 한다고 내가 마음 돌릴거라고 생각하면, 완전히 오산이란 말이야!"

 "꿈 아니야. 나 진짜 산타야."

 "허, 아무리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 해도 그렇지 그런 비양심적인 말을 눈 하나 깜박 안 하고."

 "딱 보면 산타 같지 않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물론 이 시점에 긴중한 건 내가 오늘 이 빌어먹을 사건 때문에 이번에도 루돌프 승급 시험에 낙마할 가능성이 확대 되었다는 거지!"

 "아니지! 절대 아니지! 지금 승급시험이 대수야? 소원이가 잘못될 뻔했는데?"

 

 소원은 말할 기운도 없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남의 꿈에 멋대로 출현한 것도 모자라서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아예 그냥 딱지도 쳐라.

 

 "소원아. 소원아?"

 

 반응 없는 소원에 대한이 소원의 얼굴 앞에 손을 휘휘 흔들더니 이내 얼굴을 들이댔다. 자칫하면 숨바람도 닿을 거리였지만 소원은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그래도, 잘생겨서 다행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꿈이라지만 보기 좋은 산타가 더 좋지. 암암 그렇고말고.

 

 소원의 돌발 발언에 이번에는 대한이 낯을 붉혔다.

 

 "어…… 고마워."

 "그리고 너! 무슨 사슴이 그렇게 말이 많냐. 꿈인데도 시끄럽네."

 "감히 우매한 인간 주제에 신성한 이 몸한테!"

 "컨셉 한 번 괴랄하네."

 

 자신을 무시하는 소원에 혈압이 오르는지 바람은 눈을 감고 화를 삭혔다.

 

 그 사이 소원이 옆에서 걱정스레 자신을 응시하는 대한의 무릎에 누웠다.

 

 어차피 꿈인데,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잖아. 이 정도 온기는, 그동안의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누려도 되는 거잖아. 그렇지?

 

 놀라긴커녕 머리를 매만져주는 손에 개미 몸통만 하게 남아있던 소원의 현실감각이 몽땅 사라져버렸다. 너무 많이 울어서인지 지친 육신에 졸음이 몰려왔다.

 

 대한은 기절하듯 무릎에 파묻힌 작은 머리통을 애정을 담고 바라봤다. 조금만 늦었으면 대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슬슬 가야 해."

 

 퉁명스레 바람이 대한을 재촉했다. 아직 잠이 들지 않은 소원은 그 말을 들었는지 옹알이 같은 중얼거림을 위해 입을 벙긋벙긋거렸다.

 

 "가면 안 돼. 가지 마. 혼자는 너무 무서워."

 

 뼈마디가 튀어나올 정도로 절실하게 산타복을 잡고 있는 소원의 마른 손을 보자니 대한은 마음이 서리가 내린 듯 시렸다.

 

 "그래. 안 갈게."

 

 상체를 숙인 대한이 소원의 귀에 속삭였다. 뒤이어 눈이 뒤집어진 바람이 경기를 일으켰다.

 

 "끼야아아아악! 그래? 그으래? 미쳤어? 미친 거야. 미쳤어 진짜!"

 

 대한의 난처한 표정으로 바람을 올려봤다.

 

 "미안하다 바람아……."

 "아니. 그 말이 아니지. 넌 오늘 예정대로 나랑 올라가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험을 끝마친다!"

 "오늘 내가 소원이를 두고 가면, 나는 두고두고 후회할 거야. 살아생전 내 의지대로 행동한 적 없었어. 그래서 후회가 많았고. 이젠 그런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아."

 "지금…… 지금 잠시 홀린 거야. 동정에 눈이 먼 거라고 너."

 "나 때문에 네 시험을 망치게 되는 건 정말 미안해."

 

 바람의 안면이 싸악 굳었다. 화려하게 달린 뿔을 매만지는 행동은 불안감을 느낄 때의 버릇이었다.

 

 "내가 시험 때문에 이래? 물론 시험도 있지! 근데…… 근데!"

 "……."

 "너도 알잖아. 인간이었던 산타가 자기 의지로 인세에 남으면 어떻게 되는지!"

 

 바람의 눈망울에 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모양새를 보며, 대한은 여느 때보다 가장 사슴 같은 이미지에 잔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회할 거야"

 

 오른쪽으로 뒷짐을 서고 걷다 왼쪽으로 걷던 바람이 초조하게 대한의 옆으로 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얼른 가자."

 

 하늘은 아직 검푸른 물감을 삼킨 듯 어두웠다. 바람이 완력으로 대한의 팔을 잡아끌었다.

 

 "가자고!"

 

 대한이 가로로 고개를 저었다. 바람 쪽에서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났다. 창가 너머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표정이 허망했다.

 

 "해가, 해가…… 문, 문이 닫혔어."

 

 해가 떠버렸다. 이는 대한과 바람이 돌아갈 수 없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던 썰매와 장갑을 맴돌던 빛이 꺼졌다. 방 밖 공중에 떠있던 썰매가 능력이 사라짐으로 인해 둔탁한 소릴 내며 땅으로 떨어졌다.

 

 "나는 분명 경고했어."

 "다 감수할게."

 

 바람의 눈이 수마에 빠진 소원을 향했다. 그의 눈 밑으로 윤기나는 갈색 털을 눕히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인간들이 끔찍해."

 

 한 사람도 마음 성한 곳 없는 새벽이었다.

 

 

 *

 

 몇 시인지도 모르는 시간에 일어난 소원은 눈이 안 떠졌다. 퉁퉁 부은 눈을 파리처럼 비빈 소원의 뇌리로 주마등처럼 오늘 꾸었던 꿈이 스쳐 지나갔다. 휙휙 둘러본 방에 누가 있기는 개뿔. 일상이다.

 

 "꿈인데도 생생하네. 근데 밧줄이 어딨지?"

 

 분명 방 안에 있어야 할 밧줄이 없었다. 천장에 안 걸려있는 건 고사하고 직접 힘들게 20분 거리나 걸어가서 사 왔던 밧줄이 흔적도 없는 건 말이 안 됐다.

 

 "나 마약 했나?"

 

 아무래도 마약을 했나 보다. 근데 난 미숫가루 비슷한 것도 코로 들이마신 적이 없고 담배도 안 피우고 팔에 주사 꽂은 일도 단연코 없다.

 

 "사실 오늘이 이브인가?"

 

 급하게 침대를 더듬어 휴대폰을 켜자 12월 25일과 함께 큼지막하게 AM 10:42 글자가 딸려왔다. 방에서 나가 좌로 기웃, 우로 기웃 시계추처럼 거실을 둘러본 소원은 진지하게 '아!' 하고 탄식을 뱉었다.

 

 "나 미친 건가 드디어?"

 

 그중에 제일 신빙성 있는 가설이었다. 정답을 찾아낸 소원은 타는 목에 물이라도 적셔야겠다 싶어 컵을 꺼냈다. 이제 다신 못 볼 풍경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데 평소 활짝 열어놓던, 문을 열면 부엌과 마주 보는 방문이 닫혀있었다.

 

 "내가 저길 언제 닫았었지."

 

 물을 가득 따른 소원이 컵을 입에 댔다.

 

 '덜컥'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소원은 물 마시던 동작 그대로 얼굴만 옆으로 돌렸다.

 

 "푸웁!"

 

 소원의 입에 있었던 물들이 공중에 뛰어나가 바닥으로 착지했다.

 

 열린 문 앞에 갈색 그을린 피부를 가진 남자가 서있었다. 외국인 같기도 한 남자는 능수능란하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정말 더럽네! 어쩜 이리도 추접한지!"

 

 진짜 미친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환각이 보일 리 없잖아. 밤에는 산타랑 사슴, 아침에는 국적도 모를 남자라니!

 

 있는 힘껏 자신의 뺨을 친 소원은 목이 꺾이는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보며 코가 유난히 붉은, 연한 갈색 머리와 눈을 가진 남자는 혐오스럽다는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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