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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녹이 기억할 것입니다
작가 : Naram
작품등록일 : 2020.8.17

어린 아이들이 말하기를,

후대의 선생들이 가르치기를,

세계의 역사가들이 기록하기를,

당신은 비열하고 악독한 손가락질 받아야 마땅한 자라 비웃을지라도

아녹께선 그날의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1
작성일 : 20-08-17 21:16     조회 : 415     추천 : 0     분량 : 4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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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창세에 혼돈이 있었다. 세상은 공허했지만 가득찼고 혼란스러웠지만 질서가 있었다.

 

 

  어느날 어느 때에 아주 조금의 변화가 있었다. 빛과 어둠이 구별되었고 그것은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빛은 스스로를 ‘그라스트’라 칭했고 어둠은 스스로를 ‘바리안’이라 칭했다. 한번 나뉜 그들은 더 이상 섞이지 못하였고 서로가 서로를 부수고 찢고 삼켰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 흐르고 그들은 더 이상 싸우지 않았다. 존재와 투쟁의 의미를 잃었다. 이 광활하고 공허한 세계에 의지를 가진 것은 그라스트와 바리안 둘 뿐이었다. 둘은 일부를 섞어 하나가 되게 하였고 거기서 불안정한 혼돈이 생겨났다. 불안정한 혼돈은 스스로 조율해 나갔고 의지가 섞여 자신을 ‘지켈’이라고 칭하였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그라스트와 바리안, 지켈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했다. 하지만 세상은 넓었고 공허했다. 무의미한 것들로 가득 채워진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긍정해줄 더욱 많은 이들을 원했다. 지켈은 바리안과 그라스트의 도움을 받아 공허 속에 흩어진 의지들을 끌어 모았고 먼지와 뒤섞어 생명을 만들었다. 생명은 스스로를 ‘엘다’라고 칭하였다.

 

 

  엘다는 그라스트와 바리안 그리고 지켈에게 창조를 제안했다. 무의미한 세계에 의미있는 것들을 채우기를 바랬다. 그라스트와 바리안은 자신들을 긍정할 작은 존재들을 만들었고 엘다는 그곳에 자신의 일부를 때어 주었다. 그들은 그라스트와 바리안을 날마다 찬양했고 그들의 존재를 긍정했다. 그들에게 끝은 없었다.

 

 

  지켈은 셋에게 순환을 강조했다. 그라스트는 별들과 탄생을 만들었고 바리안은 어둠과 죽음을 만들었으며 지켈은 우주의 운행을 조율했다. 마지막으로 엘다는 그라스트가 창조한 별에 자신의 일부를 때어 생기를 불어 넣었다.

 

 

  엘다의 생기가 닿은 별에 생명이 피어났다. 작은 조류가 태어나고 이끼가 번성했다. 꽃과 나무가 자라나고 물고기가 해엄치기 시작했다. 땅짐승들은 땅 위를 거닐었으며 날짐승들은 하늘을 매웠다. 그라스트와 바리안, 지켈과 엘다는 만족했다.

 

 

  긴 시간이 흐르고 별의 생명이 다하였다. 그들은 순환을 지켜보았고 만족스러워 했지만 한편으론 부족함을 느꼈다. 새로운 별에 엘다가 자신의 일부를 때어내어 생명을 불어넣을 때 그라스트와 바리안은 사고에 의지를 불어 넣었다. 그곳에서 개념이 생겨났고 스스로를 ‘아녹’이라 칭하였다.

 

  새로운 별에 태어난 생명들중 소수의 종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태어나고 죽었으며 그들을 찬양하기도, 저주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순환은 계속되었고 마침내 다섯 모두는 만족했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다. 새로운 별들이 생겨나고 죽었다. 생명이 꽃피고 저물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순환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금은 점점 퍼져나갔고 갈라져 틈이 넓어진 곳에서 기이하고 이질적인 존재들이 그들의 세계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막지 않았던 것은 그들이 만든 세계의 파멸을 의미했다.

 

  깨달았을 때엔 너무 늦었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섯은 넓은 세계를 포기하고 작은 곳에서 힘을 합하기로 했다.

 

 

  바리안은 어둠으로 작은 세계를 완전히 감싸 안아 외계의 눈을 가렸다.

  지켈은 작은 세계의 운행을 관리하며 마지막 남은 세계로의 침입을 감시했다.

  그라스트는 마지막 별에 강대한 의지를 불어 넣었다.

  엘다는 마지막 별을 품어 넘치는 생명을 흩뿌렸다.

  아녹은 마지막 별에 지혜를 숨겨 피조물들이 외계의 존재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예비하였다.

 

 

  시간이 흘렀다.

 

  피조물들은 영특했으나 어리석었다. 그들은 개인의 욕망, 지식에 대한 갈급함, 미지에 대한 호기심 등 여러 이유로 이계의 존재들을 불러들였고 다섯의 작은 세계는 망가져갔다. 외계의 존재들이 군림했고 피조물들은 그들의 힘을 빌어 자신들의 욕망을 이루려 했으며 죄없는 피조물들이 절규하며 죽어갔다.

 

  그들은 분노했고 슬펐으며 안쓰러워했다. 자신들이 창조한 세계를, 별을, 생명을 사랑한 다섯은 마지막 힘을 다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엘다가 자신의 몸을 마지막 별에 누이며 힘을 다하였다. 살아있던 생명들과 미지의 존재들은 그 아래에서 죽음을 맞이하거나 잠들었다.

  그라스트는 강대한 힘으로 남아있던 외계의 존재들을 작은 세계 밖으로 몰아내었다.

  바리안은 외계의 존재들이 작은 세계에 더 이상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더욱 두텁게 감쌌다.

  지켈은 혼란스러웠던 작은 세계를 정리하고 감시하기 위해 자신의 눈을 모두 뽑아 세계 곳곳에 띄웠다.

  아녹은 이전의 교훈을 잊지 않고 지식과 지혜를 제한하여 피조물들이 자멸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

 

 

 “뭘 그렇게 재미있게 읽어?”

 

 

  오래된 건물 지붕 위에 앉아 책을 읽던 소녀, 티리에 리라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책에서 눈을 땠다. 어깨 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티리에는 앞머리를 벼머리로 땋아 이마를 드러내고 있었다. 밤하늘을 담은듯한 검은 눈동자는 달빛에 반사돼 반짝였고 생기있는 앵두빛 입술은 하얀 피부에 대비되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다만 눈을 다쳤는지 왼쪽 눈에 투박한 검은 안대를 차고 있었는데 멋이라고 하기엔 촌스러운 노란별이 수놓여져 있었다.

 

 

  등 뒤에서 들린 젊은 남자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의 팔목을 빤히 바라본 티리에는 이내 한쪽 입고리를 올리며 삐딱하게 웃어보였다.

 

 

  “후. 이것은 평범한 인간이 읽게 되면 미쳐버린다는 전설의 암흑고서, 네크로노미콘이야. 재미있어서 읽는게 아닌 내가 지닌 무거운 숙명 때문에 읽어야만 하는 것이지.”

 

  “전역일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이상한 컨셉좀 버리면 안돼?”

 

  “싫어요. 아니, 싫다.”

 

 

  청년도 애초에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진 않았는지 아무렴 어떠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항상 그러했던 것처럼 티리에가 읽고 있던 책이 무엇인지 슬쩍 봤다. 운이 좋게도 책 읽는 도중 누군가 근처로 다가오면 책을 덮어버리던 티리에가 이번엔 깜빡했는지 펼친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딱딱한 갈색 가죽 표지와 종이로 기록된 책이었는데 끝이 해져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된 책인 것처럼 보였다. 청년은 이 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은근 슬쩍 펼쳐진 페이지를 슬쩍 봤다.

 

 

 - 꿀벌이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양이와 강아지는 자신의 주인을 물끄럼히 올려다보았다.

 

  주인이 꿀벌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그 소리에 강아지가 드러누우며 윈드밀을 돌리기 시작했다.

  고양이도 질 수 없다는 듯 일어나서 탭댄스를 추었다.

  울음을 멈춘 꿀벌이 다가와서 말했다.

 

  “그거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요.” -

 

 

  “...이게뭐야.”

 

  “말했지 않았나. 범인은 이해할 수 없는 궁극의 암흑마도서 네크로노미콘이라고...!”

 

 

  청년이 기가 차서 반사적으로 말하자 티리에는 왠지 뿌듯한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가슴을 활짝 폈다.

 

 

  “얼굴은 멀쩡하게 생긴 애가 정신은 영...”

 

 

  소녀의 당당한 모습에 절로 한숨이 섞인 답변이 나왔다. 티리에는 청년의 말에 정색하더니 청년이 놀라 몸을 뒤로 뺄 정도의 강렬한 눈빛으로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저와 같은 나이 또래는 대부분 가치관이 확정되지 않았어요. 그렇기에 세상을 무엇이라 확실하게 정의할 수 없고 그것은 상상으로 매꾸어 가죠. 이것을 표출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며 비난받아야 할 일이 아니에요.”

 

  “어...”

 

  “사과하시죠.”

 

 

  청년은 평소에 생각해본 적이 없던 것으로 사과를 요구받자 당황했다. 되새겨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저 소녀에게 저 말을 대입한다면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고 늘어지면 같은 수준이 될 것 같았기에 한발 물러서 주기로 했다. 자신은 어른이었으니까.

 

 

  “미안. 사과할게.”

 

  “후후후. 받아들이겠다 필멸자여.”

 

 

  그리고 10초도 되지 않아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청년이 떫은 표정을 지을 때 티리에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이 입고 있는 색 바랜 검은 원피스의 엉덩이 부분을 팡팡 털었다. 싸늘한 밤공기가 휘몰아치며 소녀의 작은 몸을 거세게 훑고 지나가자 그제서야 추위를 느꼈는지 잠깐 몸을 떨었다.

 

 

  “에휴. 어쨌든 아저씨가 왔다면 삼촌은 오늘도 야근인가보네요.”

 

  “응. 보통은 전역을 앞둔 사람들은 쉬게 해주는 것이 관례인데 워낙 유능한 사람이라 놀리기 싫은가봐.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다.”

 

  “오빠는 무슨.”

 

 

  티리에는 몸을 틀어 청년을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더벅머리에 어딘가 맹해보이는 얼굴, 이곳저곳 해져있는 갈색 외투와 값싼 나무신까지,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흔한 사람의 외형이었다.

 

 

  “본 모습이나 보여주고 그런 말을 하세요. 그 때까진 감시자 아저씨라 부를거니까. 할아버지라 부르지 않는걸 고맙게 생각하세요.”

 

  “감시자라니. 말이 너무 심한걸? 함께 연대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동료라고.”

 

  “주로 하는 일은 저랑 삼촌의 감시잖아요. 전 딱히 그걸 나쁘게 보지 않고 아저씨를 싫어하지도 않아요. 아저씨에게 내려온 임무니까.”

 

 

  읏차 하며 바닥에 내려놓은 두꺼운 책을 집어든 티리에는 하늘을 바라보며 달의 위치를 확인했다. 계절을 고려했을 때 대략 밤 10시정도(하루는 30시간) 되는 듯 했고 내일도 딱히 정해진 일은 없으니 책으로 밤을 새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2층집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티리에는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천천히 멀어져가는 청년을 향해 말했다.

 

 

  “아참, 가는 김에 삼촌에게 내일 밤엔 양고기를 사와달라고 해주세요.”

 

  “그래 그래. 내일도 일이 끝나지 않을 수 있으니 너무 기대하진 마라.”

 

  “고마워요. 그러니까 지금 이름이...”

 

  티리에는 잠시 그의 이름을 고민했다. 팔목에 다섯 송이 꽃이 새겨진 붉은 나무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알아볼 수 있었을 뿐 그는 모습을 바꿀 때마다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청년도 소녀의 고민을 알아챘는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토미 크롤드. 오랫동안 이 모습으로 다닐 것 같으니 나중에 만나면 톰이라고 불러줘.”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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