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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골든게이트 키퍼
작가 : 폴라로이드
작품등록일 : 2020.8.12

현계와 이계를 잇는 골든게이트를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전쟁

 
제 1화 십년 전쟁의 끝
작성일 : 20-08-12 17:25     조회 : 379     추천 : 0     분량 : 7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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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 화 >

 

 골든게이트 (GG)

 이계와 현계를 이어주는 황금의 문.

 

 이계종들은 그 문을 열고자 혈안이었고 골든게이트 키퍼들은 그 문을 닫고자 목숨을 걸었다. 그 치열한 십 년 전쟁의 마지막 날.

 

 - 기출산 중턱 -

 

 GGK 배송본부 전략 1팀인 임지운, 오천둥, 김강렬이 전속력으로 숲을 달리고 있었다. 오랜 추적 끝에 환영 마법사 세 명을 삭제 시키고 드디어 오베드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오베드

 골든게이트를 넘어 현 세계로 넘어온 이계 최고 마법사 종족 후버진. 그의 등장만으로 현계(現界)에 숨어 있던 이계종들이 하나로 뭉쳤고 사람들을 죽음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무작위로 옮겨 다니는 골든게이트를 한 곳에 정착시키고 영구히 문을 열어 두려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현계와 이계가 부딪혀 혼돈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게 되었다.

 

 “조심해. 쏟아진다.”

 

 덤불을 헤집으며 전속력으로 달리는 가운데 임지운은 앞의 거대한 적을 감지했다. 땅이 울리고 숲이 뒤틀렸다.

 

 “바르족(대거인족)이다. 편백숲으로.”

 

 세 명의 대원은 순식간에 편백 숲으로 방향을 틀었다.

 

 “좌측 11시.”

 

 쭉 뻗은 편백나무가 반으로 갈라지며 수많은 가지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다 자란 편백나무 만큼이나 큰 거인들이 도끼를 마구 휘둘러댔다. 나무젓가락 부서지듯이 나무들이 산산 조각났다. 휘두르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풍압이 고막을 때렸다.

 

 “안으로 파고들어 뒤십자인대를 끊어.”

 

 임지운은 쇄도하는 도끼를 타고 넘어 날카로운 초승달 단검으로 거인의 인대를 깔끔하게 베었다. 천둥은 번개처럼 파고들어 주먹으로 놈의 무릎을 박살내 버렸다. 김강렬은 방패로 비껴 막으며 허리를 강타했다.

 

 “캡틴 아메리카가 이 맛에 방패를 쓰는 구나!”

 

 단단한 방패의 덕을 본 김강렬은 뽀뽀라도 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임팀장! 어디야.]

 

 무선 이어폰으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가고 있습니다. 잔챙이들이 좀 귀찮게 하네요.”

 

 [잔챙이는 그냥 놔두고 최대한 빨리 와. 게이트 입구도 한계야. 완전 다 열릴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입구에 누가 디펜스하고 있죠?”

 

 [장국도 실장과 김기태 팀장이 간신히 막고 있어.]

 

 “그럼 됐습니다.”

 

 [아무리 장실장이라 해도 시간문제야. 그 전에 오베드를 삭제해야 돼.]

 

 “네. 저도 바라는 바입니다.”

 

 임지운은 십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오베드의 목숨을 끊어낼 수 있다면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각오가 되어 있었다.

 

 “천둥아. 강렬아. 전속력 돌파다.”

 “네!”

 “가자.”

 

 ⁎ ⁎ ⁎

 

 - 골든게이트 입구 -

 

 “미치고 환장하겠네. 뭐가 이리 끝도 없어.”

 

 게이트에서 피에 굶주린 두고족이 거침없이 줄줄 쏟아져 나왔다. 강력한 힘과 날렵함을 동시에 지닌 그들은 GGK 대원들을 서서히 뒤로 몰아내고 있었다. 한 번 눈독들인 먹이는 절대 놓치지 않는 늑대 무리처럼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끝도 없이 삭제해도 그들의 맹렬함에 GGK 대원들은 꽤 힘이 부치는 중이었다.

 

 “기세를 내 줘선 안 돼.”

 

 그나마 아직까지 버티는 것은 괴력의 장국도와 언제나 냉철한 김기태, 이 두 축이 견고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마운틴 고릴라 장국도는 괴력의 사나이였다. 이계종들의 뼈를 맨손으로 바스러뜨릴 정도로 경악 그 자체였다. 강철망치처럼 단단한 그의 주먹이 지나간 자리에는 피와 비명이 한 데 어울려 메아리쳤다.

 범람한 홍수와 거대한 댐의 힘겨루기였다.

 

 “크아아아.”

 

 그때, 골든게이트 입구에서 뇌성과 함께 강렬한 기(氣)가 발산했다. 뇌성에 동조된 두고족들은 산을 집어 삼킬 정도로 사기가 불타올랐다.

 

 ‘뜨겁다!’

 

 기(氣)의 존재를 느낀 장국도는 이성을 되찾았다.

 

 ‘뭐지? 이 텁텁함은.’

 

 순간, 김기태의 목울대가 내려앉았다 올랐다.

 

 “모두 피해!”

 

 김기태의 외침과 함께 우람한 쇠 팔뚝 하나가 입구에서 번쩍 했다. 그와 동시에 GGK 대원들의 목 두 개가 한꺼번에 떨어져 나갔다.

 

 “모두 뒤로 물러서고 양 옆으로 흩어져서 삼중으로 방어한다.”

 

 김기태는 위험한 순간에도 특유의 냉철함으로 머리를 회전시켰다.

 

 두고족 족장 오즈거루

 두고족을 무투족 최상위에 올려놓은 불곰 오즈거루. 힘뿐만 아니라 민첩성이 최상위 레벨. 그는 겁에 질린 양떼들 사이로 뛰어 들어 마구 짓밟아댔다. 그에게 검, 도끼, 쇠망치 같은 무기는 쓸 데 없었다. 그의 양손이 검이고 도끼고 쇠망치였다. 태산 같은 몸에도 움직임은 간결했다. 팔을 한 번 뻗을 때마다 대원들의 머리와 심장이 박살나버렸다.

 

 “기태야! 불곰은 내가 막을 테니까 다른 녀석들 못 빠져 나가게 막아.”

 

 마운틴 고릴라는 학살중인 오즈거루의 양팔을 낚아챘다.

 

 ‘!!’

 

 오즈거루와 장국도의 팽팽한 힘겨루기. 힘으로 이런 긴장감을 느낀 적이 있던가. 둘의 팔뚝 힘줄이 울룩불룩 솟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장국도의 손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조금씩 벌어졌다. 장국도는 뒷다리에 힘을 바짝 주고 오즈거루를 노려봤다. 오즈거루도 눈빛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에 더해 미소까지 보여주었다.

 

 “이 놈. 제법이구나.”

 “힘들어 죽겠는데 말 시키지 마. 곰 새끼야.”

 “미안한데 난 곰이 아니고 늑대다. 늑대의 우두머리는 부하들에게 실망을 시켜서는 안 돼. 알겠니. 으아아아.”

 

 오즈거루는 힘으로 장국도의 양팔을 젖히고 주먹으로 얼굴을 내리 찍었다. 장국도는 머리를 돌려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오즈거루의 몸을 붙잡고 힘껏 밀었다. 오즈거루는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장국도는 오즈거루의 허리를 꽉 쥐고 척추를 비틀었다.

 

 ‘으득.’

 

 오즈거루의 얼굴이 고통에 뒤틀렸다. 오즈거루는 두 손을 깍지 쥐고 장국도의 머리를 내리쳤다. 둔탁한 쇠망치에 장국도의 뇌가 출렁거렸다. 깍지가 풀리자 오즈거루는 몸을 뒤집어 국도를 자기 몸 아래에 눕혔다.

 

 “잘가라. 고릴라.”

 

 바로 그 순간!!

 오즈거루는 등마루에 식은땀이 나고 힘이 빠졌다. 그건 장국도와 김기태도 마찬가지였다. 현계로 나온 두고족들은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선도 악도 아닌 순수한 공포.

 어떤 이질감이 현계와 이계의 모든 종들에게 파고들었다.

 

 ‘휙!’

 

 둥근 머리가 게이트에서 튀어 나와 바닥에 데구루루 굴렀다.

 

 ‘뭐야?’

 

 어떤 반응을 보이기 전에 목, 팔, 다리 등 신체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 어.”

 “컥!”

 

 게이트 입구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검은 회오리가 휘몰아쳤다. 주변에 있던 이계종들이 회오리에 휩쓸리는 순간, 순식간에 해체되었다.

 

 삭제, 삭제, 삭제. 삭제, 삭제, 삭제

 

 쓰러진 장국도는 한편의 흑백 무성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회오리는 피에 굶주린 악마처럼 두고족을 사정없이 삼켰다.

 

 “후퇴 해. 후퇴하라고 멍청이들아!”

 

 오즈거루는 장국도를 내팽개치고 회오리 속으로 달려들었다. 속수무책 죽어가고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구해야 했다. 땅에 떨어진 망치를 주워 혼신의 힘을 다해 회오리를 향해 던졌다. 회오리는 망치를 튕겨내고 오즈거루를 덮쳤다.

 

 “으윽.”

 

 오즈거루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두고족들은 족장을 살리기 위해 자기의 목숨을 회오리에게 던졌다. 그 틈을 타 부하들은 오즈거루를 부축해서 숲으로 사라졌다.

 

 끝도 없이 피를 원하는 굶주린 검은 회오리는 이번엔 장국도를 향해 돌진했다. 회오리는 입맛을 다시며 장국도의 가슴을 사선으로 찢고 뇌수를 핥기 위해 두개골로 달려들었다.

 

 ‘챙!’

 

 장국도에게 날아오는 첫 번째 회오리의 사슬낫이 멈췄다. 쇠사슬을 막은 것은 김기태였다. 그것도 잠시, 두 번째 사슬낫이 김기태의 어깨를 찍었다. 짧은 비명. 세 번째 사슬낫이 기태의 목을 추수하러 날아왔다.

 

 “흐압!”

 

 장국도가 사슬낫의 줄을 꽉 붙잡았다. 사슬낫이 부르르 떨면서 멈추자 회오리의 속 정체가 나타났다.

 

 “숨 막히게 아름답네.”

 

 장국도는 그 순간 이렇게 말했다. 피에 굶주린 회오리의 얼굴은 소녀였다.

 

 ⁎ ⁎ ⁎

 

 - 사찰입구 -

 

 일주문과 천왕문 주변으로 불에 타버린 시체. 팔 다리가 뜯긴 시체. 비명을 지르다 미처 입을 다물지 못한 시체. 살이 녹아내려 바닥에 눌어붙은 시체. 비틀어진 공간과 시간 속에 이계와 현계의 시체들이 가을 낙엽처럼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불이문을 지나 법당 앞마당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었다.

 

 법당의 지붕보다 더 큰 거인이 거침없이 낫을 휘둘렀다. 파도처럼 밀고 올라가던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흩어졌고 서슬 퍼런 날은 삼백 년 된 소나무를 매끈하게 반으로 갈라놓았다.

 

 거대한 도를 꺼내든 한 여자가 제비처럼 유연하게 거인의 중심을 파고들어 깔끔하게 도(刀) 를 휘둘렀다.

 일섬. 깔끔했다.

 발목이 힘없이 썰려나가자 거인은 중심을 잃고 기우뚱대더니 둔탁한 음을 내며 쓰러졌다. 김유경의 일섬에 흩어진 파도들이 다시 한곳에 뭉쳐 법당으로 쇄도했다.

 

 함정 또는 포식

 갑자기 땅이 울렁거리더니 흰색 포자가 땅 밑에서 솟구쳤다. 눈, 코, 입, 귀로 포자를 흡입 한 대원들은 순식간에 피를 토했다. 흰색 포자는 독성뿐만 아니라 사람의 뇌를 자극해 미치광이 웃음을 만들었다. 수도꼭지처럼 피를 흘리면서도 그들은 미친 듯이 웃어댔고 너무 웃어 쇼크사로 죽는 대원들도 있었다. 이 기괴한 공간에 발을 들인 대원들은 온몸의 살들이 벗겨지는 기분이었다.

 

 “법당 지붕 우측.”

 

 저격수의 조준경안으로 지옥도의 주인이 들어왔다. 사람인지 나무인지 알 수 없는 기괴한 생명체가 지붕 끝에 살짝 머리만 내민 채 기분 좋게 자신이 그린 지옥도를 즐기고 있었다.

 고요하고 평온한 저격수의 오른 검지. 호흡은 멈추고 검지는 부드럽게 안으로 감겼다. 손맛이 찌릿했다.

 

 “퍽!”

 “끄윽.”

 

 원샷원킬. 기분 나쁜 웃음과 함께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 나버렸다.

 

 “삭제 완료.”

 

 법당의 하얀 안개가 사라지자 방독면을 쓴 대원들이 또 다시 밀고 올라갔다. 산 넘어 산. 연옥(煉獄)을 넘어서자 무간지옥(無間地獄)이 버티고 서있었다. 무심한 얼굴의 얇은 칼을 든 무사.

 저격수의 긴 총신에서 총알이 매끈하게 빠져 나왔다. 굿바이 키스가 무사의 이마에 닿기 직전 총알은 순식간에 반으로 갈렸다.

 무사는 가볍게 발을 굴러 대원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번쩍이는 빛과 칼날. 총보다 빠른 칼. 눈보다 빠른 손. 검을 들기가 무섭게 팔목이 잘려 나가고 발을 차기도 전에 다리가 분리되었다. 신기한 건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데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칼과 빛, 피가 한데 섞여 꽃잎처럼 흩날릴 뿐이었다.

 

 ⁎ ⁎ ⁎

 

 - 사찰 밖 -

 

 [2팀 전멸. 2팀 전멸.]

 

 “오 팀장! 조금만 더 버텨. 전략 1팀이 금방 도착할 거야.”

 

 [한계예요. 너무 강해…아악!]

 

 무전 너머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

 

 “오 팀장! 오 팀장!”

 

  한 순간에 잠잠해졌다. 본부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최실장. 지금 남아 있는 팀은?”

 

 본부장이 최실장에게 물었다.

 

 “기동 2과의 김유경이 버티고 있습니다.”

 “임 팀장은 아직 멀었어?”

 

 본부장은 애타게 임지운을 기다렸다.

 

 “저희들 들어갑니다.”

 

 순식간에 세 개의 그림자가 사찰 안으로 뛰어 들어오더니 일주문을 통과해 사라졌다.

 전략 1팀이었다.

 

 ⁎ ⁎ ⁎

 

 - 법당 안 마당 -

 

 무사의 검은 뱀처럼 휘어 김유경의 목을 파고 들어갔다. 아슬아슬한 순간 도(刀)가 번쩍이며 단단한 바위처럼 검을 막아섰다. 검은 쉬지 않고 회전하며 김유경의 몸에 바짝 붙어 춤을 추었다. 도는 그에 응하듯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검을 무력화시켰다. 천 개의 검이 휘몰아치는 가운데서도 김유경은 한순간의 틈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법당 안 마당은 두 개의 상반된 빛이 서로 엉키고 설켰다. 누구라도 그 공간으로 들어서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사천왕문을 지나 순식간에 계단을 타고 불이문을 통과한 임지운, 천둥, 김강렬은 그 블랙홀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무아지경에 빠져있던 무사는 일그러지는 대기에 움찔거렸고 그 틈을 김유경은 놓치지 않았다. 가장 간결한 사선으로 무사의 심장을 향해 도를 내리쳤다. 위험을 직감한 무사는 반보 뒤로 물러서며 심장을 지키려 검을 거뒀다.

 

 “늦었어요.”

 

 김유경은 몸으로 검(劍)을 막고 도(刀)로 무사의 왼 어깨를 반으로 갈라 날뛰는 심장을 잠재웠다. 참으로 억울했나. 아니면 인정하는 건가. 무사의 눈은 죽음이 찾아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김유경의 눈을 놓치지 않았다. 무사의 눈이 닫히자 김유경은 그제야 무릎을 꿇고 거친 숨을 휘몰아쳤다.

 

 

 세 개의 그림자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법당으로 들어섰다.

 

 “작전대로 수행해. 한 치의 망설임도 있어서는 안 돼!”

 “네!”

 

 ‘드디어. 드디어 찾았다. 오베드.’

 

 임지운은 십년간의 끈질긴 노력과 집요한 추격 끝에 드디어 오베드와 마주했다. 한 종족을 해가 지기도 전에 몰살 시켜 버리는 신의 대리인.

 

 그 오베드 앞에 GGK 전략 1팀 대원 3명이 마주섰다. GGK 최고 엘리트라 불리는 임지운과 그를 능가한다는 최고 수제자 천둥. 그리고 민첩한 김강렬였다.

 

 ‘딱 한 번의 기회다. 그걸 놓치면 끝이야.’

 

 임지운은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천둥은 불상 앞에 앉아 있는 오베드를 발견하자마자 아주 간결한 동작으로 파고들었다. 오베드의 표정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가벼운 눈으로 천둥을 살폈다. 오베드가 불꽃을 머릿속에 그리자 천둥의 주변이 붉게 타올랐다. 공기가 타들어가고 용광로 속 흘러내리는 불덩이가 천둥에게 쏟아졌다. 천둥은 순식간에 불꽃에 휩싸였다. 불당 안은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로 가득했다.

 

 오베드가 천둥에게 눈을 돌린 사이, 김강렬이 방패를 앞세워 돌진했다. 몸집이 있는 편이긴 했지만 빠르기가 치타였다.

 김강렬은 손을 뻗어 오베드의 옷자락을 잡았다… 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오베드는 왼 손으로 원을 그리고 앞으로 쭉 내밀었다. 대류는 나선형으로 격류하며 김강렬을 휘감았다. 그는 깃털처럼 공중에 떠서 불당 밖으로 튕겨져 나가 부러진 나무에 꽂혔다.

 오베드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한 마리가 없다!’

 

 한 눈을 판 사이 임지운은 오베드의 등을 잡았다. 오베드는 재빨리 돌아섰다. 무덤덤했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오베드는 천 개의 얼음송곳을 만들어 임지운에게 쏘았다. 임지운은 몸에 지니고 있던 날카로운 바늘 하나를 꺼내들었다. 오베드의 심장을 향해 날렸다. 천 개의 송곳과 하나의 바늘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내 목숨 하나에 오베드 네 심장이면 수지맞는 장사지.’

 

 ‘이건 생각도 못한 그림이군.’

 

 오베드는 자기 심장이 물어뜯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안 돼!”

 

 그 순간 불덩이를 뒤집어 쓴 천둥이 벌떡 일어나 양손을 쭉 뻗었다. 양손을 중심으로 공간이 찢어지며 시간이 멈췄다. 시간 정지는 최상 위 마법으로 오베드도 아주 짧은 시간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천둥아! 그러지 마.’

 

 임지운이 마음속으로 외쳤다.

 

 ‘시간 정지! 네 놈이 어떻게?!’

 

 오베드는 눈동자를 힘겹게 옆으로 돌렸다. 시간 정지 마법이 걸리지 않았더라면 오베드의 입이 쩍 벌어졌을 것이다.

 

 ‘천둥아, 빨리 풀어!’

 

 임지운은 눈으로 천둥에게 외치고 있었다. 천둥은 고개를 내저었다. 천둥의 뺨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오베드는 정신을 집중해 공간을 조금씩 비틀었다.

 

 ‘천둥아.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지. 마지막 소원이다.’

 

 천둥은 머리를 세차게 가로 저었다.

 

 ‘괜찮아. 천둥아. 나 웃고 있잖아.’

 ‘스승님.’

 

 천둥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순간 시간 정지 마법이 풀리자마자 임지운이 날린 날카로운 바늘이 오베드의 심장에 깊숙이 박혔다. 동시에 천개의 얼음 송곳니도 지운을 덮쳤다.

 

 “으아아!”

 

 천둥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천둥의 마음에 응어리진 슬픔이 한 순간에 터져 나오자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불당은 화염에 뒤덮여 요란스럽게 무너져 내리더니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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