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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15금과 19금, 그 애매한 경계
작가 : 커피넛트
작품등록일 : 2020.8.10

15금과 19금을 사이에 둔 스킨쉽을 내건 조건. 15금과 19금의 애매한 경계에서 좌우되는 그들의 관계.
"난 당신 원해요,솔직히."
"피차 마찬가지야."
시작된 순간 거리낄 건 없었다.

 
제 1 화 - 처음은 15금이 아닌 19금
작성일 : 20-08-10 04:33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5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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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호텔 에일린, 1204호.

 

 욕실에 선 남자의 벗은 등이 군살 하나없이 매끈하고도 자리잡은 근육들로 탄탄함을 자랑했다. 적당한 구릿빛의 몸매는 그 길로 물이 흘러내리자 보는 이로 하여금 유혹 당할 듯 섹시함을 불러 일으켰다.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는 하얀 호텔의 샤워가운을 입으며 허리춤에 끈을 묶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의 술 잔에 호박색의 양주를 부으며 강변이 보이는 창가로 다가가 그 자리에 선 상태로 술잔을 기울이며 천천히 음미했다.

 

 그러다 문득 침대 쪽을 돌아보았다. 시트고 이불이고 어지럽게 난장판 쳐진 상태였다.

 

 지난 밤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남자의 어딘가에 피가 몰리게끔 만들 정도로 뜨거웠웠다.

 

 그리고 사라진 여자. 일어나자마자 그가 자던 옆 자리 베개 위의 올려진 쪽지를 확인하고 그는 '젠장' 을 입에 담으며 몸을 일으켰었다.

 

 시혁은 탁자 위에 올려진 쪽지를 다시금 들어올렸다. 정갈하고 예쁜 손 글씨로 적힌 쪽지의 문구를 눈으로 읽었다.

 

 [한 여름의 밤의 꿈. 좋았어요, 잘 지내길.]

 

 좋았다고 하니 남자로써 만족이라도 해야하나. 잘 지내라고 하니 쿨하게 잊어야 되는건가.

 

 어이 없는 듯이 픽하고 비웃듯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와작! 종이를 구겨버렸다. 휴지통으로 버리려던 것을 멈칫하며 협탁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들었다.

 

 "어제 호텔에 방문한 손님들 명단 보고해."

 -오시기 전까지 책상 위에 올려두겠습니다.

 "좋아. 난 점심시간 전에 가지."

 -네. 자차로 오십니까?

 "그래야지."

 -네, 알겠습니다.

 

 부하직원과의 전화는 그렇게 끊어졌다.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시혁은 자신의 호텔에서 자신과의 밤을 꿈이라고 말하고 사라진 여자와의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

 

 

 Club Gave.

 

 긴 머리에 굵게 웨이브 진 머리의 여자는 대놓고 노출된 옷도 아닌 너무나도 이 클럽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다소곳한 옷차림이었다.

 

 그녀는 호텔 내부의 클럽의 바에 앉아 멍하니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고만 있었다.

 

 커다란 스피커에서 터지는 시끄러운 음악소리에도 주변은 마치 클래식이라도 틀어놓은 듯 고고함만이 흘러넘쳤다.

 

 눈빛이 처연하다고 해야하나. 슬퍼보인다고 해야하나. 그런 여자의 모습을 친구들과 있는 자리에서 시혁은 자신도 몰래 그 여자에게 시선을 뺏겼었다.

 

 여자는 다가오는 남자들의 추파도 적당히 밀어내며 꿋꿋하게 혼자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주시혁, 어디 가?"

 

 친구인 세원의 부름도 무시하며, 시혁은 자기도 모르게 무언가에 이끌리듯 여자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다가 멈추었다.

 

 다가오는 모든 남자의 질척임을 무시하던 여자는 어떤 키 큰 남자가 다가오자 환하게 웃으며 그 남자를 살짝 안아주었다.

 

 웃지 않아도 꽤 예쁜 얼굴이던 여자는 웃을 땐 나만 보고싶을 정도로 미치게 만드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아무한테나 쉽게 웃어주지 않던 그런 여자가 다른 남자를 보며 웃는 것을 보자 자기 여자도 아닌데 괜히 묘한 질투심이 솟아났다.

 

 시혁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가야하나 고민하다가 머쓱해진 걸음을 아닌 척하며 계속 여자가 앉은 바에 다가가 앉았다.

 

 자신의 얼굴을 알아본 직원이 알은 체를 할듯 눈을 맞추어오자 시혁이 고개를 저으며 티를 내지 마라는 제스쳐를 보이자 직원은 계속 제 할 일을 했다.

 

 그 직원의 앞, 그리고 여자와 한 칸 띄워 앉으며 아무거나 한 잔 달라고 하고선 옆의 여자와 남자의 대화에 자신도 모르게 집중하며 신경을 쓰고 있었다.

 

 "결혼 다음주랬나?"

 "응. 와,줄거지?"

 

 어딘가 모르게 조심스러운 남자의 제안에 여자는 3초정도 답이 없었다. 그리고는 상당히 밝게 답을 주었다.

 

 "당연하지. 당연히 가야지."

 "너한테는 미안하다. 그래도 축하를 가장 받고싶은 것도 너야."

 "됐어, 지난 일."

 

 미안한 남자와 지난 일이라는 여자. 무슨 사이일까.

 시혁은 그 대화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되었다.

 

 "첫 사랑이자 오랜 친구인데 당연히 축하해야지."

 

 술을 한 모금 넘기며 시혁은 속으로 '아' 하며 여자와 남자의 사이를 알고는 여자가 왜 그런 눈빛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첫 사랑이자 오랜 친구라고는 하지만 여자는 아직 남자에게 미련이 남은 느낌이었다. 애절한 멜로군. 이라고 생각하며 시혁은 이 한 잔을 끝으로 그만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관심을 둔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있기에 그런 눈빛이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아쉽지만 관심을 접어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아, 나 전화온다. 전화 좀 받고 올게."

 "응."

 

 여자의 옆에 앉은 남자가 전화를 받으러 나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마침 그 타이밍에 시혁의 잔이 비자 시혁은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가 나간 방향으로 시혁도 나왔다. 담배라도 한 대 태우고 들어갈 마음이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뿜어낸 순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방금 여자와 술을 마시던 남자의 통화소리가 들려왔다.

 

 "응. 나야. 예주랑 같이 있어."

 

 아까 그 여자의 이름이 예주인 모양이었다. 이름도 예뻤다. 문득 흡연중인 시혁이 미련두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은연중에 또 여자를 떠올리고 있는 자신에게 황당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은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없어보이게 대화를 한것도 아닌 시혁 홀로 시선을 뺏긴 여자를 저 혼자 생각하게 되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미친. 결혼 코 앞인데 딴 여자랑 자란 얘기냐?"

 

 연기를 내뱉은 그는 담배를 다시 물려던 동작을 멈추었다. 여자의 친구라는, 첫 사랑이라는 남자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야, 아무리 그래도 예주가 나 좋아한다고 쉽게 자겠냐?"

 

 그 남자의 목소리가 시혁의 귀를 때렸다. 드러운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시혁은 쉽사리 티를 내지 못했다.

 

 일단 훔쳐들은 건 아니고 들려온 소리지만 끼어드는 순간 훔쳐들은 사람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분은 좋지 못했다. 시혁이 관심을 가진 여자를 친구이자 첫사랑이라는 남자가 자기 멋대로 말하는 게 거슬렸다.

 

 남자가 전화를 끊은 듯 핸드폰을 귀에서 떼어내는 모양새를 보며, 시혁이 담배를 버린 후 출입구 쪽에 서 있는 시혁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다가 시혁을 지나쳐 들어가려는 남자의 어깨를 잡았다.

 

 "이봐요."

 

 영문도 모르고 처음 보는 남자에게 잡힌 그 남자는 기분이 상큼해 보이지는 않았다. 시혁도 속으로 아차 했지만, 상황은 이미 벌어지고 난 후였다.

 

 "저 안에 여자, 함부로 할거면 그냥 꺼져."

 

 자기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미친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대관절 주시혁, 네가 무슨 상관이길래 상황을 이렇게까지 몰고가나 싶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시혁은 멈추지 못했다.

 

 "뭐야?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애먼 남자에게 욕은 들어먹은 그는 지지 않겠다며 같이 화를 냈다.

 

 "들어가서 그 여자한테 당신 전화 다 얘기해줘도 상관없다면 같이 가서 얘기하지."

 "뭐? 이 새끼 미친 새끼 아니야?"

 "그래서, 얘기해?"

 "...이 미친.."

 "자신없으면 꺼져."

 

 남자는 분한듯한 표정이었지만 안에 있는 그 여자에게 최악으로 남고싶지는 않았는지 시혁의 신발 근처에 침을 뱉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가는 남자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시혁은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후회하는 듯 벽에 기대어 섰다.

 

 미친게 아닌가 싶었다. 처음 보는 여자를 위해서 쌍욕까지 들어먹는 짓까지 마다않고 하다니.

 

 "미쳤구나, 주시혁."

 

 한숨을 쉬며 시혁은 클럽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소리도 못 들었는데 출입구 앞에 그 '예주'라는 여자가 서 있었다.

 

 큰 눈을 더 크게 뜬 그는 놀란 마음을 숨기고 그 여자를 조심스럽게 피해가며 출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다.

 

 "저기요."

 

 여자가 부르는 소리에 그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차마 자신을 부르는지 묻지도 못한 그는 고개만 돌려 그녀를 보았다. 여자는 너무도 확실하게 시혁을 보고있었다.

 

 "나랑 한 잔 할래요?"

 

 시혁은 무언가에 이끌린 듯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여자는 그의 손 따위는 깨끗하게 무시하고서 시혁이 막고있는 출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순간 뻘쭘해진 그의 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접어 턱 부근을 긁은 후 여자의 뒤를 따라 출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조금 전 바의 그 자리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이번에 시혁은 여자와 떨어진 자리가 아닌 바로 옆에 앉아 나름 남자랍시고 능숙하게 이름도 어려운 양주의 이름을 말하며 주문했다.

 

 그런 그에게 여자가 피식 웃으며 자신이 마시던 술잔을 기울인 후 말했다.

 

 "이번에는 '아무거나' 안 시키시네요."

 

 직원이 주는 술잔을 받아들던 그가 하마터면 잔을 떨어트릴 뻔 했다. 시혁은 여자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자신만 보고있는 줄 알았는데 여자도 시혁을 보고 있었을 줄은 몰랐었다.

 

 "그걸 어떻게..."

 

 시혁의 멍청한 질문에 여자는 시혁이 미칠듯한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던 그 웃음을 띄우며 시혁을 보며 말했다.

 

 "아까부터 보고계셨잖아요, 저. 모르는 줄 아셨구나?"

 

 여자의 말에 시혁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졌다. 모르는 줄 알았는데 너무나 쉽게 들켜버렸다니. 민망해진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술만 들이켰다.

 

 그런 시혁이 재미있는지 여자는 옆에서 작게 웃었다. 자꾸 웃는 여자에게 시혁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만 웃으시죠. 쪽팔려 죽을 것 같으니까."

 "뭐, 좋아요. 내 영웅이니까."

 "영웅? 아 친구 일 말하는 겁니까?"

 

 자신의 친구이자 첫사랑이 쓰레기라는 것을 알려준 그 일을 말하는 것 같자 시혁이 그 남자를 입에 담았다.

 

 "친구면서 미련이 남은 첫사랑이었죠. 비록 쓰레기일지라도."

 

 여자의 추억이 담긴 듯 쓸쓸한 목소리에 시혁은 무슨 말을 하고싶었지만 꾹 참고 가만히 듣기만 했다. 여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친구의 본모습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실제로 접하니 씁쓸하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최악으로 남을 뻔한 상황은 피하게 해줘서."

 

 생각보다 많이 좋아했었구나 하는 마음에 시혁은 도리어 자신의 마음이 씁쓸해졌다. 고마운 마음에 한 잔 마셔주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때였다. 여자가 다시 물어왔다.

 

 "이름이 뭐예요?"

 

 술잔의 아랫 쪽을 매만지던 그는 그 질문에 여자를 보았다. 여자도 잔을 내려놓고 시혁을 보고 있었다.

 

 "주시혁 입니다."

 "반가워요. 난 오예주예요."

 

 네, 반가워요. 라고 말을 해야하나 싶을 때 여자가 쉬지 않고 덧 붙여 말했다.

 

 "주시혁씨, 그래서 나한테 뭘 원해요?"

 

 무슨 의도를 가지고 한 질문인가 하며 시혁은 예주를 보았다. 예주는 술잔에 남은 양주를 단숨에 마신 후 또 다시 질문했다.

 

 "15금을 원해요? 아니면, 19금?"

 

 시혁은 여자의 마지막 질문에 예주처럼 술잔에 남은 양주를 마저 마셔버린 후 화가 난 눈빛으로 오예주라는 여자를 보며 말했다.

 

 "난 아까 그 남자 같은 쓰레기가 아닙니다. 그런 목적으로 당신을 본게 아닙니다만, 그렇게 해석하셨다면 본 건 사과하죠.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시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려고 등을 돌렸던 찰나였다. 여자의 작은 손이 시혁의 팔을 잡았다. 여자의 손을 내려다 보는 그를 향해 여자는 폭탄을 던져왔다.

 

 "나는 시혁씨 원해요."

 

 쿵. 시혁의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러더니 쿵쾅쿵쾅하며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수컷의 본능을 불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성적인 관심이 가던 여자 역시 자신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혁은 자신의 팔을 잡은 여자의 손을 시혁의 손으로 다시 붙잡았다. 그리고서 여자를 클럽에서 데리고 나와 호텔로 연결된 문으로 나왔다. 로비로 걸어가기 위해 앞장서서 걷던 시혁은 뒤를 돌아 여자를 보며 물었다.

 

 "예주씨가 한 얘기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습니까?"

 

 마지막 이성의 끈을 잡기 위한 시혁의 질문에 예주는 불을 지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난 당신 원해요, 솔직히."

 "피차 마찬가지야."

 "15금이 아닌."

 

 예주가 다시 확답을 주자 시혁이 티키타카를 맞추듯 그 말에 시혁도 화답했다.

 

 "19금."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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