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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생존자들
작가 : 방춘복
작품등록일 : 2020.8.7

#남주성장물 #좀비학살 #걸크러쉬 #라이트 온갖 클리셰로 범벅된 본격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물. 면역인을 백신센터까지 이송해야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
작성일 : 20-08-07 22:30     조회 : 316     추천 : 2     분량 : 5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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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내가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사람들. 아마도 다시 보는 일은 없겠지.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다시 만나는 건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온 세상을 뒤덮은 좀비 바이러스가 막 전염되던 시절, 겁쟁이에다 눈치도 없던 나의 처절한 생존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

 

 눈을 떴다.

 나는 숨이 막혔다가 뚫린 사람처럼 거칠게 호흡하고 있었다. 뿌연 연기가 주위를 뒤덮고 청각을 잃은 듯한 이명이 머리통을 울리기 시작했다.

 폭격이었다.

 서서히 먼지가 걷히면서 박살 난 자동차와 절반이나 뜯겨나간 건물의 외형이 보였다. 앙상하게 드러난 뼈대는 충격적이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아직 생존자가 있다고!

 아니, 너희만큼이나 많다고!

 굉음을 내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투기를 보며 속으로 외쳤다. 미친놈들. 이제는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인가.

 시작은 전남 목포였다.

 뭐 바이러스의 출처는 빙하가 녹으면서 고대 바이러스가 깨어났는데, 그걸 호흡기로 마신 중국 연구팀이 베이징으로 돌아와서 어쩌고저쩌고 블라블라블라······.

 어쨌든 정부는 중국에서 창궐한 강력한 좀비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인천을 비롯한 모든 항구를 폐쇄했다. 하지만 목포로 들어오는 마지막 배에 빌어먹을 보균자가 있었다.

 배는 문을 열었고 화물칸에서 변이된 좀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다행히도 바이러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고, 중국의 경험을 본 따서 전주를 따라 길고 긴 방어선이 이어졌다.

 그러나 방어선은 얼마 가지 못했다.

 방어선은 2선, 3선으로 계속해서 밀려났고 충청도를 지나 동해안 일부를 남겨둔 채 경기도까지 밀려났다.

 대규모 헬기부대를 이용해 지방의 중소도시의 생존자들을 퍼다 나르던 정부는 언제부턴가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방어선이 밀려날 때마다 무자비한 폭격을 해버리는 것이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봤다. 작전명 무풍지대라나 뭐라나. 폭격으로 모든 걸 파괴하는 그런 작전이라고.

 이제는 그조차도 무기와 인력이 부족한지 산발적인 폭격만이 이어질 뿐이다. 38선을 지키는 포병부대들은 북한에서 내려오는 좀비들을 막느라 여념이 없는 듯했다.

 이건 그냥 개인적인 생각인데, 2천만 북한 인구가 죄다 좀비로 변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누군가 남한을 향해 보내고 있든지.

 빌어먹을.

 생각해보니까 또 화가 난다. 난 그저 자고 있었을 뿐인데. 자고 일어났더니 방어선은 내가 사는 동네를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이제는 경보기나 문자발송시스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자기만 했다. 적어도 문자라도 왔다면 도망칠 기회 정도는 있었을 텐데.

 크아악!

 멀리서 좀비 하나가 달려온다.

 어떻게 죽이는지 알고 있다. 수없이 들었고 수없이 봤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없다.

 저 미친 것들과 몸을 가까이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요단강을 건너는 기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달리는 것 뿐.

 잘난 거라고는 없는 내가 학창 시절 내내 육상마저 하지 않았다면 죽어도 벌써 죽었을 거다.

 헉! 헉!

 놈을 순식간에 따돌리고 대로변으로 나왔을 때였다. 갑자기 달렸더니 지친 몸이 육수를 마구잡이로 뽑아내고 있었다.

 젠장, 목말라 죽겠네.

 응? 저건 또 뭐야?

 물을 찾던 내 눈이 이상한 장면을 포착했다.

 상체만 남은 좀비 새끼 하나가 자판기에 깔려 있는데, 웬 여자가 우두커니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자니 몇 마리의 좀비가 대로변으로 나오는 게 보였다.

 나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당신도 마찬가지로.

 “이봐요! 그렇게 구경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내가 거칠게 소리쳤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좀비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비명 섞인 말을 내질렀다.

 “내가 소개팅 받기 싫다고 했잖아요!”

 푸욱!

 여자는 들고 있던 송곳을 좀비의 머리에 박아 넣었다. 그녀의 비명에 발광하던 좀비는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여전사와도 같은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문득 그녀의 목에 걸린 무언가를 발견했다.

 죽은 좀비의 목에도 같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같은 회사인가? 얼핏 사진을 보니 남의 것을 끼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문지수.’

 그녀의 이름인가보다.

 어쨌든.

 “안 가요? 뛰어야 해요!”

 내가 재차 강조하자 지수는 나를 흘겨보고는 맞은편 빌딩으로 달려갔다. 뭐야? 좀비가 몰려드는 걸 보고 도움을 줬더니. 뭐 따지고 보면 딱히 도움을 준 것도 없지만.

 하는 수 없이 지수를 따라 그 빌딩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달려드는 좀비의 수가 점점 더 늘고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젠장. 그런데 이대로 건물로 들어갔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 이제 더는 헬기로 생존자를 구출해주지도 않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건 끝이 빤히 보이는 짓이었다.

 그래도 밖에서 뜯기는 것보다는 낫다.

 미친 듯이 달린 나는 금세 지수를 따라잡았다. 때마침 승강기의 문이 닫히고 있었다. 우리 둘은 닫혀가는 승강기를 향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질주했다.

 다행히 우리를 발견한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승강기 안에 있던 여자는 막 들어서는 우리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녀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보잉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설마 핫팬츠 아래 드러난 허벅지에 끼고 있는 거, 저거 칼이야?

 “뭘 봐?”

 휘둥그레진 눈으로 올려다보자 여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노려봤다.

 왜 반말이세요?

 차마 말로 하진 못했다.

 “아, 아뇨. 그거 진짜 칼인가 해서요.”

 나는 쭈꾸미처럼 잔뜩 쭈그러든 채로 대답했다. 하지만 다시 시선이 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허벅지에 칼집을 둘러메다니. 게임에 나오는 여전사가 떠올랐다.

 그런데 가죽으로 된 칼집에 무언가 새겨져 있었다.

 ‘강하리.’

 “이름이······ 강하리에요?”

 하리는 자신의 칼집을 내려다보고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보기보다 눈썰미가 좋네. 반쯤 모자라게 생겨 가지고는.”

 욱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아니, 반박할 수 없다기보다 허벅지의 칼보다 더 놀라운 저 권총······. 이 여자 도대체 뭐야? 권총은 어디서 난 거냐고. 탄창을 확인하고 재결합하는 손놀림이 내가 숟가락질을 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다.

 하, 염병. 군대나 갔다 올걸.

 면제 받았다며 신의 아들이라고 좋아하던 내가 멍청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러던 그때였다. 가만히 있던 지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모자라게 생겼다니요? 이봐요. 지금 이 분 처음 보는 거 아니에요?”

 “오호. 애인이신가?”

 하리가 비꼬듯 말했다.

 저기요? 똑똑똑?

 아니, 왜 갑자기 싸워요.

 “아뇨. 애인 아니고, 방금 만난 사람인데요. 그런 걸 떠나서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시죠.”

 “아가씨, 고집 있네? 귀엽게 생긴 게 내 스타일이야. 뭐 그렇다고 내가 동성애자라는 건 아니고.”

 지수가 발끈하려던 순간, 꼭대기 층에 도착한 승강기가 알람 소리를 토해냈다. 잘 됐다. 이 둘 사이에 계속 끼어있다가는 잘못 쏜 총알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띵!

 “둘 다 살고 싶으면 조용히 따라와.”

 선글라스를 고쳐 쓴 하리가 권총을 겨누며 달려 나갔다. 복도를 확인도 안 하고 막 달려 나가도 되는 거야? 주인공인가? 미치겠네.

 어쨌든 안전하다는 걸 확인한 지수와 나는 하리의 뒤를 따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승강기를 중심으로 복도의 양쪽 끄트머리에 좀비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워낙 빠르게 지나가서인지 제대로 쫓아오지 못했다.

 두 번의 층계참을 지나자 옥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문이 나타났다.

 그런데······.

 철컥! 철컥!

 미친! 이건 또 왜 잠겨있어?

 나는 흥분하며 손잡이를 마구잡이로 돌렸다. 지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불안하게 아래를 보고 있었고, 하리는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인데.”

 계획? 내가 잘못 들었나?

 이 정신 나간 사태를 겪으면서 계획이란 걸 가지고 있다고? 특수부대? 아니면 뭐 본인이 툼레이더라도 되시나?

 “계획······ 이라뇨?”

 나는 최대한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어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 그런 줄만 알고 있어. 나중에 나한테 고맙다고 큰절하게 될 테니까. 그나저나, 이 엿 같은 자물쇠를 뭐로 부수지?”

 하리라는 이름의 이 여자, 너무 와일드하다. 너무 와일드해서 보고 있는 내가 숨이 막힐 지경이다. 내 머릿속이 하얘졌을 때, 그녀는 손잡이를 부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으아아아아! 비켜요!”

 웬 남자가 층계참에서부터 소화기를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좀비가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 저런 비명을 지르다니.

 미친놈인가?

 어쨌든 소화기에 맞고 죽을 순 없어서 재빨리 옆으로 물러났다. 하여간 난 내가 봐도 몸 쓰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르다.

 쾅! 쾅! 쾅!

 순식간에 계단을 올라온 남자가 소화기로 손잡이를 내려찍어댔다. 두 번, 세 번, 네 번. 그리고 결국 굳게 잠겼던 손잡이가 통째로 박살이 났다.

 지켜보던 하리가 놀랍다는 듯 눈썹을 치켜든다.

 “제법인데? 근데 몸을 잘 써서 그런지 확실히 지능이 달리네.”

 “뭔 소리에요?”

 남자가 거칠게 대답하자, 하리는 무시하듯 문을 열고 옥상으로 나갔다.

 “이렇게 손잡이를 통째로 뜯으면 우리가 밖에서 잠글 수가 없잖아.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지. 뭐 어쨌든 열긴 열었으니 나가기는 하겠지만.”

 남자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관련 없는 내가 들어도 황당한데, 본인은 오죽할까. 고맙다는 말은 못할망정. 이래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서면 안 돼.

 가만히 있어야지.

 그때,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옥상의 환풍기 뒤에서 웬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나 놀랐는지 다들 행동도 제각각이었다.

 하리는 기계처럼 권총을 겨눴고, 지수는 바닥에 떨어져있던 안테나를 주워들었다. 손잡이를 박살냈던 남자는 소화기를 들었고 나는, 나는 그냥 주저앉아버렸다.

 좀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난 실수로 미끄러진 것처럼 허리를 붙잡고 일어나서 자연스레 스트레칭을 했다.

 하리가 고개를 젓는다.

 뭐? 고개는 왜 젓는데? 미끄러질 수도 있지. 거짓말도 진짜 믿고 하면 진실이랬다고. 어쨌거나 모두의 시선은 다시 환풍기에서 나타난 남자에게로 향했다.

 하리가 물었다.

 “당신 혼자야?”

 “네. 혼자에요. 이게 몇 시간 만에 보는 살아있는 사람인지 모르겠네요. 반가워요. 전 히키라고 해요. 교포라서 이름이 이래요. 네 분은 친구?”

 히키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고는 재빨리 대답했다.

 “아, 아뇨. 저는 김우주라고 해요. 이 분들은······.”

 “풉! 우주는 얼어죽을. 난 하리.”

 검지와 중지만 편 하리가 이마 앞을 까딱였다.

 “전 지수에요.”

 “저는 좀비입니다.”

 철컥!

 여유롭게 인사를 하던 하리가 반사적으로 돌아서며 총을 겨눴다. 나머지의 시선도 마찬가지. 이름을 들은 난 코가 시큰할 정도로 인상을 구겼다.

 남자의 이름은 좀비.

 빌어 처먹을. 내가 잘못들었나?

 실명이 좀비라니.

 그것도 한국인이!

 “워, 워! 다들 진정해요!”

 그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안테나의 날을 세우는 지수와 재빨리 물러나는 나와 히키, 그리고 총구를 겨눈 하리를 본 남자가 황급히 손을 저었다.

 “왜들 이래요?”

 “이름이 좀비라고? 지금 나랑 장난해? 다시 한번 말해봐. 바로 방아쇠를 당겨줄 테니까.”

 하리가 특유의 중저음으로 협박했다.

 정말, 쏠 것 같다.

 “아뇨. 좀비가 아니라, 조온비에요. 조온비!”

 탕!

 남자의 해명이 늦은 걸까?

 아니면 하리의 행동이 빨랐던 걸까? 총구가 화염을 내뿜으며 총알을 토해냈다. 그거 아니야, 그거 아니라고.

 살아있는 사람이잖아!

 지켜보던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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