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른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던 어느 날 오후.
아파트 놀이터에 두 아이가 마주 보고 서 있다.
긴 생머리에 깊고 까만 눈동자를 가진 설아와 부드러운 갈색 곱슬머리와 잘 어울리는 뽀얀 피부, 맑은 눈을 가진 우진이 그 둘이다.
“설아야...”
우진이 울먹이며 설아의 이름을 부른다.
“안 가면 안 돼?”
“응. 안돼. 가야 해.”
꾹 다물고 있던 입을 떼어 설아가 단호하게 얘기한다.
‘울지마, 유설아. 울지마...’
“그럼, 우린 어떻게?”
우진의 맑은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한 번만 깜빡이면 주르륵 쏟아질 지경이다.
설아는 다시 담담한 목소리로 애써 밝게 웃으며 대답한다.
“다시... 만나면 되지!”
슬픈 미소를 지으며 우진에게 손을 내미는 설아의 머리 위로 눈송이 같은 벚꽃이 흩날린다.
***
5년 뒤, 필라델피아 국제공항
키가 훌쩍 컸다.
하지만 여전히 긴 생머리에 깊은 눈매를 갖고 있다.
신비롭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이기도 하는 눈동자다.
“설아야...”
어깨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에 설아와 똑 닮은 눈매를 가진 설아의 엄마가 힘들게 입을 떼어 제 앞에선 예쁘고
고운 아이를 불렀다.
“엄마가 미안해... 흐흐흑...”
“엄마, 걱정 마. 나 잘할게.”
설아가 떨리는 엄마의 어깨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오늘부로 이렇게 엄마를 위로해 주는 것도 마지막이야.’
설아는 엄마의 흐느낌이 어서 진정되기를 바라며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나는 오늘 한국으로 돌아간다. 제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우진아,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