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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서문 (프롤로그)
작성일 : 20-08-05 23:08     조회 : 416     추천 : 0     분량 :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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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너를 위하여

 

 서문 (프롤로그)

 

 “아이고, 고놈 참! 입김 한번 대단허다. 잎사귀 푸르르던 천년 고목도 벌거숭이 신세 면할 방도가 없다.”

 

 툭. 툭.

 

 어미는 아침 일찍부터 도살장을 기웃거렸다. 얻어온 돼지 오줌보를 깨끗이 손질하여 공기를 후 불어 넣고는 입구를 단단히 꿰매 봉했다.

 

 꼬아 만든 새끼줄로 적당히 감아 딸에게 주었더니, 오줌보는 어린 소녀의 발등과 담벼락을 오가며 해가 뜨고 질 때까지 멈출 줄을 몰랐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백팔 땡중이 모여 합장하는데, 잘도 한입 마냥 아미타불.”

 

 이제 막 대여섯이나 되었을까? 혼자 공을 차며 노는 어린 소녀의 작은 입술이 야무지게 움직였다. 구성진 노랫가락은 어둑어둑한 골목 안으로 외로이 울려 퍼졌다.

 

 “이보시오 도사 양반. 그 많던 땡중 어디 갔소? 아, 그들은 저 멀리 곤륜에 닿은 것 같소. 곤륜산 지키는 육오(陸吾)가 108번 트림하는 것을 내가 보았거든.”

 

 툭 툭

 

 “아니라오, 아니라오. 그런 것이 아니라오. 매화 향기 진할 적에 꽃구경 갔다 하던데? 어디 땡중 주제에 미인 구경이나 해 봤으려고. 목에 단도가 박히는 것도 모르고 취한 듯 극락 갔다 하던데.”

 

 

 한두 번 불러 본 솜씨가 아닌 듯, 아이는 나이에 맞지 않게 기교가 아주 능숙했다. 소녀의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성진 가락은 퍽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가도, 이상하게 귀에 꽂혔다.

 

 “아이고, 고놈 참! 입김 한번 대에단 허다! 겨울 지나면 새싹 날까 했더니만. 천년 고목 가지를 땅에 처박아 넣고, 뿌리를 하늘로 쭉 뻗어 놓은 채로 가버리다니.”

 

 퉁. 퉁. 또르르.

 

 “민아-! 이제 그만 돌아오거라, 저녁때가 다 되었지 않느냐-!”

 

 그때였다. 마침 아이를 찾는 아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을 차던 소녀는 제자리에 우뚝 멈춰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

 

 장님인 아버지가 저를 찾겠다며 문지방을 넘다가 또 언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지 몰랐기에, 소녀는 냉큼 소리 높여 대답했다.

 

 “아버지! 민아 여기 있어요!”

 

 앙증맞은 발을 빠르게 놀려 소녀는 단숨에 아비에게로 달려갔다. 눈을 두건으로 가리고 선 아비는 문 앞까지 나와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는 고사리 같은 손을 뻗어 아버지의 지팡이를 붙잡았다. 그러자 애타게 딸을 찾던 아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민아. 너는 배도 고프지 않은 게야? 아비가 해 떨어지면 오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느냐.”

 “네, 네! 아버지 어서 가요! 갑자기 배가 억수로 고파요!”

 “녀석.”

 

 무언가를 잊은 것도 같은데. 하지만 이제 다섯 살 난 아이는 향긋한 밥 냄새를 맡고는 면역도 없어 금세 잊고 말았다. 코를 킁킁거리며 장님인 아비의 지팡이를 끌고서 씩씩하게 집안으로 들어섰다.

 

 "아버지! 거기 서서 뭐 해요? 보이지도 않으면서."

 "아, 아니다. 가자꾸나."

 

 툭. 데구루루.

 

 그리고 꼬마와 아비가 집안으로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바람에라도 치인 건지, 아무도 없는 것이 분명한 골목으로 조금 전까지 소녀가 갖고 놀다 깜박한 공이 느리게 굴러갔다.

 

 툭! 투욱.

 

 소녀마저 떠나 아무도 남지 않은 골목 안으로 작은 소용돌이가 일었다. 모래와 낙엽이 휘말려서는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아이고, 고놈 참! 입김 한번 대단했다. 잎사귀 푸르르던 천년 묵은 고목도 벌거숭이 신세 면할 방도가 없더라.]

 

  참 희한하게도 바람결에는 아이가 부르던 것과 똑같은 노랫가락이 실려있었다. 목소리는 어느 노인의 목소리 같기도 했고, 까랑까랑한 아가씨의 것 같기도 한 것이. 참으로 괴이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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