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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보라색
작가 : Riley
작품등록일 : 2020.8.1

이 소설은 저에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어요.
여러 '처음'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건 역시 '첫 소설'인 것 같네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운명'인데요, 아마 이 후로도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운명'에 대해 쓰지 않을까 싶어요.
[이,보라색]은 '운명'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를 궁금해하며
써 내려갔던 저의 첫 중편소설입니다.

너무너무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연히, 또는 운명처럼, 읽어주실 분들께도 미리 인사 전할게요.
감.사.합.니.다.

 
#1
작성일 : 20-08-01 21:58     조회 : 424     추천 : 0     분량 : 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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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꼭 감았다 떴다. 다시 봐도 똑같았다. 기념사진을 찍어 주고 있는 남자의 색이 이상했다. 머리 위에 움직이는 색 덩어리가 있는 건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었지만, 색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갖가지 색의 움직이는 덩어리가 사람들 머리 위에 있다면, 이 남자에겐 한 줌의 안개가 있었다.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붉은 빛이 도는, 안개 낀 새벽이 떠올랐다. 큰 키에 차이나 칼라가 달린 짙은 남색 유니폼을 입고 있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근처 어느 호텔에서 근무하는 듯 했다. 좀 더 가까이서 보니 분명 사무실 주변을 지나다 두어 번 봤던 얼굴이다. 그 때 봤던 이 남자의 색은 검붉은 색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남자는 정장 차림을 하고 우산조형물 아래 서 있는 두 명의 외국인을 사진에 담고 있다. 남자의 옆에는 같은 유니폼을 입은 다른 남자가 있다. 동료의 색은 분명하게 보였다. 덜 익은 레몬이 생각나는 연두 빛이 도는 노란색이다. 조형물 아래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색도 확실히 보인다. 한 명은 팬톤색상표 한 장을 떼어 붙인 듯한 코발트블루, 다른 한 명은 체다 치즈가 떠오르는 주황이다.

 

 남자를 쳐다보느라 우산공원 입구에 서 있었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던 어떤 여자가 내 오른쪽 팔을 치고 지나갔다. 그 바람에 오른쪽 정강이를 볼라드에 부딪쳤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나와 부딪힌 여자는 일행과 함께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사과도 없이 가버렸다. 나는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통증이 있는 다리를 문질렀다. 그러면서도 우산조형물 쪽을 계속 바라봤다. 남자는 들고 있던 커다란 카메라를 코발트블루 남자에게 건넸다. 넷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듣고 싶었다. 그들과 가장 가까운 벤치에 앉았다. 벤치에 앉자마자 저릿저릿한 정강이를 다시 주물렀다.

 “왜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 걸까요? 광화문 앞도 아니고.”

 “U생명 관계자잖아. 여기 U생명이 후원해서 만들어진 공원인거 몰랐어? 진우씨, 이런 부분에도 신경 좀 쓰자.”

 레몬이 점점 덜 익은 상태로 돌아가듯 남자의 노랑이 연둣빛을 띄면서 움직임도 빨라졌다.

 “영어는 원어민 수준이니까 투숙객들 니즈까지 잘 파악하면 더 좋을 거란 얘기야.”

 안개 남자가 레몬 남자의 어깨를 툭 친다. 남자의 시선이 상대방의 얼굴보다는 약간 위에 있는 것 같았다.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안개 남자의 명찰을 읽어보려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얼른 하늘을 바라보는 척 고개를 들었다. 그 사이 외국인들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남자 둘도 함께 움직였다. 잠시 망설였다. 네 남자는 빨리도 걸어갔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 남자가 내가 평생 기다리던 사람일 수도 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뒤따라갔다.

 

 그들은 F호텔로 들어갔다. 승용차 한 대가 내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바로 따라 들어가지 못했다. 서둘러 로비로 가 남자를 찾았다. 외국인 둘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었다. 승강기가 있는 곳에는 벽이 세워져 있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레몬 남자를 발견했다. 리셉션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여쭤 볼 게 있는데요.”

 “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잠시 머뭇거렸다. 뒤따라 왔다는 걸 들키지 않으면서 안개 남자에 대해 물어볼 말을 찾고 있었다. 레몬 남자는 가만히 나를 본다.

 “좀 전에 같이 계셨던 동료분이요. 제가 아는 분 같아서 그러는데, 성함 좀 알 수 있을까요?”

 “어떤 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인상착의 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키가 꽤 크시고, 외국인 두 분과 함께 계셨어요.”

 “남매니저님 말씀하시는 건가?”

 옆에 있는 동료를 바라보고 몇 마디 나누었다. 레몬 남자는 ‘Mark Lee’라고 적힌 명찰을 달고 있다.

 “그게 낫겠네. 저,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연락드린 후 알려드리겠습니다.”

 “어, 아니요, 그렇게까지는. 하실 필요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선으로 연락했다. 두 손을 뻗어 그 팔을 잡을 뻔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서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곧 오실 겁니다.”

 늦여름 호텔 로비에서 한기를 느꼈다. 갑자기 머리도 지끈거렸다. 등을 따라 얼음 한 덩어리가 흘러내린다. 내 옆으로 저마다 캐리어를 끌고 있는 중국인 몇 명이 들어왔다. 입구 쪽으로 두 걸음쯤 물러났다. 이 틈을 타 슬그머니 나갈까 생각했다.

 

 “날 찾는 분이 계시다고?”

 “네, 이 앞에, 아, 저쪽에 계신 분이요.”

 도망갈 틈을 놓쳐 버렸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안녕하세요, 절 찾으셨다고요?”

 “아, 안녕하세요, 그러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실 지도 모르지만, 제가 아는 분 같아서요.”

 머리 위쪽을 먼저 본 후 명찰을 확인했다. 역시 붉은 안개다. 그리고 ‘남태영’이란 이름은 모른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이 F호텔 바로 옆 건물이다. 그래서인지 몇 번 스친 것 같다. 얼마 전 사무실 빌딩 뒤 구석에서 혼자 담배 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호텔 유니폼을 입은 채로 다른 건물에서 흡연하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 때 봤던 이 남자의 색은 검정이 많이 섞인 어두운 빨강이었다. 그 날에도 이 남자의 색에 이상한 점이 없었는지 억지로 기억해 내려는데, 옆에 있는 중국인 무리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리셉션이 분주해졌다.

 “저 쪽으로 잠깐 가실까요?”

 남태영은 로비 중앙에 있는 소파로 안내했다. 앉으라는 손짓을 하면서 무선을 취했다.

 “기다리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나를 유심히 보더니 서비스직 종사자 특유의 학습된 미소를 지은 채 다시 말한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아, 저는.”

 가방에서 명함지갑을 찾았다. 모서리가 조금도 뭉개지지 않은 명함을 찾느라고 가방 안에서 명함을 몽땅 꺼냈다. 고르고 고른 명함을 손이 떨리지 않게 신경 쓰며 내밀었다. 나머지는 도로 지갑에 넣지도 못 하고 가방 속에 흩뿌렸다.

 “저는 ‘이보라’라고 합니다.”

 양손으로 내 명함을 건네받은 남태영은 명함을 유심히 봤다. 그가 명함을 보는 사이 나는 그의 머리 위를 관찰했다. 확실히 다른 사람에 비해 희미했다. 단순히 옅은 색을 가진 걸지도 몰라 눈을 꼭 감았다 뜬 후 다시 한 번 봤지만, 아니었다. 붉은 색이 약간 돈다는 느낌만 준다. 또렷이 보이지 않아 움직임이나 형태도 잘 파악이 안 된다. 지난 번 담배 피는 모습을 본 뒤 오늘 공원에서 다시 마주치기까지,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불치병에라도 걸려 생명이 꺼져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봤다. 서비스 업종은 스트레스가 많을 테니까, 지나친 흡연으로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폐암에 걸렸을지 모를 일이었다. 이번엔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기엔 혈색이 너무 좋다. 그래도 혹시 이 남자가 죽으면, 여기까지 생각했는데 남태영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혹시 Y초등학교 나오셨나요?”

 “네? 네, 맞아요. Y초등학교 졸업하셨어요?”

 “중간에 전학 가는 바람에 졸업은 못 했어요. 그럼 절 아는 분이 맞는 것 같네요. 나, ‘남태평양’이야. 이보라.”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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