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눈을 떠보니 여자가 없는 세계였다
작가 : 오리에탈
작품등록일 : 2020.7.31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을 영화로 찍었다면 어떤 제목으로 나왔을까? <미친 놈들>, <병신 같은 놈들>, <쓰레기 새끼들>. 아마 이런 제목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건 진짜 군대보다 더한 지옥이었다. 이 시대 인간들이 여기가 지옥이라는 걸 몰라서 그렇지.

사실 나도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잘 모르겠다. 알고 있는 건, 눈을 떠보니 엄청 먼 미래에 와 있었다는 것. 그것도 우주력 4천년이다. 서기니 기원전이니 하는 건 완전히 잊혀진 세상에 와 있었다. 우리가 차를 타고 다녔듯이 여기 살아있는 대부분이 우주선을 타고 다녔다. 처음엔 별 세상에 왔다고 좋아했지.

하지만 여자가 없었다.

 
프롤로그 - 도망자 캡틴 트랜스의 일기(2)
작성일 : 20-08-01 02:25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864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눈을 떠보니 여자가 없는 세계였다

 

 CH01 캡틴 트랜스

 

 프롤로그 - 도망자 캡틴 트랜스의 일기(1)

 

 여자의 존재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여자란 존재를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 제1우주군 총사령관 지그문트

 

 

 

 우주력 4120년 12월 24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을 영화로 찍었다면 어떤 제목으로 나왔을까? <미친 놈들>, <병신 같은 놈들>, <쓰레기 새끼들>. 아마 이런 제목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건 진짜 군대보다 더한 지옥이었다. 이 시대 인간들이 여기가 지옥이라는 걸 몰라서 그렇지.

 사실 나도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잘 모르겠다. 알고 있는 건, 눈을 떠보니 엄청 먼 미래에 와 있었다는 것. 그것도 우주력 4천년이다. 서기니 기원전이니 하는 건 완전히 잊혀진 세상에 와 있었다. 우리가 차를 타고 다녔듯이 여기 살아있는 대부분이 우주선을 타고 다녔다. 처음엔 별 세상에 왔다고 좋아했지. 이건 마치 세탁기와 냉장고, 자동차, 컴퓨터, 스마트폰이 없던 세상에서 살던 사람이 처음으로 문명의 이기를 접하는 것처럼 별세상에 온 것 같았다.

 하지만 여자가 없었다.

 이 세상에는 여자가 없었다. 전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진짜 이런 미친 곳에서 눈을 뜨게 될 줄이야.

 그래도 다행인 건 나만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눈을 뜬 게 아니란 거다. 고등학교 동창들이랑 여행을 갔는데, 거기에 있던 놈들 전부 이렇게 된 듯하다. 팩트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역사적 기록에 내 친구들이 남아있는 거 같다.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미친놈들이 무슨 짓들을 벌인 건지. 한 놈도 정상적인 놈이 없었다.

 물론 이 녀석들이 행했던 그 모든 괴상한 짓들이 이해가 간다. 이 세상에는 여자가 없거든. 여자가 없는 빌어먹을 !@#%&^%# 세상에 떨어졌으니까.

 

 우주력 4120년 12월 24일 오후

 제국군 미친놈들 때문에 진짜 기가 막힌다. 이 멍청한 자식들이 우주 로봇 괴수들과 싸우던 와중에 나를 공격했다. 이게 얼마나 어이가 없는가 하면, 같이 독립운동을 하면서 일본군과 싸우고 있는데, 일본군을 거의 궤멸시키는 와중에 공산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동료인 나를 저격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뭐, 실제로 자유시 참변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이러했지. 공산주의를 믿을 수 없다며 극비리에 부하들을 데리고 돌아간 김좌진 장군을 제외한 독립군 부대 연합(대한독립군단)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으니까. 같은 편이라 생각했던 공산주의자들이 공격했거든. 이로 인해 대한독립군단은 일본군에 저항할 수 있는 민족적 힘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대한민국은 외세의 능력으로 해방을 이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자주 독립을 이룩하지 못한 우리 대한민국은 남과 북의 분단을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역사에 만약이라는 말은 없지만, 그래도 만약 자유시 참변만 없었다면 일본군에 대항한 군대가 있었기에 우리는 그처럼 어이없을 정도로 외세의 참견을 받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한독립군단이 자유시에 집결한 궁극적 목적은, 분산돼 있던 독립군 부대들이 힘을 합쳐 단일한 조직 아래 대일항전을 전개하려는 것이었고, 적군(赤軍)을 도와 일본군을 몰아냄으로써 자치를 보장받으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여러 개로 갈라져 있던 민족주의 계열 독립군 10개 부대가 대한독립군단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통합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 이전에는 민족주의 계열의 독립군단과 공산주의 계열의 한인 무장 세력이 있었는데, 같은 편이나 마찬가지였던 공산주의 계열 한인 무장 세력이 소련의 적군과 함께 기관총, 장갑차, 대포를 포함한 각종 무기로 대한독립군을 공격했고, 천 명에 가까운 독립군을 포로로 붙잡아 머나먼 타국의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하고 말았다. 뭐, 일종의 배신을 당했다고 할까.

 그런데 지금 이와 비슷한 일이 나에게 벌어진 것이다. 공동의 적이었던 우주 로봇 괴수들 앞에 두고 제국군과 연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주 로봇 괴수를 공격하다 말고 나를 공격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떤 행성에 추락하듯 불시착하여 숨어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제국군 이 멍청한 놈들 때문에 우울하게 혼자서 이러고 있다. 하긴, 제국군의 추격이 없었다 해도 여자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건 그대로긴 하다.

 

 우주력 4120년 12월 24일 오후 2시

 아무래도 내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이 세상의 세력 구조를 잠깐 이야기해야 할 거 같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은 크게 두 개의 세력이 지배하고 있다. 하나는 제국군이라는 이단들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주의자 연합이다. 여자주의자에도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나는 그 중에서도 존팔교도였다. 뭔가 사이비스러운 이름이기는 한데, 나에게도 선택권이 없었다.

 여자주의, 존팔교도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여자주의자들은 여자라는 존재가 있다고 믿는 자들이다. 하지만 이 믿음에는 다양한 믿음이 존재한다. 자기 스스로를 여자라 생각한다면 그때부터 나는 여자가 된다고 믿는다거나, 여자란 존재하지만 물질적 실체는 없다고 주장한다거나, 내가 누군가를 여자로 생각하면 그때부터 그는 여자이니 그 사람을 귀하게 대해야 한다며 색즉시공 공즉시색 같은 소리를 하는 놈들도 있었다. 그리고 여자란 천사나 신, 악마 같은 영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놈들도 있었고. 그리고 우리 존팔교도처럼 우주 어딘가에 여자가 있음이 분명하니 반드시 여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믿는 광신도들도 존재한다. 그래, 내가 이 광신도 중에 하나다.

 존팔교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여자가 있는 저 우주 너머, 우주 로봇 괴수들이 가로막고 있는 저 너머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왜냐면 우주 이쪽에는 여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주의자들 중에서도 존팔교도들은 극단주의자 혹은 문자주의자로 분류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존팔교도라는 이유만으로 저 쓰레기 같은 제국군에게 공격받은 거다. 이 미친놈들이 진짜, 생각할수록 열 받는다. 내가 지들한게 욕을 했어, 아니면 공격을 했어. 아니 가만히 있는 존팔교도를 왜 건드리냐고. 내가 무슨 피해를 줬다고. 이런 게 바로 종교탄압이다.

 

 우주력 4120년 12월 24일 오후 3시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미친놈이면 정상인 놈이 미친놈 취급을 받는다. 그래 안다. 어떻게 아냐고? 지금 내가 이러고 있으니까. 나는 여자가 있던 세상에서 살다가 여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세상 속으로 떨어졌다. 마치 원뿔이 삼각형 나라로 떨어진 느낌이다. 즉, 3d 세상에 살던 사람이 2d 세상으로 떨어진 거 같다. 아무리 옳은 이야기를 이야기하도 이 녀석들은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 여자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전혀 없던 시대를 산 양투투가 얼마나 답답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주력 4120년 12월 24일 오후 3시 10분 즈음

 지금 내 일대기를 적으면 어떤 장르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SF 정도는 되지 않을까? 아니면 먼치킨? 실제로 나는 얼마 전까지 우주에서 우주 로봇 괴수와 싸우면서 활약했고, 지금은 우주선을 타고 나폴레옹이라는 작은 별로 놀러(?) 왔다. 제국군의 포격으로 우주선이 망가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바다 위를 표류중이지.

 아니면 판타지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이 세상에서는 마법 같은 걸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로는 거의 온 우주에 인터넷 네트워크인지 생체 네트워크인지가 연결되어 있는데, 각 사람은 이것을 통해서 인터넷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대충 우리는 이것을 ‘시스템’이라고 불렀는데, 시스템에 접속해서 포인트만 내면 젊어지거나 떨어진 팔을 붙이거나, 심장을 바꿔 끼거나 할 수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내가 100년이나 이 세상에서 살면서 경험해봤기에 잘 안다. 지금 내 얼굴만 해도 인간의 최전성기 나이라고.

 아니면 전쟁물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삼국지나 은하영웅전쟁 같은 거 말이다. 우주 로봇 괴수들이 판치는 우주 외곽과 우주의 중화를 외치는 제국, 중세 기독교 연합을 떠올리게 하는 여자주의 연합, 이렇게 세 개의 세력이 있으니까 말이다. 위, 촉, 오라고 부를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우주 로봇 괴수들의 서식지가 너무 방대하긴 하지만.

 우주 로봇 괴수들은 우리를 지배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렇다고 평화롭게 둘 생각도 없는 듯했지만. 마치 군대에서 병사들을 편하게 놔두면 사고 친다는 그런 생각으로 이리 뺑이 치게 만들다 또 저리 뺑이 치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SF, 판타지, 전쟁물까지 했으니 또 뭐가 있을까? 뭐, 아무튼 로맨스 소설은 될 수 없다. 놀랍게도, 한국의 거의 모든 드라마에는 로맨스가 가미되어 있지만 내 삶에 로맨스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는 여자가 없기 때문이다. 미친 세상이다 정말.

 

 우주력 4120년 12월 27일

 내가 나폴레옹이라는 작은 행성에 불시착하여 바다를 표류한 것도 2주 정도나 되었다. 우주선은 거의 망가진 상태였고, 나폴레옹이 제국군의 영역 안에 있는 별이었던 탓에 지금 나는 제국군의 표적이 되어서, 잡히면 그대로 처형될 신세였다. 제국은, 여자의 존재를 믿는 모든 자를 이단으로 규정하여 화형시키는 괴랄한 놈들의 우주 국가로, 그래도 우주괴수와의 싸움에서는 종종 그 군대와 연대하곤 했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맞았다. 하긴, 시스템 전체 랭킹에서 제국군 놈들을 제치고 1위를 한 게 몇 번인지 모르니, 녀석들 입장에서는 내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긴 하다.

 제국은 여자를 믿는 존재는 정신이 허약해서 제국군과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교육하고 있는 놈들인데, 실제로 우주 괴수 로봇과 싸우기 위해 조직된 우주 연합군 내에서는 제국군보다 나와 같은 놈들이 훨씬 랭킹이 높다. 나야,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고, 나 말고 다른 놈들 중에도 여자란 존재를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미친놈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냥 ‘죽지 않기 위해 하지요’라고 말하면서 수종적으로 괴수 로봇과 싸우는 제국군과는 마음가짐이 다른 것이다. 얼른 괴수 로봇을 전멸시켜야 하는 나와, 찾아오지만 않으면 굳지 싸우지 말자는 제국군. 누가 더 많은 우주 괴수 로봇을 공격하겠는가? 절대 비교할 수가 없지. (심지어 나는 한국인이다. 게임 하면 한국이니까.)

 현 상황을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 우주 건너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여자의 존재를 찾기 위해, 경계 근처의 로봇 괴수들과 몇 십 년 간 결전을 벌여왔던 S급 군인 <나>는 어쩌다 보니 동료들과 함께 제국 군인들과 싸우다 제국군 영역에 있는 별에 불시착하고 말았다.

 놈들의 기습을 받고, 녀석들 중 우두머리의 기체를 날려버리고 도망치다 이렇게 놈들의 별 중 하나로 들어오게 된 지도 이제 벌써 2주 정도 흘렀는데, 연일 우주방송에서는 나의 생존을 두고 뉴스가 나왔다. 온 우주의 관심을 받고 있지. 하지만 이 모든 관심을 받고 있는 나는 바다 위에서 멍 때리고 있지만. 오죽 심심하면 이렇게 일기를 다 쓰고 앉았을까. 같은 말 또 쓰고 같은 말 또 쓰는 그런 일을 반복하고 있다. 진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려니까 정말 심심해서 미칠 거 같다.

 지금 내가 대화할 수 있는 작자는 스스로를 ‘위저드’라고 부르는 이상한 놈이었다. 자칭 우주 제일의 해커라고 하던데, 이 자칭 우주 제일의 해커 위저드의 도움을 받아 제국군의 추적에서 안전하게 도망치고 있었다.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를 표류하면서 말이지. 사실 여기서 나가는 거야 S급 군인인 <나>에게는 간단한 일이지만, 제국군의 추격 때문에 쉽게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S급 군인이라도 인해전술을 이길 수는 없거든.

 그런데 위저드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어왔다. 이것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시스템을 해킹해서 나에게 새로운 신분을 줄 수 있다는 거다. 새로운 신분만 있다면 제국 영역에 있다고 해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신분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기뻐하기 전에, 새로운 신분을 얻고 나면 학교에 들어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양투투. 전 우주에 학교라고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만든 인간이다. 현재까지도 위대한 선각자로 불리는 대단한 양반이었다. 게다가 내 친구이기도 하지. 4천 년 전에 남자가 없는 이 세상에 눈을 떠서 개고생을 한 양반이다. 보통은 양투투 대장군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학교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양성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거 같은데,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 시스템이 관리하는 양성소 같은 곳에서 교육을 받게 되어 있다. 학교와 비슷하기는 한데, 일단 편의상 이곳을 학교와 구분해서 양성소라고 하자. 태어나자마자 눈을 뜨면 이 양성소에 있게 된다. 아기 때부터 조금씩 자라면서 여기서 자란다. 그러다가 열다섯이 되면 각 행성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양성소 안에 있는 아이들은 이 사실을 잘 몰랐다. 나도 있어봐서 아는데, 우리는 그냥 우주선 안에서 열다섯 살까지 살고 있었는데 열다섯이 되는 어느 날에 눈을 떠보니 어느 별 위에 도착해 있었다.

 마치 아이를 물어다 주는 황새 이야기 같지 않은가? 남자와 여자가 없으니 전 우주의 인간이 우주 어딘가에서 보내져야 이 인구가 유지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내가 우주 로봇 괴수들과 많이 싸워봐서 아는데, 양성소는 우주 로봇 괴수들 저편에서 각 행성으로 배달되어져 왔다. 15년에 걸쳐서 조금씩 이동하면서 말이다.

 아무튼 이 우주에 사는 모든 남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이 우주에서 살아가는 여러 가지 방법을 이 양성소 안에서 배우게 되는데, 아마 이게 없었다면 온 우주에 거주하는 인간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온 우주의 모든 인간들이 양성소에서 배운 내용을 기초적으로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성소에서 배운 지식을 절대적 지식 혹은 상식(common sense)라고 불렀다.

 그런데 아까도 말했다시피 그러다가 열다섯이 되면서 각 행성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여기에는 전혀 예외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별에 도착하면서였다. 각 별에서의 삶이 양성소에서 배웠던 것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각 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대장군 양투투였다. 양투투가 만들어낸 업적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학교 시스템이었다. ‘모든 사람은 별에 도착하면 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무조건적인 보호를 받는다.’ 이것이 바로 4천 년 전, 위대한 선각자 양투투가 해낸 업적이다. 제국이건 여자주의자 연합이건 상관없이 이것은 인류의 기본권으로써 반드시 보호되어져야 하는 법칙이 되었다.

 그리고 학교에 들어가면서 <시스템>의 힘을 이용하여 각 행성별로 주민등록도 했는데, 사실 이게 지금의 제국이나 그 외의 국가들을 만든 국가 시스템의 시초였다. 주민등록 기록이 없으면 이 세계에서 살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각 행성별로 <추방>이라는 벌을 내릴 때, 포인트 거래가 불가능하도록 막을 수 있었다. 비슷한 이유에서 나도 제국민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폴레옹의 소도시에 도착한다고 해도 물건이나 음식도 사지 못할 거다. 왜냐면 나에게는 나폴레옹 행성에 주민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제국의 국민이 아니기 때문이지.

 그런데 위저드가 말하길, 이 작은 행성인 나폴레옹으로 향하고 있는 양성소가 몇 대인가 있다는 거다. 즉, 내 신분을 속일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 거다. 나도 이러한 양성소에서 나온 것처럼 속이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면 학교에 들어가서 절대적인 보호를 받으며 몇 년 간 이 행성에 머물다가, 나중에 캡틴 트랜스에 대한 제국군의 추격이 시들해질 즈음에 이 행성에서 도망치면 된다. 식은 죽 먹기지.

 

 우주력 4120년 12월 27일 저녁

 보통의 양성소는 열다섯 살이 되는 날에 맞춰서 별에 도착한다. 즉, <시스템>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 로봇 괴수의 영역 저편에서부터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는 양성소들이 배달되는 것이다. 양성소가 별에 도착하는 날짜는 대개 모든 양성소들이 똑같기 때문에, 다른 양성소들이 각 별에 도착한 이후로도 우주를 그저 부유하고만 있는 양성소가 있다면 이것은 십중팔구 무인 양성소였다. 대부분은 그 안에 생존자가 없었다.

 즉, 몇 년 동안 우주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던 무인 양성소 하나를 이 별에 도착하도록 유도하면서, 마치 내가 그 안에서 나온 것처럼 행동한다면 간단하게 내 신분을 속일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제국군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있고 말이지.

 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한 가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환골탈태’였다. 뭐, ‘환골탈태’라고 말하는 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회춘’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보통 우리는 ‘젊음을 산다’고 하거나 ‘하루를 산다’처럼 말하긴 한다.

 아무튼 시스템에 접속해서 내 생체 나이를 열다섯에 가깝게 줄여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생체 나이 하루를 줄이는데 1포인트가 쓰인다는 거다. 한 살 어려지기 위해서 써야 하는 포인트가 365포인트이고, 열 살을 줄이려면 3천 포인트가 넘게 나간다. 이놈의 시스템은 에누리도 없었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열다섯의 외모가 되기 위해 말 그대로 3천 포인트 이상을 투자해야만 했다. 물론 내 나이는 100살이 넘지만 생체 나이는 2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10년치 포인트를 내야 하다니. 그것도 단순히 신분 세탁을 하기 위해서다. 이 캡틴 트랜스가 말이다.

 물론 기대가 되는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아닌가. 그야말로 전생이지. ‘열다섯으로 전생했더니 먼치킨이었던 건에 관하여’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여자는 없지만 말이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일단은 프롤로그는 일기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 프롤로그 - 도망자 캡틴 트랜스의 일기(2) / 외… 2020 / 8 / 9 210 0 9172   
1 프롤로그 - 도망자 캡틴 트랜스의 일기(2) 2020 / 8 / 1 349 0 864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