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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지오르고스의 일기
작가 : 현서랑
작품등록일 : 2020.7.31

J. 그녀는 그것을 지오르고스의 일기라 적었지. 모르탈 아이움, 그 옛 시대에 지오르고스가 일궈내어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그 신비의 역사를. 이젠 J라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이름이 우리들의 진실 위에 허구성과 함께 덮여질 테지. 인간들은 우리들의 존재를 믿으려하지 않아. 앞선 존재들. J는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인퀴스토 디토스란 신들과 엄연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말이야.

 
엘레노어 I
작성일 : 20-07-31 13:04     조회 : 449     추천 : 0     분량 : 1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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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오르

 이름. 있었던 일. 생각. 그 외 모든 일상.

 

 좋다. 이 짓으로 네가 관둔다면야. 이름 셰펄드. 퀘니 베이즈 셰펄드. 레인웜 출신이다. 있었던 일…….

 됐다. 이딴 일은 도저히 못하겠다. 내가 왜 이 빌어먹을 휴지조각을 받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또 내게 이딴 짓을 부탁하면 그땐 이 잉크통을 네 목구멍에 쑤셔 넣어줄 테니 그리 알아라.

 

 -

 

 엘레노어 14_

 이 작은 서책에 셰펄드 그가 채워온 건 고작 열 줄이 채 되지도 않았다. 과연 그에게 글을 쓸 재주가 없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언제나 날 성가셔하는 것이 그다. 난 그의 자필을 내 서사의 맨 앞장에 남겨두기로 했다.

 난 이오르다. 작자로서의 유명세가 적어 날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게 사실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곳 도어테일즈는 시객의 도시라 불린다. 이곳에서 난 농사꾼 내지 은미한 서사꾼이다. 깃 달린 모자는 없다. 운율 없이도 입을 잘 뗀다. 적어도 매음굴 앞에 서 케케묵은 시가를 외진 않는다. 농사꾼이란 허드레는 내려놓고 싶다. 그럴 수 없는 것이, 허기가 걱정될 철마다 가꿔온 텃밭은 내겐 미운 가족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서사에 눈을 뜬지는 오래되었다. 그때부터 내가 봐온 글들과 이야기꾼들은 모두 아류에 불과했다. 시객의 도시에 왜 제대로 된 문인이 없을까? 그렇게 자만과 의문이 함께 어울려 내겐 꿈이 새겨졌던 것이다. 그러나 못마땅한 현실은 내가 말더듬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라는 고약한 인간에겐 왜 내가 말을 더듬게 됐느냐 묻지도 못했다. 순무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말했다. 말 더듬는 건 농사일에 아무런 방해가 안 돼! 그러곤 언제나 내 입을 막으며 날 내버려뒀다. 이웃들은 날 이이오르라고 부른다. 아니면 이이이오르라고도 부른다. 다 커버린 지금의 난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내 이름들을 일일이 고치지 않는다. 더불어 말수가 주는 것은 당연했다.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난 이제야 생각들을 추려 서사를 시작했다. 꿈이든 서사든 주제를 찾았으니, 흙모래만 묻던 손에 이 무한한 가능성이 들렸으니. 혹 모를 뒷날의 후회를 접어두자면 우선은 잘된 일이다.

 한 번은 도어테일즈 최고의 무대인 닷테일 여관에서 글감을 궁리하며 악사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악사들은 술인지 제들 음악인지에 취해 춤판을 벌였는데 하필 그 짓이 내 옆에 앉아있던 아르도르 하졸 두 놈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때 놈들이 떠들어대던 말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 루완은 우리에게 대체 뭘 해주는 거냐. 이 촌놈들을 지켜주고 우린 뭘 받느냐는 말이다. 이런 시궁에서 계집 한 짝 없이 술을 마시는 것도 돈을 내야 된다.

 

 - 다 그 창녀 같은 여왕 때문이 아니겠냐. 야! 거기! 그 경망한 춤은 더 이상 못 봐준다! 조용히 피리나 불던지 아니면 꺼져라!

 

 악사들에게 소리를 지른 놈은 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손도끼를 빼들어 탁자 위에 올려뒀다. 그 포악한 협박 때문에 여관은 순식간에 조용해져서 그 두 놈의 갑옷 틈새가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더랬다. 통쾌한 사실은, 그때의 닷테일엔 놈들의 명을 앞당길 객이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바로 위에 소개한 셰펄드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다. 셰펄드는 놈들이 만든 정적을 깨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두 무뢰에게 했던 말 역시 난 기억한다.

 

 - 너희 둘은 이제 죽는다. 헌데 이유나 알고 죽어라.

 

 두 놈은 도끼를 쥐고 일어서 욕지거리를 뱉으며 셰펄드에게 다가갔는데 셰펄드는 가만히 서서 자기 말을 계속했다.

 

 - 너희가 아르도르의 갑옷을 입은 건 봐줄 수 있었는데 안 여왕을 모욕한 건 못 봐준다.

 

 셰펄드는 말을 마치자마자 등에 메고 있던 철검으로 두 놈의 몸뚱이를 정확히 네 등분 했는데 그 솜씨가 사람의 솜씨가 아니었던지라 여관에 있던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피가 솟는 두 놈의 몸뚱이를 뒤져 거기서 나온 보카르 전부를 닷테일 주인장에게 주며 소란에 대해 사죄하고 떠났다. 그것이 흔히 우리가 괴물들이라 부르는 이종 인퀴스토 디토스와의 첫 만남이었다. 인퀴스토 디토스. 먼 옛날 신들을 섬기며 그들과 함께 인간들 위에 군림했다고 전해오는 종족이다. 현재는 동서로 나누어진 세계에서 동쪽을 지배하는 무리로 알려져 있다. 이곳 루완은 그들과의 전쟁이 닿지 않는 평화로운 서방국가로, 사람들은 이곳에서 인퀴스토 디토스를 직접 마주하는 일은 검은 해를 보는 것만큼 신비한 경험이라 했다. 마법이 잊혀져가고 괴물이라 봤자 홍역 꽃 든 산돼지쯤이 전부인 이 나라에서 난 그들의 신비함을 서사로 남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정해진 첫 대상이 셰펄드다. 닷테일 여관에서 난 그의 행적을 좇았다. 그는 루완의 도시들을 떠돌며 농부나 아낙들의 작고 큰 부탁들을 해결해주며 끼니와 숙박을 제공 받고 있었다. 하층민을 도우며 보카르 외에 다른 보상을 받는 행위를 코이눔 옵스, 짧게 말해 코옵스라고 한다. 셰펄드는 현재 도어테일즈에서 수개월째를 머물고 있는데 난 그를 지독하게 쫓아다녔고, 이제 나와 그는 어느 정도 유대가 깊다고 말할 수도 있다. 바로 어제 난 그에게 첫 코옵스를 맡길 수 있었다. 말린 송어 두 마리에 그는 내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사실 그가 술에 취해있기도 했다. 난 말했다. 셰펄드 당신에 대해서 서사를 쓰고 싶으니 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적어 와달라고. 그러곤 그에게 이 양피지 다발과 함께 갈대 펜이 꽂힌 내 잉크통을 건네줬었는데, 보다시피 오늘 내가 얻은 건 의미도 없는 자필 몇 줄과 진심이 조그만큼도 담기지 않은 핀잔뿐이다.

 대신에 그는 오늘밤 있을 다소 위험한 일에 내 동행을 허락했다. 난 아침 댓바람부터 내 집 문을 두드린 그에게 말린 송어 두 마리의 가치와 그의 책임감에 대해서 반시간이 넘도록 설명했고, 반 시간동안 내 집 문간에서 한 숨만 쉬어대던 그는 내게 먼저 제안을 해왔던 것이다.

 

 - 말마다 더듬으면서 쓸데없는 소리만 하려거든 차라리 오늘밤 내 일에 따라와라. 나나 내 일에 대해서 그렇게 궁금하면 네가 직접 보고 적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

 

 낮에 셰펄드가 내게 했던 말이다. 그는 해질녘 피게르의 힐렘포 부두에서 보자는 말과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이며 떠났다.

 

 지금은 위에 언급한 만남이 있은 후의 새벽이다. 이 처녀작의 검증은 둘째고 그 시작의 주제가 나쁘지 않다. 오늘 내가 겪었던 일은 도어테일즈의 어느 문인도 겪어보지 못했을 특별한 경험이다. 이야기는 셰펄드를 만나러 간 힐렘포 부두에서 시작된다. 난 마주할 사건들을 기억하기 위해 비망록과 잉크통으로 무장한 채 그를 만났다. 그는 내 등 밑에 달린 도구들을 보자마자 고개를 저었지만 별 투정 없이 날 인도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찾아간 사람은 메어 뤼귀라는 대머리 걸인이었다. 그게 그땐 참 그가 걸인처럼 보였다. 그때만 해도 그런 비렁뱅이에게 웬 이름까지 있나 싶었다.

 먼저 말을 건 이는 셰펄드였다. 둘의 사이엔 허물이 없었다.

 

 - 뤼귀, 네가 어쩐 일로 낚싯대를 놓고 있냐. 강에 전쟁이라도 났냐.

 

 - 물고기들이 네가 저지를 살육의 냄새를 맡았는지 두 시간 동안이나 입질이 없더군.

 

 뤼귀의 목소린 낮고 음전했다. 셰펄드는 대화를 이어갔다.

 

 - 떠날 준비나 잘 해둬라. 자정 내엔 돌아올 테니까.

 

 - 우리한테 준비라고 할 게 뭐 있나? 퀘니 네가 내게도 당당한 걸 보니 오늘밤 죽을 놈들은 어지간히 나쁜 놈들 인가보군. 그나저나 뒤에 그 친구는 누군가?

 

 - 걱정마라. 많이는 안 죽인다. 펠그로라는 녀석의 무리 본거지로 갈 거야. 그것들 여기 도어테일즈에선 불한당으로 유명하더라. 넌 몇 달 동안 이 자리에만 있었으니 모를 거다. 쟨 이이오르라고 하는 앤데 신경 쓰지 마라.

 

 - 펠그로 수하들이라면 얼마 전에 본 적 있어. 여기 와서 강가 자릿세를 내라던데. 펠그로 그 이름을 대더군.

 

 - 그놈들이 네 낚시를 방해했다고? 그날 강고기들은 포식했겠다.

 

 둘의 대화는 그 정도에서 끝났다. 셰펄드는 뤼귀의 나룻배에서 금속 잡동사니가 가득 담긴 자루 하나를 꺼내들곤 걸음을 옮겼다. 난 자루의 쓰임새와 뤼귀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 저 친구는 내 동료 메어 뤼귀다. 이 자루는 우리 일에 쓰일 물건이고. 내가 사람을 덜 죽이려면 이게 필요해.

 

 셰펄드는 한 가지 얘길 더 해줬다.

 

 - 저번에 닷테일 여관에서 내가 죽였던 아르도르 놈들이 펠그로 무리랑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 펠그로가 여관 주인에게 보상금을 요구했어. 그것도 보카르 한 자루를 말이다.

 

 사건 당시 닷테일 여관의 모두가 셰펄드의 정의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르도르의 사절단은 루완 전역에 인퀴스토 디토스에 대한 수배를 내려놓고 있었는데, 사건 당시 닷테일 여관에 있던 어느 비겁자가 셰펄드의 행위를 사절단에 고발한 것이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후에야 보상금을 받겠다고 닷테일을 찾아온 건 사절단이 아닌 도어테일즈 이름난 악한 펠그로였던 것이다. 펠그로에 대해 설명하자면 그놈은 이 지역 악동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놈은 주로 아이들(특히 남자 아이들)에게 환심을 사들여 아이들의 꿈이 자신의 수하가 되게끔 강제하는데, 그 현혹이 대단해 도어테일즈의 남자 아이들 중 상당수가 무법자와 망나니들을 부러워하고 그들을 따랐다. 펠그로 그의 세력이 도어테일즈의 도나 카메나 영주와 선악을 두고 비견될 정도였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셰펄드는 그런 악한의 거처를 제만의 명목을 내세워 찾아간 것이다.(그는 자기가 즐겨 찾던 닷테일 여관에 존폐의 협박을 던져놓은 녀석들에게 화가 나 있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내심 셰펄드가 무모하다 여기고 있었다.

 펠그로 저택 진입로는 그레미움 교차로의 한 줄기에서부터 이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에다움이라 불렀다. 길이 뻔히 나있지만 막다른 골목으로 취급되는 그곳은 도어테일즈 사람이라면 아무도 찾지 않는 장소였던지라 나 역시 그때에 처음 들어서는 것이었다. 에다움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먼 으슥함 속에 서있는 두 사내의 뒤태가 보였다. 셰펄드는 어깨에 멘 자루 속에 있던 지저분한 덮개를 꺼내 자신의 하관을 가리며 등에 메고 있던 검을 내게 건넸다. 그리곤 내가 해야 할 역할을 말해줬다.

 

 - 넌 내 경호원을 해. 굳이 다른 연기 할 필요 없이 이 검만 들고 따라와라. 말도 하지 마.

 

 셰펄드가 준 철검은 묵직하고 기다래서 등에 메서는 결코 쉽게 발검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에 대해 물으니 그는 내게 그저 검을 들고만 있으라며, 내가 검을 뽑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우린 골목의 으슥함으로 들어섰다. 그곳에 있던 두 사내는 펠그로의 수하였다. 셰펄드는 갑자기 곱사등이라도 된 것 마냥 허리를 숙이더니 그 불량배들에게 굽실거렸다.

 

 - 안녕하십니까. 닷테일 주인장 어르신의 심부름으로 펠그로 어르신을 뵈어야하는데 이 길이 맞는지요.

 

 두 불량배는 셰펄드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내 앞으로 와 깔깔거렸다.

 

 - 이 새끼 좀 봐. 마드! 이런 놈을 데리고 다니느니 네 집 마당에 있는 개를 끌고 다니는 게 낫겠다. 그 개 이름이 뭐더라?

 

 - 마드가 그 개 이름이다 병신아.

 

 욕을 몇 차례 더 주고받던 둘은 별다른 제재 없이 나와 셰펄드에게 길을 내어줬다. 골목을 지나며 만난 다른 불량배들도 우리를 내버려두긴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다 펠그로가 정해놓은 규율 때문이었다. 펠그로 그는 누구든지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에겐 절대 손을 대지 못하도록 부하들에게 경고했던 것이었다. 대신에 자신의 손님이 돌아갈 때 자신이 배웅하지 않는다면, 그땐 부하들이 손님에게 무슨 짓을 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에다움 불량배들은 펠그로를 만나고 돌아가는 이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저택은 에다움 깊숙한 곳에 있었다. 밖에서 본 저택의 외관은 그다지 호화로워 보이지 않았다. 검과 몽둥이로 무장한 대문 앞의 문지기들은 셰펄드가 멘 금속 자루를 검사하려고 했다.

 

 - 보카르 한 자루? 그 여관 주인 놈이 딸이라도 팔았냐? 이리 줘봐라. 어디 한 번 보자.

 

 그때 셰펄드는 질색하는 척 뒷걸음을 쳤다.

 

 - 안됩니다. 주인어르신께선 펠그로 어르신을 뵙기 전까지 절대 자루가 열려선 안 된다고 이렇게 사람까지 붙여주신 것입니다. 주인어르신께선 펠그로 어르신네 사람들이 이 돈 자루를 직접 열어보게 되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라 하셨습니다.

 

 과단한 셰펄드의 태도에 문지기는 성을 냈다.

 

 - 저 연놈이 경호원이냐? 누가 돈을 가져간다고 했냐? 보기나 하자.

 

 - 펠그로 어르신께서 저희가 본인의 선물에 손을 댄 것을 아시게 된다면 저희 모두에게 벌을 내리실 겁니다. 그럼에도 정 자루를 열어보시렵니까? 전 펠그로 어르신께 모든 사실을 숨기지 않을 겁니다.

 

 무례란 말이 동네 불량배들을 상대로도 쓰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셰펄드 그가 연기하는 하인은 그 신분에 걸맞지 않게 무례했다. 다행히 문지기들은 화를 내기에 앞서 우리를 비웃었다. 내 어설픈 경호원 흉내가 작용한 것이다.

 

 - 웃기는 녀석이다. 그래 들어가라. 네 놈이 나올 때 두목께서 동행하는지 내가 볼 테다.

 

 대문이 열리자 사나워 보이는 말들이 꽉 들어찬 마구간이 먼저 보였다. 저택 난간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하인들도 보였다. 그들의 빈 접시는 모두 1층으로 향했고 술과 음식은 대부분 2층과 지하로 향했다. 셰펄드는 까칠한 마구간지기에게 펠그로의 위치를 물었고 우린 먼저 지하로 걸음을 옮겼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에서부터 아르도르의 묵직한 철갑옷 소리와 매춘부들의 앙칼진 신음이 들려왔다. 그러나 우린 미처 계단을 다 내려가지도 못한 채 경비병에게 제지를 당했다. 계단을 지키던 아르도르 병정은 우리의 목적을 듣더니 펠그로의 위치를 수정해주곤 우릴 저택 2층으로 올려 보냈다. 셰펄드는 지하의 환락을 구경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2층으로 닭고기를 운반하는 하녀의 엉덩이를 쫓아가니 펠그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신랄한 분위기 속에서 붉은 덧옷 한 벌만을 걸친 채 거만하게 앉아있었다. 그리고 험상궂게 생긴 남자 넷이 그와 같은 식탁을 두고 있었다. 그 넷은 모두 아르도르 군사사절단의 고관들이었다.

 

 - 저것들은 뭐야?

 

 우릴 본 펠그로의 첫마디였다. 그의 옆에 있던 남자는 술기운에 턱을 비틀거리며 펠그로를 놀려댔다.

 

 - 펠그로. 널 만나는 건 여기 촌놈들에게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인가보군. 이런 자리에도 거지들이 칼까지 들고 널 보러온 걸 보니 말이야!

 

 - 됐습니다. 이게 다 여기 부하 놈들이 멍청해서 그런 겁니다. 루완 놈들은 다 똑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르도르의 청년들을 필요로 하는 겁니다.

 

 말을 마친 펠그로는 잔을 들었고 식탁 위의 모두가 그의 건배에 화답하며 한바탕 웃었다. 셰펄드는 그들의 웃음 가운데 크게 헛기침을 내어 목청을 다듬었다.

 

 - 닷테일 주인장 어르신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요구하신 보상금 보카르 한 자루입니다. 어르신.

 

 셰펄드가 어깨에 멘 자루를 내려놓자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의 흥미는 자연스레 자루로 향했다. 펠그로는 잔을 내려놓고 자루 앞으로 직접 다가왔다.

 

 - 역시 그 자식 숨겨둔 돈이 있었구나. 어디 한 번 보자.

 

 그 말은 펠그로가 살아생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되었다. 그가 자루를 열기위해 고개를 숙이자 셰펄드는 내가 들고 있던 검집에서 검을 빼들어 그의 목을 잘랐다. 그리고 그 불한당의 얼굴이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야 난 내가 들고 있는 것이 검집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펠그로의 모가지가 나무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는 동안 셰펄드는 그곳에 있던 남자들 중 셋을 베어 죽였다. 그 중 한 명은 두 다리가 잘리고도 비명을 질러댔는데 셰펄드는 그 찰나의 비명조차 잠재우기 위해 그의 목구멍에 널찍한 칼날을 쑤셔 박았다. 셰펄드는 가장 겁이 많은 한 남자만을 남겨뒀는데, 그것은 심문을 해내기 위함이었다.

 

 - 난 국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그걸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래도 알아내는 편이야. 너희 아르도르 놈들이 왜 여기에 와 있는지 말해봐라.

 

 셰펄드는 피가 튀지 않은 의자에 앉아 식탁보를 들어 자신의 칼날과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 겁먹은 남자는 피로 도색되는 바닥을 두리번거리다가 떨리는 주둥이를 간신히 열었다.

 

 - 저흰 아르도르의 군사사절단입니다. 이, 이번에 도어테일즈로 파견되었습니다.

 

 둘의 대화 사이엔 틈이 길었고 그때 난 책장에서 펠그로의 기록부들을 꺼내 구경하며 그 서적들 사이사이의 빈 쪽을 챙겼다. 방안의 주검들엔 큰 동정이 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 식탁보를 내려놓은 셰펄드는 대화를 이어갔다.

 

 - 대규모 사절단이 온 건 알아. 다른 걸 말해봐.

 

 - 저흰 원래 도어테일즈 영주와 머물러야 했는데 이, 이 펠그로란 놈이 저흴 극진히 대접하겠다고……. 게다가 그 카메나 영주는…….

 

 - 그런 건 됐다. 너희처럼 전쟁이 끊이질 않는 나라에서 왜 굳이 전쟁도 없는 이곳 루완까지 대규모 군 집단을 보낸 건지나 말해봐. 그리고 왜 루완의 대도시마다 사절단을 나눠서 파견한 거냐.

 

 - 저도 저희 대왕께서 세우신 계획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왕께서 루완의 여왕과 혼례를 맺을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저희 사절단 병사들 사이에서 돌고 있습니다. 그…… 그리고 저희가 나눠진 건 다 그 여왕 때문입니다. 그 여자가…….

 

 - 미리 말하지만 안 여왕께는 존경을 표하는 게 네게 좋다.

 

 - ……. 리오르닌 안 테레지아 여왕께서는 브리테니엄으로 찾아갔던 저희 사절단을 루완 각 대도시 영주들에게 나눠보내셨습니다.

 

 브리테니엄은 모든 루완의 존경을 받는 테레지아 왕조의 궁정이 있는 루완의 수도다. 셰펄드는 삽시간 혼자 고민하더니 그 상태로 심문을 마쳤다. 마침 하녀 하나가 술을 길어 2층으로 올라오는 바람에 난 그 하녀를 달래어 셰펄드보다 먼저 1층으로 내려와야 했다. 셰펄드는 조금 후에나 내려왔는데 깨끗하게 닦였었던 그의 검엔 새로운 피가 묻어있었다.

 검집과 검은 다시 주인의 등으로 돌아갔고 우린 먼저 저택 문지기들에게로 향했다. 우리가 저택에 입장할 때 내내 시비를 걸었던 대장 문지기는 우릴 보더니 멀리서부터 신이 나 제 몽둥이로 대문을 쳐댔다. 그때까지도 그와 그의 부하들은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걷는 셰펄드를 보며 깔깔거렸다.

 

 - 여관 종놈이 기세가 등등해져서 나왔구나! 두목께서 너희 따위를 배웅하지 않으리란 걸 난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셰펄드는 대장 문지기의 더러운 구취가 닿는 거리까지 걸어가 자신의 칼을 천천히 뽑았다. 검집에 달린 줄은 셰펄드의 가슴을 가로질러 사선으로 돌아갔는데, 칼이 온전히 뽑히기 위해 등에서부터 어깨로 넘어온 검집은 셰펄드의 왼손에 들려 그의 허리춤 아래로 자리했다. 셰펄드가 빼든 칼날에 묻어있는 싱싱한 피는 문지기들을 고취시켰다.

 

 - 난 내 검을 깨끗이 다루는 편이다. 그런데 펠그로 녀석과 그놈 친구들을 베고서 날을 닦다 보니 생각이 들더라. 어차피 곧 너희 피가 또 묻게 될 텐데 굳이 닦을 필요가 없겠다고 말이다.

 

 대장 문지기는 말을 끝낸 셰펄드에게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었으나 몽둥이는 그의 팔과 함께 허공을 가르며 잘려져 나갔다. 팔을 잃은 그는 고통의 비명을 내지를 새도 없이 반대쪽 어깻죽지가 잘려 처참한 죽음을 맞았다. 그 후 학살은 시작 됐다. 셰펄드는 문지기 넷과 마구간지기 하나, 그리고 마당에 나와 있던 아르도르 병사 셋을 모조리 베어 죽였다. 너무도 순식간에 끝나버린 살육전은 난간을 드나드는 하녀들의 비명 외엔 아무런 소리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마구간의 말들조차 동요가 없었고, 하녀들의 비명은 지하의 환락 속에 닿지를 못했다. 때문에 학살은 무난하게 이어졌다. 우리는 에다움 골목에 들어섰고, 뤼귀와의 만남에서 사람을 많이 죽이지 않겠다했던 셰펄드는 그 밤 골목을 십 수 명 불한당들의 피로 물들였다. 우리가 그레미움 교차로로 나왔을 땐 이미 우리가 걸어온 거리에 단 하나의 숨도 남아있지를 않았다. 내 신창엔 피가 빗물처럼 스며들어 축축했고 셰펄드의 옷과 얼굴은 마치 수확철의 포도밭을 나뒹군 소년처럼 붉었다.

 

 - 이제 힐렘포에 도착하면 네 갈 길을 가라. 하인들이 우릴 보긴 했어도 우리를 닷테일 여관에서 보낸 사람들로 알고 있던 것들은 모두 죽었으니 펠그로 무리에서 그 여관에 대한 보복은 없을 거다. 그리고 이건 네 몫이다.

 

 셰펄드는 펠그로 저택에 있던 보카르를 훔쳐왔던 것이다. 그는 본래 그가 어깨에 메고 갔던 자루에 저택의 온갖 사치품들을 담아서 나오려고 했단다. 하지만 펠그로의 피로 흠뻑 젖어버린 자루를 보니 그럴 마음이 썩 사라졌다고 했다. 또 그는 희생자를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하인인척 연기를 했던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연기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다. 어찌됐든 일은 끝났고, 그는 훔친 보카르의 절반을 내게 주었다. 난 그 큰돈을 마다할 수 없었다. 사치 때문이 아닌 결국 내 서사를 위해서였다. 책 한 권의 값어치만큼 양피지 한 장 한 장의 값 또한 만만치 않음은 안타까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말이다. 생각해보니까, 펠그로네 하녀 몇이 우릴 봤으니 앞으로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 난 도어테일즈를 떠날 때가 됐다.

 

 나란히 걷던 그가 말했다. 난 그에게 동행을 요청했으나 단박에 거절당했다. 뤼귀가 기다리는 힐렘포 부두까지, 난 딱 거기까지만 동행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정립한 이 나라 루완의 정세를 내게 말해줬다.

 

 - 여왕께서 아르도르의 군사사절단을 각 지역으로 보낸 건 불안감 때문일 거야. 이번에 루완으로 온 아르도르의 군사사절단 규모는 브리테니엄 왕성의 군사력보다도 커. 그 동방의 늑대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브리테니엄은 함락 됐을 거다. 루완의 대도시 영주들은 각자가 무시 못 할 군력을 지니고 있으니 여왕께선 이 영주들을 믿고 불안요소를 분산시킨 거야.

 

 그때 난 별 생각 없이 그의 말을 들었다. 그가 해준 이야기의 심각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한참 후에 일이다. 대신 난 그가 이 나라 정세에 대해 그토록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 레인웜이 내게 어머니 같은 나라라면 이곳 루완은 내게 아버지 같은 나라다. 그리고 너희 여왕은 내겐 각별한 분이야.

 

 셰펄드는 힐렘포 부두에 도착하자마자 피게르 강물로 뛰어들어 몸에 묻은 피를 씻어냈다. 밤 시간이 강물을 더 차게 만들었을 텐데도 그는 주저가 없었다. 부두에서 멀찍이 배를 띄워 낚시를 하고 있던 뤼귀는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의 뱃머리에 달린 어망엔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었고, 심지어 그의 낚싯대 끝엔 바늘조차 달려있지 않았다. 뤼귀는 힐렘포 부두에 발을 내렸고 내내 물속에서 헤엄을 치던 셰펄드는 뤼귀를 대신하여 배에 올라탔다.

 배 위에 오른 셰펄드가 웃옷을 벗어서 남은 핏물을 짜내는 동안 뤼귀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이이오르라고 했던가? 난 메어 뤼귀라고 하네. 내가 말투를 가벼이 하는 것은 이해해주게.

 

 그때 난 바보처럼 그에게 나이를 물었다. 그의 외모는 이른 중년에 가까웠고 셰펄드 보다는 조금 손윗사람으로 보일 뿐이었다.(그것이 그가 비렁뱅이 행색을 하고 있어 그렇게 보였던 것 일수도 있다.) 그는 내가 말을 더듬는 것에 대해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다.

 

 - 자네의 까마득한 조상들보다도 잉코아 땅을 먼저 밟은 게 나와 내 동족들이네.

 

 그도 인퀴스토 디토스였던 것이다. 인퀴스토 디토스에 대해 떠도는 세간의 소문은 내가 그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신뢰를 얻어갔다. 잉코아. 그레미움 교차로의 서관에서 옛 기록들을 몰래 훔쳐볼 때나 발견했던 말이다. 옛사람들은 현재 서쪽 땅 린그노르와 동쪽 땅 그롯테로 나뉘어져 있는 세계를 통틀어 잉코아라고 일컬었었다.

 

 - 자네는 시인인가? 아까부터 뭘 계속 적더군. 하긴 이곳에선 별난 일도 아니지. 도어! 테일즈. 시객의 도시잖나?

 

 이 도시엔 그가 생각하는 예사로운 시객들이 넘쳐났다. 난 그들과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에 늘 예민했다. 뤼귀 그의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난 나의 남다른 포부와 영감을 그에게 전했고 그는 내가 더듬거리며 조금씩 이어가는 이야기를 진득이 들었다. 내가 말을 마칠 때쯤엔 셰펄드가 배 위에서 뤼귀를 불렀다. 그러나 뤼귀는 동료의 부름을 거절했다.

 

 - 난 여기 남지. 혼자 떠나서 사고치지 말아라.

 

 뤼귀의 말에 셰펄드는 가감 없이 노를 저어 떠났다. 난 셰펄드 그가 내게 일말의 정도 비치지 않고 떠나가는 모습에 질색을 했는데 뤼귀가 그를 대변했다.

 

 - 자네가 가진 포부라면 그를 곧 다시 볼 수 있을 걸세. 이 땅위엔 인간들이 괴물이라 부르는 인퀴스토 디토스들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 거기다 저 친구는 어디서든 피를 몰고 다니니 찾기도 어렵지 않을 테지.

 

 셰펄드가 탄 배가 피게르 북쪽의 밤안개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을 때가 자정 즈음이었을 것이다. 뤼귀는 인간이 아닌 셰펄드가 갖춘 인간성에 대해서 말해줬는데 사실 그것은 험담에 가까웠다. 뤼귀 그의 말에 따르면 셰펄드는 다른 동족들에 비해 자기애와 과시욕이 강하며, 때때로 우월감에 취해 마음 궂은 인간들의 죽음을 즐기는 무법자였다. 그롯테에서 태어난 셰펄드는 린그노르에서 자라게 되어 그런 성격을 갖게 됐다고 한다.

 늦은 시각이었음에도 다행히 그는 나와 마음이 맞아 작별을 미뤘다. 그리하여 우린 새로운 화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

 

 - 난 자네의 서사가 잘 됐으면 하네. 우리에 대한 진실을 바로잡으려는 인간은 몇 없거든.

 

 단순했던 난 그 즉시 그에게 진실에 대해서 물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는 세계의 역사와는 많이 달랐다. 나처럼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난 이들은 그의 이야기처럼 위대한 기록이 담긴 책을 쉽게 접할 수가 없었기에 난 그의 목소리 중 거의 모두를 받아 적었다.

 

 - 진실? 자네는 어디서부터 알고 있는가? 신들이 자취를 감추고 잉코아 땅은 인간들에 의해 린그노르와 그롯테로 나뉘어졌다네. 두 세계는 각자의 자리를 잡아가며 린그노르엔 아홉 개의 인간 국가가, 그롯테엔 인간들이 흔히 부르는 괴물들의 여섯 왕국이 세워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 세계가 지금의 형세를 갖춘 시점이 바로 모르탈 아이움이라네. 인간들이 셈하는 날짜의 시작이지. 물론 그것은 당시 록를린의 바론 황제가 그렇게 지정을 했을 뿐 종족간의 전쟁은 모르탈 아이움 이전부터 이어져왔다네.

 

 오늘 날의 때는 모르탈 아이움 239년. 록를린의 바론 레그넘 나지스티카, 곧 바론 2세가 린그노르의 황제에 올라있는 때다.(레그넘 나지스티카는 인간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여겨지는 왕인 바론의 유지를 잇겠다는 명분으로 스스로 제 이름을 바론 레그넘 나지스티카로 고쳤다.) 뤼귀에 말에 의하면 록를린이 세워진 후 아르도르와 루멘이 생겨났고, 그 후 룩스비오스와 카르고, 로부르, 티포니가 생겨났으며 테스미르미드와 루완은 가장 나중에 생겨났다고 한다. 그는 괴물들의 여섯 왕국 중에선 레인웜만을 거론했다. 레인웜은 자신과 셰펄드의 고향이자 그롯테의 동쪽 끄트머리에 있으며 그 어떤 침입도 없는 평화로운 곳이라고 말했다. 그곳엔 자신처럼 점잖은 인퀴스토 디토스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셰펄드가 레인웜 출신임을 감안하여 그간 내가 레인웜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의식한 뤼귀는 굳이 그 말을 더했던 것이다.

 이후 그는 내 서사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도 늘어놨다. 그는 내 서사의 주된 독자가 인퀴스토 디토스와 잉코아에 대해 모르는 평범한 인간들이 될 것이며, 또 그 독자들을 위해서 인간들의 이야기 역시 본 주제와 더불어 내 서사 속에 함께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시간이 늦기도 했거니와, 인퀴스토 디토스에 대한 생소한 정보들을 한꺼번에 많이 담게 되면 읽히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내가 일절 생각지 않던 요소를 그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고려하고 있었다.

 아직도 난 메어 뤼귀라는 인퀴스토 디토스에 대해 셰펄드의 동료라는 것 외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왠지 조만간 그가 다시 날 찾아올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내일은 장에 나가 오늘 번 보카르를 써야한다. 질 좋은 로부르산 양피지가 많이 남아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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