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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우연일까? 시작일까?
작가 : 해르
작품등록일 : 2020.7.31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함께한 우연과 제노
곁에 있으면 투닥거리 바쁘고 곁에 없으면 허전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서서히 형태가 변해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지금의 이 친구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까?

 
1화- 넝쿨째 굴러들어온 그녀석!
작성일 : 20-07-31 11:25     조회 : 413     추천 : 0     분량 : 7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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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캄캄한 어둠 속에 잠긴 1층 아파트 복도. 누군가의 움직임을 감지한 센서가 환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서 들어온 그녀는 지친 발걸음을 옮겨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어깨 신고 있는 운동화는 어째선지 축축하게 젖어 있었는데 이는 갑자기 내린 눈으로 우산을 미처 챙기지 못해 젖은 것이었다.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서서히 작아지는 것을 바라보며 젖은 머리카락과 어깨를 손으로 무심하게 툭툭 털어낸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지금은 분명히 3월 초인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눈이 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지구가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이러다가는 빠른 시일 내에 지구는 멸망해 버리는 거 아니야? 그렇다면 차라리 어서 학교를 때려치우고 자유를 찾으러 떠나는 것이 더 이득 일 것 같은데.

 3월 초에 내린 눈이 확실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왜 생각이 그런 식으로 튀는 것인지 모를 그녀는 올해 21살로 한국대 의예과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꿀 같은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자마자 밀려드는 어마어마한 과제의 양에 익숙하게 몸이 따라가는 한편 그녀의 정신은 아직까지 개강이라는 현실 보다 방학 내내 한 몸처럼 생활했던 그녀의 이불 속에 두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

 

 ‘띵 문이 열립니다.’

 

 머릿속에서 어떻게 해야 교수님에게 합법적으로 과제 좀 그만 내달라고 말할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녀는 1층에 도착했다는 엘리베이터의 안내 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었다. 승강기 안에 들어선 그녀가 자신이 살고 있는 6층의 버튼을 누르고 바로 닫힘 버튼을 누르자 문이 닫힌다는 안내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스르르 닫혔다. 검은 창에 비친 빨간 숫자가 천천히 뒤바뀌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가 말했다.

 

 “음... 집에 먹을 게 있었나?.. 아! 어제 먹다 남은 치킨이.... 아니다 내가 아침에 먹었나?”

 

 치킨을 먹었나에 대한 의문이 먹었네라는 확신으로 변하였을 때 그녀의 코트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화면에 비친 상대를 확인한 그녀는 익숙한 듯 전화를 받았다.

 

 “어.”

 “우연 언니, 언니 이번 주에 집에 와??”

 “넌 받자마자 본론이냐?”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발랄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우연의 여동생 우희였다.

 

 “저번 주에는 개강한지 얼마 안 돼서 바쁘다고 안 왔으니까 이번 주에는 오는 거 맞지! 그치?”

 “언니 바빠 인마.”

 “아 왜 언니 못 본 지 벌써 2주째란 말이야”

 

 우희의 투정 어린 말을 들으니 우연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심통이 단단히 난 얼굴을 하고서 입은 오리주둥이 마냥 댓 발 튀어나왔을 모습을 상상되니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왜 이렇게 자신을 보지 못해 안달인지 서서히 의문이 드는 우연이었다.

  왠지 모르게 자길 만나는 것 외에 뭔가 다른 목적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최근 동생이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의 취미생활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목적은 그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너 솔직히 말해. 너 최근에 빠져있는 그거 때문이지? 내가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아, 아니야 진짜 언니 보고 싶어서 그런 거라니까.”

 “앞에 정적 뭔데?”

 “......”

 

 정곡을 찔린 사람이 보여주는 모든 반응. 3초 동안의 정적과 당황한 듯 화들짝 놀라서 변명하는 모든 반응이 우연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핸드폰 너머를 통해 들려주고 있었다. 거기에 찔리면 찔리는 대로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건 우희가 정곡을 찔렸을 때마다 자주 보여주는 반응이었다.

 

 “어... 어떻게 알았어?”

 “너 또 저번처럼 그 짓거리할 거면 난 안 간다.”

 “... 쳇”

 

 역시 목적은 이거였군. 우연은 속으로 혀를 찼다. 지금 우연이 질색하는 우희의 취미의 서막은 우희가 우연히 그것을 선물로 받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그것을 받고도 시큰둥하게 반응했던게 언제 였냐는 듯 그 취미는 나날이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다.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다른 아이들을 자신의 품 안에 데려오는 것을 시작으로 그것의 개수는 점차 늘어나더니 어느 정도 개수가 채워지고 나니까 이번에는 그것의 옷을 만들어 주었고 그걸로도 모자라 그것과 똑같이 코스프레 하는 것으로까지 취미 생활은 끝도 없이 발전해나갔다.

 그리하여 현재 우희의 가장 큰 낙은 매번 집에서 자고 갈 때마다 그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절대 깨지 않는 우연의 잠버릇을 이용해서 그녀를 코스프레 해주는 것이 가장 큰 낙이었다.

 

 띵 6층입니다.

 

 전화 통화를 하고 있던 그 짧은 사이 울리는 안내음에 우연의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가방을 다시 추슬러 올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아무튼 간에 내가 이번 주에 집에 갈지 말지는 전적으로 너한테 달렸어. 네가 저번처럼 또 그 짓 하면 난 안가. 알겠냐?”

 

 경고하듯 나지막이 말하는 우연의 말에 우희는 냉큼 꼬리를 내렸다.

 

 “아, 알았어. 안 할게. 언니 보고 싶은 건 진짜니까 이번 주엔 꼭 와.”

 “그래. 오빠들한테는 네가 전해줘.”

 “알았어. 금요일 날 봐 언니.”

 

 ‘금요일 날엔 안 갈 거야.’라고 말하려 했지만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우희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상황이 황당하기만 한 우연은 이미 전화가 끊어진 핸드폰을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다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집에 들어가고 나니 사람이 아무도 없는 복도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아니 분명 그래야 할 것이 분명한데 내려오는 정적 사이로 조용히 사람의 숨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숨소리의 방향은 끝 쪽에 위치한 우연의 집 오른쪽코너에서 들려오고 있었는데 오래전부터 그곳에서 있었는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해 어둠에 파묻힌 그를 우연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는 누구기에 이 추운 날 남의 아파트 복도에서 있는 건가

 의문은 우연이 편의점에 가기 위해 다시 복도로 나오면서 풀리게 된다.

 

 삐리릭

 

 문을 열고 나온 우연이 문이 닫히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 쪽으로 몸을 돌리다 갑자기 멈춰 섰다. ‘

 

 “아! 쓰레기봉투! 아... 어쩐지 뭔가를 빼먹었다 싶었는데.”

 

  나가는 김에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가려고 신발장 앞에 두었지만 그새 까먹고 그냥 나와 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우연은 다시 현관문을 열어 서둘러 신발장 옆에 있던 쓰레기봉투를 챙겨 나왔다. 그리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 걸어둔 문의 고정 장치를 풀기 위해 쪼그려 앉는데 별안간 그녀의 옆에서 털썩하고 무언가가 쓰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뭔 소리야?”

 

 아무래도 현관문 바깥쪽에서 들린 것 같은데. 우연이 현관문 밖으로 슬쩍 고개를 내밀어 보니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그러나 너무나 예상 밖의 상황에 순간적으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우연은 그저 그 인영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뭐야 저건? 사람 맞지? 근데 왜 저기서 사람이 나와...?’ 우연이 물끄러미 그 인영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리던 그때 핸드폰 벨소리가 복도의 정적을 가르고 울렸다. 그러자 우연은 여전히 검은 인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휴대폰을 귓가로 가져갔다.

 

 “우연아 너 진짜 눈 오는데 그냥 갔어? 좀만 기다리면 내가 데려다준다 했잖아 근데 20분을 못 기다리고 그냥 가면 어떡해?”

 

 전화를 받자마자 걱정과 질책 어린 말은 쏟아내는 같은 의예과에 다니고 있는 이한이었다.

 

 “......”

 “눈도 많이 오던데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진짜. 우연이 너 집에 가자마자 바로 씻었지 응?”

 “.......”

 “우연아...?”

 

 그러나 이한은 전화를 받은 그 시점에서 핸드폰 너머로 그 어떠한 말도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자 조금씩 의아함이 들었다. 전화가 혹시 끊긴 건가 싶어 다시 한번 그녀를 불러 보니 그제야 조금씩 정신이 돌아온 우연의 물음이 이한에게 들려왔다.

 

 “... 야. 이한아 3월에 사람이 동사할 확률이 몇 퍼센트냐?”

 “뭐?”

 “3월에 사람이 동사할 확률이 몇 퍼센트냐고.”

 “...?”

 

 자신이 물어보았던 말과는 완전히 엇나가는 우연의 물음에 이한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도대체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가 없어 둘 사이엔 한동안 침묵만 흘렀다. 그러다 우연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이한은 차분하게 머리를 굴렸다. 갑자기 얘가 이런 질문을 왜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물어본 질문에 답부터 해주는 게 먼저겠지.

 

 “글세 아마 그날 온도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근데 오늘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하고.”

 “그래?.”

 “응 근데 이런 건 왜 물어봐?”

 “아... 이게 바로 내 얘기거든.”

 “...응?”

 

 이한이 당황스럽다는 듯 물었다.

 

 “우리 집 앞에 사람이 쓰러져있어.”

 “뭐?”

 “일단 병원부터 데려가야 할 것 같으니까 전화 끊는다.”

 “아니 잠..”

 

 다급하게 말하는 이한의 말을 무시하고 우연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슬며시 몸을 일으켜 아까부터 계속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검은 인영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검은 인영의 어깨에 손이 닿자 느껴지는 것은 차가운 냉기였다. 생각 이상으로 싸한 냉기에 우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병원에 데려가는 것보다는 일단 이 사람의 현재 상태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네.

 빠르게 결론을 우연이 상대방의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상대의 어깨를 자신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돌리자 검은색 후드에 감쳐져 있는 얼굴이 살짝 드러났다. 그런데 어쩐지 그 모습을 본 우연은 후드 속으로 언뜻 비친 이 사람의 얼굴이 어딘가 묘하게 낯이 익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지? 왜 이렇게 낯이 익은 것 같지? 이 사람 분명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새 우연의 손은 그녀가 정신없이 상대방의 후드로 향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의 후드에 우연의 손이 닿자 그녀는 손이 파르르 떨리고 심장이 거세게 뛰고 있음을 느꼈다. 우연이 애써 떨리는 손으로 그의 후드를 천천히 벗겨내자 드러난 그의 모습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새하얀 얼굴색과 유난히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눈에 보였다.

 하... 역시 내가 이 얼굴을 못 알아볼 리가 없지. 그녀의 손의 떨림이 몸을 타고서 가슴으로 전해진 걸까 그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왔다.

 

 “...야, 이 제노... 너 뭐야? 네가 왜 여기에....”

 

 멍하니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잠시 우연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분명 자신이 제노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모자라 아까부터 계속 그의 몸 이곳저곳에 손을 댔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자 처음 제노의 어깨를 만졌을 때 느꼈던 한기를 떠올려낸 그녀가 움찔 몸을 떨었다. 우연이 재빨리 제노의 의식을 확인했다.

 

 “시선 정상 호흡 정상 맥박 정상... 뭐야 정상이잖아?”

 

 그러나 우연의 걱정이 무색하게 다행히도 제노는 모든 게 정상이었다.

 

 “근데 왜 안 일어나지? 역시 구급차를 부르는 게.”

 

 우연이 손이 재빨리 119 번호를 누르던 그때 누워있던 제노가 뭔가를 중얼거렸다.

 

 “뭐라고?”

 

 그 말을 듣고 놀란 우연은 재빨리 제노의 입가에 자신의 귀를 가까이 했다.

 

 “더는 못 먹어요. 할머니... 벌써 세 그릇이나 먹었는걸요.”

 “뭐...?”

 “괜찮아요, 이제 배부르다니까요”

 “그러니까... 너...”

 

 지금 자고 있는 거냐? 하... 어이없다는 듯 깊은 탄식을 쏟은 우연은 여전히 잠꼬대를 웅얼거리는 그를 한번 노려보다 이내 제노의 몸 위로 털썩하고 쓰러졌다. 긴장이 풀림과 함께 몸의 힘도 다 풀려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간을 제노의 몸 위에 쓰러진 채로 그에게 가만히 기대있던 우연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일어난 그녀가 가장 먼저 한일은 가지고 나왔던 모든 것들을 다시 집안에 들여다 놓는 일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복도로 나와 제노를 부축하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자그마한 체구의 그녀보다 족히 2배는 차이 나는 제노를 부축하고서도 그녀는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씩씩하게 집 안으로 들어온 우연은 문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다 말고 백스텝으로 다시 방에서 나왔다.

 

 “생각해보니 왜 내가 얘를 내 방에서 재워야 해? 넌 내 집 안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야!!!”

 

 너무도 당연하게 제노를 자신의 방에서 재울 생각을 하다니. 다시 생각해보아도 정말 어이없는 생각이었다. 방에서 나와 거실의 소파로 향하는 우연의 발걸음에서 느껴지는 분노 뒤로 제노의 바지 밑단이 끌리는 소리과 함께 따라다녔다. 아무리 우연이 무리 없이 그를 부축하고 있다고 해도 키 차이가 20CM가 나는 둘이기에 제노의 다리가 우연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윽고 겨우 거실 소파 앞에 다다른 우연은 그대로 자비 없이 그를 소파 위로 내던졌다.

 

 “와... 너 이래도 안 일어나냐?”

 

 화장실로 가서 찬물 한 바가지 시원하게 퍼부으면 일어나지 않을까. 순간적으로 든 생각에 우연의 화장실 쪽을 흘끗 보았다. 하지만 아파트 복도에서 몸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누워있던 제노를 생각하니 그랬다간 정말로 구급차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작전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러자 아까는 너무 당황스러워 잊고 있었던 현실감각이 우연을 몸을 서서히 감싸 오르며 그녀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머릿속을 헤집는 묘한 현실감각에 한참동안 멍하니 자는 제노의 모습을 바라보며 석상마냥 굳어 있던 그녀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생각해보니 제노의 몸은 아직까지 냉기에 가득 차 있는 상태라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방금까지 이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금세 또 까먹다니.”

 

 확실히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긴 하구나. 자신의 머리를 헝클이며 중얼거리던 우연이 느릿하게 몸을 움직여 안쪽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금은 주인이 없는 빈방에서 우연이 가지고 나온 건 도톰한 겨울 이불이었다. 우연이 그것을 제노의 몸 위로 덮어주며 아직 벗겨주지 않은 그의 운동화도 함께 벗겨주었다. 벗겨진 운동화를 손에 쥔 채 그녀가 소파 앞에 털썩 주저앉아 작게 중얼댔다.

 

 “이게 대체 뭔 일이냐?”

 

 지금 여기, 우리 집 소파 위에서 자고 있는 이놈은 나와 16년을 알고 지낸 나의 오랜 불알친구 이제노이다. 5살 때 처음 만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쭉 함께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럴 것이 분명했던...

 그렇다면 어째서 내가 소꿉친구가 집에 찾아왔는데 반가워하기는커녕 놀라는 거냐며 궁금해 할 사람들이 많겠지. 하지만 나의 이런 반응도 분명히 이유 있는 행동이고 그 원인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제노한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연락 한 통 없던 이놈이 왜 갑자기 우리 집 앞에서 튀어나오고 그걸로도 모자라 뻔뻔하게 우리 집 복도에서 자고 있던 것인지... 아무튼 이 일에 관해서 설명하려면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우리가 중학생이었던 시절...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던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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