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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시계방 소년
작가 : 거부기야
작품등록일 : 2016.8.31

 
은백색의 회중시계 1-1
작성일 : 16-08-31 17:42     조회 : 448     추천 : 0     분량 : 5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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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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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이월의 추운 밤, 바깥에는 눈발이 희끗 희끗 흩날리고 있었다.

 

  뎅-뎅-

 

 그리고 여기 저기서 시계가 자정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드씨의 가게에서만 해도 수십 가지의 괘종시계가 울려댔다.

 

  "올해도 모든 일이 잘 풀리길... "

 

 부타 미드와 마르네 사모는 작은 테이블 위에 각자 치즈 케익 한 조각씩과 화이트 와인 한잔 씩을 따르놓고 그들의 아들인 그레이스가 깨지 않게 조심스레 건배를 하며 속삭였다.

 

  부타는 머리에 듬성듬성 흰 머리가 나고 누가 보면 집에 틀어박혀 책만 쓰게 생겼다고 할 정도로 도수가 높고 네모진 커다란 안경을 쓰고 연분홍색의 파자마를 걸치고 있었다.

 

  그는 몇년 전, 그레이스가 학교에 입학할 때 즈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시계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아내인 마르네는 어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그동안 방치해 오던 정리되지 않은 구불구불한 머리를 세 시간에 걸쳐 거의 다림질 수준으로 머리를 피고 파란색의 꽃무늬가 그려진 원피스 모양의 잠옷을 입고 창문 사이로 바람이 새어 들어와서 그런지 연신 손을 비벼대고 있었다.

 

 그녀는 얼마 전에 혼자서 하던 꽃 가게가 잘 되지 않자,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전업 주부로 살고 있는 중이다.

 

 예전보다는 사는것이 빠듯했지만, 불행하지는 않기 때문에 매일매일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덜컹-

 

 열두 번째 종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작은 갈색 창문이 벌컥 열리며 찬바람이 세차게 들어왔다.

 

 찬바람 때문인지, 부타는 의자에 걸쳐 놓았던 겉옷을 걸치고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창문을 굳게 닫았다.

 

  창 밖에서는 여전히 형형색색의 불꽃들이 여기저기서 번쩍이고 있었다.

 

 폭죽소리가 어느 정도 잦아지는가 싶더니, 이층에서부터 점점 커지는 발소리와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쿵-쿵-쿵-

 

  "그레이스! 우리 아가! "

 

 마르네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아이를 안아주기 위해 두 팔을 있는 힘껏 벌렸다.

 

  콰당-

 

  하지만 그레이스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휘청거리다 넘어고 말았다.

 

 그의 갈색 머리카락은 베게에 얼마나 파묻혀 있었는지, 붕 떠있었고 눈에는 눈물자국, 코에는 콧물이 널부러져 있었다.

 

  "오! 그레이스! "

 

 부타와 마르네는 넘어진 그레이스를 보고 놀라며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그레이스에게 달려가, 아이를 앉혔다.

 

 그레이스는 잔뜩 놀란 표정을 지으며 부타와 마르네를 한 번씩 번갈아 봤다.

 

  "그레이스, 왜 그러니?"

 

 마르네는 멍하게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레이스를 흔들었다.

 

  "여보, 얘가 머리를 다친 게 아닐까요?"

 

 부타는 그레이스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레이스는 그런 걱정스런 눈빛에는 관심도 주지 않으며 마룻바닥에 있는 구멍만 계속 응시했다.

 

 그리고 그 구멍 에서도 은빛으로 빛나는 강렬한 눈이 그레이스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마치 정신이 나갔다가 갑자기 돌아온 사람처럼 움찔 하더니, 벌떡 일어나서 다 자기 방으로 향했다.

 

  "얘야, 괜찮니?"

 

 마르네의 걱정어린 질문에도 그레이스는 대꾸도 하지 않고, 얼른 침대로 달려가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공포에 질린 눈알을 이지 저리 굴렸다.

 

  "그게 이 근처에 있단 말이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두려움에 떨다가 지쳐서 막 잠에 들려고 한 그레이스에게 어두운 정적 너머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스는 머리까지 덮어쓰고 있던 이불을 걷어 내고, 울먹이는 표정으로 마치 다리에 쥐가 난 사람처럼 어기적거리며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순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먼치킨 인형에서 삑 소리가 났다.

 

  "이봐! 조심하라고!"

 

 먼치킨 소리에 이어서 다시 한 번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스는 기절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는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적응이 안되니? 인간에겐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 않고, 우리를 보지 못한다고!"

 

 이번에는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누구 있어요?"

 

 그레이스는 다시 한 번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조금씩 덜컹거리는 창문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레이스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 쉬며 다시 방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레이스가 문 손잡이로 손을 뻗는 순간, 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잠겼다.

 

 그리고 그레이스의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책장 위에서 다시 그들이 수근 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누구에요!"

 

  그레이스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우리에게 말 하는거야?"

 

 책장 위에서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우리 목소리가 들리지?"

 

 그리고 이번에는 그레이스의 귓가에서 갈라지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스는 흠칫 놀라며 바닥에 나자빠 졌고, 그 목소리들이 킥킥 거리며 수근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그 세명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흥분한 목소리로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레이스를 어떻게 할지 열띤 토론을 펼쳤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그레이스는 조금 겁이 났지만, 조심스레 일어나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리로 온다!"

 

  "이리로 온다!"

 

  "이리로 온다!"

 

 그 목소리들은 아까보다 나지막이 속삭였다.

 

  "거기 누구세요!"

 

 그레이스는 소리 나는 곳을 응시한 채 말했다.

 

  "우리는 난쟁이 요정 푸... 읍!"

 

 갈라지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는 말 하려다 무엇에 옆구리를 쿡 쥐어 박히기라도 한 듯 놀라며 헛기침을 해댔다.

 

  "그새 잊었나? 멍청이 같으라고!"

 

 중년 여자의 목소리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갈라지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를 나무랐다.

 

 그레이스는 그 목소리들이 티격태격 거리고 있는 사이에 바로 옆애 세워져 있는 어린용 야구 베트를 조용히 집어 들었다.

 

 그 목소리들은 그런 그레이스를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 티격태격 이었다.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그레스는 야구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다.

 

 그 순간, 정적이 흐르더니 아까보다 창문이 한층 더 심하게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으악! 이 꼬맹이가 우리에게 쇠붙이를 휘둘렀어!"

 

 그 목소리들은 창가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마치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두려움에 떨었다.

 

 그레이스는 비록 날렵하지 못한 체구 때문에 운동 신경이 좋지 않았지만, 학고 체육 시간에 배운대로 방망이를 치켜들고 조금씩 창가로 접근했다.

 

 그가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자, 창문은 부서질듯 덜컹거렸다.

 

  "잠깐!"

 

 덜컹거리던 창문이 잠잠해 지고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레이스는 그 자리에 우뚝 선채로 창문을 응시한 채 마른 침을 삼켰다.

 

  중년 남자의 목소리는 뭔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더니 그레이스에게 손에 들고 있는 쇠붙이를 내려놓고 말로 해결하자는 투로 중얼거렸다.

 

 그런 말에 설득이라도 당한 듯 그레이스는 살며시 자기 바로 옆에 방망이를 내려놓았다.

 

  "자,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 볼까?"

 

 책장이 조금 흔들리는가 싶더니, 책장 위에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스는 책장 쪽으로 몸을 재빨리 돌리고는 그 중년 남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꼬마야 혹시 요만한 회중시계를 보지 못했니?"

 

 잠시 동안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려 오더니 갈라지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청하긴! 저 아이는 우리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고!"

 

 그리고 이어서 중년 여자의 답답해 죽으려는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라지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는 주눅이 들었는지 한번 그르렁 거리고는 입을 열지 않았다.

 

  "꼬마야, 혹시 네 손바닥보다 조금 더 작은 회중시계를 만진 적이 있니?"

 

 중년 여자의 목소리는 아까보다는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레이스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여태까지 봐온 회중시계만 해도 수백 가지가 넘었기 때문이다.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말씀해 주실래요?"

 

 그레이스는 여태까지 봐온 회중시계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며 말했다.

 

  그그극-

 

 그레이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룻바닥에는 뭔가 뾰족한 것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동그라미가 그려 지더니 그 중간쯤에 사람 눈 모양이 그려지고 주위에는 이름 모를 꽃잎이 그려졌다.

 

  "여기에는 은백색의 용의 눈물이라는 보석이 박혀있어."

 

 그림을 다 그리고, 중년여자의 목소리는 그 그림의 중간부분에 작은 동그라미를 또 그리며 그레이스에개 설명해 주었다.

 

  "그런 시계는 본적이..."

 

 그레이스는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며 말을 하다가 순간 아까 전에 일층 마룻바닥 아래에서 보았던 은색으로 빛나던 소름끼치는 눈알을 떠올렸다.

 

 그레이스는 한기가 느껴졌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생각나는 것이 있니?"

 

 그레이스의 바로 앞에서 중년 여자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마룻바닥에 그려진 그림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창 밖에서는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모습을 드러 내면서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달빛을 등지고 그레이스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쿵-

 

 울음소리가 멈추고 그레이스는 잠시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쓰러지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레이스는 창밖에서 비춰오는 강렬한 햇빛 때문에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그레이스, 오늘이 아무리 주말이지만 너무 늦게 일어나는 것 같구나!"

 

 일층 부엌에서 현란하게 볶아지는 야채들 소리 사이로 마르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스는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려는 순간, 바람이 불면서 창문이 활짝 열렸다.

 

 그 순간 그레이스는 어제의 일을 떠올게 되었다.

 

 그레이스는 오줌이 마려운 듯 몸을 한 번 부르르 떨고는 한 손으로 자기 뺨을 세차게 때려 보았다.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아직까지 자기가 살아 있으니 기억속의 그 일은 그냥 꿈일거리고 믿기로 했다.

 

  "그레이스, 너는 어제 밤에 고양이들이 그렇게 울어대는데도 잘만 자더구나."

 

 마르네가 살짝 놀랍다는 표정으로 그레이스를 슥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이게 뭔 난리인지 원."

 

 부타는 쾡한 눈을 꿈뻑거리며 중얼거리고는 식탁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펼쳐 들었다.

 

 그도 역시 어제 밤에 잠을 심하게 설친 모양이었다.

 

  "아빠, 혹시 우리 집에 보석 박힌 회중시계도 있어요?"

 

 그레이스는 어렴풋이 기억나는 어제의 기억을 떠올려보며 슬며시 물어 보았다.

 

 부타는 잘못 들었다는 표정으로 읽던 신문을 살짝 내리며 그레이스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보석 박힌 회중시계요."

 

 그레이스는 받아쓰기를 시키는 교사처럼 발음을 또박또박 하여 다시 한 번 그에게 말해주었다.

 

  "그런 시계가 있었으면 당장이라도 팔아버렸을 거다."

 

 부타는 눈을 한 번 반짝이고는 다시 신문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레이스는 그런 그에게 한 가지 더 물어보려고 했으나 그가 감정적으로 신문을 탁 접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어제 뉴스에서는 분명 날씨가 흐리고 천둥 번개가 칠 것이라고 했는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그레이스, 마트에 가서 우유 좀 사오겠니? 항상 남아서 버리던 우유가 다 떨어졌구나."

 

 마르네는 우유 통을 한번 흔들어 보이며 그레이스에게 말했다.

 

 그레이스는 접시에 남아있는 베이컨만 얼른 다 집어 먹고는 올라가서 옷을 갈아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레이스는 날씨가 겨울 같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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