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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복수에 신을 바란 적은 없었다
작가 : 여름별밤
작품등록일 : 2020.7.13

전쟁을 끝낸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해버린 나발리스 왕국의 기사 스테릴. 그런 그를 구한 건 다름 아닌 스테릴이 무너트렸던 니그로르 왕국의 왕녀 리스.

"왜 나를 구했지?"
"너보다 먼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단 한 사람, 나발리스의 왕에게 복수하기 위해 손을 잡은 두 사람. 그러나 우연히 구하게 된 소녀로 인해 그들의 복수는 전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기사, 마법사, 그리고 왕녀 (1)
작성일 : 20-07-13 22:15     조회 : 327     추천 : 0     분량 : 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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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쳤어?"

 

 리스가 낮고도 강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도대체 아무 관련 없는 일에 나서려는 이유가 뭐야?"

 

 "......그럼 사람 죽는 걸 보고만 있을까?"

 

 "하."

 

 스테릴의 대답에 리스가 코웃음을 쳤다.

 

 "네가 아직도 기사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지? 지금 넌 그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테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럽게 풀숲에서 튀어나온 그의 모습에 뒷걸음질 치던 소녀 한 명이 기겁하며 돌아섰다. 그녀에게 다가오던 남자들 역시 당황하며 멈춰섰다. 소녀를 사이에 둔 채 흐르는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쪽은 스테릴이었다. 그가 고개를 살짝 들어 턱으로 소녀를 가리켰다.

 

 "죽일 건가?"

 

 남자들의 침묵은 조금 더 이어졌고, 이내 그들 중 누군가 물었다.

 

 "누구지?"

 

 "질문은 내가 먼저 했다."

 

 스테릴의 답변에 남자들은 말없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들고 있던 검을 고쳐 쥐며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에 스테릴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종종 사람 죽이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개새끼들이 있지."

 

 그는 옆에 있던 굵은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런데 너희가 하는 짓을 보자니 그렇게 부르기조차 아까워."

 

 그가 소녀를 지나쳐 남자들과 마주했다.

 

 "할 짓이 없어서 소녀 하나 죽이는 데 이렇게 우르르 몰려왔냐? 이 개만도 못한 새끼들아."

 

 "이 새끼가!"

 

 결국 폭발한 남자 하나가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지만 스테릴은 가볍게 몸을 틀어 남자의 무릎을 걷어찼다. 중심을 잃은 남자가 휘청거렸고 스테릴이 들고 있던 나뭇가지가 남자의 관자놀이에 날아들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고꾸라지는 남자를 뒤로 한 채 스테릴은 떨어진 검을 주워들었다.

 

 "이제 처음부터 차근차근 풀어보자고."

 

 그가 무감정한 눈으로 남자들을 둘러보았다.

 

 "말해. 누구 명을 받고 대낮부터 이런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는 거냐."

 

 "믿을 수가 없는 걸."

 

 낯선 목소리와 함께 남자들 사이에서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옅은 갈색 눈동자가 스테릴을 똑바로 응시했다.

 

 "어떻게 살아있지?"

 

 그녀를 본 스테릴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너였냐?"

 

 그는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이 개 같은 년아."

 

 여자가 스테릴과 쓰러진 남자를 번갈아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 험한 입도 실력도 여전하네. 나름 신중하게 골라서 데려왔는데."

 

 "이런 놈들을 검사라고 키운 너희 가문이 반성해야지. 케놀즈 가문의 명성도 다 옛말인가?"

 

 "그거야 이들은 당신 같은 괴물을 상대해본 적이 없으니까."

 

 여자는 들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내가 나선 거고."

 

 그녀가 싱긋 웃었다.

 

 "안 그래도 그날 당신을 확실하게 죽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긴 했는데. 이렇게 제 발로 찾아와주면 나야 고맙지."

 

 "자신 있나 보지?"

 

 스테릴이 되물었다.

 

 "그때와는 달리 다른 가문도 보이지 않는데, 혼자서 날 잡을 수 있겠어?"

 

 "그때의 당신은 더 잃을 게 없었으니까."

 

 여자가 검 끝으로 소녀를 가리켰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지."

 

 스테릴이 말없이 소녀를 막아서자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해가 안 가. 그렇게까지 지키려는 이유가 뭐지? 갑자기 옛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되살아나기라도 한 거야?"

 

 "무슨 개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처음 보는 사이야. 그저 네 손에 누군가가 죽는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해두지."

 

 스테릴의 답변에 여자는 잠시 멍하니 스테릴을 바라보다가 이내 폭소를 터트렸다.

 

 "당신 정말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 하긴, 알았다면 우리를 막아서진 않았겠지."

 

 "아까부터 자꾸 무슨......"

 

 짜증을 내며 대답하던 스테릴의 머릿속에 문득 여자가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갑자기 옛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되살아나기라도 한 거야?'

 

 스테릴은 고개를 돌려 소녀를 바라보았다. 하늘을 닮은 옅은 푸른빛 머리카락과 눈동자. 곧게 뻗은 코. 굳게 다문 붉은 입술. 그 모든 것이 자연스레 뒤섞여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고 하얀 얼굴에서 낯익은 이름이 떠올랐다.

 

 "레인...... 나발리스."

 

 멍하게 중얼거리는 스테릴에게 여자는 다시 한번 폭소했다.

 

 "이제 알았어? 당신이 지키려던 사람이 누군지?"

 

 그녀가 비웃듯 말을 이었다.

 

 "당신을 버린 왕의 딸이야."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불꽃이 그대로 여자를 덮쳤다. 여자는 간발의 차이로 뒤로 물러섰고 그녀가 서 있던 자리는 작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 불길 뒤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났다.

 

 "......안 나설 것 같이 굴더니?"

 

 스테릴이 조용히 물었고 리스는 차분하게 답했다.

 

 "아무 관련 없는 일이 아니게 되었으니까."

 

 일렁이는 불꽃이 그녀의 양손을 감싸고 있었다.

 

 "왕이 자기 딸을 죽이라고 시키지는 않았을 테고."

 

 그녀가 여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왕국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여자는 짧게 혀를 찼다.

 

 "마법사를 상대하는 건 계획에 없었는데."

 

 "나도 나설 생각 없었어."

 

 리스가 말했다.

 

 "굳이 힘 빼고 싶지 않았거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손을 감싸고 있던 불꽃이 여자를 향해 뻗어 나갔다. 여자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굴렸고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남자 하나가 대신 불꽃에 휩싸였다. 비명과 함께 남자가 땅을 굴렀고 그 모습에 다른 이들은 두려운 표정과 함께 뒤로 물러섰다.

 

 "한꺼번에 덮쳐!"

 

 여자가 명령했으나 남자들은 여전히 주저할 뿐이었다. 여자가 분노하며 남자들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를 토해냈다.

 

 "이 멍청이들아! 마법을 쓸 시간을 주지 않으면 될 거 아니야!"

 

 곧바로 그녀가 리스에게 검을 세우며 달려들었고 주춤거리던 남자들 역시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리스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이어져라."

 

 그녀의 말에 여전히 땅을 구르고 있던 남자의 몸에서 여러 갈래의 불꽃이 뻗어나왔다. 순식간에 여자와 남자들을 덮친 불꽃이 그들을 그들의 동료와 같은 꼴로 만들었고 여자 역시 완전히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내 팔에 달라붙은 불꽃을 털며 재빨리 일어섰지만 바로 눈앞에서 타오르고 있는 조그만 불꽃에 움직임을 멈췄다.

 

 "......대체 누구야. 이런 마법은 듣도 보도 못했어."

 

 떨림이 묻어나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감정이 담기지 않은 짙은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했다.

 

 "모르는 게 당연하지."

 

 역시 무감정한 목소리로 리스가 말했다.

 

 "너희가 짓밟은 왕국의 마법이니까."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니그로르의 마법사들은 대부분이 죽거나 사라졌어! 너 같은 수준의 마법사가 남아있을 리가 없다고!"

 

 "난 마법사가 아니었으니까."

 

 "뭐?"

 

 "니왈리스 테네브라이."

 

 순간 여자는 온몸을 훑는 공포감을 느꼈다.

 

 "내가 그녀의 딸이다."

 

 리스의 그 속삭임을 끝으로, 여자는 두 눈을 엄습하는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

 

 

 

 

 ******************************************************************************************

 

 

 

 

 

 "......리오네님. 리오네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리오네는 눈을 떴다. 익숙한 얼굴들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앉아있던 그녀는 이내 자신의 두 눈 주변을 어루만지며 깜빡거렸다. 조금 건조한 느낌이 들 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누군가 걱정스러운 듯 묻자 리오네는 조용히 되물었다.

 

 "왕녀는?"

 

 "......놓쳤습니다. 그 두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리오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에 휩싸여서 뒹굴고 있던 이들은 전부 멀쩡해보였다.

 

 '전부 환영이었다고?'

 

 그녀가 허탈하게 하늘을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돌아간다."

 

 "예? 하지만 다른 가문들에게 왕녀를 빼앗기기라도 하면......"

 

 "아무리 마법사를 상대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놀아났어. 다른 가문이라고 다를 것 같아? 지금은 왕녀를 쫓는 것보다 그녀를 데려간 두 사람에 대해 알리는 게 우선이야."

 

 "......도대체 그 두 사람이 누굽니까?"

 

 잠시 침묵하던 리오네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스테릴 페르하.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리오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들은 경악하며 제각기 입을 열었다.

 

 "그 전쟁 영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게 젊은 사람이?"

 

 "말은 똑바로 해야지. 아무리 전쟁에서 공을 세웠으면 뭐해. 폐하를 살해하려 한 반역자인데."

 

 격렬하게 충돌하는 의견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렇지만 죽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알고 있었지."

 

 리오네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젠 아니야. 어떻게 살아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해. 왕국이 위험하다는 것."

 

 "아무리 전쟁 영웅이라지만 너무 과장 아닙니까?"

 

 "혼자였다면 당연히 그렇겠지. 내가 걱정하는 쪽은 그가 아니야."

 

 "혹시 그 마법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니왈리스 테네브라이. 자신이 그녀의 딸이라고 하더군."

 

 순간 정적이 흘렀다. 리오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 왕국을 집어 삼킬뻔한 그 괴물의 핏줄이 살아있었어."

 

 조금 더 흐른 침묵 끝에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니왈리스는 죽었고, 니그로르는 사라졌습니다. 그 딸이 아닌 니왈리스 본인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애초에 진짜 니왈리스의 딸이라는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예?"

 

 "전쟁이 끝난 지 2년이 채 안됐다지만, 니그로르의 땅이었던 곳에서는 아직도 크고 작은 반란들이 일어나고 있어. 전쟁에서 많은 힘을 쓴 왕국은 그 반란을 진압하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상황이야. 니왈리스가 죽은 지금도 그 정도인데, 그 딸이 살아있다는 게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과연 반란의 규모가 지금 정도에서 그칠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나 더 묻지. 그렇게 니왈리스의 딸을 주축으로 뭉친 거대한 반란을 진압한다고 쳐. 그때가 되면 나발리스는 더는 왕국이라고 불릴 수 없겠지. 두 번의 전쟁을 겪고 난 후의 왕국은 형편없이 약해져 있을 테니까. 대륙의 다른 나라들이 그걸 보고만 있을까?"

 

 리오네가 이마를 지그시 눌렀다.

 

 "물론 방금 말한 건 그냥 내 의견이고, 너희 말대로 조금 과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두 사람 다 위험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리오네는 말없이 걸음을 옮겼고 남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리오네는 아까붵 떠오르던 의문에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진짜 니왈리스의 딸이라면, 왜 스테릴을 돕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거짓말을 했다고 하기에도 말이 안 돼. 쫓기던 왕녀를 데려갔다는 것만으로 추격이 더 거세질 텐데, 굳이 니왈리스의 딸이라는 엄청난 거짓말을 해서 없던 위험까지 만들 필요는 없지. 그렇다면 대체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짓을 벌인 거지?'

 

 리오네는 고개를 저었다. 세울 수 있는 가설들은 전부 단 하나의 사실 앞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니왈리스를 죽인 사람이 다름 아닌 스테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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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사, 마법사, 그리고 왕녀 (1) 2020 / 7 / 13 328 0 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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