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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1화 <Happy Strange Birthday>
작성일 : 20-01-07 17:26     조회 : 371     추천 : 0     분량 : 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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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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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r Bz]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직 어린 소년티를 벗지 못한 앳된 남자였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입장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 묘한 균열이 안나의 시선을 끌었다.

 

 “마티니 하나 주세요.”

 

 올리브를 띄운 투명한 마티니가 남자 앞에 놓였다. 살짝 흔들리는 마티니의 표면이 아주 잠깐, 남자의 눈동자를 담았다. 맑은 눈빛이었다. 그리고 숨겨지지 않는 약간의 설렘과 기대.

 

 남자는 조심스럽게 잔의 다리를 잡고는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그러나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작게 콜록거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남자가 안나의 시선을 알아챈 것은 그 때였다. 남자는 안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미안해. 난 또 너무 자연스럽게 주문하길래 늘 마시던 건 줄 알았지.”

 

 안나에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남자는 멋쩍은 듯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술은 처음이라... 아저씨들이 매일 이렇게 주문해서 한 번 따라해 봤는데, 완전 실패했네요.”

 

 솔직한 대답이었다. 안나는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커피슈가를 내밀었다.

 

 “이거라도. 입가심은 될 거야.”

 “감사합니다.”

 

 안나는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남자가 어려 보였던 것은 어두운 조명 때문이 아니었다. 큰 키와 골격은 완연한 성인이었지만, 확실히 아직 얼굴에 어린 티가 남아있었다.

 

 “몇 살?”

 “오늘로 딱 스무살이요.”

 “어? 그럼 오늘이 생일?”

 

 남자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별일이네. 나돈데.”

 

 남자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는 안나를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어두운 조명 때문에 흐릿했던 안나의 얼굴이 남자의 눈에 들어왔다. 어깨 위로 애매하게 찰랑거리는 단발머리에 캐주얼한 옷차림. 그 때문인지 얼핏 보면 20대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30대 후반은 된 듯 했다.

 

 “되게 반갑네요. 저랑 생일 같은 사람, 오랜만에 봐요.”

 

 재미있는 우연은 인연을 만들기 마련이다. 이런 곳에서 이 정도의 인연이라면, 굳이 경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안나는 손을 들어 바텐더를 불렀다.

 

 “여기 이 친구한테 모히또 한 잔. 럼을 좀 세게 넣어줘요. 술을 마셔보고 싶어하는 것 같으니까.”

 “어, 저 이미 이거 시켰는데...”

 “술은 처음에 잘 배워야지. 태어나서 처음 마시는 술이라니까, 이건 특별히 내가 살게.”

 

 민트를 찧는 경쾌한 소리와 탄산 기포가 만드는 청량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남자의 앞에 모히또를 담은 큰 잔이 놓였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잔을 잡고는 빨대로 한 모금 빨았다.

 

 “다네요.”

 “모히또니까.”

 “꼭 탄산음료 같아요.”

 “탄산을 넣었으니까.”

 “뭔가 어른스러운 그런 걸 마셔보려고 했는데...”

 “그럼 마티니를 마저 마시든가.”

 

 남자는 아직 한 모금밖에 마시지 않은 채 그대로 놓인 마티니잔을 바라보았다. ‘저걸 언제 다 마시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표정에 고스란히 들어났다. 꽤나 귀여운 친구였다.

 

 “왜 굳이 어른스러운 걸 마시려고 해. 맛도 모르면서.”

 “그냥... 마셔보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거든요.”

 “그래? 그 버킷리스트엔 또 뭐가 있는데?”

 “뻔한 것들이죠, 뭐. 나이 때문에 그동안은 못했던 것들.”

 

 어느새 안나는 남자와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있었다. 그 결과, 안나는 남자의 이름이 유진이며, 학업은 일찌감치 포기한 채 어릴 때부터 틈틈이 익힌 기술로 그럭저럭 먹고 살고 있다는 제법 프라이빗한 정보까지 얻어낼 수 있었다.

 

 “죄송해요. 처음 만난 사람한테 별 이야기를 다 하죠?”

 

 쑥스러움에 머리를 쓸어 넘기는 유진에게 안나는 괜찮다는 듯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아. 원래 내 앞에선 다들 그래.”

 “말하시는 게 꼭 카운슬러 같은데요?”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네.”

 “어, 정말요?”

 

 안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 생각하는 카운슬러와는 조금 다르지만, 안나의 직업을 생각하면 아주 틀린 것은 아닌 셈이다.

 

 “오늘 반가운 거 무지 많네요. 실은 저도 비슷한 일 하거든요. 카운슬러.”

 “네가?”

 “네. 뭐... 일종의?”

 

 이제 갓 스무살 난 아이가 하는 일종의 카운슬링이라... 의문이 떠오르던 찰나, 안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안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전화를 받았다.

 

 “네. 알았어요. 지금 가죠.”

 

 안나와 유진의 짧은 만남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일어나야겠네. 카운슬링 때문에.”

 

 안나의 말에 유진은 바의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봤다. 새벽 한 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바쁘시네요.”

 

 안나는 옆에 놓여있던 가방을 짚어 어깨에 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마치 어린 남동생을 대하는 것처럼 유진의 머리를 손으로 스치듯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Happy birthday.”

 

 안나의 모습이 출입문 너머로 사라졌다. 유진은 안나가 앉았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자신이 처음 시켰던 것과 같은 마티니가 빈 잔만 남아 있었다.

 

 어디선가 탄산이 터지는 경쾌한 소리에 유진은 자신의 앞에 놓인 잔을 바라봤다. 모히또 잔 속에서는 여전히 기포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모히또 잔을 들어 덩그러니 남겨진 안나의 잔에 살짝 부딪쳤다.

 

 “Happy birthday.”

 

 

 * * *

 

 

 안나를 태운 택시가 향한 곳은 서울 외곽에 소재한 한 교도소였다. 발을 동동 구르며 정문 앞에 서 있던 소장이 안나가 탄 택시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달려왔다.

 

 “성 교수, 왜 이제 옵니까!”

 

 그러나 안나는 여전히 좌석에 앉아 지갑에서 지폐를 한 장 한 장 세어 기사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잔돈을 받아 확인까지 하고서야 비로소 택시에서 내렸다. 그 느릿한 모습에 안 그래도 속이 타들어가던 소장이 소리를 질렀다

 

 “성 교수!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니까요!”

 “죽지는 않았다면서요?”

 

 여유롭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안나의 대답에 소장은 답답한 듯 가슴을 쿵쿵 쳐댔다. 하지만 그 모습을 안나는 그저 한심한 듯 바라볼 뿐이었다.

 

 “진정하세요. 지금 숨 넘어가게 급한 건 환자 살리는 응급실 의료진이지, 우리가 아니잖아요?”

 “그래도-”

 

 순간, 안나의 날카로운 눈빛이 소장을 향했다. 안나를 붙잡고 어떻게든 하소연하려던 소장은 그 눈빛에 겁을 먹고는 말을 멈췄다.

 

 “소장님. 그렇게 흥분하시면 재소자들이 동요해요. 오늘 밤 미쳐 날뛰는 재소자는 아까 자살 기도한 그 한 명으로 족하지 않을까요?”

 

 틀린 판단은 아니었다. 자살을 기도한 1092호는 안나가 그동안 전담으로 맡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카운슬러가 재소자의 감정에 동화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감정적인 교류는 있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나라는 카운슬러는 재소자에게 눈곱만큼의 인정도 발휘하지 않았다. 프로라면 프로였지만 매정하다면 매정한, 그런 카운슬러였다.

 

 “일단 CCTV부터 보죠.”

 

 

 

 자살기도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튼 간수는 조용히 안나의 눈치를 살폈다.

 

 영상 속 1092호는 모니터 너머에 누군가가 있는 것 마냥 CCTV를 뚫어질 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마치, CCTV를 보고 있을 누구에게 자신의 자살을 중계라도 하는 듯, 자살의 과정 하나하나를 분명하게 천천히 시행해나갔다.

 

 “쇼하고 있네.”

 

 안나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문제였다.

 

 “내일 아침에 보고를... 뭐라고 할까요?”

 “본 그대로 말하세요.”

 “괜찮겠습니까?”

 “뭐가요?”

 “성 교수가 전담했는데도 계속 자살을 시도 하지 않습니까?”

 

 질책 반, 걱정 반으로 건네는 소장의 경고에도 안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제 걱정 전에 소장님 본인부터 걱정하세요.”

 “네?”

 “응급실 보낼 때 간수는 충분히 딸려 보내신 거죠?”

 

 뜬금없는 안나의 말에 소장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안나를 바라봤다. 그 때, 우당탕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간수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소장님!”

 “무슨 일이야?”

 “1092호가...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간수의 말에 소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안나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달밤에 체조 잘 하고 오세요. 뭐, 멀리 갔겠어요?”

 

 
작가의 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새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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