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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가 : 김밥
작품등록일 : 2019.10.30

운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사랑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갔고 결혼을 했다. 행복했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전까지.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당신과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여보,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작성일 : 19-10-30 17:46     조회 : 310     추천 : 2     분량 : 4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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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이 정말 좋다.

 

 내 인생을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었다.

 

 나름 중앙에서 권력도 잡고 있고 곧 후작의 직위를 받는 어머니와 옆 왕국의 2왕자이자 대공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늘 누군가의 윗사람으로 컸다.

 

 게다가 황태녀와 동갑인지라 두어 살 터울의 3황자와 셋이 같은 수업을 들으며 컸기에 지금까지도 꽤나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육촌 사촌인 황제마저 나를 꽤 귀애했기에 거의 황족과 동등한 위치에 머물렀고 내 인생에서 ‘불행’이라는 단어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미래까지 약속하였으며 오늘은 그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가 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내가 뭘 들은 거지?

 

 머릿속이 사고가 멈춘 듯 생각을 이어나가기 어려웠다.

 

 생각을 하자, 아비가일. 이 잘난 머리를 굴려보란 말이야.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이브를 사랑하는지.

 

 누군가 피가 안 통할 정도로 손을 꽉 잡고 있다 탁 하고 놓은 느낌이었다.

 

 밀려오는 사실을 받아내기 어려웠다.

 

 그럴 것이. 그 말을 내뱉은 이는 내가 사랑하는 연인이었고. 내 남편이었으니깐.

 

 불현듯 든 생각이다. 에드먼이 나에게 먼저 사랑한다고 한 적이 있었던가.

 

 온 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에드먼은 단 한 번도 사랑한다고 한 적 없었다.

 

 내가 사랑한다고 말한 테면. 늘 미소로 답했으며 나는 그 미소의 뜻을 멋대로 판단 한 것일 뿐이었다.

 

 “이브.”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드니 보통 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에드먼이 보였다.

 

 “파티장에 들어갔는데 보이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걱정하셨어요?”

 

 내 말이 의외였는지 에드먼은 눈을 살짝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당연하지요. 혹시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저 모습이, 가짜인걸까.

 

 “...아뇨. 오늘 아침부터 준비했더니 조금 피곤한 것 같아서요. 신경 쓰실 정도는 아니에요.”

 

 웃으며 그를 보자 에드먼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보다가 손을 뻗었다.

 

 그것을 알아차리자마자, 나는 반사적으로 그 손을 피했고 그 행동에 놀란 것은 나도, 에드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놀란 얼굴로 서로를 잠깐 바라보다가 먼저 고개를 돌린 것은 나였다.

 

 “죄, 죄송해요. 제가 땀이 나서...”

 

 횡설수설 거리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달빛에 일렁이는 그림자가 겹쳐져 있다가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내 말을 끝으로는 어색한 정적이었다.

 

 “아, 아닙니다. 머리카락에 잎이 붙어 있어서...”

 

 당황한 듯한 에드먼이 말끝을 흐렸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

 

 “아가씨!”

 

 다행히 에드먼이 나를 부르기 전에 멀리서 손을 흔드는 시녀의 모습이 보였다.

 

 “백작님께서 오셨어요!”

 

 “어머니가?”

 

 내일 중으로 도착하신다고 들었는데.

 

 시녀의 말에 의아함을 품은 그때, 에드먼이 내게 손을 뻗었다.

 

 “장모님께서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신 모양이군요.”

 

 그와 있는 것을 목격 당했으니 따로 들어가면 다른 이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 뻔했다.

 

 에드먼의 손을 잡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가 속으로 나와의 접촉을 역겨워 하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니, 도저히 에드먼의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이브.”

 

 나를 재촉하는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손을 올리자 에드먼이 나를 에스코트했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나고 그의 등장으로 잠시 식어있던 파티는 다시 열기를 띄었다.

 

 파티는 새벽까지 이어졌으면 어영부영 술을 마시다가 잠에 들었고 중간에 잠깐 일어나보니 에드먼의 품 안이었다.

 

 “에드...먼...?”

 

 “아 일어나셨습니까? 손님들은 제가 다 배웅했으니 푹 쉬세요.”

 

 “하지만...”

 

 초야를 치러야 하는데...

 

 반쯤 눈을 감고 웅얼거리자 에드먼의 걸음이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뜨니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에드먼이 보였다.

 

 “초야는 언제든지 치룰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브도 저도 피곤하니 다음을 기약해요.”

 

 등에는 푹신한 침대의 감촉이 느껴졌다.

 

 포근한 느낌에 도저히 잠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잘 자라며 손등에 작게 키스하는 에드먼을 보다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왜 그러십니까, 이브?”

 

 “에드먼... 뭐 하나 무러바도 대나여?”

 

 혀가 꼬여 발음이 셌다.

 

 그 모습에 에드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당연하지요. 이브라면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나를.”

 

 나를 사랑해요?

 

 뒷말이 입 밖으로 나갔는지, 나가지 않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내 기억에 남는 것은, 내 손을 떨쳐내는 에드먼의 손길이었다.

 

 

 ***

 

 

 98% 확신이 들었다.

 

 사실을 알게 되니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에드먼이 나를 보는 눈빛과 손짓이라든지.

 

 그리고 나를 향해 품은 마음이라든지.

 

 어찌나 잘 보이는지 실은 내가 알고 있었음에도 모르는 척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거의 100%였지만 2%는 현실 부정이었다.

 

 에드먼은 정중하지만 거절을 할 줄 아는 이였다. 적어도 내가 4년 동안 만난 에드먼은 그랬다.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청혼을 하지 않았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에드먼, 당신과 결혼하면 어떨까요? 전 좋아요. 일어나서 잠이 들 때까지 에드먼을 볼 수 있잖아요.

 

 그로부터 딱 일주일 후 나는 에드먼에게 청혼을 받았다.

 

 이 기막힌 우연일 일어날 확률이 어느 정도 될까.

 

 나 혼자 사랑을 했고 나 혼자 행복했다.

 

 이런 상황은 단 한 번도 예상해본 적 없었기에 아직까지 당황스러웠다.

 

 그가 날 사랑할 것이라 믿었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라 생각했으니깐.

 

 언제나 자상하고 다정한 에드먼이 날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따윈, 상상도 못한 것이자 상상도 하기 싫은 것이었기에.

 

 “이브. 어제 잠은 잘 주무셨습니까?”

 

 저 다정한 미소가 연기였구나.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여졌다.

 

 “네, 여보가 어제 저를 옮겨 주었나요? 괜히 무리하신 건 아니시죠?”

 

 어제 일이 기억나지 않는 척 물으며 그의 왼쪽 팔을 흘깃 보자 에드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브 정도는 가벼우니 괜찮습니다. 많이 피곤해보여 차마 깨우질 못했습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어제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결혼식 준비를 했고 결혼식이 너무 떨려 잠도 잘 자지 못해 술기운까지 빌려 겨우 잠에 들었었으니.

 

 내가 그렇게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떨려하는 동안. 당신은 혹시 이 결혼을 후회하고 있었을까?

 

 내가 없는 뒤에서, 어제처럼 다른 이에게 마음을 털어놨을까.

 

 간단한 아침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나는 뭘 어쩌면 좋을까.

 

 내 입장에선 최고의 선택지가 있다. 이혼.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에드먼을 사랑하고 있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아도 내 마음을 어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귀족의 이혼을 쉽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에드먼과 나의 이혼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우리의 결혼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기에 그에 대한 보상을 해야 했다.

 

 이 결혼으로 얻은 것은 많았으나 이혼으로 잃는 것은 더더욱 많다.

 

 결론적으로, 이혼은 나에게도 그에게도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이 사회에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부부들은 많다. 황족은 더욱이 배우자의 대한 선택의 폭이 좁고 내 부모님도 정략결혼으로 만난 것이었다.

 

 둘의 사이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았고 대부분들이 그랬다.

 

 내가 영원히 입을 닫으면 될까.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그는 대답 없이 미소만 짓고. 그런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지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였다.

 

 내가 생각하는 시간을 짧았다. 나는 결정을 내렸다.

 

 “각하께서는 어디 계시니?”

 

 

 ***

 

 

 “이브?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여기까지 오기에는 많이 떨렸지만 실제로 그의 앞에 서니 꽤 무덤덤했다.

 

 내 심상치 않은 표정을 눈치 챈 에드먼은 짓고 있던 미소를 지우고 나를 끌어 당겼다.

 

 “이브. 무슨 일 있으십니까.”

 

 “여보.”

 

 내 손을 붙잡은 에드먼의 손을 살짝 밀어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제, 결혼식이 끝나고 파티를 하던 도중에 밖에 나간 당신을 찾으려 나갔었어요.”

 

 축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전에 술을 가볍게 한 잔 먹었는데 그게 뒤 늦게 올라와서 그런지 어지러웠던거 있죠. 그래서 조금 쉬기 위해 정원에 갔었어요.”

 

 정원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제야 에드먼의 표정이 굳어졌다.

 

 “앉아서 쉬고 있는데 당신과 엑티아 백작의 목소리가 들려서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모든 말을 다 생각해놨지만 막상 에드먼 앞에서 말하려고 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모두. 다 들으셨습니까?”

 

 이제와 숨길 건 없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먼은 입술을 달싹거리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 합니다. 미안합니다, 이브.”

 

 그의 말에 심장이 철렁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혼을 원하신다면 해드리겠습니다.”

 

 실은, 그가 모두 오해라며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했으면 했다.

 

 만약 진실이었어도 못이기는 척 넘어갔을 텐데. 그가 이렇게 나오면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아니요.”

 

 단호한 내 말에 에드먼이 고개를 들었다.

 

 “이혼은 원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의외였던 건지, 에드먼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한지 하루 만에 이혼이라. 여보와 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

 

 나는 꼬박꼬박 여보라는 호칭을 붙이며 이혼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내보였다.

 

 “그러니, 여보.”

 

 나는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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