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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1화
작성일 : 19-10-30 17:01     조회 : 388     추천 : 1     분량 : 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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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한 여자가 대로를 뛰어가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힐끗 쳐다볼 뿐, 누구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

 

 “도와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 제발…”

 

 여자는 하늘을 보며 외쳤다.

 흰색 계열의 깔끔한 원피스를 입고, 귀 아래 조금 더 내려오는 단발머리 사이로 반짝이는 귀걸이가 보인다. 초커형태의 목걸이는 하얗고 가는 목에 잘 어울렸다.

 원피스와 색을 맞춘 흰 신발, 그리고 어깨에 사선으로 멘 갈색의 작은 핸드백까지. 휴일에 애인과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차려입은 모습이다.

 

 “쯧쯧쯧.”

 “저걸 어째…”

 

 주변에서 혀 차는 소리와 함께 안타까운 말이 들려왔다. 여자는 하늘을 보며 마스카라 섞인 검은 눈물을 흘렸지만, 누군가 다가와서 위로를 해 주거나 도움이 필요한지 묻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는 아무런 위협이 없었기 때문이다.

 흉악범이 칼을 들고 쫓아오지도, 몸에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땅이 꺼진다거나, 건물간판이 떨어지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왜 이런 거야…‘

 

 그녀는 힘없이 소리를 내뱉으며 하염없이 울었다. 소리 내어 엉엉 우는 게 아니다. 그저 완전히 자포자기 한 심정으로 눈물만 줄줄 흘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힐끗거리며 쳐다볼 뿐.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게의 간판은 대낮임에도 환하게 불을 켜 놓고 장사를 하고, 택시와 버스는 도로를 바쁘게 오가며 사람들을 태우고 내렸다. 가로수의 나뭇잎은 바람에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마다 인사한다.

 모든 것이 일상이며 어제와 다르지 않은 날이 평화롭게 보인다.

 자신만 지옥이다.

 그녀는 천천히 팔을 들어 눈앞에 가져다 대었다. 하얀 손목에 누군가 마른 매직펜으로 장난 쳐 놓은 듯, 거뭇거뭇한 줄이 그어져 있다.

 동공이 확장되었다. 턱이 덜덜 떨려 이빨이 딱딱 부딪힌다. 그녀는 왁 하고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아악!! 그만! 그만! 싫어!!”

 

 벌떡 일어나 달렸다. 정돈된 단발머리를 산발이 되도록 쥐어뜯으며 달렸다.

 그때.

 

 ‘빠앙!!’

 

 차도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버스 한 대가 인도위로 치고 올라온다.

 그리고 그녀를 덮쳤다.

 

 

 

 

 

 

 

 

 

 

 “거, 참…”

 

 철수는 입을 벌리고 버스에 치여 죽은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실성한 듯 길 위에서 소리 지르며 울더니 갑자기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급정거한 택시를 피한 버스가, 급하게 방향을 바꾸다 인도로 미끄러져 올라왔다. 그리고 달리던 여자를 치었다.

 

 “진짜 어쩔 수 없나 봐.”

 “소름 끼쳐…”

 “정말이지 어떻게 할 방법은 없나?”

 “정부는 뭘 하는 거야?”

 

 웅성거리며 모인 사람들은 잔뜩 질린 표정으로 버스에 깔린 여자를 보았다. 그 광경을 보며 팔의 소름을 쓸어내리는 사람도 있었고, 부르르 몸을 떠는 사람도 있었다.

 한결같이 두려움을 띄고 있었지만, 그들은 사람이 죽은 것 자체에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었다.

 철수는 사람들 틈에 섞여 버스에 치인 여자를 보았다. 버스 정면에 받혀 튕겨 날아간 그녀는 가로수에 부딪히면서 옆으로 쓰러졌다.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보도블럭을 빨갛게 칠했고, 그 양을 봤을 때 살아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철수의 눈이 그녀의 팔목으로 향했다. 손목에 희미한 검은 막대 자국이 있었다.

 절로 고개가 저어진다.

 미확인 종명현상.

 장난처럼 새겨진 팔목의 저 낙서를, 정부에서는 그렇게 명명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명칭보다 ‘바코드(bar. code)’라고 더 많이 불렀다.

 바코드는 어느 순간 신체 한 부위에 나타난다. 그리고 예외 없이 24시간 내에 무조건 죽는다.

 노인, 아이, 병자, 운동선수, 재벌, 정치인, 청소부, 학생, 회사원, 남녀노소, 사회적 신분, 건강상태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저 24시간 뒤에 반드시 죽음이 찾아온다는 사실만 있을 뿐.

 단, 죽을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죽을 사람들 중, 일부만 나타났다.

 이 바코드라고 부르는 현상은 주로 팔에 그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대부분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발생했다.

 그러면 이 바코드 현상이 나타난 사람은 ‘바코더(barcoder)’가 된다.

 팔목에 나타난 검은 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1~2mm씩 없어지고, 없어진 곳에는 희미한 검은 자국만 남는다.

 24시간이 지나 검은 줄이 모두 없어지면, 그 사람은 예외 없이 반드시 죽는다.

 멀쩡한 사람도 심장마비로 죽거나, 실족사해 죽거나, 탈옥한 범죄자에게 칼에 찔려 죽거나, 교통사고로 죽거나 하는 식이다.

 반드시 죽는 사시(死時)의 표식.

 세상 누구도 이 표식이 왜 생기는지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그 불명확한 원인 때문에 혹자는 이 현상을 신의 축복이라 말했다. 죽을 때를 알면 남은 삶을 평소보다 더 가치 있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혹자는 이 표식을 신의 저주라고 말했다. 원치 않은 죽음으로 평소 참아왔던 욕구를 윤리나 법을 무시하고 표출하기 때문이다.

 둘 다 맞았다.

 바코더가 된 자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극단적으로 변했다. 거기에서 비롯된 일들은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고, 떠들썩한 가십거리나 무거운 사건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철수는 집으로 돌아와 아무렇게나 가방을 던져놓고 냉장고에서 캔 맥주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바로 TV를 틀었다.

 

 ‘……차를 타고 도주한 운전자는, 현재 지하상가에서 경찰과 대치 중입니다. 인질까지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더 자세한 소식은 현장에 있는 기자를 연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영희 기자.’

 ‘네. 여기는 지하상가 입구입니다. 보시다시피 경찰이 입구를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조금 전 지하에서 총성이 들려왔습니다. 절도한 차량으로 도주한 피의자는 교도소에서 모범수로 외박을 나온 상태였다고 합니다. 오늘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철수는 채널을 돌려버렸다.

 저런 사건은 하루걸러 뉴스에 나온다. 바코드 현상이 나타난 바코더의 난동으로, 삶을 포기하고 저렇게 일을 터트리는 거다. 결론은 뻔했다. 그들은 곧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을 것이다.

 회사에서 얻은 피곤과 스트레스를 이제 좀 풀어내려 하는데, 저런 부정적인 소식은 듣고 싶지 않았다.

 

 ‘칙!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맥주 거품이 캡 입구에서 부글대며 올라온다. 철수는 맥주 캔을 입에 대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목울대가 아래위로 움직이며 쉴 새 없이 액체를 위장으로 내렸다.

 

 “크아!”

 

 꽉 감은 눈, 코 안쪽의 찡한 느낌, 입가에 흐르는 맥주 방울, 식도를 타고 올라와 목구멍을 자극하는 탄산가스.

 철수는 속의 응어리가 약간이나마 풀리는 느낌을 받으며, 맥주 캔을 놓고 리모컨을 잡았다.

 채널 바뀐 TV는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장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곧 듣기 좋은 성우의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입맛을 다시며 그걸 생각 없이 보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에이! 씨! 퇴근한지 두 시간이 다 돼 가는데!”

 

 욕을 뱉으면서도 휴대폰 화면에 뜬 글자를 보니 안 받을 수도 없다.

 철수는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 네. 초부장님!”

 ‘어. 야. 너 집에 들어갔냐?’

 “네? 네. 아 뭐…”

 “새끼. 왜 대답을 안 해?”

 “네. 집입니다.”

 

 혀 꼬부라진 소리. 한잔 했다.

 이 인간은 주사가 욕이다. 그래서 당장 끊고 싶지만, 회사의 더러운 계급체계 때문이라도 한시 바삐 비위를 맞춰줘야 내일의 회사생활이 편하다.

 

 “이 새끼가. 벌써 집에 갔어? 빠져가지고. 우리 회사에서 야근은 필수옵션인거 몰라?”

 “아… 하하하. 오늘 몸이 좀 안 좋아서.”

 “나도 안 좋아. 이 새끼야. 끅!”

 

 ‘어디서 새끼라는 말을 해? 내가 네놈 자식이냐’, ‘몸 안 좋으면 어쩔 건데.’, ‘넌 그냥 뒤져라. 그게 여럿 살리는 거다.’라는 말이 울컥대며 속에서 치고 올라온다. 하지만 입안의 혀는 무슨 요술이라도 부리는지, 그런 말들을 사회생존에 적절한 단어로 바꿔 내보낸다.

 

 “이런. 부장님. 몸조리 잘하셔야 하는데.”

 “됐고! 내일 아침 야바위에 좀 들렸다 와라. 거래처 사람들이랑 한잔 하고 물건을 놓고 왔지 뭐야.”

 “야바위요? 뭐 놓고 오셨는데요?”

 “딸애 줄라고 선물을 샀는데, 깜빡했어. 하얀색 박스에 담겨져 있고, 내가 야바위 사장한테 전화까지 해 놓았으니까, 너는 그냥 들려서 가지고 오기만 하면 돼.”

 “아이고, 따님 생일 선물을 놓고 오시다니, 급한 건 아닌가요?”

 “아따. 씨발놈아. 급했으면 내가 갔지 널 보내냐? 생일은 이틀 뒤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처 가! 왜? 지금 가게?”

 “아. 이틀 뒤라… 그럼 아직 시간이 있겠네요.”

 “당연히 시간이 있지. 날짜 계산 못하냐? 꺼윽!”

 “그럴 리가요. 하하.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찾아서 가져가겠습니다. 걱정 마십쇼.”

 “어, 뭐 오늘 밤에 찾아가면 더 좋고.”

 “아. 네.

 

 철수가 네라고 대답했지만, 초부장은 그 전에 끊어버린다.

 

 “에이! 씨부레!”

 

 혀의 요술은 끝났다.

 살고자 하는 월급쟁이의 간드러진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바로 욕부터 튀어나온다.

 

 “이 부장새끼는 말투가 그냥 시비야?! 내가 지 딸내미 생일선물까지 챙겨야 하나?! 그리고 야바위는 지가 더 가까우면서.”

 

 야바위는 24시간 영업하는 곳으로 음식점 겸 술집이다.

 문제는 자신의 원룸에서 야바위까지 차를 타고 가면 30분이 넘고, 초부장 집에서는 걸어서 10분이면 간다는 것이다.

 

 “몰라! 안 해! 내일 아침 갈란다.”

 

 ‘오늘 밤에 찾으러 가면 더 좋고’라는 말을 했지만, 내일 아침에 가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하기로 했다. 철수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더 꺼내 들이켰다.

 맥주는 금방 바닥을 드러냈고, 한 캔이 두 캔, 두 캔이 세 캔이 되었다. 본디 술이 약한데다 물처럼 들이켜니 금방 취기가 올라온다.

 

 ‘……이번에는 김성근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약 8년 전부터 바코드 현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시는 분인데요. 먼저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한국대학교 교수 김성근입니다.’

 

 TV채널은 언제 돌아갔는지 시사방송이 나오고 있다.

 철수는 TV를 꺼버렸다.

 저렇게 전문가랍시고 나와서 주절주절 떠들어 대는 건 수 없이 봤다. 그리고 해결되는 건 없었다. 소파에 몸을 푹 뉘였다. 그리고 팔을 들어 이리저리 보았다. 깨끗하다.

 

 “설마 내가 바코더가 되겠어.”

 

 전 세계에 있는 죽을 사람들 중, 모두 바코드 현상이 나타나 바코더가 되진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일부만 바코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나한테 그럴 일은 없어.”

 

 바코드 현상 이전의 삶이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바코더는 남 일이다.

 철수는 눈을 감았다. 오늘 하루는 피곤했고, 취기까지 올라오니 잠이 솔솔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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