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와아아아아아아!!!”
“위칠로포치틀리의 신민들이여! 거룩한 태양의 자손들이 새 아침의 여명을 맞이하는 날이로다. 지난 태양 또한 위대하였지만 새 여명 또한 우리 왕국의 영화를 비추리라 태양 만세!”
“태양 만세!”
“새로운 태양! 새로운 여명!“
“죽여라!!”
“죽음을!”
“와아아아아아!”
이게 정녕 술 먹고 다음날 아침의 일상이란 말인가.
때는 바야흐로 대망의 전역 날, 동네 호프집에 옹기종기 남정네들이 모였다. 모이기만 했겠는가, 남자들 모두가 공감하는 전역의 자유를 나누면서 술을 그렇게나 퍼마셨다.
“야. 만약에 말이야.”
“또 시작이구만 그래, 그놈의 ‘만약에.’ 한 번 해봐라.”
“네가 전역 다음날 자고 일어났는데, ‘으응? 흥선 대원군이 되버렸다능!!’ 정신이 들어보니 상갓집 앞에서 개처럼 처맞고 있고.”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술이나 먹어.”
역사를 좋아하던 친구는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만약에’라는 대체 역사 썰을 풀기 시작한다.
“그래도, 항상 주인공은 왜 나냐. 순수하게 전역을 축하해 줄 수는 없는 거냐.”
“상상해봐. 니놈이 자고 일어났는데, ‘오잉! 내가 술탄이 되었네? 하렘 가즈아!’ 하면서 하렘 건설을 하려 하는데, ‘하와와 술탄쟝은 레콘키스타를 정면으로 처맞는 거시여와요.’ 하면서 무어의 술탄이 되버린거지.”
“게다가 나는 왜 맨날, 처맞고 굴러야 되는 입장인 것이냐. 판타지소설 보면 이 세계로 가서 용사도 되고 황제도 되면서 깽판도 치는데 말이야. 요즘 사이다 많잖아.”
맥주를 원샷으로 쭉 들이킨 친구는 나를 바라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크크크, 너는 굴러야 제 맛이야. 네놈이 유튜브 찍는답시고 삽질하던 걸 보면 충분히 과거로 보내도 고생하면서 살거야.”
“얌마, 그게 언제 적, 이야기인데 아직도 썰을 풀어! 군 입대 전에 했던 객기야. 난 가더라도 판타지로 가서 소드마스터로 살거야 인마.”
유튜브 대스타가 된답시고, 군 입대 전에 대장간을 가서 강철 검을 만들어 보겠다고 삽질한 것과 수제 장궁을 만들어 보겠다고 삽질했던 컨텐츠들이 있었다. 겨우 겨우 강철과 장궁을 만드는 노력에 비하여 조회 수가 30도 안 나와서 군대로 도망을 가버린 슬픈 기억이었다.
“그래 인마, 나도 언제 과거의 인물로 빙의할지 몰라서 강철 검 만들겠답시고, 너랑 망치질 했는데 도움은 1도 안되니 너라도 과거에 보내서 고생시켜야지 크크크.”
“난 말이다. 전방 GOP도 갔다 온 무적의 병장이다 이 말이야. 네놈이 ‘만약에’ 로 어디든 보내도 살아남아준다 인마.”
“그럼 말이야. 제정일치의 거대한 제국의 황제가 되는데 말이야....”
“으으, 머리야 깨질거 같아 어제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엄마 물 좀 줘.”
엄마를 불렀지만 적막과 함께 느낌이 쌔하다. 눈을 뜨고 주변을 돌아보니 알록달록한 문양으로 음각이 된 천장과 주변으로 부복하여 있는 여자들이 보였다. 몇 병을 마셨는지 기억이 없다. 아무리 그래도 도대체 눈앞의 상황은 무슨 일 인거지?
“왕이시여 일어나셔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