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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작가 : 지쓰
작품등록일 : 2019.10.8

미래의 연인을 알고 싶은 여자와 미래의 연인을 보여주는 거울 앱을 개발한 남자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 1화
작성일 : 19-10-08 19:43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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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저녁, 손님이 가득 찬 어느 술집이었다. 넥타이를 푼 회사원들, 뒤풀이하러 온 대학생들 그리고 야구를 보고 온 무리가 한데 섞여 무척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구석 한쪽에 두 여자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마주 앉아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까만 생머리 사이로 아경의 하얀 볼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때 맞은 편에 앉은 시원이 맥주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하여튼 바람피우는 새끼들은 다 죽여 버려야 해.”

 “아직… 확실한 건 아니야…”

 “야, 너는 사촌 누나랑 팔짱 끼고 영화관 가서 쪽쪽 거리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명백한 물증이 나왔는데 아직도 걔한테 미련이 남아? 제발 정신 차려. 신아경!”

 “근데 진짜 사촌 누나면 어쩌지? 요즘은 친하면 그렇게 스킨십도…”

 “너 아주 맛이 제대로 갔구나? 이거 마시고… 그딴 놈은 그만 잊어버려!”

 

 아경은 입을 삐죽 내밀며 시원의 날 선 말들을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휴… 나는 왜 이 모양이야? 왜 그런 놈들만 꼬이는 거지? 이번 생은… 진짜 망했어.”

 “너도 문제야. 사랑만 하고 살기도 모자란 세상에… 너 같은 미련 천치가 말이 되니? 빨리 딴사람 찾아. 여기 봐봐. 세상에 남자 많아. 오늘 내가… 아주 괜찮은 놈으로 찾아줄게!”

 

 시원은 젓가락 한 짝을 들고 눈을 부릅뜨며 주변을 둘러봤다. 오늘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남자들이 있는 것을 보며 어떤 사람이 아경에게 어울릴지 관찰했다. 아경은 풀린 눈을 껌뻑이다 갑자기 외쳤다.

 

 “누가 딱! 말해줬으면 좋겠어… 이 사람이 바로 네 사람이다! 누가 내 사람인지 헷갈릴 필요 없이… 누가 내 최종 남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어이구… 왜 너도 밤 12시에 칼 물고 거울이라도 보지 그래? 그러면… 미래 남편 얼굴이 보인대.”

 “정말? 진짜 그렇게 하면 보여?”

 “얼씨구, 진짜 할 기세네? 아!… 근데 이번에 그런 앱이 나온다는 거 봤어. 미래의 남친 여친을 보여주는 앱.”

 “에이, 어떻게 앱이 남자친구를 알려줘.”

 “뭐야, 아까는 알고 싶다며? 너… 칼 물래, 앱 깔래?”

 “음…… 한잔 더 마실래!”

 

  ⁕ ⁕ ⁕

 

 선명한 구름이 보이는 창가 쪽 비즈니스석. 얇은 금테안경을 쓰고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승무원이 다가와 친절한 미소로 와인잔을 채워 주었다. 노트북을 한참 들여다보던 남자는 이제 됐다는 듯 미소지으며 모니터를 닫았다. 그리고 창가를 바라보며 와인 잔을 손에 들었다. 안경을 내려놓자 쌍꺼풀 없이 깊은 눈동자와 길게 뻗은 콧대가 드러났다. 한없이 펼쳐진 구름을 바라보던 그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공항 입국장을 걸어 나오는 남자. 몸매가 드러나는 오피스룩 차림을 한 여자가 밝은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여자와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밖으로 걸어 나오니 공항 앞에는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이 보이자 운전석에 있던 기사가 황급히 내렸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그들을 차에 태웠다. 그리고 공항을 빠져나가자 뭉게구름이 가득한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으리으리한 빌딩 숲을 지나 한 고층빌딩에 도착한 승용차. 차에서 내린 남자와 여자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탔다. 그러자 통유리 밖으로 한강이 펼쳐졌다. 화려한 도시의 모습이 물결치며 한 눈에 들어왔다.

 

 긴 복도를 지나 큰 회의장으로 들어선 두 사람. 안쪽에는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중년 남성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탄탄한 긴장감이 흘렀다. 남자는 두 손으로 자신의 옷깃을 한번 여미고는 그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에는 점점 힘이 차오르고 당당한 발걸음에는 그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그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모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데이비드 오입니다.”

 “허허, 어서 와요. 드디어 서로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군. 나야말로 앞으로 우리 업계를 이끌어 갈 아주 유능한 인재를 모시게 돼서 영광입니다.”

 “별말씀을요.”

 “윤 비서, 여기까지 모시고 온다고 아주 수고가 많았어. 자, 모두 자리에 앉으시죠.”

 

 ⁕ ⁕ ⁕

 

 알람 소리가 무섭게 울리는 아경의 방. 아경은 머리가 헝클어진 채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창문 사이로 나오는 햇살이 얼굴에 비치자 동그란 눈을 찡그리는 아경. 평소보다 험하게 폰을 터치하며 알람을 껐다. 그리고 다시 베개로 얼굴을 가져갔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아경은 시간을 확인하며 허겁지겁 일어났다. 그리고 재빠르게 욕실로 달려가 양치질을 하면서 옷을 갈아입는 스킬을 선보였다. 스킨과 로션을 얼굴에 붓다시피 하고는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찾았다. 그리고 파우더 쿠션을 집어서 열었다. 그런데 안쪽에 있는 작은 거울에 금이 한 줄 가 있었다.

 

 "아… 이게 뭐야…"

 

 어젯밤 술집에서 파우더 쿠션을 꺼내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장면을 떠올리는 아경. 얼굴을 찡그리며 한탄하던 아경은 갑자기 번뜩하며 책상 서랍을 열어봤다. 손을 깊숙히 넣어 샅샅이 뒤지던 아경은 작은 손거울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금세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건 어디서 났냐는 듯 거울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직 젖어있는 머리칼을 휘날린 채 숨을 헐떡이며 뛰어가는 아경. 그리고 한 편의점의 문을 힘껏 열었다. 먼저 일하고 있던 알바생에게 미안함을 얼굴에 한가득 담는 아경. 알바생은 그런 아경을 바라보며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서로 자리를 바꾸며 교대하는 두 사람. 그때 알바생이 아경이 들고 있는 파일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빅스타 연기학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 누나, 혹시 다닌다는 연기학원이 큰길 사거리에 있는 '빅스타' 에요?”

 “… 진수 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누나 파일에 적혀 있잖아요. 제 친구도 거기 다니거든요. 어쩐지… 지난번에 저 데리러 왔다가 누나를 알아보더라고요.”

 “아… 그렇구나. 괜히 민망하네.”

 “이번에 큰 오디션 있다면서요? 꼭 잘되길 바랄게요.”

 

 아경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파일 안에 있는 대본들을 담담히 바라봤다.

 

 혼자 남은 편의점의 바닥을 걸레질 하는 아경. 그때 문에서 소리가 나더니 여고생 세 명이 들어왔다. 아경은 인사를 하며 계산대로 들어갔다. 여고생들은 자기들끼리 조잘대며 각자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가져와 계산했다. 그리고 테이블 쪽으로 다가가 포장을 뜯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율! 너 이번에 ‘거울아, 거울아’ 체험단 신청했어?”

 “거울아? 그게 뭔데?”

 “왜 전에 내가 말한 거, 미래 남친 보여주는 앱.”

 “그거 벌써 떴어? 아씨, 신청 언제까진데?”

 “열리자마자 끝났을걸? 야 근데, 그거 만든 개발자 얼굴 봤음? 완전 존잘이야, 개존잘. 인터넷 기사 뜬 거 봤는데, 유학파인 데다 어릴 때부터 영재로 유명했대. 진짜 사기캐 아니냐?”

 “대박. 나도 봐봐. 빨리 얼굴 보여줘 봐.”

 

 대화가 고스란히 들린 아경. 그제야 어제 시원이가 말한 앱이 떠올랐다. 그리고 학생들의 말에 솔깃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곧 있을 오디션을 생각하며 계속 대사를 중얼중얼했다.

 

 ⁕ ⁕ ⁕

 

 헤어밴드로 머리를 다 끌어올린 아경이 침대 위에 앉아 대본을 보고 있었다. 강한 어조로 말하다가 낮은 어조로도 바꿔보며 여러가지 톤으로 연습을 하다가 전부 탐탁지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서 대사를 말하는 자기의 표정을 관찰했다. 역시 표정이 중요하다며 몇 번씩 반복했다. 그때 갑자기 카톡 소리가 울렸다.

 

 [은주 : 경아~ 오디션 준비는 잘 돼가?]

 [아경 : 나 너무 떨려. 어떡해?]

 [은주 : 너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분명 잘될 거야~ 힘내!]

 [아경 : 고마워~ 은주 너밖에 없어.]

 [은주 : 근데 말이야, 아경이 너 혹시… 차원이 소식 들었어?]

 

 아무 생각 없이 맛있게 밥을 먹다가 예상치 못하게 가시가 목에 걸린 것처럼 삼키기도 빼내기도 쉽지 않은 그 이름. 아경에게는 온몸에 전기가 한번 휘감고 지나가는 두 글자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른 체하며 답을 이어갔다.

 

 [아경 : 글쎄, 죽었는지 살았는지.]

 [은주 : 이번에 한국 들어온 거 같더라.]

 [아경 : 그래? 갑자기… 왜 들어왔대.]

 [은주 : 엄청 성공해서 들어온 것 같던데.]

 

 멍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아경. 갑작스러운 소식에 복잡한 아경의 얼굴이 손거울 위로 비쳤다. 그리고 거울 주위로 오색 빛의 선이 둥글게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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