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현대물
자유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 : 애런
작품등록일 : 2019.9.28

자유로를 질주하는 네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이야기입니다. 어려운 과정을 뚫고 취업하지만 현실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매일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재단의 이사장이 실종되고 모두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재단내의 파벌 싸움이 격화됩니다. 그래서 네 젊은이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됩니다.

 
일. 안개는 곧 걷힌다 1. 마티즈
작성일 : 19-09-28 12:00     조회 : 381     추천 : 3     분량 : 434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일. 안개는 곧 걷힌다.

 

  1. 마티즈

 

 자유로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양미간을 좁혀가며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을 지나 한참 왔는데도 끝이 나지 않았다. 이쯤 왔으면 끝이 보일 법도 한데. 도로에는 안개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도로 양옆과 앞에서 희끄무레한 안개가 스모그처럼 뿜어져 나오는 신기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곧 이 안개가 미세먼지를 만나 폐로 들어오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졌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나아질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창문을 내렸다. 폭발할 것 같이 강렬한 바람이 얼굴 전체를 때리면서 차속을 가득 메웠다. 140킬로를 넘으면 급격하게 마음이 불안해 지면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게 성훈의 평상시 운전 습관이었다. 그렇지만 이날만큼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기분 내면서 제한 속도를 과감하게 뛰어넘어 140킬로를 향해 가고 있었다. 140킬로를 넘는 순간 짜릿한 기분에 소리 지르면서 음악을 틀었다. 볼륨을 최대치까지 올리자 전자음을 통한 테크노사운드가 귀를 찢어왔다.

  ‘바로 이 맛이지.’ 성훈은 혼자 중얼거렸다.

  군대에서는 운전병 출신으로 큰 트럭을 몰고 자유로를 오갈 일이 많았다. 그러나 5톤의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는 군대 트럭은 성훈의 나이보다 오래된 재생 트럭이었다. 트럭은 불쌍한 노인네처럼 빌빌거리면서 아무리 밟아도 시속 80킬로를 넘길 수 없었다. 그래도 남들보다 운전석이 높아서 꿀리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천천히 가면서도 다른 운전자들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트럭 운전의 묘미였다. 거기다 포탄을 하나 가득 싣고 있는 트럭이어서 폭발위험이라고 쓰인 간판을 사방에 걸고 있었다. 다른 차들이 눈치를 보며 피해 가는 모습에서 성훈은 트럭 운전의 쾌감을 맛보고 있었다. 트럭 운전이 주는 쾌감은 남들보다 자신이 더 높이 있다고 느끼면서 생겼다. 다른 차들이 추월해 가도 어차피 운전석은 더 높은데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대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빠른 차를 타고 옆 차들을 추월하는 느낌은 군용 트럭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쾌감을 주었다. 군대에서의 기억과는 정반대로 극한의 스피드로 얻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했다. 원래는 잘난 사람이 아니었지만 이후의 노력으로 상대를 역전하는 기분. 그 기분이 바로 쾌감의 가장 큰 오르가즘을 주었다.

  아까부터 성훈의 애마인 마티즈 차량이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차가 덜덜거리는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140이 넘는 순간 더 강해져 왔다.

  ‘이거 왜 이래. 마순아, 힘 좀 내자. 힘.’

  한 달 전쯤 오래된 마티즈를 백만 원 주고 중고로 구입했다. 특별한 이상 없이 잘 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중고차를 욕하던 동창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만큼 차를 잘 골랐다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다. 별명도 마순이로 지어주고 여자 친구처럼 아껴주었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달리기만 하면 조금씩 덜덜거리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불안한 마음에 웬만하면 장거리는 기차를 타곤 했다. 조금씩 커져가던 불안감이 오늘에서야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오래된 차로 시속 150킬로는 무리였던 거야. 흥분했던 마음을 다잡으며 브레이크에 발을 슬그머니 올렸다. 그 때 신기하게도 차의 덜덜거리는 느낌이 사라졌다. 진짜로 사라진 건지 잠시 헷갈렸다. 브레이크를 지그시 밟던 발을 떼자 다시 덜덜거리기 시작했다.

  ‘야. 고만 좀 덜덜대라. 정신없잖아.’

  다시 브레이크 위에 발을 올리고 힘을 주자 덜덜거리지 않았다. 발을 떼자 다시 덜덜거렸다. 성훈은 자신이 차량의 상태를 잘 조절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순아, 내가 꽃잎처럼 부드럽게 다뤄줄게.’

 신기하게도 성훈의 부드러운 발놀림에 차량의 상태가 안정되어 갔다. 마치 여자 친구를 다루듯 부드럽게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자 살짝 공중에 뜬 것처럼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곁눈질로 흘깃 보니 계기판이 146킬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때 세상이 정지된 것처럼 그 순간이 길게 느껴졌다. 세상은 모두 안개에 둘러싸여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자유로 위에 성훈의 차만 달리고 있었다. 오늘 150킬로에 도전하려는 생각은 특별히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140킬로까지는 몇 번 도전했었지만 혹시 차량에 이상이 생길까 두려웠었다. 그리고는 더 이상 무리한 도전은 안하고 있었다. 이 도전은 차를 산 이래로 처음이었다.

  자. 가자. 147...148...149...... 신기하게도 하나도 덜덜거리지 않고 쭉 달리던 차가 크게 덜컹거리면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큰 소리를 내면서 좌로 우로 통제되지 않고 차선을 넘나들었다. 앗. 이런. 다급하게 핸들을 꺾으면서 차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오른발을 들어 브레이크를 최대한 세게 꾹 밟자 차가 약간 돌았다. 그리고 결국 급정거하여 차가 멈춰 섰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멎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란 가슴을 한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내렸다. 다리 힘이 쫙 풀리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죽다 살았네. 휴~.’

  잠시 쪼그리고 휴식을 취하고는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겨우 일어서려 하였다. 그 때 동그란 모양의 차량 한 대가 성훈의 옆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너무 빨라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정신없는 채로 내린데다가 비현실적인 속도감에 상황 판단이 안 되다가 급하게 정신이 들었다.

  “야. 이런 XX.”

  성훈은 평상시 욕을 잘 하지 않았다. 오로지 군대 있을 때 몇몇 욕을 배웠다. 그러나 사회 나온 이후로는 욕을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하지만 욕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에서는 어설프지만 확실하게 욕을 하였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아주 심한 욕은 안하고 최대한 욕을 자제했다고 생각했다. 역시 욕을 하니 통쾌하군. 몇 십 미터 앞에 방금 지나가면서 욕을 먹은 차량이 급정거하는 모습이 보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성훈의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과 과거의 기억이 교차했다. 차량을 보니 익숙한 디자인의 국내산이 아닌 외국산 브랜드였다. 딱정벌레를 닮았다고 하는 둥근 외관과 빨간 색깔은 이 차 주인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차의 주인이 내 욕을 들었나 하는 생각에 순간 움찔했다.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했지만 실제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른 차에 욕했다가 겪은 안 좋은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몇 년 전 일이었다. 처음에는 사이좋게 나란히 달렸다. 서로 양보하지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였다. 그러다가 입술 모양으로 성훈의 욕을 짐작한 상대편 차가 앞을 막아 서 정지해 버렸다. 박아버릴까 하는 생각이 짧게 떠올랐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차를 세우자 차에서 상대편이 내렸다. 내리는 상대를 본 순간 숨이 멎는 듯하였다. 상대편이 뒤 트렁크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야구 방망이를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내렸던 창문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상대가 뛰어와서 멱살을 잡으려고 손을 들이밀었다. 창문을 올려버리면서 차를 출발시켰다. 순간적으로 상대는 움찔하면서 손을 뺐다. 엑셀을 끝까지 밟고 전속력으로 도망을 쳤다. 백미러로 손가락 욕을 하는 상대가 보였다. 멍청한 자식. 내가 이겼다. 성훈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의 기억이 생생했다. 섬뜩했던 감정이 잠시 몰려왔다. 그 순간 앞선 딱정벌레 외제차에서 사람이 내렸다. 몇 년 전의 일이 데자뷰처럼 스쳐 지나갔다. 덩치 큰 남자가 야구 방망이를 들고 걸어오는 모습이 순간 상상되어버렸다. 이게 현실인가. 꿈인가. 또 도망갈 수 있을까. 먼저 문이 열리고 다리가 보였다. 살색이 투명해 보였다. 머리가 보였다. 머리카락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여자였다. 여자는 고전 영화에서 비비안 리가 썼던 선글라스 같은 비현실적인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성큼성큼 걸으면서 선글라스를 벗어서 머리에 얹었다. 아주 짧지는 않은 검정색 스커트에 흰 색 블라우스를 입은 모습이었다. 차나 선글라스에 비해 수수한 복장이었다. 수수하지만 세련된 편이었다. 여자가 금방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짧은 시간 동안에 과거의 기억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는데 당황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성훈은 급하게 차량에 다시 탑승하였다. 여자가 바로 옆에 와서 유리창을 손으로 쾅쾅 내리치며 소리쳤다.

  “창문 열어 보세요. 창문 열어요.”

  앙칼지면서도 낮은 톤의 목소리였다. 성훈은 못들은 척 옆으로 보지도 않고 시동을 걸었다. 엑셀을 밟자 차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계속 유리창을 손으로 치며 몇 걸음 따라왔다. 그러다 발을 삐끗했는지 넘어져 버렸다. 멀어지는 여자의 모습이 백미러 속에 처량하게 보였다. 순간 차를 멈출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엑셀을 가속하였다. 보이진 않았지만 여자가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왠지 모를 쾌감이 아랫도리를 타고 머리까지 전달되었다. 성훈은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자욱한 안개가 자유로를 휘감고 있었다.

 
작가의 말
 

 첫번째 장은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차에 담아보려 했습니다. 각자의 차로 질주하는 가운데 주인공들의 만남이 이어집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사건들을 만나게 될까 상상하시면서 읽어주세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7 사. 나뭇가지를 꺾는다 5. 외박 2019 / 11 / 1 210 0 6334   
16 사. 나뭇가지를 꺾는다 4. 맥주 집 2019 / 10 / 27 200 0 5309   
15 사. 나뭇가지를 꺾는다 3. 노래방 2019 / 10 / 20 209 0 8691   
14 사. 나뭇가지를 꺾는다 2. 횟집 2019 / 10 / 18 220 0 7366   
13 사. 나뭇가지를 꺾는다 1. 불나방 2019 / 10 / 12 207 0 3583   
12 삼. 모래바람이 분다 3. 새 학기 2019 / 10 / 10 211 0 5674   
11 삼. 모래 바람이 분다 2. 카페 2019 / 10 / 9 201 0 4620   
10 삼. 모래바람이 분다 1. 기간제 2019 / 10 / 6 231 0 7498   
9 이. 봄이면 꽃은 피어난다 4. 팀장 2019 / 10 / 5 206 0 3736   
8 이. 봄이면 끝은 피어난다 3. 합격 2019 / 10 / 3 224 0 6442   
7 이. 봄이면 꽃은 피어난다 2. 이사장 2019 / 10 / 1 195 0 5270   
6 이. 봄이면 꽃은 피어난다 1. 면접 2019 / 9 / 29 205 0 6452   
5 일. 안개는 곧 걷힌다 5. 주유소 2019 / 9 / 29 218 0 4231   
4 일. 안개는 곧 걷힌다 4. 시험 2019 / 9 / 29 228 0 3972   
3 일. 안개는 곧 걷힌다 3. 캐딜락 2019 / 9 / 28 229 2 5834   
2 일. 안개는 곧 걷힌다 2. 뉴비틀 2019 / 9 / 28 227 2 4107   
1 일. 안개는 곧 걷힌다 1. 마티즈 2019 / 9 / 28 382 3 434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