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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언하모닉 베네딕투스
작가 : 대홍수
작품등록일 : 2019.9.22

제국의 멸망 이후 120년. 전란 속에서 사람들은 황제의 귀환을 꿈꾼다.

 
EP.1 일각수(1)
작성일 : 19-10-03 18:39     조회 : 374     추천 : 0     분량 : 6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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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루에 마주 앉아 바둑판을 노려보던 힌돌 스톤두는 이내 승리를 확신한 듯, 손가락을 깍지 끼고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노아의 팔뚝과 비견될 만한 웅퉁몸 종족의 두꺼운 손가락이 서로를 부스러뜨리며 판 위에 돌가루를 날렸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도발이다.

 

 "하, 노아! 이제 그만 항복하지? 더는 남은 수도 없잖아."

 

 노아는 쇠 맛이 날 때까지 입술을 질근 거리며 회색 돌가루 묻은 바둑알을 노려보았지만, 노아의 눈빛에는 죽은 사람은 물론이요, 죽은 대마(大馬)를 살릴 능력도 없었다.

 웅퉁몸은 그 거대한 단단한 거구만큼이나 강인한 신체로 유명하지만, 바위로 된 머리만큼이나 돌대가리라는 것 역시 꽤 유명하다.

 하지만 이 목가적인 마을에는 사람의 본성을 비트는 이적이 도사리고 있는지 이 거대한 바둑기사는 바둑돌을 잡지도 못하는 거대한 손을 까딱거리며 입만을 움직여 노아의 판을 쓸어갔다. 힌돌의 두 눈동자가 바위틈에 떨어진 포도처럼 데굴거리며 빛났다.

 

 "돌 던질 거야? 던질 거지? 살살 던져. 깨지면 다시 구하기도 힘드니깐."

 

 힌돌의 말대로다. 여기는 국가에서 세금 걷기도 포기한 궁산 벽촌이다.

 어떤 보부상도 인구수가 100명도 안 되는 마을을 위해 험한 봉우리를 큰 놈만 세더라도 셋이나 넘으려 들지는 않을 테고, 바둑돌을 팔러 오는 일은 더더욱 있을 리 없었다.

 때문에 2년 전 노아가 이 마을에 처음 도달한 날, 3미터짜리 바위 인간이 행여나 부서지지 않을까 애지중지하며 가져온 바둑판을 보았을 때 반가움보다는 충격을 먼저 받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 뒤에 그 실력에 더 경악한 것도 마찬가지고.

 시간이 흘러 붉은 하늘에 보라색이 조금씩 섞일 때가 되어서야 노아는 승부를 마무리했다.

 

 "......졌습니다."

 

 노아는 양손을 들어 항복을 표하고 판을 정리했다.

 힌돌은 턱을 괴고 앉아 자신의 전장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 거슬리는 힌돌의 돌 부비는 소리를 잊기 위해 노아는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젊은 시절 노아를 거둬준 수비대는 많은 가르침을 주었지만, 그 특유의 금욕은 고마움을 잊게 할 정도로 답답했다. 그랬기에 탐 가문의 암살자가 그를 노리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공포보다는 해방감에 환호할 수 있었다.

 수비대를 때려치우고 나와 산을 떠돌던 중 우연히 만난 마을에서 바둑을 잘 두는 웅퉁몸을 만나 흥미를 갖고, 한 판만 이기면 대도시로 거처를 옮기리라 정한 결심은 예상치 못한 장벽에 막혀 고사(枯死)하고 있었다.

 

 ‘그래 봐야 웅퉁몸...... 젠장!’

 

 너무나도 강한 욕망이 다른 욕구를 말려 죽이기 때문일까? 수비대원 시절 그렇게 간절하던 술과 여자는 이미 노아의 뇌리에서 잊힌 지 오래다.

 술? 여기서 내려가기만 하면 얼마든지 마실 수 있어! 하지만 이 설욕은 여기서만 풀 수 있다고!

 

 유쾌한 하루의 마무리를 기념하듯 손가락으로 자신의 무릎을 두드리며 흥얼대던 힌돌이 마침 생각났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때렸다.

 

 "아, 그 -쾅- 할래?"

 

 머리가 부서지는 듯한 굉음에 힌돌의 목소리가 가려졌다.

 인간 소녀였다면 귀엽게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웅퉁몸 중년이 저런 행동을 하니 채석장에 온 것 같다는 생각에 노아는 눈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뭐라고요?"

 "귀가 안 좋아?"

 "당신 주먹질이 너무 좋은 겁니다."

 "그런가? 아무튼. 어제 사냥 나간 리운이 재밌는 걸 찾아냈다더군. 같이 찾아볼래?"

 "아, 네. 리운이요."

 "목소리에 실망이 가득한데?"

 "그럴 리 있나요. 실망은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야 생기는 감정 아닙니까. 없는 기대를 어찌 채우죠?"

 

 리운은 사냥꾼이다. 이틀에 한 번꼴로 사냥에 성공하는 꽤 유능한 사냥꾼이라 할 수 있지만, 그와 노아는 깊은 불신의 역사가 있었다.

 

 노아는 큰기러기를 발견했다는 말에 사흘간 잠복해 잡은 검독수리를 놓아줬을 때도, 옛 장이 어로 슬라임이라 부르던 수괴(水塊)를 발견했다는 주장에 진흙탕에 얼굴을 파묻은 날도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가 철니 박쥐와 마주쳤다고 맹세했을 때는 쥐새끼 한 마리 물고 간 새를 잘못 봤다고 확정해 헛고생을 피할 수 있었다.

 

 “일단 들어나 봅시다. 이번에는 또 뭘 발견했다죠? 도깨비불일 것이 뻔한 정령? 혹시 원일씨가 저번에 늑대를 어깨에 메고 오는 것을 봤다면 늑대인간이라고 할지도 모르겠군요. 애들 놀래려고 해준 옛날이야기에 왜 어른이 이렇게 열광하는지 모르겠군요.”

 “둘 다 아니야. 일각수(一角獸)를 봤다는데?”

 

 판을 정리하던 손이 멈췄다. 분명 믿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그 이름을 듣자 등에서 식은땀이 한 줄기 흘렀다. 노아는 일각수가 지성인에게 주는 당연한 공포를 떨치고 태연히 말했다.

 

 “또 뭘 잘못 봤군요. 아마 사슴 한 마리가 맹수에게 당해 뿔을 하나 잃고 떠돌고 있었나 보죠.”

 

 기러기나 수괴와 달리 일각수는 역사 속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노아는 자연스럽게 리운을 부정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래? 사슴이 아니라 다람쥐라고 하던데...... 뿔 달린 다람쥐도 있었나?”

 

 힌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리운을 변호했다. 뿔 달린 다람쥐는 없다. 노아는 오늘 아침에 깔끔하게 면도한 턱을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뿔 달린 다람쥐를 잘못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르겠군요. 아무튼, 잘못 봤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까요? 일각수라니. 차라리 전쟁이 나는 게 더 마음이 놓일 겁니다.”

 “일각수가 왜? 처녀에게 굴복하는 순둥이들 아니야? 너는 칼 좀 다뤘다니 환장할 줄 알았는데. 옛 제국의 정예병은 일각수의 뿔로 만든 보검을 사용했다잖아. 다람쥐에 난 뿔이라면 인간에게도 손톱 칼 수준이겠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아?”

 

 노아는 공포가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듣고 웃었다.

 처녀에게 굴복한다는 소리는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박씨 제국이 세상을 통치하던 시기, 정예병이 일각수의 뿔로 만든 보검을 사용했다는 말의 근원은 어딘지 잘 알고 있었다.

 

 “농담으로도 그런 말 마쇼. 리운이 본 게 정말 일각수라면 우리는 여기서 나흘 길은 도망쳐야 합니다.”

 “그래?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데.”

 

 ‘하하...... 그럴 만도 하지.’

 

 노아는 속으로 피식 웃고 입을 열었다.

 

 “이렇게 또 바깥 이야기를 풀어야겠군요. 일각수의 진실을.”

 

 판 정리를 마친 노아가 무릎을 모으고 앉아 헛기침하며 도시의 유쾌하고 잔혹한 세상 이야기를 풀어낼 준비를 마치자 힌돌 역시 기대 어린 눈으로 몸을 앞으로 숙였다.

 하지만 이야기는 불의의 일격을 맞고 그들의 의식 한 구석으로 사라졌다.

 

 “힌돌씨, 노아!”

 

 마을의 의사+약사+발명가+학자+보안 책임자인 사말이 손을 흔들며 뛰어왔다.

 사실 보안 책임자는 우연이 만들어낸 기적이라 할 수 있겠다. 공평한 사람이라면 사말의 거북곰 퇴치제가 나온 이후 한 번도 밭이 습격당한 적이 없음은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노아는 그 약이 사실은 상처 회복 물약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음을, 그리고 그 물약의 첫 희생자가 허벅지에 단검을 맞고 산을 방황하던 자신이었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냄새는 거의 똑같았기에 노아는 속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속았다.

 허벅지가 쓰라리다고 느끼며 노아는 손을 흔들었다.

 

 “아, 그래 사말. 무슨 일이야?”

 “촌장님이 둘을 찾으십니다.”

 “우리를?”

 

 노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노아와 힌돌이 같이 필요한 일은 많지 않다.

 이 마을에서의 노아의 역할은 덫 제작자이고, 힌돌은 추수가 끝난 밭을 갈아엎어 지력을 회복하거나, 위험한 동물을 쫓아내기 담당이다.

 

 “범이라도 나타난 거야?”

 

 사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람이야. 외부인이 나타났어.”

 

 아, 공통점이 하나 있기는 하다. 노아는 평소 검을 보관하는 마루를 곁눈질했다.

 

 “인간?”

 “응. 꽤 어려. 20대를 갓 넘긴 모양이더군.”

 

 노아는 검에서 시선을 치웠다. 힌돌은 ‘별로 안 어린데?’ 같은 소리를 하며 구시렁댔다.

 

 “인간 기준으로는 아직 햇병아리입니다. 일단 가보죠. 북? 남?”

 

 힌돌이 긍정의 끄덕임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사말이 이를 드러내고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별것도 아닌 일에 뭐 그리 뜸 들이냐고 핀잔을 주려는 찰나에 사말이 말했다.

 

 “그게...... 사실은 동쪽에서 왔어.”

 

 노아와 힌돌이 동시에 외쳤다.

 

 “뭐?”

 

 *****

 

 대륙의 동서를 가르는 십이산맥은 두 개의 별칭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대륙 최서단의 산맥이고, 하나는 대륙 중앙의 산맥이다.

 동서로 까마득히 넓은 땅이 펼쳐져 있으니 대륙 중앙의 산맥이 옳다고 하겠지만, 산맥 서편은 아무도 살지 않는 황량한 사막이기에 대륙 최서단이라는 말 역시 맞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마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방문자가 온다면 동쪽에서 나타나기가 가장 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도 거리상으로는 동쪽으로 오는 편이 빠르다. 남쪽이나 북쪽으로 빙 돌아서 오려면 동쪽으로 넘어갈 때와 비교해 3배는 더 먼 길을 걸어야 하니까.

 하지만 마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즉 동산(東山)의 사라지지 않는 무지갯빛 구름이 원용의 서식지임을 아는 사람에게 동쪽에서 나타난 이 외부인은 마치 하나의 농담이었다.

 그리고 농담은 전쟁이나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실체 없이 이야기로 있을 때나 재미있는 것이다.

 

 노아는 눈앞에 벌어진 현실화한 농담을 바라보며 눈을 찌푸렸다.

 

 “대체 어떻게 동쪽에서 사람이 찾아온 거지?”

 “낸들 아나. 물어봤지만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야. 금방 기절하기도 했고.”

 

 사말의 동생, 파말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외부인은 형제의 방에 들어가 죽은 듯 기절해 있었다.

 옷차림을 보니 양반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건 확신할 수 없겠다. 여기는 취미로 등산할 만한 산도 아니고, 방랑자라면 품격을 갖출 여유도 없을 테니.

 힌돌이 외부인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말했다.

 

 “노아가 온 뒤로 찾아온 외부인은 두 번째인가?”

 “그 외부인 이야기는 하지 마시죠.”

 

 노아가 눈을 찌푸리며 손사래를 쳤다. 노아 이후로 찾아왔던 그 외부인은 연쇄살인범이었다. 노아가 얼굴을 아는 자가 아니었다면 머리 없이 생을 마감하는 것은 그자가 아닌 마을 사람들이었을지 모를 사건이었다.

 간단한 검사를 마친 사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지친 겁니다. 외상은 없고, 열도 높지 않군요. 아마 이르면 오늘 밤 안에도 눈을 뜰 겁니다.”

 “잘됐네. 그런데 촌장님? 저희는 왜 부른 거죠? 정신을 잃은 사람을 심문할 능력은 없는데요.”

 “그 정도는 기대도 않으니 걱정 말게. 저자가 가져온 짐이 있으니 한 번 확인해보자고 그랬네.”

 

 촌장 무린이 외부인의 머리맡에 놓인 봇짐을 가리켰다. 이미 한 차례 풀어헤친 적이 있어 보이는 보따리에는 작은 단검이 삐죽 나와 있었다.

 노아가 단검을 뽑아 잘 살펴보았다. 산에서 쓰기에는 도시락에 동봉된 이쑤시개 이상의 가치를 할 것 같이 보이지도 않았고, 달리 귀중품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노아가 보따리를 열자 이미 딱딱하게 마른 주먹밥 두 덩이가 떨어졌다. 힌돌이 주먹밥을 집고 감탄했다.

 

 “흠, 단검으로 시선을 흩어놓고 이걸 던져서 공격하는 건가? 조금만 더 말리면 용도 잡겠는데.”

 

 파말이 쿡 웃음을 터뜨렸다. 노아는 다른 주먹밥을 들었다.

 

 “정말 심하군요. 먹으면 탈만 날 테니 버리는 게 낫겠어요. 떠돌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긴 방랑을 해야 할 때 흔히 하는 실수죠. 파말, 이 젊은이를 어디서 봤다고?”

 “활 맞은 멧돼지를 쫓고 있는데 꽁지 빠지게 도망치던 놈이 갑자기 내게 달려들더라고. 다치지는 않았지만, 너무 놀라서 잡지도 못했어. 아까워서 발만 동동 구르는데 반대편에 저 소년이 있었지. 아마 저 소년을 보고 도망친 것 같아.”

 “동쪽에서 온 소년이 멧돼지를 떨게 만든다라......”

 

 마당에 나온 힌돌이 주먹밥을 던졌다. 주먹밥은 반대편 산까지 날아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사라져갔다.

 노아가 던진 두 번째 주먹밥을 받은 힌돌이 하늘을 나는 주먹밥 부부의 전설을 완성하며 말했다.

 

 “용 아니야? 인간으로 변한 용.”

 “아뇨. 원용(元龍)도, 완용(蜿龍)도 사람으로 변하지 못합니다.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를 견디지 못하고 자기 수준으로 깎아내리고픈 사람들이 만든 환상이죠.”

 

 노아의 지적에 힌돌이 불만에 찬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마당에 앉았다.

 이후에도 짐에서는 외부인을 특정할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에는 노아도 힌돌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봇짐을 정리했다.

 

 “깨어나면 물어보죠.”

 

 봇짐을 방구석에 던진 노아가 고개를 돌리다 말고 눈을 찌푸렸다. 봇짐이 놓여 있던 자리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래, 그게 낫겠네. 그러면 힌돌네 집으로 옮길까? 아무래도 그편이 자네들도 안심하고 좋지 않겠나.”

 

 무린이 말했다. 타인의 친절을 요구하기에 웅퉁몸이 되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별로 없으니 외부인을 들이는 방법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노아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보랏빛 바닥에 손을 댔다. 바닥은 눅눅하고, 끈적했다. 노아의 머릿속에 무린의 이야기가 들어오지도 못하고 튕겨났다.

 

 “알겠어. 그냥 들고 가면 되나?”

 “조심하세요. 그래도 기절한 사람입니다.”

 

 사말이 외부인에게 다가가려는 힌돌을 붙잡았다. 사말은 자신이 술에 취해 기절했을 때, 힌돌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머리를 질질 끌어 뒤통수에 잊기 힘든 상처를 남긴 것을 떠올렸다.

 힌돌이 자신의 가슴을 팡팡 때리며 말했다.

 

 “그때는 네가 정신 좀 차리라고 그랬지. 걱정하지 마. 멈춰 있는 것처럼 옮겨 줄 테니.”

 

 노아는 봇짐을 들어 바닥을 살폈다. 바닥이 보랗게 물들어 있었다. 다시 봇짐을 열었지만, 안에는 보라색에 가까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긴 보라색은 황제의 색이니까 보라색 물건이 없는 건 당연하다. 박씨 제국이 무너진 뒤로는 개나 소나 보라색을 쓴다는 말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보라색 옷을 입으면 목을 친다!’ 따위의 법이 없어졌다는 말이지, 보라색이 진짜 흔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 이 보라색은 뭐지?’

 

 “노아? 왜? 뭐 떠오르는 게 있어?”

 

 노아는 손을 뻗어 사말의 입을 막았다. 봇짐에 코를 대 냄새를 맡자 땀에 전 냄새 사이로 독특한 비린내가 섞어왔다.

 

 ‘......젠장.’

 

 “왜, 뭐야?”

 “파말, 불이 필요해. 지금 당장.”

 

 파말이 눈을 찌푸리며 노아의 말에 적응하려 애쓰는 동안 사말이 한 걸음 빨리 장작에 불을 붙여 가지고 왔다.

 

 “여기. 그런데 왜? 저 사람에게 불이라도 붙이게?”

 

 노아는 장작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외부인의 머리에 불을 붙였다.

 

 

 

 

 

 

 
작가의 말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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