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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침묵의 울음소리
작가 : 청목
작품등록일 : 2016.8.26

흰털을 가진 늑대 레이나, 그녀는 이큐리아의 저주를 받아 만월이 뜨는 밤 인간을 보는 날이면 괴물이 되는데 그런 레이나의 앞에 나타난 남자 루크는 어딘가 수상하다. 만월이 뜨는 밤 그를 봐도 괴물로 변하지 않고 오히려 그와 가까히 있으면 안전해지는 느낌이 든다.

 
1.성인식
작성일 : 16-08-26 21:41     조회 : 490     추천 : 1     분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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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인식

  울음소리가 들린다. 깊고 낮은 고동이 발밑으로 진동을 한다. 나는 발치에 힘을 줘 앞으로 뛰쳐나갔다. 산등선에 달이 차올랐다. 나는 달이 가장 잘 보이는 높은 곳으로 향했다. 빠른 속도에 양옆이 흐릿하게 보인다. 나는 천천히 속도를 줄여나갔다. 큰 바위 너머로 회색 털을 가진 짐승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심에 선 무리의 수장인 에릭은 잔뜩 턱을 치켜 올리며 자신의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나는 그 어리숙한 모습에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앞발로 콧잔등을 비벼댔다. 내가 웃음을 참을 때 마다 하는 행동을 멀리서 에릭이 지켜보았다. 에릭은 살짝 놀란 얼굴이었다. 생각보다는 많이 놀라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릭 정도면 멀리서도 금방 내 기척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어릴 적 에릭과의 숨바꼭질은 항상 내가 지기 일쑤였다. 나는 다시 한 번 콧잔등을 비볐다.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에릭이 허세를 부리는 꼴이라니 너무 안 어울렸다. 에릭은 내가 웃음을 참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은 듯 퉁명스럽게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입새로 웃음이 배어나오자 내 스스로도 듣기 이상한 짐승소리가 났다. 내 주위의 늑대들이 이상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바로 눈을 피했다. 그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멈췄다. 회색 털을 가진 이 무리의 늑대들 중에서 회색이라고 하기엔 너무 옅어 흰색에 가까운 털을 지닌 나는 이 종족의 오점이었다. 이곳이 너무 오랜만이라 이런 시선을 받고 있었다는 것도 잊을 뻔했다. 저주받은 인간의 형태를 지닌 늑대라고 수군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건 이미 익숙했다. 하지만 나를 두려워하는 눈들은 아직도 나를 얼어붙게 했다. 나는 고개를 숙여 다른 늑대들을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땅속에 스민 그림자가 커졌다. 진정한 만월이었다. 다시 울음소리가 들렸다. 제일 강하고 낮은 울음소리, 에릭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무리를 이끌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약해보였던 에릭이 아니었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에릭은 릭의 모습을 닮아있었다. 소름끼칠 정도로 닮은 부자라니 릭이 이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생각했다. 에릭이 처음으로 주관하는 성인식에는 선대왕이 참여를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워하는 릭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에릭을 따라 무리 전체가 울음소리를 높였다. 아직 작은 어린 늑대들이 줄지어 에릭 앞에 섰다. 성인식이 시작되었다.

 

  “린 에슈는 고귀한 이큐리아의 명을 따라 진정한 늑대가 되었음을 명한다.”

 

  에릭이 앞발로 한참이나 작은 린 에슈의 머리에 손을 올리자 빛과 함께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작고 여린 소녀의 모습으로. 린의 회색 털과 작고 귀여운 앞발에 맞는 모습이었다. 린이 에릭의 콧잔등에 손을 가져다대자 에릭의 아래에 있던 늑대들이 울음소리를 높였다.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린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은 나에겐 저주받은 땅이자 나의 인생의 열쇠였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올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 돌아가야만 했다. 뒤돌아 숲속 길을 걸었다.

 

  “레이나”

 

  에릭이 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 기척도 못 느꼈는데 이렇게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건 릭의 능력을 동화시킨 것 밖에 답이 없다. 에릭은 천천히 걸어왔다. 짙은 눈이 무언가를 빨아들이듯 눈이 갔다.

 

 “어떻게 여길 온 거야? 아예 돌아온 거야?”

 “그럴 리가”

 나는 콧방귀를 뀌며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내 말에 에릭이 다가와 몸을 부비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온 건데?”

 “린의 성인식이잖아”

  내 말에 에릭이 단번에 인상을 구겼다. 린이 나에게 찾아와 자신의 성인식이라며 조르는 모습이 연상되었을 것이다. 린같이 어린 늑대가 내가 사는 곳까지 달려오는 게 얼마나 체력을 쓰는 일인지 또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았기에 나도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분명 에릭은 성인식이 후에 시작되는 사냥이 끝나자마자 린에게 불같이 화를 낼 것이다. 그 생각에 린이 조금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에릭이 화내는 모습은 어릴 때부터 함께 뛰어온 나조차도 무서운 기억이었다. 뭐 그래도 린은 든든한 지원군인 릭이 있으니 걱정 없을 것이다. 릭은 이 마을에서 제일가는 딸바보이니까.

 

 “그럼 돌아갈 거야?”

 

  에릭이 답지 않게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추방당한 것에 릭 다음으로 제일 반대했던 에릭이었다. 어릴 때부터 늘 붙어 다니면서 온갖 악동 짓을 했던 우리들이었다. 그때까지는 에릭 외의 사람들도 나를 향한 시선이 그렇게 날카롭지는 않았었다. 에릭도 그때를 생각하는지 침울하게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아직까지도 에릭은 내가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에릭의 목덜미를 장난스럽게 물면서 말했다.

 

 “이젠 거기가 내 고향이야. 알잖아 내가 처음 발견되었을 데가 거기였다는 걸, 그래서인지 거기에만 있으면 마음이 놓여”

 

  나는 웃으며 에릭을 바라보았다. 에릭의 눈은 맑은 빛을 냈다. 내가 가질 수 없는 순수한 혈통의 늑대라는 뜻이었다. 매년 한 번씩 여기를 찾아와 에릭의 가족을 봐 왔지만 앞으로는 마주할 수가 없다. 나는 그래서 에릭의 얼굴을, 회색빛깔의 털을, 나직막한 울음소리를 내 머릿속에 꾹꾹 눌러 담았다. 에릭의 등 뒤쪽에서 옅은 회색빛을 내는, 몸집이 작은 늑대가 자신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리듯 부산하게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황갈색 빛을 띠는 눈은 맑았고 에릭만큼 빛났다. 에릭은 린이 자신을 닮았다는 소리를 싫어하지만 둘은 분위기며 눈빛, 사람을 압도하는 힘까지 닮아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린에 에릭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냥은 아직 안 끝났을 텐데?”

 

 “레이나가 나도 안 보고 먼저 갈까봐 몰래 빠져나왔지”

 

  린가 웃자 컹컹 소리가 났다. 그 소리와 맞게 린은 무척이나 천진난만하고 천성이 밝은 늑대였고 그런 린한테 나는 많은 사랑을 받은 대신에 기본적인 사냥법을 가르쳤다. 그것은 린에게도 나에게도 즐거운 일이었다. 린은 에릭을 지나쳐 나에게 다가와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린의 머리에 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었다. 이 무리 안에서의 관습 같은 것이었지만 아무도 지키지 않았던 기도였다. 이 무리에서는 우리밖에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제는 린뿐만이 이 기도를 하고 있겠지. 린은 항상 어디서든 기도를 했다. 여리고 여린 꽃잎에도 사냥감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토끼라도 모든 생명을 사랑했고 믿고 있었다.

 

 “아직 가지 마 아빠가 레이나를 보고 싶어 해”

 

 “나도 에릭이 보고 싶어”

 

  나는 나지막하게 말하며 린의 머리에 내 머리를 떼었다. 그때 기척이 느껴졌다. 내 등 뒤쪽으로 힘을 뺐지만 악의가 있는 움직임이었다. 나는 뒤돌면서 재빨리 피했다. 내 주둥이에서는 저절로 위협적인 울음소리가 울렸다. 아주 본능적이고 안정적인 울음소리. 상대는 그런 내 모습에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반역자 레이나 네가 우리 마을엔 무슨 일이지? 분명 추방당할 때에 우리 마을에는 오지 않는 조건으로 너의 사형의 철회한 것인데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너를 죽여도 상관없다는 뜻인가?”

 

  나는 드러난 이를 감췄다. 수호자인 카이였다. 그가 적대적으로 나에게 다가온 게 이해가 갔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성인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온 내 잘못이 컸다. 아직 아이와 다름없는 어린 늑대들이 있는 성인식을 내가 왔다는 것 자체가 큰 위협이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은 모든 것이 익숙하지가 않았다.

 

 “내가 불렸어! 내가 불렸다고! 레이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는 걸 너도 알잖아! 지금 네가 이러는 거 우리를 무시하는 거야! 우린 성인식을 거친 늑대라고! 레이나는 우리에게 아무 위협이 되지 않아!”

 

  린이 카이의 말에 더 화를 내면서 말했다. 털을 바짝 세우고 위협 가득한 목소리였다. 카이는 린은 아무 말 없이 쳐다보았다. 경멸과 동시에 분노가 섞인 얼굴이었다. 자신의 털끝만큼도 안 되는 어린 늑대가 자신에게 대들자 화가 난 것 같았다. 난 어쩔 수 없이 흥분한 린을 달래 주어야했다.

 

 “그만해 린, 내가 잘못한 게 맞아 아무리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해도 너네를 지키는 늑대들은 나를 다 봤어 그들에게는 내가 불안했을 수도 있어 알고 있잖아? 아직 난 제어가 안 되는 몸이야”

 

  린은 아직 퉁명스러운 표정이었다. 에릭은 아무 말 없이 카이를 지켜보았다. 사냥감을 보듯 날카로운 눈이었다.

 

 “린 넌 먼저 돌아가라 사냥을 해야할 네가 이렇게 나온 것부터 어긋나는 행동이야”

 

  에릭의 말에 린이 잔뜩 위축되었다. 린의 오빠가 아닌 수장으로서 하는 말은 날카롭고 위엄 있었다. 린은 꼬리를 잔뜩 내리고 애처로운 눈으로 에릭을 바라봤지만 에릭은 린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뒤를 돌아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단숨에 갈 거리를 한 걸음 한 걸음 힘을 담아 내딛고 있었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들어갈려던 린이 잠시 멈추더니 나를 향해 뒤돌았다.

 

 “레이나 가면 안 돼! 가면 진짜 연 끊는 거야!”

 

  레이나는 큰소리를 내며 말한 뒤 바로 뛰어올라 우거진 나무 사이를 지나쳤다. 에릭은 린의 목소리에도 아무 반응이 없이 계속 카이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건 카이도 마찬가지였다.

 

 “이 구역은 우리 구역도 아닐뿐더러 수호자가 수장의 허락도 없이 위협을 하는 건 정말 위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설마 그걸 모르고 한 행동은 아니겠지 수호자 카이”

 

 “그녀는 반역자입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요? 그녀는 우리 마을에서 동족을 살해한 혐의까지 있던 늑대입니다. 그런 늑대를 위험하다고 판단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에릭의 눈이 더 날카로워졌다.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이 이상 도를 넘으면 카이가 어찌될지는 뻔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난 조용히 여길 지나갈 생각이고 더 이상 여길 찾아오질 않을 거야 맹세해 정말 아무 일 없이 갈 테니까 눈감아주라 카이”

 

  카이는 내가 타이르듯 하는 말에 살기 가득한 눈이 잠시 풀어졌다. 전대 수호자로서 최선을 다해 가르쳤던 기억이 얼핏 떠올랐다. 그때 있던 예비 수호자 중에는 카이도 있었다. 그것이 아득한 기억처럼 느껴졌다. 이미 한참 지난 일이었다. 에릭은 평소보다 더 무거운 목소리로 카이를 향해 말했다.

 

 “당장 돌아가서 어린 늑대를 지켜 카이, 명령이다”

 

  에릭이 명령을 하자 카이는 바로 뒤를 돌아 제일 큰 바위로 뛰어올라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아까는 에릭과 카이의 압박감에 숨도 제대로 안 쉬어졌다.

 

 “레이나 이제 안 온다는 소리 진심인 거야?”

  에릭이 카이가 지나간 곳을 끝까지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서운하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더욱 에릭을 볼 수 없었다. 가슴 안쪽이 묵직했지만 이게 정답이었다. 언제까지 변하지 못하는 날 지켜보게 할 수 없었다. 위험한 나의 곁에 있어주는 것도 너무 무모했다.

 

 “이 섬을 떠나기로 했어 다신 여기로 오지 못할 것 같아”

 

  에릭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땅만 바라보았다. 난 그런 에릭에게 다가가 머리에 내 머리를 기대었다. 나의 기도가 에릭의 마음속까지 들리도록.

 

 “가지 말라고 해도 넌 갈 거지?”

 

  맞닿은 머리를 통해 에릭의 떨림이 전해져왔다. 나는 머리를 떼고 에릭을 향해 웃어주었다. 에릭은 내 웃음을 머릿속에 담겠다는 듯이 집중해서 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나는 뒤를 돌았다. 그리고 곧바로 높은 바위 너머로 뛰어올라가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뛰어갔다. 등 뒤에서 에릭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아주 조심스럽고 섬세한 목소리였다.

 

 “영원한 안식”

 

  에릭의 일족에서 행복을 바란다는 뜻으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쓰이는 말이었다. 나는 잠시 멈추었다. 나에 대한 에릭의 마음이 어떤 것이든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과거는 돌아보지 않는다. 천천히 뒤돌아본 풍경은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에릭의 울음소리를 짐승의 가죽 맨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계속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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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나 19-07-19 17:53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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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성인식 (1) 2016 / 8 / 26 49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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