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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파트 11층에서 뛰어내린 난 깨어나니 좀비가 돼있었다
작가 : 아침에우유는배아픔
작품등록일 : 2019.9.20

 
떨어지다.
작성일 : 19-09-20 21:09     조회 : 316     추천 : 0     분량 : 3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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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 똑. 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나와봐라.”

  벌써부터 가슴 한구석이 턱하고 막힌 박석우는 불안한 마음으로 잠가놨던 방문을 열었다.

  “저번 시험 결과는? 나올 때 되지 않았나?”

  방문 너머로 부르는 목소리에서부터 이미 예상했던 질문이었지만 매번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었다.

  “떨어졌지.”

  석우는 아버지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석우야. 네 나이 이제 벌써 스물일곱이다. 언제까지 부모님 밑에서 살래? 요즘 여자애들 얼마나 독하게 공부하는지 알아? 네가 지금 하는 정도로 해선 걔네한테 안돼. 그런데도 지금 벌써 네 번이나 공무원 시험에 떨어져 놓고는 다음번엔 붙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나는 이제 모르겠다. 공장에 가든 알바를 하든 네 알아서 하고. 다시는 나한테 돈 달라 소리 하지 말아라. 그리고 너도 이제 성인이다. 만약 내년에도 안되면 집에서 나가라. 나도 노후 준비해야하고 너도 이젠 독립해야지.”

  쏟아지는 말속에서 겨우 마지막 말에만 알았다고 대답한 석우는 방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었다. 곧바로 침대로 쓰러진 석우는 아버지와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담배라도 하나 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방 안에서 피우다가 아버지에게 걸려 크게 혼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마를 감싼 채 침대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났다. 대학을 자퇴한 것. 스무 살 때 만난 첫 여자친구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헤어진 것. 첫 시험이라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 알바를 관둔 것. 스스로 했던 모든 선택이 잘못된 선택처럼 느껴졌다. 만약 그때 이랬었더라면 하며 생각해봤자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안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거실에 인기척이 없어지자 석우는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쓰읍~ 하···”

  석우는 아파트 계단에서 담배 한 모금을 빨고 내뱉었다. 니코틴과 타르가 뇌혈관을 타고 흐르는 기분이었다. 맛도 없고 머리의 지끈거림도 해결해 주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스트레스 받을 때면 항상 담배를 찾게 되었다. 이게 아마 담배가 지닌 중독성이겠지. 생각을 하며 밖을 내다보았다. 밤거리는 조명과 네온사인들로 눈이 부셨다. 어째서 자신은 이렇게 살아왔을까. 차라리 죽어버리는 편이 부모님을 위한 일이 아닐까. 석우는 조심스레 난간 위로 올라섰다. 밤바람이 온몸을 스쳐 지나가면서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종교를 믿는 건 아니었지만, 부디 다음 생이 있다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그리고 남아 계실 부모님은 슬퍼하시려나···. 만약 슬퍼하신다면 일주일만 슬퍼하셨으면 좋겠다. 그 뒤로는 부디 자신의 인생을 찾아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서툰 기도를 마친 석우는 서서히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무게 중심이 점차 앞으로 쏠렸고 부들거리던 무릎에 힘이 풀리자 곧바로 아파트 아래로 떨어졌다. 쿵 하는 커다란 소리가 나자 얼마 안 있어 비병 소리가 났고 그에 맞춰 도착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아파트 단지 전체를 울렸다.

 

 

  사람들이 뭐라 뭐라 하는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무슨 말인지 들어보려 해봤지만 아무리 애써도 제대로 된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한 가지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슬퍼하는 소리였다.

 

 

  “이봐 들리나? 들리나?”

  아아··· 이번엔 제대로 들린다.

  “만약 지금 내 말이 들린다면 새끼손가락을 움직여 보도록.”

  어느 쪽이 새끼손가락인지 느낌이 잘 안 와서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움직였다.

  “좋아. 그럼 한 달 뒤에 봅세. D7”

  한 달? D7? 대체 그게 무슨 말이지? 제대로 생각해보기도 전에 의식이 서서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이봐 들리나? 들린다면 새끼손가락을 움직여보게.”

  몽롱한 의식이었지만 분명 저번과 같은 목소리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번엔 제대로 새끼손가락으로 느껴지는 것을 움직여 보았다.

  “좋아 좋아. 그렇다면 이제 천천히 눈을 떠보도록.”

  “으윽!”

  시키는 대로 눈을 뜨자. 말도 안 되게 강한 빛 때문에 눈이 부셨다.

  “빛에 적응하느라 눈이 부시겠지만 곧 나아질 걸세.”

  사방이 온통 새하얗고 뿌옇게 보이다가 점차 사람 형태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백색 가운을 입고 입가가 살짝 주름진 중년 남자의 얼굴이 뿌연 빛 너머로 보였다.

  “의···사?”

  “뭐 틀린 말은 아니네만. 나는 케빈이라고 하네.”

  “케빈···”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분명 내가 아는 사람 중엔··· 잠깐, 아는 사람? 갑자기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리고 자네는 D7이지.”

  “D7···”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분명 나를 부르는 이름은 달랐던 것 같은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검은 기계장치들이 둘러싸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과 연결되어 있었고, 벽과 바닥은 전부 흰색 타일로 되어있었다. 오른쪽 벽을 따라 시선을 훑어가자 그 끝에 문이 하나 보였다. 문을 빤히 쳐다보고 있자 가벼운 기계음이 울리더니 곧바로 문이 열렸다.

  “닥터 케!~ 어때? D7은 깨어났어?”

  “제발 부탁 이건데. 내 이름을 이상하게 줄여서 부르지 말아 주겠나? 자네 때문에 부하 연구원들마저 날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지 않나. 그리고 마가렛. 실험실에 함부로 들여보내지 말라 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케빈 박사님. 애가 워낙 고집을 피워대는 바람에.”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 한 명과 케빈과 같은 흰색 가운을 입은 성인 여자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와 케빈과 대화를 나눴다.

  “매번 하던 장난이 치고 싶어서 들어왔겠지.”

  케빈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케빈이 슬쩍 뒤로 물러나자 소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양손으로 안은 품에 뭔가를 감추면서 다가왔다.

  “눈 뜬 것 축하해 D7. 그리고 이건··· 내 선물. 짜잔!”

  소녀는 품에 감추고 있던 것을 꺼내어 얼굴 앞으로 들이 밀었다. 그리고 거기 비친 것은···

  “뭐···, 뭐야 이게···”

  피부가 뜯겨나가 바깥으로 훤히 드러난 치아와 누렇게 변한 눈. 피가 썩어버려 고인 듯한 검붉은 자국들까지. 이건 마치 호러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 아니, 잠깐. 호러 영화? 좀비? 대체 그게 뭐였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억을 끄집어 내려 할수록 머리가 미친 듯이 쑤셔왔다.

  “으아아아아! 대체 나한테 뭘 한 거야! 난 D7 같은게 아니야!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마가렛.”

  “네.”

  케빈의 명령에 성인 여자가 기계장치를 조작하자 쑤셔왔던 머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멍해졌고, 의식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끊어져가는 마지막 의식 속에서 구원의 손길이라도 되는 양 조금 전 거울로 내 얼굴을 비췄던 소녀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와 D(Deadman)7. 죽지 못한 자들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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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떨어지다. 2019 / 9 / 20 317 0 3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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