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작가 : 시롱
작품등록일 : 2019.9.18

사랑받고 싶은 여자 이주가 어린아이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부모로 보이는 정신병이 발현된 남자 연을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이 익숙해진 순간에 벌어지는 외로운 로맨스릴러.

 
프롤로그
작성일 : 19-09-18 21:43     조회 : 326     추천 : 0     분량 : 508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계선은 경기도 안산에서 어머니 없이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독녀였고, 계선의 아버지는 작은 독립 영화 배급사를 운영하는 대표였지만 직급이 무색하게 늘 시간에만 쫓기고 돈은 벌어오지 못하는 가장이었다.

 

 계선은 부모에게 받지 못한 관심을 친구들에게 갈구했다.

 하지만 계선의 친구들은 계선에게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주는 대신 일반적인 학생의 신분에서는 하지 못할 것들을 같이 하자며 요구했다.

 계선은 미성년이었지만 성년처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귀가를 늦췄다.

 그럼에도 계선의 아버지는 계선을 나무라지 않았다.

 어쩌면 계선의 아버지는 계선의 귀가가 늦어지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으리라.

 

 어느 날은 계선이 화장을 진하게 한 친구들과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술과 안줏거리들을 먹고 있는데, 옆자리 남성들이 아주 큰 소리로 백범 김구에 대한 열정을 쏟아 얘기하고 있었다.

 "안두희가 그렇게 죽을 줄이야. 속이 다 시원하네!"

 

 당일은 1996년 10월 24일.

 백범 김구 선생 암살 용의자인 안두희가 박기서에 의해 살해당한 다음 날 저녁이었다.

 

 옆에서 얘기를 듣던 남성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근데, 안두희가 죽인 것 확실해? 그냥 용의자 아냐?"

 "미친! 박기서가 안두희 죽일 때 쓴 정의봉 옆에 쓰인 글자가 '견리사의 사위수명'이란다! 가슴아프지도 않냐?"

 서로 다른 의견에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계선의 친구가 인상을 찌푸리며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아 거 되게 시끄럽네!"

 "뭐? 그거 지금 우리한테 한 소리야?"

 "그럼 여기 큰 목소리 내는 사람이 당신들 말고 또 누가 있어?"

 몇 번의 말다툼이 있었고, 몇 잔의 소주잔이 날아다녔다.

 

 하지만 주인에게 쫓겨날 때까지도 계선은 한 마디도 거들지 않았다.

 오로지 계선은 앞에 있는 남성에게 눈으로만 말할 뿐이었다.

 당신 몇 살이냐고.

 

 계선은 아직 18살의 어린 학생이었지만 늘 성인의 모습을 따라 했고, 갈망했다.

 때문에 감히 자신은 심오하게 꺼내지 못할 백범 김구 선생과 관련된 얘기를 꺼냈다는 건 자신이 선망하던 성인이 틀림없다는 것이, 그래서 자신 앞에 저 남자가 지금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계선의 마음이었다.

 

 당시 안두희가 살해당했다는 기삿거리가 큰 이슈였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흔하게 꺼낼 수 있었던 소재였다. 게다가 계선 앞에 남성이 둘이었지만 한 명에게만 반했던 이유는 그저 그 남성이 조금 더 매력적으로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 매력적인 남성은 안두희를 두둔하던 남성이었다.

 

 그렇게 작은 소동이 끝난 뒤 계선은 집에 돌아가야한다는 인사로 친구들과 헤어진 뒤 남성의 뒤를 밟았다.

 물론 남성도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계선이 따라오는 것을 즐겼다.

 

 남성이 집 앞에 도착해 뒤를 돌아봤을 땐 이미 계선의 입가엔 미소가 맴돌고 있었다.

 남성도 싫지 않은 듯 웃으며 물었다.

 "들어갈까?"

 "..몇 살이에요?"

 "스물넷."

 "이름은요?"

 "안 불오."

 "좋아요. 들어가요."

 

 계선은 한 달이 지나서도 생리를 하지 않았다.

 아마도, 거의, 임신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과연 불오가 여자 친구의 임신 사실을 받아들이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사람이 될까 의심스러웠다.

 계선은 불오가 그런 남자인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오를 사랑했고 자신의 아이를 사랑했다.

 

 불오에게 아이를 가진 것 같다고 말한 날은 먼지가 나도록 발길질을 당했다.

 불오는 연애하는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순간 불쑥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이 정도쯤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계선은 두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감싸며 불오의 발길질을 맞아주었다.

 

 하루는 계선을 만나주지 않는 불오를 찾아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달라고. 나의 남편이 되어 달라고. 나의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달라고.

 "넌 미쳤어. 네 나이가 열여덟인데, 도대체 뭘 바라는 거야?"

 "열여덟이랑 할 거 다 해놓고 왜 이래요? 콘돔 쓰지 말자고 한 건 오빠잖아요."

 "그래. 내가 다 잘못했다. 그러니까 날 놔 줘!"

 "내가 다 할게요. 엄마 노릇. 부인 노릇. 그러니까 내 옆에 있어줘요."

 

 그 후로 네 달 동안이나 계선은 하루도 빠짐없이 불오가 일하는 식품 공장을 찾아가 점심밥을 챙겨주었다. 배가 점점 불러와도, 눈이 와도, 계선은 늘 웃는 얼굴을 하며 불오를 찾아가면 직원들은 불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부인 하나 잘 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직원들은 계선의 나이를 알지 못했다.

 

 불오는 계선의 불러온 배를 몇 분씩이나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일 짐 싸서 내 자취방으로 들어와."

 계선은 눈을 동그랗게 뜨곤 두 손을 입에 갖다 대며 소리를 질러댔다.

 "대신 혼인신고는 하지 않을 거야."

 "뭐라고요?"

 불오가 미간을 찌푸리자 계선은 입을 다물고 불오의 눈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계선은 곧장 집에 편지 하나 달랑 남긴 채 짐을 싸 들고 집을 나섰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도 불오는 자신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오지 않았다.

 사내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며 계선의 품안에 안기자 계선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엄마가 정말 잘해줄게."

 

 어느덧 삼 년이 지나고 아이가 안 그래도 좁은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어지럽힐 때 계선의 나이는 고작 스물두 살이었다.

 

 계선은 구석 바닥에 앉아 정신이 반쯤 나간 채 멍하니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불오가 들어와 가만히 더러운 집안을 살펴보다 계선과 눈이 마주치면 계선이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들어왔네. 삼일 만에."

 "애새끼가 애비가 와도 인사 한번을 안 하네?"

 "그게 삼일 만에 들어온 아빠가 할 소리야?"

 "집은 왜 안 치웠어?"

 "오빠가 안 와서."

 불오는 그런 계선을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며 옷을 벗었다.

 계선은 불오의 다음 행동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반응하지 않았다.

 그날 밤. 방 안에선 또다시 둔탁한 소리와 아이의 울음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어느 날부터 불오는 자신있는 얼굴을 하곤 큰돈을 벌겠다며 공장을 그만두고 도박판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돈을 잃고 들어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계선에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계선은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계선은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맞다가 학대가 끝나면 곧장 잠자리를 가졌는데, 그럴때면 엄청난 신음 소리를 내며 그 시간을 즐겼다.

 

 정말 이상한 날도 있었다.

 불오가 평소와는 다르게 다정한 얼굴은 한 채 계선이 좋아하는 야채 호빵을 사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계선은 이제야 자신이 꿈꾸던 평범한 가정을 찾았다는 듯 웃음 가득한 얼굴을 하곤 호빵을 호호 불어 아이를 먹이곤 자신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맛있어?"

 "응. 너무!"

 "그게, 있잖아."

 계선은 순간 방 안에 퍼지는 이상한 기운을 느낀 듯 얼굴이 굳어져 불오의 얼굴을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불오는 그 순간에도 작고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가 아직 혼인신고를 안 했네?"

 "하자고?"

 "왜? 싫어? 네가 원하던 거였잖아."

 계선은 아무 말도 못한 채 불오를 빤히 보다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우리 아이. 보육원에 보낼까?"

 불오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곤 옷을 벗었다.

 

 불오는 계선과의 혼인신고를 마치자마자 계선의 이름으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돈을 몇 배로 불려서 돌아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계선은 자신의 빚이 점점 더 늘어나자 돌아오지 않는 불오에 불안감이 몰려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허망한 표정으로 들어와 누워버리는 불오의 모습을 봤을 땐 어딘가 모를 안정감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계선은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힘 있게 말했다.

 "오빠. 오늘도 빚쟁이 왔다 갔어."

 "그래서 뭐?"

 "주민등록 말소 신청하자."

 "..뭐?"

 "우리 이제 이 좁은 집 월세하나 낼 형편도 안 돼."

 "그래서?"

 "아이랑 같이 시골로 들어가자."

 

 불오는 더 이상 계선을 때리지 않았다. 계선은 집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아침잠이 많은 두 사람은 매일 낮 열두 시가 넘어서야 일어나 밥을 먹으며 하루를 맞이했다.

 불오는 옆 동네 이 씨네 농장에 출근하며 매일 한 시부터 여섯 시까지 어느 날은 감자, 어느 날은 배추, 어느 날은 당근을 캐며 푼돈을 받았고, 계선은 옆집 아주머니네 집으로 가 하루 종일 수다를 떨다가 다섯 시쯤 돌아와 불오의 저녁상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 평화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두 부부의 주민등록 말소로 인해 아이마저 세상이 알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고, 학교를 보낼 여건조차 되지 않아 아이는 매일 집에서만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아이가 세상에 나와 배운 건 계선이 가르쳐준 한글과 말 그리고 그동안 봐온 잠자리가 전부였다.

 

 아이는 줄곧 어릴 적 계선이 불오에게 보육원에 보내자던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열 살이 되던 해에 아이가 계선과 불오가 밥을 먹고 있던 자리에서 입을 열었다.

 "나 보육원에 보내주면 안 돼요?"

 계선은 순간 큰 공포감이 밀려왔다. 7년의 평화가 깨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계선이 손을 벌벌 떨며 젓가락을 내려놨을 땐 이미 불오가 웃옷을 벗고 아이를 폭력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계선은 생각했다. 자신이 맞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평화를 지키려면 과연.

 순간 계선은 생각보다 손이 먼저 들려지며 아이의 뺨을 내리쳤다.

 

 아이의 학대가 시작된 이후로 불오는 일을 하러 나가지 않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성취감이 없어졌다는 게 불오의 입장이었지만 실은 것보다 더 재미있는 거리를 찾았기 때문이었으리라.

 

 불오는 매일같이 아이에게 이 집을 나서면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하며 폭력을 가했다.

 계선 역시 불오의 영향이 끼친 건지, 자신의 평화롭던 생활이 무너짐에 화가 난 것인지,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열여덟의 계선은 보이질 않고 겨우 열 살 남짓의 아들을 앉혀놓고 한탄을 하다가 순간 열이 오르면 아이를 세워 회초리로 아이의 종아리를 수없이 때렸다.

 "너 때문에 그래. 너 때문에! 너 하나 때문에!"

 

 아이는 그럼에도 꿋꿋이 견뎌냈다.

 그 이유는 자신을 이렇게나 싫어하는 부모이기에 언젠가는 자신을 보육원에 보낼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이었으리라.

 

 그런 아이의 희망은 헛된 바람에 불과 했던 것인지, 혹은 부모의 내면에 아이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던 것인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집 밖에 나갈 수 없었다. 나가면 죽여 버릴 것이라는 불오의 협박을 어느덧 십삼 년째 폭력과 함께 맞아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아이는 건장한 체구를 가졌음에도 스스로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아이는 생각했다.

 집밖을 나서면 죽을지도 모르니 집에만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부모가 무섭다. 혼자 있고 싶다.

 하지만 집 안에 있어야 한다. 나의 부모는 매일같이 집에서 생활한다.

 그렇다면, 부모를 죽이면 되지 않는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4 13화 2019 / 11 / 2 187 0 6101   
13 12화 2019 / 10 / 31 176 0 5031   
12 11화 2019 / 10 / 31 212 0 6508   
11 10화 2019 / 10 / 31 214 0 5535   
10 9화 2019 / 10 / 31 209 0 4978   
9 8화 2019 / 10 / 31 180 0 5224   
8 7화 2019 / 10 / 24 183 0 5945   
7 6화 2019 / 10 / 19 181 0 4945   
6 5화 2019 / 10 / 6 185 0 4849   
5 4화 2019 / 10 / 5 227 0 4659   
4 3화 2019 / 10 / 3 177 0 5074   
3 2화 2019 / 9 / 23 203 0 6613   
2 1화 2019 / 9 / 22 202 0 6764   
1 프롤로그 2019 / 9 / 18 327 0 508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